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158
제 1158화
천하사대신의는 미친놈이다.
하지만.
의원들이 보기에는 올바르게 미쳐 선(仙)에 닿은 모습일 것이다.
그 이상 할 말이 더 있을까.
결국 상의원들은 진천희의 말에 따라 그 기묘한 운동을 해야 했다.
“그 자세로 내공 주천!”
“끄윽!”
이상하게도 그 기묘한 자세를 취하면 취할수록 지치기는커녕 머리가 점점 맑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모양이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아니다, 이 또한 신묘한 뜻이 있겠지.’
체면 따위 밥 말아 먹은 듯한 기묘한 체조.
그걸 마친 후.
진천희가 말했다.
“관련 비급은 나중에 따로 보내드릴 테니. 대법을 시행하기 전에 한 번씩 해보면 좋습니다.”
‘이 또한 비범하군.’
‘분명 뭔가 남과 다른 뜻이 있겠지.’
의원들은 서로 눈빛을 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의원들은 백린의각 개정대법을 시행했다.
놀랍게도 진짜로 내내 머리가 맑다는 것.
진천희가 가르쳐준 그 체조가 대단하긴 하다는 것.
‘신기하다. 벌써 두 시진이나 지났는데 정신이 멀쩡하다니.’
피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거기다가 그건 진천희도 마찬가지.
투투투퉁-
내공을 담아 침술을 놓는 진천희를 보며 상의원들이 경악했다.
‘손끝이 잠시도 멈추지 않는군.’
‘혈도를 뚫는 데 거침이 없으나 뚫을 때마다 몸이 안정화되는 게 눈에 보일 지경이다!’
‘이게 천하사대신의의 침술인가?’
상의원들은 경탄하며 진천희의 손끝을 본다.
‘우리가 모르는 그런 침술을 사용하진 않았다. 오히려 교본, 그 자체라 할 수 있겠지.’
‘허나, 그 속도가 무시무시한 데다 정확하기까지 하니…….’
그를 일광이라 부르는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실제로는 굉장히 안전주의자였다.
어떤 상의원은 그동안 갈고닦은 안목을 이용해 알아차렸다.
‘이 정도로 능숙하다는 것은… 홀로 수천, 수만 번을 연습하신 건가.’
검수에게는 검로가 있듯, 침술도 마찬가지.
침을 놓는 모양만 보고도 이자가 얼마나 정진을 해왔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개정대법.
어지간한 상의원들도 하고 나서 쓰러지는 게 개정대법이다.
가장 어려운 대법 중 하나가 바로 이것.
그것을 ‘익숙한’ 모양새로 침을 놓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는 일인가.
‘대체 얼마나 연습하신 거지?’
‘요즘 정진을 게을리 하였는데 부끄럽구나.’
얼굴이 벌게진 자도 있었다.
술렁거리는 의원들과는 달리.
정작 진천희의 기분은 가라앉아 있었다.
‘환골탈태는…… 일어나지 않았구나.’
진천희는 용각생사침(龍角生死鍼)을 꺼내서 침을 놓으며 생각했다.
우우웅-
용각생사침이 무림지보인 것은 확실하나, 아무나 환골탈태를 시켜주진 않는 모양.
‘오오오오!’
‘대체 저 침의 정체는 무엇이외까!’
상의원들은 진천희의 용각생사침에 경악한다.
천하삼대의각의 상의원이라면 무림지보를 한 번은 견식할 기회가 오곤 한다.
그들이 맡는 환자들은 강호인.
그것도 장로급의 강호인들이 많다 보니 그들의 신병이기를 볼 기회가 있기 때문.
물론 그 신병이기에 당해서 온 환자를 돌볼 기회는 더 많고.
그들의 눈에 저 용각생사침(龍角生死鍼)은 틀림없는 신병이기!
‘칼이 아니라 침이 신병이기일 수가 있소?’
어느 미친 장인이 신병이기를 만들 기회를 장침 만드는 데 허비한단 말인가!
‘설마 소각주님이 해달라고 청한 건가?’
이 세상에 그걸 부탁할 미친놈이… 천하에 한 명뿐이긴 하다.
의원들의 충격, 공포, 경악 속.
정작 당사자 진천희는 용각생사침에 내력을 불어넣으며 생각했다.
‘쓰읍,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천운이 안 닿는군.’
역시 강호인으로서 무학에 대한 고찰이 있는 것도 아니고.
평생 붓만 잡아본 평범한 아이가 곧바로 환골탈태까지 하는 것은 확률상 낮기는 하다.
허나, 낮다고는 하나 기대를 안 것은 아니다.
