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149
제 1149화
그래서 현재 산서성은 여기저기가 난리라고 한다.
흑도 사파만이 아니라 정파들 중에서도 애매하게 강하거나, 무공의 종류가 사공으로 치우친 어중간한 문파의 경우.
무량연화범심공으로 인해 내공이 소실될 수 있기에 이 자흑마공을 익히고 있다고.
‘아니, 무량연화범신공이 당장 내공이 소실된다 하더라도, 그 이후에는 정순한 내공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걸로 유명한데 그걸 못 참는다고?’
일류, 초일류쯤 되면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쌓아 놓은 내공이 상당할 터이니.
그러나 삼류, 이류 무인들이 이렇게 선택하는 것을 보며 사마현이 말했다.
“형. 흑도는 오늘만 살아~ 아니, 얘들이 그렇게 쉽게 개과천선했으면 세상이 평화로웠지. 안 그래?”
천우도 말했다.
“어려운 일이긴 하죠. 하지만 악(惡)이라는 게 의외로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거든요. 거짓말을 더 큰 거짓말로 덮어서 넘기는 판국에 살인이라고 다르지 않으니까요.”
“와, 천우 형, 왠지 직접 본 느낌이야?”
“흑선 일을 하다 보면 보게 되거든.”
타락한 무당의 도인들을 직접 잡아 벌하는 게 천우의 일이라고 했던가.
천우다운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되었건 이 모든 진술을 들은 진천희는.
‘단전 폐쇄하고, 사지 근맥을 반쯤 끊어주고는 관아에 넘겼지.’
살려는 주었다.
살려만 주었다.
물론 죽여 달라고 놈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만 그것은 알 바 아니다.
‘살아서 죗값을 갚아야 하니까.’
죽음은 결코 속죄가 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살아서 반성하고, 살아서 속죄해야 한다.
그것이 의원으로서의 신념.
어찌 되었건 진천희는 이런 사정을 전해 듣고 골이 아파졌다.
‘아니…. 천마님. 이러시기에요?’
게살탕수 빼먹을 때부터 인성 알아봤다.
이렇게 투덜거리든 말든 그녀는 악이다.
그것도 거악.
진천희야 게살탕수로 두려움을 조금 쫓아내지만, 그 본질은 마(魔)에서 태어나 같은 소마(小魔)들을 잡아먹어 천마(天魔)가 된 자이고.
그녀가 하는 일이 좋은 일일 리가 없다.
‘후……. 그를 이기는 게 가능하긴 한가.’
등선이 머지않았다고 했다.
강호가 어째서 천마의 등선만을 기다리는지 알 것 같았다.
불멸자가 아닌 한.
필멸자들은 거악이 제발 떠나기만을 바라고 있을 터.
진천희가 사마현을 향해 눈짓을 했다.
그러자 사마현이 탁자에 걸터앉았다.
“네네, 하문하십시오~ 형님.”
“자흑마공 말인데…….”
“……구해 오라는 거죠. 가가? 준비하겠습니다요~”
이리 말하고는 슥 사라진다.
천우가 물었다.
“형, 그건 왜요?”
“연구는 해봐야지. 일단 정말 부작용이 식비만 증가하는 건지… 다른 건 없는 건지. 그 원리를 뜯어는 봐야겠지.”
“뜯어 봐서 진짜로 부작용이 식비만 증가하는 거라면요?”
“만약 모든 사공과 마공의 부작용을 식비로만 끝내는 그런 충격적인 마공이라면 우리도 이용할 게 있겠지.”
“…….”
역시 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
“하지만 만약 그게 아니라면, 다른 부작용이 있다면… 그때는 가만히 있지 않을 생각이야.”
“흠, 의심하고 계시는군요.”
그 말에 진천희는 솔직하게 인정했다.
“세상에 그렇게 말처럼 좋은 물건이 어디 있겠냐.”
“동시에 가능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고요.”
“…그래. 그런 물건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있기를 바라는 게 또 어른 마음이지.”
산타는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산타가 있길 바란다.
모순된 감정임은 알고 있다.
허나, 어른이란 본디 세상의 냉혹함을 알고 있기에 역으로 동화를 믿고 싶어 하는 자.
그렇기에 아이들에게 동화를 들려주지 않던가.
어쩌면 권선징악의 세계가 진짜로 있기를 바라면서.
진천희는 피식 웃었다.
