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151
제 1151화
허름하고 낡은 작은 초옥.
초옥 안에서는 무언가가 썩은 냄새가 났다.
가난의 냄새였다.
가난하게 되면 무엇 하나 버리는 게 쉽지 않다.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물건을 버리는 게 얼마나 망설여지는지.
나중에 내가 모은 것이 미래를 위한 대비가 아니라, 그냥 쓰레기 수집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도 오래 걸리지 않던가.
결국 곰팡이 특유의 꿉꿉한 냄새가 풍겨 오기 마련이다.
진천희 일행이 도착했을 때.
어린 꼬마가 울어 퉁퉁 부은 눈으로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누나! 엄마가. 엄마가……!”
중년 여인이 탈진한 채로 누워 있었다.
“괜찮아. 의원을 모셔 왔어!”
진천희는 곧바로 진맥을 하고는 내기를 불어넣었다.
그러고는 이런저런 질문들을 하고 청진기를 꺼내서 숨소리를 들은 후, 다시 또 진맥을 하기를 한참.
‘……폐렴이군.’
초기에는 인플루엔자랑 구분이 어려운 친구이긴 하다.
어차피 합병증으로 폐렴도 같이 데려오는 지옥의 브라더즈이기도 하고.
이 시대에는 이걸로 죽는 이들이 참 많았다.
항생제가 발달한 현대에서도 폐렴은 호흡기 질환 중 가장 많은 이들이 사망하는 원인이다.
특히나 지금은 겨울이 끝났다고는 해도 산서성은 산간 지역.
아직도 춥다.
‘난방은… 잘 안 되는 게 확실하고. 돈도 없으니…….’
폐렴.
특히나 가난할수록 많이 걸리는 병이다.
오죽하면 진천희는 아예 폐렴약을 24개들이로 소분해서 넣어놓은 ‘폐렴 키트’가 있을 지경.
‘골절 키트’, ‘응급 외상 키트’, ‘주화입마 키트’, ‘영양실조 키트’ 등등에 이어 ‘폐렴 키트’까지!
이 세계에서는 키트라는 단어 대신 ‘상자’라는 단어를 쓴다.
여기 의원들은 그냥 폐렴 상자나 폐렴곽이라고도 부른다.
그리고 이 시대에 워낙 사망률이 높고 흔한 질병이다 보니 의외로 많이 쓰고 있다.
‘지구에서도 어르신들에게 남자답지 못하게 왜 이렇게 정리 정돈에 미쳐 사냐고 듣긴 했지.’
요즘 세대는 다르지만 약간 진천희 세대에는 남자가 너무 정리 잘하면 정 없다고 하던 때가 있었다.
그래도 타고난 천성이다 보니 하든가 말든가 살았다.
그리고 그 습관은 여기 와서도 똑같다.
진천희는 곧바로 폐렴 키트와 영양실조 키트를 꺼냈다.
‘지구에서도 폐렴은 페니실린 관련 항생제를 썼지.’
보통 가장 흔한 게 세균성 폐렴이다.
‘이 환자도 세균성 폐렴이고.’
세균성 폐렴에는 페니실린계 항생제를 많이들 썼었다.
왜 과거형이냐면, 이제는 병균들도 내성이 생기기 시작한 것.
무협 월드야 아직은 괜찮으나 이쪽도 훗날 내성이 생겨버리면 골치가 아프니 투약에 늘 조심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 세계 사람들은 왜인지 페니실린 알레르기가 없다는 점이랄까?
‘그래서 원래라면 항생제는 의각에 입원시켜서 관리하에 투약하지. 현실적으로 힘든 경우에는 이렇게 키트로, 중의원 이상만이 사용할 수 있게 방침을 정하고 있고.’
백린의각에서 하의원은 그저 말할 줄 아는 삐약이일 뿐.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듯, 작은 지식에는 아주 작은 책임만이 있을 뿐이다.