‘그래. 설령 하늘이 허락하지 않다 하더라도, 인간은 할 수 있는 걸 하는 수밖에.’
그래도 의원은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환골탈태는 아니라고는 하나,
개정대법에 용각생사침(龍角生死鍼)까지 더해지니 골격과 기혈이 빠르게 개선이 되기 시작했다.
우드득-
아이의 사지가 한번 꺾이더니 이윽고 맞는 방향으로 재정립되기 시작했다.
근육과 혈도가 빠르게 재생이 되고 붙기 시작했다.
이것만으로도 꽤나 큰 성과.
‘환골탈태요? 지금 인위적으로 환골탈태에 성공한 것이요?’
…라는 뜨악한 눈빛을 보내자 다른 상의원이 고개를 젓는다.
‘아니오. 아니오. 개정대법이 너무 뛰어나서 그래 보이는 것뿐. 엄연히 말해 다르오.’
‘과연 신외지물이군. 환골탈태도 없이 이런 기적을 만들어내다니!’
상의원들이 눈치로 서로 대화하는 동안.
당사자 진천희는-
‘쓰읍, 아쉽네.’
의원은 욕심쟁이가 맞다.
‘현경으로 산을 가를 수 있어도, 눈앞의 측삭절맥 환자를 완치시키지는 못하는구나.’
지켜보는 의원들의 충격 속에서.
정작 당사자 진천희는 인간의 생명은 죽이는 것보다 구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씁쓸하게 되뇔 뿐이었다.
그런 후.
미리 챙겨온 영약 중 하나를 사용.
진기도인을 이용해 천룡불사기공을 자리 잡게 했다.
천룡불사기공의 내공 약 이십 년 치가 단전에 자리 잡게 되었고, 그것이 몸을 도도히 흐르자 진천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큰 산은 넘었나.’
무량연화범심공이 아닌 이유는, 신체의 강건함과 치유는 이쪽이 더 뛰어나기 때문.
그다음 계속해서 침과 뜸으로 치료를 이어나갔고.
모든 치료가 일단락이 되었다.
기혈에서 모든 노폐물이 빠져나갔고.
중의원이 약탕에 씻기러 환자를 데려갔다.
그렇게 며칠 후.
성주가 다가왔을 때.
환자인 소년이 더듬더듬 말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왔다.
“아, 아버지…….”
조금 바람 새는 소리가 났지만 그래도 전보다 훨씬 정확한 발음이다.
성주는 오열했다.
“고맙소. 정말 고맙소!”
소년 역시 말했다.
“신의님……. 정말 고맙습니다.”
그 모습에 진천희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완치까지는 무리였고… 이 정도 완화만으로도…… 다행이긴 하군.’
그래도 개정대법과 내가진기로 죽어가던 근맥들이 꽤나 재생되었고.
이대로 크게 악화되지 않게 만들기만 해도…
‘…더 오래 살 수 있을 터.’
그것은 현대 과학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이것만으로도 부모 입장에서는 큰 선물임을 알고 있다.
“여기서 개정대법을 더 받는다고 해서 나아지지는 않을 겁니다. 침과 뜸은 매일 한 번씩 해 주시고, 무공의 수련은 무인을 고용하셔야 합니다. 적어도 진기도인이 가능할 정도가 되어야 하는 것도 유념하셔야 하고요.”
그래.
지구였다면 그냥 보내야 할 환자였다.
그래도 뭐라도 해볼 수 있다는 게 어디인가.
‘나도 욕심이 많아졌군.’
강호이기에 불가능한 일이 있다면, 반대로 강호이기에 가능한 일도 존재한다.
지금 벌어준 시간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천금과도 같다.
그렇게 진천희는 방을 나갔다.
그의 뒤로 가족들이 기쁨에 오열하는 소리가 울렸다.
‘그래. 이것으로 된 것이겠지.’
완치를 못 했다는 것은 아쉬우나.
우리 인간사가 보통 그렇지 않나.
동화처럼 시원한 해결이 없다고 해도.
의미 없는 것은 없는 법.
‘부디 조금이라도 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의원은 작게 기도했다.
* * *
산서성주는 진천희에게 은(恩)을 입었다.
그리고 언젠가 또다시 그에게 부탁을 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일을 결코 허투루 할 수 없다.
그는 일단 본인 권한을 최대한 이용해 구휼미를 풀기 시작했다.
원래라면 전쟁을 대비하여 군용으로 사용하는 쌀이다.
비축하다가 오래되면 버리는데, 그 시기를 앞당겨서 사람들에게 풀고 있다.
자칫 윗선에서 문책을 받을 수 있으나, 성주로서 이 정도도 하지 않는다면 진천희가 가만히 둘 리가 없다.
