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179
제 1179화
-아아, 바칩니다.
-신의시여. 제 모든 것을 그대에게.
-은혜를 갚을 수 있다면.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진천희는 자신의 주변에 생겨난 빛을 본다.
그것들은 진천희 대신에 도원향로의 업화(業火)를 소모시키고 있다.
그것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알 수 있다.
저들은 진천희가 구해준 목숨을 여기서 던지고 있다.
‘그만둬!!’
의원이 비명을 지른다.
자신이 구해준 이들이 보은을 위해서 생명을 내던진다.
애써 구한 목숨들이 초개처럼 내버려지기 시작했다.
진천희는 그 광경에 심장이, 영혼이 찢어지는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만두세요! 다들! 가! 가버리라고!’
-어머니를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딸아이가 다시 웃게 해 주셨죠.
-쇤네의 목숨. 신의님을 위해서 써 주십시오!
“하지 마아아아아아!”
절규.
비명이 진천희 입에서 터져 나왔다.
작은 빛 하나하나에서 사람들의 생명과 혼백이 보인다.
그들의 의지가, 그들의 희생이 진천희를 천 갈래로 찢어 버리는 것 같았다.
강호의 은(恩)이란 무엇인가.
문득 진천희는 떠올렸다.
‘목숨을 구명한 은인인데 그 사람을 안 믿으면 누구를 믿어요?’
신인(神人)이라는 자가 나타나 사람을 데려갔다는 말에, 저렇게 쉽게 사람을 쫓아가도 되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당연하다는 듯 돌아온 대답.
그리고.
‘제물의 자격은…… 이상한 말이지만 ‘사랑’이네.’
‘우리는 결국 사랑하는 이의 목숨값으로 살고 있는 셈이라 할 수 있지.’
도원향의 사람이 했던 말.
‘아아, 나는… 아니, 나 역시도…….’
진천희는 깨닫는다.
자신은 그 복숭아나무와 다를 바가 없다고.
‘어린나무.’
왜 나무가 자신을 그리 불렀는지 알 것 같아서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그리고 어떤 은(恩)이란.
자신이 원하지 않는 형태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 * *
우우웅-
진천희는 자신의 몸이 어떤 무언가로 변화하는 것을 느낀다.
선(仙).
사람들이 공경하고 경외하며 신상(神像)에 절을 하는 그런 존재가 되어가는 것을 미약하게 느낀다.
강호의 탈각하여 신선이 되는 것과는 무언가 다른 느낌이다.
그것은 개인의 깨달음으로 선(仙)을 이룬다고 한다면,
이것은 수많은 이들의 믿음과 신앙으로 선(仙)을 이루게 된다.
가끔 전설에 나오지 않던가.
먹으면 선(仙)을 완성하는 금단(金丹)이라든가.
손에 넣기만 해도 선(仙)에 닿을 수 있는 보패라든가.
그러나 그것은 진천희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멈춰, 그만둬어어어어어!”
수없이 많은 손들이 진천희를 밀어 올린다.
그것은 차원과 차원의 틈새에서 결코 있을 수 없는 힘.
신앙 그 자체들이 진천희를 밀어서 어딘가로 보내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것은 생명.
그야말로 목숨을 바쳐서 보내는 신앙.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많은 이들을 살리고 제 나름의 협(俠)을 이루어 내서 즐거웠나. 필멸자여.
이 목소리를 알고 있다.
막다른 길에 몰렸을 때, 시간과 공간을 물어보던 목소리.
썩은 귤 한 알이 남긴 계약.
원래라면 기억하지 못했을 것을 진천희는 기억하고 말았다.
“커억!”
칠공에서 피를 토한다.
작은 진천희들 누구도 말을 하지 못한다.
침묵, 침묵, 침묵,
지독한 침묵 속에서 진천희는 수많은 이들의 속삭임과 기원을 들었다.
‘신의께서 우리 애를 살려주셨어.’
‘신의시여. 도와주소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올라가. 작은 나무야. 어서!]끓어오르는 도원향로 속.
나무 아이가, 아니, ‘아이들’이 진천희를 밀어 올린다.
