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146
제 1146화
천우의 말에 사마현이 답했다.
“나름대로 주거용으로도 훌륭하니까 그러지 않을까나~ 땅속에 있으니, 아예 자리 잡고 살 정도는 아니지만 잠깐 비바람을 피하고 몸을 덥히는 정도라면 아주 훌륭하지.”
“그러기 위해 만든 곳이니 잘 쓰면 좋지.”
진천희는 작업을 끝낸 후에 화덕에 넣어둔 양고기를 의념으로 빠르게 뒤집었다.
지글지글지글-
신기하게도 형의 소매에서 식칼이며 뒤집개며, 심지어 거대한 화과까지 나오는 게 아닌가.
“형……. 그게 거기에 다 들어가요?”
그 말에 진천희가 씨익 웃었다.
“볼래?”
그러더니 소매를 쫙 펼쳐 보이는 게 아닌가.
신기하게도 소매 안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물건들이 쌓여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밖에서 보면 그냥 소매다.
“이거 안이랑 바깥이…….”
진천희가 기다렸다는 듯 신나서 말했다.
“다르지? 크기가 다르지! 부피와 무게에 상관없이 많은 물건을 넣을 수 있도록 주술당이 제작한 역작이거든!”
“!”
천우의 눈이 커졌다.
진천희는 그리 말하더니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지구였으면 전화박스에 이런 걸 설치해 보는 건데!’ 같은 이상한 소리를 했다.
지구에서 무척이나 좋아했던 드라마를 떠올렸기 때문.
무슨 말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래도 대충 눈치로는 뜻을 알아들은 천우.
“우와……. 안과 밖의 크기가 다른 거면 진짜 법보 같은 거네요? 엄청 귀한 거 아닌가요?”
“그치. 도사들 중에서도 극소수만 들고 다니는 물건이고, 애초에 돈으로도 구할 수가 없으니까. 그걸 이번에 주술당에서 만든 거야.”
정확히는 양력을 부려 먹어서 제작했다.
진천희는 팽이와 윷놀이에 감사를 보냈다.
그게 없었다면 양력도 호력도 잡아 오지 못했으리라.
천우가 말했다.
“어쩐지 형이 매번 매고 다니는 그 등짐이 없다 했네요.”
“헤헤헷. 물론 내가 원하는 만큼 막 큰 아공간은 아직 구현 못 해. 딱 여행자 봇짐 정도지.”
“아공간?”
아, 영어가 아니어도 이런 건 못 알아들으려나.
진천희는 대충 설명해서 이해시켰다.
“그러니까 법보로 만든 공간, 그런 뜻이군요?”
“둘이 같은 말은 아니지만 여기서 쓸 때는 대충 비슷하다.”
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마현은 ‘아공간, 아공간~’ 하면서 새로운 단어를 외웠다.
“좋아. 양고기 피자 완성!”
진천희는 화덕에서 피자를 꺼내서 잔뜩 내려놓았다.
먹는 입이 많으니 절대 피자 한 판으로 여럿이 나눠 먹는다거나 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최소 한 사람당 한 판.
그리고 황구와 뇌진은 각각 세 판씩.
거기서 끝나면 안 된다.
닭과 생선과 감자를 튀기고, 맥주까지 꺼내서 수북하게 쌓아둔다.
천우가 물었다.
“형 진짜로 봇짐 크기 맞아요? 너무 많은데요?”
“맞다니까?”
아무래도 형의 봇짐과 보통 사람의 봇짐은 기준이 다른 모양.
‘하긴, 형은 거의 상단 움직이는 수준으로 짐을 싸니까.’
단순히 먹는 것뿐만 아니라, 의술에는 많은 도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이해한다.
천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형이 만든 음식은 무척이나 먹음직스러웠다.
“강호인이 좋은 게 콜레스테롤 걱정이 없다는 거지. 이런 정크를 먹어도 살이 찌는 법이 없어요. 당뇨? 그런 거 있을 것 같냐!”
뭔 소리를 하는지 점점 더 모르겠다.
“그렇지~ 양생공만 꾸준히 해줘도 크으! 형 맥주 쥑인다!”
놀랍게도 사마현 이놈은 알아듣는 것 같다.