여기에 산간지방이라 본래도 자체 식량이 별로 없던 지역이라서.
소모된 만큼의 구휼미를 외부에서 사 들여와야 하는 상태이니 대량의 식량을 발주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런 식량을 쌓아 놓은 곳은 천하에서도 강소성이 유일하다!
성주가 말했다.
“즉시 본산에 서신을 보내도록 하지요.”
좀 더 저렴한 가격에 강소성에서 식량을 사, 운반을 하는 계획이 실행되었다.
‘음. 농법 개량과 뇌격부의 대량생산으로 이게 되는구나.’
모산파 장문인 사기… 아니 거래할 때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또 많은 고통이 있었다.
하지만 괜찮다.
보람이 있었으니까.
“자. 그러면. 하던 일을 계속 하러 가자.”
삼절추호를 찾으러 왔던 길.
삶에 고통받는 이들이 눈에 띄어, 그들을 위해서 손을 내밀어 주었다.
그렇게 잠시 머물렀지만, 이제는 다시 길을 떠날 시간.
‘그래. 이 또한 구름 같은 것이지.’
좋은 인연이었다.
진천희의 말에 천우와 사마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일행은 성주의 거처를 나섰다.
거처를 나와 대문으로 향하는 길.
그 문 앞에는 성주의 일가가 미리 기다리고 있는 게 보였다.
“진 태수. 정말…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소.”
그의 말에는 진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아마 돈을 달라면 돈을 줄 거고, 사람을 달라면 사람을 내어 줄 것 같았다.
그만큼 깊은 은(恩)이 이곳에 족적을 남겼다.
하지만 의원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백성들을 잘 보살펴 주십시오. 그것이면 족합니다.”
이미 돈도 사람도 넉넉히 가지고 있었으니.
“대지약우(大智若愚)라! 그대는… 정말 의인이오. 황제 폐하께서 왜 총애하시는지 이제야 알 것 같소.”
대지약우(大智若愚).
크고 넓은 지혜는 도리어 어리석어 보인다는 고사성어.
성주는 강호인들이 진천희를 광인이라고 부르는 것을 고사에 빗대었는데.
북송(北宋) 때 문장가 소동파(蘇東坡) 작품에서 유래된 성어다.
소동파는 동파육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어, 진천희가 무척 존경하는 위인이기도 했다.
‘아, 동파육 먹고 싶다. 저녁은 마라 동파육을 해볼까?’
의원은 그리 생각하며 작게 미소 지었다.
“은공……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그 옆으로 성주의 아들이 느릿느릿하게 말을 하며 절을 한다.
그 절에 곤란함을 느끼면서도.
진천희는 한편으로 벌써 저 정도 움직일 수준으로 호전되었구나 싶었다.
상의원들이 옆에서 계속 도울 테니 앞으로 열흘간은 더 호전될 일만 남았다.
‘그래. 이 맛에 의원 하는 거지.’
사람을 구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그래도 현대인 입장에서 절은 좀 부담스러워, 진천희는 어색하게 뺨을 긁적였다.
“우균 님도 건강하시기를.”
진천희는 빙긋 미소 지으며 성주의 아들에게 건강을 기원하며 돌아섰다.
등 뒤로 성주 일가의 시선을 느끼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대문을 향해 나가는 길.
사마현이 문득 말했다.
“담백하네?”
“그러게요. 다른 의원이었으면 엄청나게 거드름을 피우거나 그랬을 텐데 말이죠. 아니면 금을 쌓아두라고 은근하게 압박을 놓거나.”
천우도 사마현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하하하, 후원금은 이미 두둑하게 받았는걸? 여기서 뭘 더 달라고 하냐. 감사 인사면 족하지.”
“크……. 우리 형 너무 멋진데?”
“멋지기는. 그나저나, 밖에 사람들의 기척이 많은걸?”
“무슨 행사라도 있는……. 어?”
천우가 열려 있는 대문 밖을 본다. 그리고 당황했다.
사람들이 만든 커다란 여우 토용.
그리고…….
와아아아아!
그곳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노인. 소녀. 아저씨. 소년. 갓난아기를 안아 든 중년 여인.
그야말로 남녀노소로 가득 찬 사람들이 대문에서부터 저 멀리 성문까지 이어진 대로를 중심으로 좌우로 나뉘어져 운집해 있다.
도시의 사람들이 전부 나와 있는 것처럼.
그 모습에 진천희는 놀라고 만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진천희가 틈틈이 치료를 했던 자들과 미곡을 풀어주었던 사람들이었다.
“떠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희가 준비했습죠.”
무공을 익힌 자들도 아니고, 재산이 많은 자들도 아니다.