아무튼 자동차와 도로가 뚫려있는 대한민국이라면 모를까, 도산검림의 강호에서는 다양한 변수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
그렇게 폐렴 키트에는 항생제를 비롯한 각종 약들과 응급 시에 쓸 수 있는 단약들이.
반면.
영양실조 키트에는 딱딱한 건조 막대기와 응급 기력환 같은 게 들어있었다.
응급 기력환은 환자가 삼키는 것도 힘든 상황일 때 급히 먹이는 용도고.
건조 막대기는 그냥… 물에 넣고 끓이면 죽이 된다.
이 키트들은 전생에 의료봉사를 하면서 얻은 경험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강호 월드 의원에게 정리 정돈은 생명이지.’
백린의각이면 모를까, 의방만 되어도 본인이 진맥도 보고 침도 놓고 약도 해줘야 하기 때문.
의약 분업이 없는 세계에서 이런 스킬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다.
진 교수의 성격이 강호에서는 꽤 장점이 되었다.
‘과거 의료 봉사하면서 겪었던 경험들이 도움도 되었고.’
미친 소리 같지만 강호는 전쟁터와 비슷한 환경이다.
군벌에 문파를 대입하면 약간 비슷해지지.
진천희는 미리 준비한 키트들을 정리하며 아우들에게 지시했다.
“현아, 너는 장작을 준비하고 천우야, 물 좀 많이 떠와. 많을수록 좋다.”
“네!”
“알았어.”
두 아우들이 달려간다.
형이 사람을 구하는 모습, 이제는 익숙하지만 이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고 있었다.
‘강호인이 검을 휘두르듯, 형 역시 의술을 휘두르니까.’
삶의 이유가 아닐까?
천우는 생각했다.
진천희는 곧바로 치료를 시작했다.
‘영양실조도 심한데…… 아니, 그건 이 시대 빈민이라면 당연한 건가.’
진천희는 내력을 불어넣고는 곧바로 약을 투여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사람은 게임 캐릭터가 아니니, 무엇 하나 바로 되는 법이 없지…….’
내가기공을 즉각적으로 넣어서 혈색이 돌아오긴 했으나, 대부분의 병이 그렇듯 약 하나 먹었다고 뿅하고 낫지는 않는다.
진천희는 일단 밖으로 나왔다.
작은 집에는 방이랄 게 없다.
크기 자체가 워낙 작은 데다가 나무로 지어놓았는데 낡은 부분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
그나마 지붕에는 기왓장이 올라가 있었으나.
얼마나 낡았는지 이가 빠진 곳이 한둘이 아니었다.
‘오우, 외풍이…… 죽여주겠군.’
창틀도 이중 창틀가 아니면 안 되는 한국인은 참을 수가 없었다.
이중 창틀도 모자라서 뽁뽁이로 감아야 올겨울 좀 외풍 좀 적겠구나, 하는 것이 한국인.
‘난방은 화로 하나로 전부 때우고 있는 건가.’
방 안에서 불을 피우고 요리도 해 먹으나 연기가 찰 때마다 창문을 열어야 한다.
가난한 집이니 먹을 게 많지도 않을 거고.
땔감을 때는 것도 쉽지 않을 터.
‘그나마… 이 작은 초옥 좌우로 빈 땅은 좀 있구나.’
진천희는 하늘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가난, 가난인가.’
아무리 진천희라도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다 도와주며 살 생각은 안 한다.
애초에 신도 아니고 그저 인간일 뿐.
백린군 밖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백린군 밖의 이야기.
자신도 자기 시간이 가장 소중하고, 가끔씩 하는 선행이야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약간의 선행일 뿐이라고.
의원은 냉정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연이 닿아 버렸으니 어쩔 수 없나.
‘그래도 손이 닿는 부분까지는…… 손을 써 봐야지.’
의원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기왕 인연이 얽힌 것.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봐야지.
