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141
제 1141화
그는 서신 작성을 마치고 인장을 꾹꾹 눌렀다.
돈은 중대 사항 아닌가.
동생의 대박이 배가 아프지는 않은 것은 콩 한 쪽도 세금으로 뜯어먹는 화 제국의 법률 덕분이리라.
세금을 조금이라도 더 악착같이 뜯어서 국고를 채우리라.
풍하은이 말했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제국의 예산은 아직도 빠듯하지?”
제독태감이 말했다.
“그렇습지요. 선황께서 곳간을 좀 너무 험하게 쓰신지라…….”
“망할. 이 똥은 대체 언제까지 치워야 하는 거야.”
그때 환관이 종이 뭉치를 들고 와 내려놓았다.
풍하은은 그것을 빠르게 읽어 내려가고는 이렇게 말했다.
“흐으으으음. 그래도 적자는 어떻게든 다 해결했군그래. 중간에 전쟁을 한 번 했음에도 이 정도라니…….”
“호부에서 장강의 기적이라고 부를 정도입지요.”
“그래?”
“네. 몇 년 안에 국고가 쌓일 것입니다요. 이 모든 것이 황상 폐하의 은덕 아니겠사옵니까?”
“이거는 솔직히… 내가 자부심을 부려도 되긴 하지.”
뿌듯하다.
이 끝없는 똥의 산이 결국 치워지고 있긴 하다!
하지만 이 뿌듯함은 고작 삼 초 지속되었다.
“아니……. 장강의 기적이고 나발이고 그러면 뭐 하냐고. 갈 길이 태산인데.”
본래 자리로 왔다는 것은 결국 이제 빚 다 갚고 새로 시작한다는 뜻.
절반 왔다는 뜻이었다.
‘한숨이 절로 나오는군.’
그때였다.
드륵-
기별도 없이 풍하금이 등장했다.
“너무 투덜거리지 마라. 올해부터는 더 나아질 테니까.”
“왔냐. 갔던 일은 잘 해결했고?”
“해결했지. 사교(邪敎) 놈들이 황가에까지 손을 대었더군.”
“깔끔하게 끝냈어?”
“그건 불가능했다. 우리의 피를 가진 놈들 몇은 저쪽에 넘어갔다. 같이 도주했으니 찾으려면 어렵겠지.”
“…….”
“그러기에 내가 그때 싹 다 죽이라고 했잖느냐.”
“뭐, 갓난아기에 본인이 황족인지도 몰랐던 애들까지 다 죽이자고? 심지어 황위 다툼은 하지 않겠다, 나한테 목숨을 맡기겠다며 누워 있던 앉은뱅이, 소경, 이런 애들도 다 죽이자고?”
“신혈의 피를 이어받은 자라면 무지하고 약한 것도 죽을죄지.”
“……미친놈.”
“그리고 그건 너무 극단적인 거고. 너는 애매한 자들도 살려주지 않았나.”
“싸우기 싫다고 징징 짜는 놈까지 죽이는 취미는 없거든요.”
“너는 너무 유해. 그게 네 단점이다.”
풍하금은 딱 잘라 말한다.
황좌에 올랐으면서 그의 형제는 아직도 가슴에 낭만이 남아 있다.
그게 본인의 치명적인 약점이라는 것도 알면서.
‘후회도 하지 않겠지.’
꽤 많은 황족들을 죽였다.
허나, 그래도 살아 있는 자들이 있다.
풍하금이 보기에는 그들 역시 죽여야 하지만 풍하은은 늘 손속이 물렀다.
물론 사람들은 그것만으로도 백정이라고 부를 정도였으나, 풍하금의 눈에는 그랬다.
처음부터 평화롭게 끝낼 수 있다면 모를까.
죽일 때는 핏자국도 남기지 않고 죽여야 한다.
“혈선교와 황족 중 누군가가 손을 잡았다라…….”
“…….”
“그래도 골치 아프긴 하군. 황좌의 권능 때문에 어느 정도는 처리할 수 있었으니 다행이긴 한데…… 어떻게 할 거야. 다 뒤엎을 거야?”
“뒤엎어야지.”
대숙청.
황족 중에서 의심되는 것들은 하나도 남기지 않고 전부 죽인다.
확실한 우호 인사는 주왕뿐.
사실, 그 외에도 황족은 상당히 많다.
선황이 뿌린 씨앗이 많기도 하지만, 그 이전의 황제들이 뿌린 씨앗의 방계 혈족도 여기저기에 있다.