이 세계에서 양민들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감사의 마음도 표현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사람들은 대로 양옆에 서서 벽안신의를 배웅했다.
노인은 노인대로 지팡이를 짚고 서서 앞날이 잘 되기를 빌었다.
어린아이는 진천희의 소매를 당기며 물었다.
“안 가면 안 돼?”
“하하하, 나도 집에 가야 하니까.”
“여기 집 하면 안 돼요?”
진천희는 아이의 머리를 쓸었다.
천우가 말했다.
“옛날에 염제 신농이 약으로 사람들을 구할 때 이런 모습이었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신농이란 말이야? 하하하, 너무 과찬이네.”
강호인들은 과장을 참 잘한다고 진천희는 생각했다.
덕분에 이런 칭찬에 인색한 K-민국 아재는 좀 민망하다.
반면 천우는 진중하다.
“형은 사람을 치료하고, 과하게 은(恩)을 갚으려 하는 것을 말렸지만 마음만이라면 괜찮지 않을까요?”
“마음……이라.”
진천희는 조금 더 걷다가 뒤를 돌아본다.
동전이나 은자를 던지는 이들은 없다.
마침 꽃도 안 피는 계절…….
비싼 것은 없었다.
그건 좋은 일이었다.
돈이 담겨 있다면 천우가 말하는 ‘마음’이란 것을 제대로 받기 어려울 테니까.
아이들이 진천희의 소매를 붙잡고 같이 걸어간다.
노인과 장성한 청년들도 함께 걸어갔다.
그리 빠른 걸음은 아니었다.
반대로 그리 느린 것도 아니었다.
그런 형의 그림자를 사마현이 어느샌가 먼발치에서 쫓아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환호성을 외치는 순간, 사마현은 잽싸게 피했다.
형의 곁에서 그 함성을 나눠 받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그런 막내가 멀리서 작게 중얼거렸다.
“저 사람들은 형이 현경이라는 것을 알 텐데…….”
어쩌면 모를 수도 있겠다.
흑도든 백도든 상관 없이 자기가 본 것만 믿는 이들이 어디 한둘인가.
같은 맥락으로 양민들 중에서도 믿지 않는 이가 꽤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손가락 하나로 자신들을 한 줌 핏물로 만들 수 있을 거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으리라.
‘이 사람들은, 그런 형이 전혀 두렵지 않은 건가?’
사마현은 진천희를 바라본다.
천우와 형이 함께 걷는 것은 보기가 좋았다.
하지만 반쯤 흑도에 몸을 담근 자신이 받을 자격은 없는 듯하여.
멀리서 쫓아갈 뿐.
이 광경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형은 아이들의 장난을 받아주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잔소리를 의뭉스럽게 되받아쳐 준다.
제법 웃겼는지 아이와 할머니 모두 빠진 이빨로 마구 웃었다.
생각해 보면 형은 언제나 그랬다.
형은 썰렁한 듯, 썰렁하지 않은 듯한 농담을 하곤 했다.
듣고 있자면 묘하게 열받기도 하는데, 형은 그걸 아재 농담이라고 불렀다.
부장님 농담이라고도 했고.
노인들은 그 농담을 좋아했다.
아이들도 좋아했던 것 같다.
머리가 찬 사람들은 듣다가 울컥 짜증을 내곤 했는데, 형은 그걸 ‘킹 받는다’라고 표현했다.
기인은 기인이었다.
마치 잔치의 끝처럼 의선은 이제 사람들에게 더는 배웅하지 말고 돌아가라고 했다.
해가 지기 시작했다.
아직은 밤이 춥다.
몇몇은 더 함께하고 싶어 했던 모양이지만 의원의 강경한 말에 사람들이 결국 흩어진다.
진천희는 오랫동안 손을 흔들어 주었다.
사마현은 그 모습을 눈에 새기듯 한참 바라보았다.
그 어떤 현경도 이렇게 사람과 가까이 살지는 않았다.
당연했다.
무(武)란 그 본질에 가까울수록 인간과 멀어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여 새로울 것도 없는 이야기였으니까.
‘하지만…….’
이곳에는 사람과 지나치게 가까운 현경이 있다.
평생 못 잊을 풍경이었다.
“크헤헤헤헷!”
형은 손을 흔드는 것과 동시에 본인 머리카락을 열 갈래로 나누어 그걸로도 흔들어 주었다.
“!”
경악에 빠진 양민들.
‘아, 이것도 평생 못 잊겠군.’
다른 의미로도 못 잊을 광경이다.
꾸물꾸물-
왠지 보고 있기 부끄러운지.
천우가 거대한 몸으로-
“…….”
얼굴을 가리고 주저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