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160
제 1160화
아우들은 진천희의 미친 소리에 익숙하였기에 되물었다.
“형, 뭘 찾아낸 거죠?”
“처음부터 트릭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쪽도 평화적으로 해결한 거야. 진짜 자발적으로 나간 거다.”
“어째서죠?”
“강호인들의 싸움과 관청의 싸움은 다르다. 만약 관청에서 강제로 관인을 공격한다면, 관은 화약을 써서 대응하도록 되어 있다.”
“화약?”
“응. 제아무리 고수가 난입하여 살해를 시도한다 하더라도 화약을 쏘면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다. 거기다 이런 산골 관아는 가혹한 세금과 뇌물로 인해 사망한 양민의 원한을 풀어주고자 백도 고수들이 난립하는 일이 종종 있는바.”
“…….”
“최악의 상황에 언제든 터뜨릴 수 있도록 벽력탄을 구비해 두는데!”
“…시골 관아 진짜 막장이구나. 형….”
사마현이 부처의 얼굴로 말한다.
그런 사마현의 말을 무시하고 진천희가 말을 이었다.
“보통 시골 관아에서 벽력탄 놓는 포인트가 있어요. 그걸 본인 손으로 해체를 해놨네. 이건 고수들은 잘 몰라. 잘못 해체하면 터졌을 거고. 이건 필시 본인들도 이동하려고 해체한 거야.”
“……허…. 마을 하나가 이렇게 사라진다고요?”
천우가 한숨을 쉬었다.
형이 그리 말했다면 틀림이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천희는 살짝 두통이 밀려왔다.
‘혈선교의 수작인가? 섭혼술 같은 것으로 최면상태에 빠트려서 사람들을 전부 데리고 나갔다든가…….’
과거 귀시에서 보았던 세뇌술이 생각이 났다.
그곳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평범한 물건을 산다고 믿었고.
실제로도…… 크게 다친 사람들은 없었다.
인간이 아닌 자들은 의외로 그들만의 법도와 율법에 맞춰서 나름대로 합리적인 가격을 받았으니까.
하지만.
‘그걸 나쁜 쪽으로 사용한다면 어떨까.’
진천희가 관청의 한쪽에 서서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길 때.
“형! 이거 봐 봐!”
사마현이 무언가를 들고 달려온다.
먼지를 뒤집어쓴 서책이었다.
[연불관청일지].사마현이 말했다.
“책장 뒤쪽과 벽 사이에 떨어져 있었어.”
“오오, 거기까지 다 뒤져본 거니?”
“당연하죠. 상공~ 생각보다 인간이라는 게 덜렁이다 보니까 이사할 때 거기서 물건이 많이 나오거든요. 특히 잃어버린 책이 가끔 먼지를 뒤집어쓰고 나오더랍니다.”
강호인이나 현대인이나 이런 건 똑같은 것 같다.
어찌 되었건 호재는 호재다.
진천희는 그걸 펼쳐서 읽어 보았다.
보아하니 위에 보고용으로 쓴 건 아니고, 지극히 개인적인 일지.
대부분이 날씨 이야기다.
그래도 제법 소상한 편이라 알 수 있는 게 많아 보였다.
“…….”
한참을 읽던 진천희.
형제들은 맏형에게 집중한다.
이윽고 진천희가 말했다.
“전염병이 돌았다고 하네. 그렇다고 마을을 봉쇄할 정도의 전염병은 아니고… 증상을 소상히 적었고, 의방의 의원 역시 소견을 내놨는데 그것만으로 판단했을 때는……. 독감 같아 보여. 물론 내가 직접 진맥을 한 건 아니니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형이 그렇게 추측한다면 그런 이유가 있겠죠.”
사마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 나를 너무 믿는 거 아니냐. 나도 직접 진맥을 한 건 아니니 확신은 못 한다고 했는데도.”
그럼에도 두 형제는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래도 본인, 또는 소중한 동생을 직접 살려준 것을 봐왔기 때문일까.
의술에 있어서는 어째 한 점 의심이 없다.
진천희가 뒤통수를 긁적이며 생각했다.
‘이 시대의 독감이라는 건. 잘못 걸리면 죽을 수 있지.’
태원에서 도와주었던 그 소녀의 어머니가 폐렴에 걸려서 죽을 뻔한 것처럼.
마을 주민 중 태반이 걸렸는데.
‘신인(神人)이 와서 고쳐주고, 마을 사람들의 절반 정도가 신인을 따라갔다……라.’
의원도 아니고 신인이라고 부르는 게 약간 마음에 걸린다.
그리고 평범한 의원이라면 마을 사람들을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끌고 가지도 않았을 거고.
‘기묘하긴 기묘하군.’
그 절반의 사람들이라는 게 거의 대다수가 농부와 그 가족들.
농부가 전부 그렇게 떠나고 마을이 휑해지자 남은 절반의 사람들은 다른 마을로 이주를 했다는 내용이 쓰여 있다.
‘와, 진짜 이상한데?’
이 시대.
천우도 이야기를 했지만, 마을을 버리고 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이런 마을은 농부가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고, 그들이 경제의 핵심.