의원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모든 무공은 그에게 있어서 ‘도구’임을.
천우는 알고 있었다.
* * *
사마현이 형이 말한 무공을 가져오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고작해야 한 시진.
한 시진이 지난 후에 사마현이 돌아왔으니까.
“가가~ 구했사옵니다~”
자흑마공 비급.
그것도 3권씩이나 구해서 가져왔다.
“어째 뭔가 글씨가 조악하다?”
“마교에서 만든 것을 베껴서 팔더라고.”
‘이눔의 쉐키들, 내 이럴 줄 알았다.’
현대로 치면 1차도, 2차도 아닌, 3차 저작권쯤 되려나.
복제의, 복제의, 복제를 거친 이 비급을 흔들며 바라보자 사마현이 말했다.
“아, 내용은 진품이랑 똑같아. 애초에 익히고 가짜 무공이라는 걸 알게 되면 흑도들이 가만히 둘 리가 없잖아~? 구결 하나까지 오탈자 죄다 검수해서 팔더라고.”
제삼국에서는 모름지기 총기 브로커가 가장 정직한 법.
법이 멀고 총은 가까울 때.
총 파는 상인은 누구보다 더욱 정직하게 살곤 했다.
정직하지 못한 상인은 이미 총알 밥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바나의 세계.
진천희는 강호에서 지구의 사바나 야생을 느낀다.
‘그래. 사람이 물 위를 달리고 주먹으로 바위를 깨도 인간은 인간이지.’
그렇게 세 형제는 각자 비급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읽은 것은 진천희.
“음…….”
그는 누구보다 빨리 결론을 내렸다.
“역시 동화는 그냥 동화일 뿐이군.”
살짝 실망하는 기색과 동시에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긴다.
이윽고 사마현과 천우 역시 다 읽었다.
천우가 말했다.
“이거. 상당히 심오한 신공절학인데요?”
자흑마공.
신공절학이라고 칭할 수 있는 마공.
“그러게~ 요체는 결국 선천진기를 태워서 내공으로 바꾸는 건데……. 본래라면 폐인이 되어야 정상이지만 그걸 식사량을 늘리는 걸로 해결했단 말이지? 놀라운걸~”
진천희와 달리 두 형제는 ‘동화’를 보았다.
두 사람 모두 어지간한 강호인들보다 무학이 깊은 자들이고, 강호에서 신공절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익힌 자들이다.
그런 그들이 보기에 오히려 형이 이상했다.
읽어 보니 정말로 부작용이 극히 적은 신공절학이었으니까.
“너희들은 그것만 파악했니?”
천우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뭐가 더 있어요?”
“있지……. 이거, 본능을 자극해서 절제력을 떨어트리고 충동적으로 만드는 마공이야.”
“마공은 전부 인성 버리게 만드는 거긴 한데… 그 정도면 괜찮지 않아, 형?”
“피에 미친다거나 하는 것보다야 낫긴 한데. 문제는… 수련자가 눈치채지도 못하게 심성을 바꾸어 버린다는 거지.”
자흑마공.
그것은 사마현이 파악한 대로 선천진기를 태워 내공으로 바꾸는 것을 뜻한다.
본디 폐인이 될 것을 식사량을 늘려 해결했다.
이것만 들으면 참 대단히 천재적인 발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 결과.
육체는 언제나 생존본능에 시달리게 되어버린다.
즉, 자흑마공 자체가 육체에 항상 ‘너는 지금 위기 상황이다.’라고 경고를 보내는 상황이나 다름이 없어지는 것.
애초에 선천진기를 태운다는 것 자체가 죽음을 의미한다.
몸뚱이가 그것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다.
결국 온몸이 생존을 위해 움직이게 되며, 이는 본능.
무의식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할 수 있겠지.
현대인이 이해하기 쉽게 번역해 보자면…….
‘계속해서 생존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게 만들어, 그걸 원동력 삼아 생명(선천진기)을 태우고, 힘을 빠르게 쌓아나가게 하는 구조라고나 할까?’
이렇게 되면…….
‘일단 사람이 날카로워지지. 생존이 걸린 일이니 공격적으로 변하기가 쉽고, 생존이 우선이니 이기적으로 굴기 마련이고, 마음에 여유가 없으니 잔혹하고 잔인하게 행동하게 된다.’
보통의 신공이 그렇듯.
마공 역시 주천을 하면서 구결을 읊게 한다.