* * *
소녀는 생각했다.
엄마가 쓰러지고 혼절했다.
의원을 부르기에는 돈이 없었다.
‘옥황상제님. 원시천존님. 부처님. 엄마를 살려 주세요. 제 목숨도. 제 생명도. 제 혼백도 가져가셔도 좋아요.’
엄마를… 엄마를 살려 주세요.
몇 번이나 기도를 하였으나 답은 오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손을 모으는 이유는 그것밖에 할 수 없기 때문.
그게 양민의 삶이 아닌가.
그때-
컹컹컹컹!
개가 짖는 소리.
하지만 어쩐지 동네 개라고 믿기에는 그 소리가 너무 낮고 울림이 컸다.
뭐에라도 홀린 듯 집을 뛰쳐나가니,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소도시에 들어오는 사내들이 보였다.
거대한 개에서 내린 자들은 그냥 대로를 걸어갔다.
‘천인인가?’
하나같이 잘생겼다.
물론 왼쪽에 있는 안대의 사내는 잘생긴 것과는 별개로 너무 무섭게 생겼지만 그래도 잘생겼다.
특히 가운데에서 걷는 키 작은 남자는 천인인가 싶을 지경.
“진정한 대협이지.”
“그리고 돌았고.”
“괜히 천하진일광이겠나?”
“하하! 그래도 그만한 의인이 없지!”
문득 소녀는 객잔에서 허드렛일을 했을 때가 떠올랐다.
고작 부엌데기로 지내고 있다고는 해도 의외로 밖의 손님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특히나 워낙 유명한 자다 보니.
소녀도 저런 행색의 사내에 대해 들은 바가 있었다.
천하진일광 진천희.
천하 사대의원 중 한 명.
성격이 오만방자하고 괴팍하다 들었으나, 그 의술은 일절이라고 했다.
-강호인이지만 동시에 관(官)과도 연이 있는 자요. 진 태수라고도 불리지.
거기까지 떠올리니 더 무서워졌다.
강호인도 무서운데 심지어 관인이기도 하다니!
관아가 뭐 하는 곳인가.
멀쩡한 양민들을 가두고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곳 아닌가!
돈을 내놓지 않으면 멀쩡한 사람도 뜬금없이 누명을 씌우고 하옥시키는 곳이 관아이고, 그걸 하는 놈들이 포졸이고, 판관들이다.
‘세상에, 그런 놈들과 한통속이라니!’
대체 얼마나 악독한 자란 말인가!
소녀는 두려워졌다.
하지만 더 생각할 것도 없다.
여차하면 따귀를 맞을 생각으로 소녀는 몸을 날렸다.
무슨 소리를 지껄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 뛰어들어 그거 하나는 다행이었다.
목격자가 없었으니.
그냥 절박한 마음뿐이다.
“오우.”
이상한 감탄사를 내뱉는 청년은 아주 쉽게 엄마를 고쳐주었다.
“아, 다 나은 게 아닙니다. 일시적으로 호전시킨 거예요. 당장 안 아프다고 약발 믿고 그냥 일 나가시는 어르신들 있는데 말려야 합니다. 지금 다 못 고치면 항생제 내성만 키워주는 꼴이 돼요.”
“……?”
항생제? 내성?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엄마가 완전히 다 나은 게 아니라는 것.
완치될 때까지 절대 집 밖으로 내보내지 말라는 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숨소리가 편안해진 엄마를 보며 그녀는 생각했다.
오만방자하고 괴팍하고 미쳤으며 심지어 관아와도 연이 있는 무시무시한 자라는 소문은 반쯤은 허언 같다고.
‘살았다. 살았어. 진천희 대협,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
그때.
드드드드드드!
진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건?”
소녀는 급히 나가 보았다.
그러다가 눈을 비볐다.
“어라, 이게…… 꿈인가?”
한참 뺨을 꼬집어 본다.
아프다.
‘꿈이 아냐?’