때문에 그들이 떠나자, 그들을 기반으로 살아가던 이들도 마을을 떠난 모양.
그렇게 마을은 버려졌다.
진천희는 그것을 이야기했다.
“……뭐 그런 사연이 있었다고 하네.”
아우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한동안 말이 없었다.
“…….”
가장 먼저 말을 꺼낸 건 역시나 사마현이었다.
“아니. 집단 이주 같긴 했는데. 뭐? 절반은 전염병 고쳐준 신인을 따라가고, 나머지 절반은 마을의 수요층(농민)이 다 없어져 망해 버려서 딴 마을로 이주해?”
“신인(神人)이라는 자는 대체 뭐 하는 놈이래요?”
“모르겠다. 그런 건 안 쓰여 있어. 아니, 그 전에 병을 고쳐줬다고 쫓아간다는 게 말이 되냐고. 그게 뭐 하는 사람인 줄 알고?”
천우가 되물었다.
“목숨을 구명한 은인인데 그 사람을 안 믿으면 누가 안 믿어요?”
“그치. 납득 쌉가능~”
사마현도 한마디 덧붙인다.
“…….”
진천희는 할 말을 잃었다.
‘이게 강호…. 아니 이 세계 사람들 관점……인가?’
문득 강호 올림픽 때가 떠올랐다.
문화 차이인지 정서 차이인지.
생각해 보면 10년이면 세대 차이도 나는 판국에 차원이 다르면 당연히 이런 차이는 있을 수밖에.
‘대충은 알고 있긴 했는데 그렇다고 처음 본 사람 믿고 갈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니다, 아니다.
생각해 보면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진천희에게 목숨을 바치겠다는 자들이 있었다.
그건 그저 감정이 복받쳐서 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상식적으로 그게 맞지 않나.
하지만 지구인의 ‘상식’과 이곳의 ‘상식’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또 확인받았다.
머리로는 알고는 있었지만.
‘의원이 상대적으로 귀하고, 의료비가 비싸기 때문이겠지.’
거기에 강호 특유의 은원(恩怨) 사상까지 합쳐져서 지랄이 난 건가?
진천희가 말했다.
“일단……. 그래. 다음 마을로 가보자.”
그래도 절반은 근처 마을로 갔다고 했다.
그러니, 그 신인이라는 자가 뭐 하는 놈인지 알아야겠다.
* * *
진천희 일행은 그 이후, 두 번째 마을을 방문했다.
오태산 인근에서 가장 큰 마을.
소도시급인 불향(佛響)이라는 곳이다.
그리고 불향에 도착하자, 조금 당황했다.
사람들이 제법 활기차게 살고 있었기 때문.
산서성 전체가 난리인 상황에서, 제법 살 만하게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당황스러운 일일 것이다.
심지어는 근처 마을이 통째로 소멸했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여기는 또……. 왜 이렇게 활기차지?”
사람 수가 일단 다르다.
그리고 장터의 크기 자체가 달랐다.
“그러게요.”
“신기한걸.”
일단 해가 지고 있었으므로. 일행은 객잔을 찾았다.
규모가 좀 있는 마을이다 보니 제법 큰 객잔이 하나 자리하고 있었다.
불선(佛仙)객잔이라는 곳이었다.
“어서 옵쇼!”
객잔의 점소이가 맞이했다.
그러고는 진천희를 보자마자 갑자기 놀란 눈으로 바라본다.
이윽고 황구를 보고, 뇌진을 본다.
“아앗!~ 귀인이 오셨군요! 저 점소이 복칠이 모시겠습니다요!”
진천희가 누군지 바로 알아본 모양.
‘대단하다. 나는 유명한 연예인을 편의점에서 보고도 알아보질 못했는데…….’
삼각김밥을 계산할 때 바로 앞에 서 있었다.
당시에는 엄청난 미남이라고만 생각하고 말았었지.
그때는 드라마가 얼마나 유명하던지, 진천희도 그 드라마를 봐서 그 배우가 누군지는 알고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삼각김밥 계산하는 앞사람이 그 사람이 맞을 거라는 생각을 못 했다.
생각보다 사람 시야가 좁기 때문.
‘그때 나랑 같이 온 선배는 바로 연예인을 알아봤었지.’
선배가 원래 눈썰미가 좋았다.
그건 그렇다 치고-
이쪽 세계는 티브이도 없고, 사진도 없는 곳.
진천희 자신이 아무리 독특하다고는 해도 풍문만으로 바로 알아보는 자들이 신기할 따름이다.
점소이가 말했다.
“조용하고 좋은 방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산서성을 구원해 주신 활인의선께서 직접 오시다니……. 게다가 의형제이신 무당권왕님과 황금공자께서도 같이 와 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요.”
천우와 사마현에게도 극존대를 하는 점소이.
진천희가 두 동생들에게 육합전성을 보냈다.
[황금공자? 활인의선?]무당권왕은…… 알고 있다.
천우의 새 별호니까.
그리고 진천희가 미친 듯이 밀고 있는 별호다 보니 한편으로는 뿌듯함마저 느껴진다.