‘양기와 음기, 빛과 어둠, 선과 악은 의미가 없으며, 모든 것은 마(魔)에서 비롯되니-’
‘생사란 한낱 꿈과 같으니 육신이란 그저 아지랑이요, 중요한 것은 살(殺)이로다.’
‘호흡 한 번에 불꽃을 품고, 내쉬는 숨에 바람을 품어 생(生)을 태우리니-’
이런 구결들은 찬찬히 뜯어보면 약간 오늘만 사는 느낌이 든다.
빨리 익히고, 빨리 황천을 건너라는 마공들의 특성이다.
‘이 마공에 그런 구결은 없지.’
오히려 삶에 대한 악착같은 집착이 구결마다 담겨 있다.
이리되면 심상은 생존에 집착하게 된다.
‘생존에 집착하게 되니 오히려 안전하다 느끼는 자들도 많겠군.’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원래 전쟁터 피난민치고 마음에 여유 있는 분들이 많지 않다.
여유가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분들이 부처인 거고, 대부분은 마음이 깎여나가 어찌할 줄을 모른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
내일 밥을 먹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죽고, 아프고, 계속해서 잃기만 하는 삶.
거기서 인간의 도덕이란 뭘까?
‘경매장에 나오는 명화와도 같다고 누가 이야기한 일이 있었지.’
화가의 이름은 모두가 알고는 있다.
교과서에도 나오는 사람이니까.
허나, 그 그림을 실제로 집에 걸 수 있는 이는 극소수의 부자들뿐이다.
세상이 지옥이 될수록 도덕은 귀해진다.
너무 귀해서 알고는 있어도 갖지는 못한다.
이 마공은 그 점을 파고들었다.
세상은 전쟁터이니 너는 반드시 살아남으라고.
‘수적들은 수십, 수백, 수천 번을 선천진기를 쥐어짜이고 다시 회복된 상황이니 심상에도 영향이 가겠지.’
육체와 정신은 연결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수적들이 그저 평소보다 더 날뛰는 것처럼 변한다는 것.
‘다른 대문파들이 고생하는 이유를 알 것 같군. 단순히 물 위가 수적의 영역이기 때문만은 아니야.’
이게 아주 조금씩 천천히 일어나게 되니, 겉으로 보면 먹는 양이 세 배에서 다섯 배 정도 증가한 것뿐인.
‘가벼운’ 부작용을 가진 마공으로 보인다는 게 가장 큰 문제.
거기다.
이게 산서성에 널리 퍼진 것도 의심스럽다.
‘천마께서는…… 마지막까지 모두에게 핏물을 뿌릴 셈인가.’
그녀는 악(惡)으로서 여전히 군림하고 있다.
이곳은 정파 중심인 무림맹의 세력권이긴 하나, 절대 강자인 대문파가 없다.
심지어 수적들의 본진에 가까워질수록 산동악가와 황보세가 앞마당에서는 떨어지게 되는 터라 그 위치도 참 절묘한 상황.
‘정보에는 정파들의 분가나 분타, 무관이 많아 관리가 제법 잘되는 편이라고 했는데 사실은 아닐 수도 있겠군.’
현대로 치면 조별 과제 절망편인가.
거기다 무량연화범심공과 큰 차별점이 있다.
‘본래 익히고 있던 내공을 버리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이종진기의 충돌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지.
그런데 ‘가벼워’ 보이는 부작용만 있다?
이건…….
‘자칫 정파들도 익히겠다고 달려들 수도 있겠는데……?’
명문 대파들이야 그 뿌리가 도가나 불가부터 시작된 것이 많다 하여도.
그렇지 않은 정파들.
‘살문이나 흑도로 시작되었으나 후일 정파로 바뀐 곳들도 존재하지.’
결국 모두가 흰색을 지향하나 하늘 아래에 같은 백색은 없는 법.
개중에는 그 뿌리부터 회색인 곳도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그 회색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지나치게 유혹적이다.
애초에 정파들의 무공이라고 모두 정순한 것은 아니지 않던가.
‘그렇구나. 이건 천마가 강호에 보내는 질문이야.’
-그대들은 정말로 스스로를 백(白)이라 믿고 있는가?
다만 그 방법이 악(惡)일 뿐이다.
그것도 치밀하고, 매우, 잘, 정돈된.
천마만의 악(惡).
* * *
진천희의 설명을 들은 사마현과 천우.