생각보다 황족의 혈통은 제법 많은 것.
다만.
당금 황제가 그들에게 직위를 주지 않고, 권력을 주지 않을 뿐.
“잘 생각해라. 국고 방금 돌려놨다. 사람 죽이는 것도 돈이 들어요. 알지? 황족은 그중에서도 가장 비싸다. 방계도 비싼 게 황족이야.”
“……그래. 일단은 내버려 둬야겠지. 지금 처리한 여파가 어디까지 가는지 지켜보는 게 좋을 테니. 옛 고사에 타초경사(打草驚蛇)라 하지 않았나. 풀 두드리다 보면 뱀도 놀라서 나오겠지.”
“그거 그런 의미로 쓰는 거 아닐걸.”
그리 말하며 풍하은이 서류에 도장을 쾅하고 찍었다.
“강소성은 완전히 통제 불능이 되었다는 거. 느꼈지?”
“제갈린이 뒤에서 무언가 일을 벌였나 보더군. 그곳은 이제 제국의 ‘영역’이 아니다.”
“제갈린을 불러야 하려나. 아니면 희를 불러야 하나?”
“그쪽도 일단은 내버려 둬라. 어차피 누이가 그곳에 있으니 여차하면 누이가 박살 낼 테니까.”
최고의 무력이 그곳에 존재한다.
그들이 황제로 있는 한 결코 배신하지 않을 칼이.
풍하은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아아. 제국 운영하기가 너무 힘들구먼. 만두 먹고 싶다.”
“동감이다.”
마침 만두 하나는 끝내주게 잘 만드는 아우 놈이 있더랬다.
하필 그놈은 이 자리에 없다.
“아, 세금이나 더 뜯어야겠어.”
“동감이다.”
자고로 아우가 산 군것질거리를 뺏어 먹는 게 형의 즐거움인 법.
‘야, 딱 한 입만.’
그것은 인류가 시작될 때부터 피에 각인된 본능 아닌가.
둘은 짓궂은 장난을 치는 아이처럼 웃었다.
진천희가 보았다면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으리라.
하늘 같은 황상에게 할 소리는 아니지만-
“아, 국고 좀 채우게 좀 도와주라!”
쾅!
봉서에 글을 다시 써서 새로 직인을 박았다.
이번에는 두 황제가 함께 옥새를 꾹꾹 누른다.
누구 닮았는지.
참 악랄한 형들이다.
* * *
그로부터 얼마 후.
남경성 백린객잔 지점.
그 안쪽 주방.
진천희가 요리를 하고 있다.
그간 수고한 사마혜와 사마현에게 원하는 거 없냐고 묻자 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만두~!”
“만두요. 은공!”
역시나 그건가.
두 사람은 진천희의 요리를 숱하게 먹었으면서도 가장 좋아하는 걸 꼽으라면 만두를 꼽곤 했다.
“천우는 만두 괜찮니?”
“저야 뭐든 감사하죠. 얻어먹을 수 있어서 좋기만 한걸요.”
“오케이. 그러면 해줄게! 하지만 밑손질은 다 같이 하기야?”
진천희는 소매를 걷어 올렸다.
“네!”
사마혜와 형제들 모두 일제히 소리쳤다.
벌써 만두 먹을 생각에 입에 침이 고인다.
* * *
모두 함께 밑손질을 하고 만두를 만들었다.
만두는 원래 손이 많이 가는 놈인데 다행히 다 같이 하니 금방 할 수 있었다.
“오우, 천우야. 너 역시 요리에 소질이 있다.”
“권제님 생전에 요리는 제가 다 도맡아 했거든요. 그게 도움이 된 거죠.”
그렇게 만두를 빚어서 굽고, 찌고, 튀겼다.
튀긴 만두에는 매콤달콤한 소스를 확 끼얹어서 굴렸는데, 어릴 때 먹었던 김말이 느낌이 나도록 만들었다.
“와……. 향이 장난 아니네.”
“잠시만.”
토마토 계란탕도 완료.
이건 만두 먹다가 같이 술술 마시라고 잡다한 건더기는 최소한으로 넣었다.
대신 계란의 질량감에 집중했는데 한 모금 머금기만 해도.
“와아, 폭신폭신해요!”
사마혜가 눈을 빛낸다.
여기에 들어간 토마토는 산미로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
“국과 만두가 이렇게 궁합이 잘 맞을 줄이야!”