천우는 일단 느낌으로 형의 말을 알아서 번역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게 대충 맞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형은 음, 왜인지 이런 이상한 말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
그 의술도 ‘히포크라테스 휘바휘바~’인지 뭔지는 몰라도 먼 곳에서 배웠다고 했다.
‘필시 고향의 말이겠지.’
생각해 보면 새외에서 온 사람들이 고향 말을 잊지 않으려고 어딘가에 적어 놓거나 가끔 혼자서 중얼거리면서 쓰곤 하지 않던가.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물어보니 고향 말을 잊어버릴수록 그때의 기억도 흐려지는 기분이 들어서 그렇다고 했다.
그건 뭐라 말할 수 없는 외로움.
기묘한 고독.
사람이 이렇게 많아도 그냥 가슴 한구석이 차다고 했다.
돌아갈 수 없는 자들일수록 더 그랬다.
고향에서 먹는 요리를 먹고 싶어 없는 재료를 구해다가 만들고.
아이를 낳으면 일부러 아이에게 고향식 이름을 따로 지어주기도 하니까.
그 향수를 어찌 짐작할까.
사람들이 형을 미쳤다 손가락질을 하지만 천우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향수’를 느낀다.
망향(望鄕).
‘그런 거지.’
고향을, 그곳에서의 온기를 잊고 싶지 않은 마음.
괴짜 같지만 사소한 저항.
그렇기에 천우는 그냥 형의 이상한 소리에도 웃고 넘어간다.
배가 어느 정도 차기 시작하니 진천희가 살짝 진지한 이야기를 했다.
“일단 스승님에게 말씀드리고 너를 따라 나오긴 했는데. 이제는 슬슬 물어도 괜찮겠지.”
“네. 백린의각을 나왔으니 기밀 사항 뭐든 물어봐도 돼요. 형. 사실 나오기 전에 물어도 말했겠지만.”
“에이, 뭐 급할 것도 없는데…….”
형은 그렇게 너스레를 떨더니 자못 진지하게 물었다.
“그래서, 삼절추호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은?”
“무림맹 정보에 따르면 산서성(山西省). 여기라고 하더라구요.”
산서성!
하북성의 서쪽에 위치한 지역. 고원지대이며, 황하강이 지난다.
황하강이 지나는 지역은 비옥한 농지지만, 그 외의 지역은 전부 산이라고 할 수 있는 곳.
광물이 풍부해 광산이 많은 지역이지만.
강호의 시선으로 볼 적에는 명문 대파가 있는 지역은 아니다.
서쪽으로는 화산파와 종남파가 자리한 섬서성(陝西省)이 있고.
동쪽으로는 하북팽가가 자리한 하북성(河北省)이 있으며, 남쪽으로는 소림사가 자리한 하남성(河南省)이 있다.
즉.
‘정파 세력권 가운데 끼어 있는 비어 있는 지역! 같은 느낌……이지.’
때문에 사파가 있긴 한데 잡다한 정도에 불과하고, 정파도 있긴 한데…….
이들도 그렇게 대단치 않은.
그런 느낌의 지역.
근처의 다른 문파들이 한 다리씩 걸쳐 있기도 하다.
예를 들자면.
점창파의 속가제자 아무개가 와서 지역 토호로 살고 있다거나, 하북팽가의 방계가 와서 농지를 운영한다거나.
그런 의미에서.
‘산서성은 일종의 정파 중립지대 같은 곳이라고나 할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행복한 곳은 아닙니다.
‘부패 있고요오.’
당연히, 사파들도 여기저기 매번 생겨나고요오.
하오문도 지부가 있고 공손세가도 와서 장사하고. 여튼 그런 곳입니다.
“산서성이라~”
진천희가 말했다.
“비동이 있던 곳도 거기잖아. 예전에 숙신족 전쟁 때문에 간 적도 있었고.”
“여러모로 피가 많이 흐른 지역이긴 하죠?”
진천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러면 일단 산서성으로 가자고!”
“넵.”
“네입.”
멍멍.
삐익.
모두가 기름진 입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사람이고 짐승이고 잘 먹여야 한다. 그래야 말도 잘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