하지만 현실감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눈앞에 있는 풍경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것이었으니까.
* * *
소녀가 멍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을 때.
진천희.
그는 생각했다.
‘오우, 이거 참. 마인그래프트 하는 거 같은 기분이네요우~’
현경에 이른 진천희.
그야말로 마인그래프트의 화신과도 같다.
일단 소녀가 사는 집 옆으로 강기를 이용해 땅을 파서 온돌용 구들장을 만든다.
드드드득-
그리고 흙을 고온 압착해서 벽돌로 만들고. 허공섭물로 착착착 쌓기 시작했다.
그렇게 반 시진 만에 방이 하나 더 만들어진다.
‘음. 좋았으!’
이렇게 주먹을 불끈 쥐는데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와아, 내공이 남아돌면 저런 짓이 가능하네~”
“제갈세가는 무학으로 이렇게 해도 진짜 괜찮은 거예요? 형?”
사마현과 천우가 어이가 없다는 듯 한마디씩 했다.
“일단 기와는 내가 깎을 게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틀은 만들 수 있지 않겠냐. 토목 둬서 뭐에 써? 여기다 쓰면 되지.”
천우는 순간, 형이 그동안 노숙하면서 파두었던 토굴들이 떠올랐다.
생각해 보면 그 토굴들은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 더 신경 써야 해서 기술이 많이 들어간다고 형이 이야기한 일이 있었다.
‘그것에 비하면 이쪽이 더 쉬운 건가?’
단순히 허공섭물로 하는 방법이라면 천우도 제법 적응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허나 이번에는 다르다.
네모네모….
사각형….
상자……?
그런 느낌으로 모든 것을 잘라다가 차곡차곡 쌓는 모양새가 뭔가, 뭔가 이상하지 않던가!
‘내가 정파라 그런가!’
정통을 중시하는 무당파.
거기서 무당권제의 직계제자.
이를테면 정파의 진골이라 할 수 있는 게 천우였다.
천우는 약간 기분이 이상해졌다.
“이건 이전 일광 대피소보다 더 대단하잖아요. 아니, 어떻게 집을 이렇게 빨리 만들어?”
“힘쓰는 것만 미리 해둔 거야. 세부적인 것은 장인 불러서 해야 해. 어쨌든 이렇게라도 만들어 두는 게 지금 집보다는 나으니까.”
“와…….”
사마현이야 그동안 형이 해왔던 기행을 늘 봐와서 태연하다.
허나, 오랜만에 본 천우는 달랐다.
진천희가 말을 이었다.
“화경도 할 수 있다. 하고 나면 내공 사용 때문에 좀, 아니 아주 많이 지치겠지만.”
천우는 생각했다.
형의 화경 기준과 중원의 화경 기준이 다르다고.
아마 화경에 오른 무인 중에서도 아주 극소수만이 저게 가능할 것이라고.
“그리고 초절정 고수도……. 대충 세 명이면 가능할까? 검기로도 구현이 가능하니까.”
천우는 생각했다.
형의 ‘검기’와 강호의 검기는 다르다고.
보통은 검에 핀 아지랑이가 단단하게 형태화가 되면 검기라 부르나.
형은 그걸로 화강암을 갈라 보라고 한 후, 단면을 본 다음 판단한다.
초절정 고수 세 명이 아니라 열세 명.
거기에 기술자 하나는 끼어 있어야 가능할 성싶었다.
“집이라는 게 막 만든다고 되는 건 아니잖아요?”
“당연히 그러면 안 되지. 나야 현원전단신공으로 설계를 대신해서 이렇게 하고 있는 거지만 제대로 측량하면서 잘라야 해. 그게 상식이잖아.”
“…….”
아무리 생각해도 강호의 상식과 형의 ‘상식’은 좀 많이 다른 것 같다.
진천희가 빙긋 웃었다.