“보기만 해도 기대가 되네요.”
천우는 그리 말하며 만두를 입에 넣더니 한참이나 놀란 기색이다.
그도 그랬다.
‘형의 요리가 더 늘었는데?’
마지막으로 먹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허나, 지금은 절묘한 간의 조화에 고기의 질감이 하나하나 느껴지며 육즙 한 방울까지 서투르게 만들지 않았다.
꿈결 같은 맛이었다.
사마혜가 말했다.
“맛있죠?”
“네, 네. 맛있습니다. 사마 소저께서는 이런 걸 자주 드셨나요?”
그 말에 사마혜가 악동같이 웃었다.
“헤헤헤. 은공이 이따금씩 백린의각 의원들을 위해 만들거든요. 대체 그 많은 일을 다 하면서 요리할 시간은 어디 있나 몰라. 아니 그 전에, 기력은 있는 건가?”
그 말에 진천희가 답했다.
“밑준비는 숙수분들이 다 하니까 나는 그냥 가서 후딱 만드는 거지. 원래 만두는 밑준비가 팔 할이야.”
사마현이 말했다.
“형은 맨날 자기는 별일 안 한다고 하더라~? 말은 저래도 손 많이 갈 거야. 만두 맛 내기가 쉬웠으면 다들 천하숙수 했지.”
“어쨌든 맛있게 먹어 주니 기쁘다.”
진천희는 머리를 긁적였다.
맛있게 먹던 천우는 문득 사마혜의 시선이 의식되었는지 앞섶을 좀 추스른다.
원래는 별생각 없이 다닌다만, 지난번 일도 있고 해서.
과년한 처자에게 자극이 큰 것은 아닌지 도인으로서 조금 걱정이 되었기 때문.
거기다가 과거 안대까지 직접 만들어 준 것도 사마 소저가 아닌가.
‘자칫 오해가 생길 수도…….’
다행히, 사마혜는 그쪽으로는 시선을 전혀 주지 않고 열심히 만두만 먹었다.
‘내 노파심인 모양이군.’
형이 자꾸만 앞섶 추스르라고 해서 그런가.
하긴, 다른 강호인들은 대충 사는데 형만 단정하게 옷을 입고 다니는 편이긴 하다.
순간, 괜히 혼자 신경 쓰는 것 같아 민망해졌다.
천우가 붉어진 뺨을 긁적였다.
‘앞으로는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아야겠어.’
어차피 몸에 맞는 도복도 없고, 몸에 맞는 도복을 챙겨 입었다 치면 목숨을 건 전투 한 번에 쭉 찢어지곤 하지 않던가.
의복에 신경 쓰는 건 여러모로 귀찮은 일이다.
속을 모르는 진천희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너한테는 내가 요리를 제대로 해준 적이 별로 없었구나. 미안하다. 자주 해줄게. 그나저나 도사는 화식(火食)이 금기 아니었나? 너네는 꽤 너그러운 주의라는 건 아는데 묘하게 신경이 쓰이네.”
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경 쓰지 마세요. 형도 알다시피 본 파는 수행의 방식은 자유롭게 하자는 주의라서요. 화식을 안 하는 분도 계시긴 한데, 저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하긴. 강호 돌아다니는 것도 몸이 축나는 일인데 화식까지 거르면 몸 망가지긴 하겠지.”
애초에 거기서부터 고를 수 있는 객잔 수가 확 줄어들게 된다.
방랑을 해도 쉴 곳이 없다니, 그야말로 강호인에게 치명적인 일.
“네. 화식(火食)이냐, 아니냐로 고르라고 한다면 아닌 쪽을 고르겠지만, 그렇다고 막 엄격하게 하진 않아요. 심지어 권제 스승님께서는 안주로 고기 튀겨서 드셨거든요.”
“그래. 그것 때문에 장문인께서 꽤나 속 좀 썩이셨다 들었어.”
워낙 자유분방한 성격이시니 더 그랬으리라.
진천희는 본론을 꺼냈다.
“참. 천우야. 그때 그 삼절추호를 추적하자는 제안 말인데…. 내가 도와주고 싶지만 아직은 할 일이 있어서 조금 늦어질 수 있는데 괜찮아?”
“괜찮아요. 장기적인 임무라서. 그런데 무슨 일이신데요?”
진천희가 커다란 만두를 한입에 베어 물며 말했다.
“원래 물 들어올 적에 노 젓는다고 하잖아.”