두 사람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기 시작했다.
천우가 말했다.
“이건…….”
“강호에 독을 푼 거네~ 형. 아니, 전염병을 풀어놓았다고 해야 하나? 히야~ 형이 백신을 내놓기가 무섭게 새로운 질병을 만들어 뿌려 버리네, 마교 놈들? 설마 혈선교는 아니겠지?”
진천희가 이마를 짚었다.
“마교일 거야. 희미하게 그 뿌리에서 천마신공의 흔적을 느꼈으니.”
“저희가 못 알아봤다는 것은, 어지간한 장로들이나 문주들도 모를 가능성이 높아요. 무공에 대한 접근법 자체가 다른 자만이 알 수 있을걸요.”
“그래. 무공 그 자체를 뜯어서 내부를 볼 수 있는 자가 아니면 어렵겠지.”
“그리고, 수많은 신공절학을 알고 있는 자.”
일광 진천희.
“…….”
두 아우의 시선을 느끼며.
진천희는 목을 꺾어 천장을 바라본다.
‘생각해 보면…… 원래 그렇긴 했지.’
게살탕수 중독자인 천마님은 언제나 그랬다.
그녀가 강호사에 남긴 흔적들을 보면 인간, 그 본질에 대한 질문이 느껴질 때가 있다.
강호인들이 절제와 이성을 내버리고 그 안쪽의 날 것 같은 욕망대로 살아가게 만들고 싶어 하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
마음 가는 대로 행하는 것.
그것이 천마가 생각하는 마(魔)라면-
‘무한한 자유란 어찌 보면 결국 악(惡)과 닿아 있지 않나.’
천마는 대체 무슨 답을 원했던 걸까.
이제 와서 그가 돈이나 권력을 위해 이런 짓을 저질렀을 리는 없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양민들은 못 익힌다는 게 다행이네.”
그건 무량연화범심공과는 다른 점이다.
식비가 다섯 배!
일반 양민은 익힐 엄두가 안 나는 비싼 무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차라리 익히다가 기혈이 들끓다 죽을지 모르는 마공이 접근성이 더 나을 지경.
“그렇다고 식사를 안 하면 폐인이 되죠?”
“그렇지 선천진기를 보충 못 하니까. 애초에 밥을 먹어서 보충이 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야. 그걸 해내서 뿌렸다고. 우리 천마님은.”
진천희는 머리를 벅벅 굵었다.
반면 무량연화범심공은 기본적으로 그냥 혼자서 수련하면 되니… 사실상 공짜.
사마현이 말했다.
“이야~ 마교에서 머리 좀 썼네? 그런데 셋째 형, 삼절추호가 이 동네에 있다고 하지 않았수?”
천우가 답했다.
“이쪽에서 마지막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했지.”
“마교가 수작 부리는 지역에 삼절추호가 있다? 이거 좀 냄새가 나는데~?”
“그리고 둘째 형님이 혈선교의 새로운 십천군을 제거하러 움직였고.”
‘그런가. 천마님이 만든 반상에 내가 올라왔나.’
잘 짜여진 질문, 잘 짜여진 음모.
여기다가 배역도 어쩜 이렇게 절묘하게 모아놓으셨는지 절로 무릎을 칠 정도.
그야말로 살아있는 마(魔).
간단한 장난 한 번에 강호가 왜 출렁이는지 알 것 같다.
다만 그는 모르고 있었다.
천하의 백린의선 제갈린조차도 예측을 못 하는 놈이 이 반상에 들어왔다는 것을.
‘후, 깽판을 부릴 때가 되었나.’
현원전단신공 속.
어린이 도서관 진천희들이 지하실로 내려갔다.
‘야, 일어나.’
‘전투 상황 아니라고 자냐? 빠졌네. 이놈.’
‘냅둬. 이제 자기 아래로 막내 생겼다, 이거지. 태고의 악(惡)인가 뭣인가.’
-누구인가. 누가 마공 소리를 내었어?
공교롭게도 이쪽도 천마신공이 하나 있다.
수많은 일들과, 수많은 ‘죽음’을 넘으며.
천마님이 가진 것과는 좀 모양이 많이 달라졌지만.
‘다 좋은 게 좋은 거지.’
거악(巨惡)이 탈각하여 등선하기 전.
강호에 ‘술잔’을 내리셨으니-
이 필멸자, 권주를 마다할 필요가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