“자, 그러면…… 이제 다 같이 마무리하고 나서, 환자를 온돌방으로 옮겨 볼까?”
* * *
소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집 한 채가 생겨 있었다.
전래동화에 나오는 고래 등 같은 집은 아니지만, 가족들이 살기 좋은 딱 좋은 아담한 집이다.
심지어 진천희는 어디선가 여우 모양 거대 토용을 깎아다가 문 앞에 놨다.
“그래. 이거지. 이게 없으면 서운하지.”
혼자서 뭐가 그리 즐거운지 킥킥대며 웃었다.
여우는 못생겼고 귀여웠다.
불가의 불상이나 도교의 족자봉과는 확실히 다른 형태.
‘신선?’
‘설화에 나오는 신선 같은 분인가?’
소녀는 혼자 생각했다.
이 사람은 신선이 틀림없다고.
신선이 하계에 내려와 인간들 속에서 노닐다가 올라가는 이야기는 어느 동네나 있지 않던가.
대충 그런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이리 와 봐. 여기에다가 땔감을 태우면 돼. 내가 직접 만져 놨으니 지진이라도 크게 나지 않는 한에는 보수공사 할 일이 앞으로 최소 십 년은 없을 건데, 그래도 환기는 주기적으로 해둬야 해.”
“네, 네!”
“추워도 최소 두 시진에 한 번은 열어두렴.”
화로보다야 훨씬 낫다고 소녀는 생각했다.
진천희는 그리 말하며 이 집의 ‘기능’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소녀에게 가르쳐주었다.
“외관은 일부러 좀 허름하게 해두었어. 괜히 해코지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까.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관아……. 아니다, 하오문이나 백린의방 쪽에 전갈을 넣어 두고.”
그리고 선인님은 사람을 믿지 않았다.
집이 너무 좋으면 그만큼 나쁜 사람이 꼬일 수 있다고 짐작하는 것을 보니 더욱 그랬다.
“집 너무 자랑하면 안 된다. 알았지? 온돌이라는 것 자체는 그렇게까지 문제가 없겠지만 말이야.”
“온돌……?”
여태 했던 설명이 역시 온돌…이 맞았구나.
소녀는 막연히 생각했다.
그게 뭔지는 안다.
보타상단과 백린의각이 온돌 시공을 해서 돈을 만졌지 않았던가.
거기에 가짜 온돌이 범람하여 두들겨 잡는 과정에서 그 명성이 더욱 퍼졌다.
지금에 와서는 온돌에 대해 모르는 양민들이 많지 않다.
특히나 추운 지방은 더욱 그랬다.
여유가 있는 집이라면 할 만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보타상단이 개량을 성공해 제법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기 시작했으니까.
하지만 이 정도로 가난한 집에는 너무나도 머나먼 꿈이다.
그녀는 어머니를 부축해 온돌방에 넣었다.
남동생은 신이 나서 펄쩍펄쩍 뛰었다.
아직 어려서 철이 없는 녀석이라 걱정은 된다.
평범한 온돌방 정도 수준이라면 괜찮겠지만, 신의가 직접 만들었다는 게 퍼져서 좋을 게 없으니까.
소녀는 깊게 절을 하려 했다.
우뚝-
그 순간, 진천희가 민망해하며 의념으로 소녀를 붙잡았다.
“괜찮아. 앞으로 어머니께 잘하고 건강하게 살면 돼.”
어차피 스쳐 지나갈 인연이다.
과하게 고마움을 받아 봐야 좋을 건 없었다.
변덕이 생겨 약간의 은(恩)을 베풀어 준 것뿐.
‘이 아이를 도와서 즐거웠으니 그걸로 족하지.’
강호 의원은 그리 생각했다.
“…….”
하지만 소녀의 생각은 달랐다.
‘이 은혜를 어찌 갚으라고 절조차 못 하게 하시다니.’
단순히 스쳐 지나간 인연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족적이 너무 깊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