사마현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거야, 어르신들이 잔소리할 때 많이 쓰는 말이긴 한데… 우리 형. 아, 혹시 그거~?”
사마현은 바로 눈치챈 모양이다.
“그래. 맞아. 이번에 궁판 대협을 지도한 게 소문이 났거든. 이 틈에 학원 좀 확장하려고. 일전에 잠깐 이야기한 거 기억나지?”
천우는 작게 입을 벌려 ‘헐…….’ 소리를 냈다.
궁판 대협 일은 알고 있다.
그것 덕분에 형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된 것이니까.
허나, 볼일이 있다고는 했지만 이 정도로 큰일일 줄은 몰랐다.
진천희가 말했다.
“어쨌든 두세 달 걸리는데 괜찮아?”
“애초에 무림맹 의뢰잖아요. 저는 형이 거절할 줄 알았어요.”
“…….”
사실 그걸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거기다가 또 한 가지.
‘삼절추호가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알 수 없다 하더라도. 강호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은 본인의 의지일 텐데. 그것을 내가 방해해도 되는가?’ 하는 의문.
직접적인 공표를 안 했을 뿐.
사실상 금분세수를 한 셈인데 이 안식을 깨도 좋은가에 대한 인간적인 배려.
동시에 삼절추호를 뛰어넘는 혈선교 추적자가 없다는 현실적인 상황이 맞물렸다.
‘삼절추호는 혈선교에 대해 가장 잘 아는 분이시지.’
놈들이랑 몇 번이나 드잡이질을 했던 진천희조차도 삼절추호를 뛰어넘는 지식을 가졌다고 장담할 수 없다.
그만큼 그녀는 동생을 찾는 데에 진심이었으니까.
그래서 일을 세 달이나 뒤로 미루게 되었는데도 천우는 선선히 승낙했다.
“네. 기다릴게요. 아니. 저도 옆에서 도울게요.”
‘쓰읍, 이렇게까지 나올 줄이야.’
진짜로 황구 말고 답이 없는 게냐.
황구도 만능이 아닌데…….
‘그래. 찾아보고 초야에 동생과 집 짓고 살고 있으니 내 은둔을 깨지 말아 달라고 하면 못 찾은 척해야겠다.’
여기까지 결심하는데 고작 눈 한 번 깜빡이고 말 정도의 속도였다.
“음…. 그래 주면 나야 고맙지.”
“가가~ 저도 있사옵니다~”
“……넌 진짜 하오문 안 돌아가도 되는 거냐?”
슬슬 하오문의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하륜이는 뭐 하고 있지?’
이 근처 어딘가에서 맴돌며 일을 하고 있는 건 분명했다.
하지만 백린대는 여하륜의 자취를 못 찾고 있었다.
물론 여차하면 유호나 쟈시를 붙잡고 작정하고 찾으려면 찾을 수도 있을 터.
허나, 진천희는 거기까지는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애초에 그 녀석이 진천희에게 해가 될 일은 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으니까.
‘큰일은 아니길 바라야겠군.’
하륜이 녀석이 원한다면 언제든 진천희에게 연락할 수 있을 터이니.
‘분명 살행이겠지.’
형이 끼지 말았으면 하는 일.
역시 형제들 중에서 가장 이질적인 녀석이 바로 둘째다.
정, 사, 마의 관계를 생각하면 어째 좀 비슷하기도 하고?
‘뭐, 일단 일이나 하면서 서신을 기다려 볼까.’
그렇게 진천희는 형제 두 놈을 옆구리에 끼고 일을 시작했다.
겨울이었다.
아직은.
‘형이 하륜이를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은데 괜찮은 모양이네.’
여기 몰래 둘째와 연락하는 놈이 있다.
천우였다.
그는 정파임에도 모든 형제와 연락할 수 있는 자였고.
그것은 이런 상황에서도 가능하다.
형에게는 비밀이다.
“저, 그런데 형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데…….”
“아, 옆에서 내가 다 가르쳐줄게. 천우야.”
“네, 형! 잘 부탁드립니다!”
그 옆에서 사마현이 삐딱한 눈으로 천우를 바라보고 있다.
“…….”
모름지기 정파란 약간의 위선을 가미해야 하는 법.
형(形)과 심(心)이 다르니 이것이 곧 양의신공이요.
한 번에 두 가지를 하니 이 또한 무당의 정수라 할 수 있었다.
태극, 태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