‘우리 천우가 드디어 강호에서 인정을 받고 있구나!’
진천희는 아직 모르고 있다.
정작 천우 자신은 이번에 형의 기행을 보고 인생의 나침반이 돌기 시작했다는 것을.
아무튼 형은 뿌듯하다.
‘그런데 황금공자?’
그런 별호는 처음 들어봤다.
사마현이 말했다.
[뭐어…. 하오문 내에서 나를 부르는 칭호야. 외부인은 보통 광면호리라고 부르지만~]아하, 아부용이군.
하긴, 천하의 차기 하오문주를 상대로 광면호리라고 부를 수 있는 점소이는 없으리라.
진천희가 장단을 맞춰주었다.
[우리 현이가 멋진 별호를 가지고 있는걸? 그나저나 활인의선은 내 별호인 거 같은데. 또 바뀐 건가?]천우가 말했다.
[형만큼 별호 많이 바뀌는 사람 없을걸요?] [그건 그렇지?]진천희가 말했다.
“일단 식사부터 해야지. 여기 음식은 뭐가 추천인가요?”
먼 길을 왔기에 제법 피로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육체보다는 정신 쪽으로 피곤하다고 할 수 있겠지.
현경의 경지라는 것은 신체가 언제나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게 해 주기 때문에 사실 잠을 안 자도 될 정도니까.
“저희 불선객잔은…….”
점소이가 추천하는 요리를 쭉 늘어놓자 진천희가 답했다,
“전부 주십시오.”
“네? 양이…….”
“아, 더 시킬 수 있을 것 같네요.”
컹!
삑!
동의의 의미로 뇌진과 황구가 한 번씩 울었다.
거기다가 천우와 사마현도 상당한 대식가다.
천우는 가리지 않고 다 먹는 편이고, 사마현은 가리면서 많이 먹는 편.
“오오! 알겠습니다! 주방에 넉넉하게 재료를 쓰라고 말해두겠습죠!”
점소이는 손을 비비면서 밖으로 나갔다.
점소이가 물러나자 사마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장실 좀 다녀올게~”
뒷간도 아니고 화장실도 아니고 장실이라.
누가 가르쳤는지는 뻔하다.
“아이고. 다녀와라.”
“오케이~”
그리고 사마현이 방을 나선다.
* * *
“소문주님을 뵙습니다!”
점소이가 곧바로 사마현에게 부복했다.
그 정체는 하오문 소속의 점소이!
그것도 제법 높은 직책의 녀석이었다.
“아까 말 잘하던걸~?”
“소문주께 칭찬을 받다니……. 영광입니다요!”
진짜로 감격했는지 눈물까지 글썽인다.
하지만 사마현은 무감했다.
하오문은 기본적으로 모든 것을 돈으로 판단한다.
그중에서도 눈물은 가장 저렴한 것 중 하나였고, 상대의 눈물로 진실성을 파악하는 것은 너무 귀찮은 일이니까.
밖에 찬바람이 분다.
겨울이 지났다고는 해도 봄은 멀다.
아직도 산에는 흰 눈이 쌓여 있고, 따뜻한 공기는 천금보다 귀하다.
이런 시기에는 멈추면 안 되는 것을 이 청년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멈추는 것에는 서리가 낀다.
살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움직여야 하는 때.
“그래서, 알아봤어?”
사마현은 뒤로 진천희가 원하는 것을 알아보게 시켜 놨다.
단순히 삼절추호의 행방뿐만이 아니었다.
인근의 질병 재해와 양민들의 피해에 대한 조사들.
형이 관심을 가지고 처리하여 마음 뿌듯해할 만한 일이 있는지 역시 조사했다.
사마현 자신이야 별 생각이야 없다만 형의 성정을 생각하면 미리 찾아보라고 시켜놓는 게 더 나으니까.
“네입. 여기 보고서입니다요!”
새카만 죽통에는 금혈방을 상징하는 인장이 박혀 있었다.
다른 이가 이 밀서의 봉인을 풀게 되면 필시 죽음을 맞이하게 되리라.
사마현은 죽통에서 밀서를 꺼내 암호를 한참 들여다보았다.
“호오, 재미있네.”
청년의 눈이 금색으로 물들고.
화르륵-
밀서가 불탔다.
그것은 왠지 사람의 혼이 내는 빛과도 같았다.
“!”
그런 사마현의 모습에 점소이가 공포에 질려 눈을 내리깐다.
하오문 생활을 오래 하며 수많은 마두들을 만나온 자였다.
그런 그가 이렇게 두려움을 느낀 것은 단연코 처음.
‘이, 이게 사람이 낼 수 있는 기세인가!’
소름이 돋았다. 숨을 쉬기도 쉽지 않다.
사마현이 나른하게 미소 지었다.
“아무래도 형에게 해줄 이야기가 많아졌는걸?”
쿠그그그-
밀서의 이야기는 그만큼 충격이었으니까.
불길 속으로.
미처 암호화되지 않은 두 글자가 춤춘다.
‘신인(神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