여전히 미약한 힘이고 아무것도 없는 힘이나 아이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 미는 힘 속에 수없이 많은 이들의 기원이 담기기 시작했다.
그들의 ‘순교’가 진천희를 계속해서 밀었고.
“아아아아아아악!”
도원향로가 멀어진다.
그리고 아이의 눈이…….
[잘 가. 작은 나무.]끓어오르는 도원향로 속.
아이의 영체가 끓어오르더니 거품이 되어 흩어진다.
꽃잎.
아이의 영체가 천천히 흩어지는 모습이 마치 복숭아 꽃잎처럼 보였다.
자신을 마지막까지 나무라 믿으며, 그래도 후배 나무를 하나 살렸다고 만족하며.
그 몸이 산산이 흩어지는 모습.
그 하나하나가 진천희의 동공에 닿아 부서진다.
작별을 말하는 손은 어디에 있는가.
그 작은 손마저 복숭아꽃이 되고.
수많은 이들의 순교로 이루어진 손은 또 어디에 있는가.
그 손은 기포가 되어 도원향로의 법칙과 저항하며 진천희를 본래의 세계로 밀어 올린다.
의원은 비명을 지른다.
허나, 세계의 오래된 약속은 착실하게 응답했다.
-물럿거라. 존귀한 자의 행차이시니!
-선(仙)이 되면 죽어도 죽는 것이 불가능하며, 영생을 누려 끊임없이 이 세계를 변조하리라!
법칙(法則)이 된다.
선(仙)이 된다.
신(神)이 된다.
필멸자가 단숨에 불멸자에 이른다는 것을 뜻한다.
그것은 죽어도 죽지 못함을 뜻했고.
길고 긴 회귀의 끝을 의미하기도 했다.
모든 필멸자들의 꿈, 그 필멸자들의 정점.
만민(萬民)이 원하는 것.
진시황조차 얻지 못하는 경지.
그야말로 지고의 선물이자 지고의 홍복.
찬양하라. 찬양하라. 찬양할지어다!
인간계에서 가장 뛰어난 선(仙)이 이 자리에 탄생하였으니!
그 또한 새로운 ‘하늘’이 되리라!
‘……!!!!!!!!!!!’
의원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른다.
* * *
진천희가 차원을 가르고 나오는 순간, 도원향로 안에 있던 선약(仙藥)들이 함께 쏟아져나온다.
정확히는 약(藥)이 아니라 액(液).
약으로 가공하기 전의 액체들이었다.
그저 도원향로 안에 있는 물이 조금 새어 나왔을 뿐인데 꽃의 들판은 물속에 잠겨 작은 호수로 변한다.
둥둥 떠다니는 꽃잎들은 사람의 혼인가.
아니면 별인가…….
‘별…….’
그제야 진천희는 나무가 자신은 ‘별’을 만들었다고 말한 의미를 깨달았다.
당시에는 무수히 펼쳐진 꽃의 들판을 상징한다고 생각하였으나, 도원향로 안의 인간의 영혼은 흡사 별처럼 보였고.
그 자체가 소우주였으니까.
그러니까 ‘나무’는 자신이 하고 있는 짓이 어렴풋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단약의 재료를 모으는 것.
하지만 아이의 망가진 정신으로 그것을 온전히 분별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선악을 고민하는 것조차도…….
“큭, 크크크큭.”
의원 역시 망가지고 부서진 자아를 붙잡고 웃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그동안……. 크하하하핫!”
사람을 살린다.
치료를 한다.
활인(活人).
그 끝.
空.
눈앞의 복숭아나무는 진천희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볼품없이 반쯤 부러졌다.
원래라면 베려는 자를 도원향로에 집어넣어 금단선약으로 만들려 하겠지만.
이제 복숭아나무는 진천희의 힘을 이기지 못한다.
금빛으로 빛나는 자신의 몸을 본다.
세상에 이보다 영롱한 것은 없으리라…….
그리고 발아래에 있는 금단선액.
이것은 고작 한 방울만 섭취해도 수백 년을 살게 할 만큼 지고한 영약이었다.
강호인은 단기간에 현경 첫 자락에 오를 만큼의 엄청난 영약.
그것으로 숫제 호수를 만들어 가득 채우는 호사가 어디에 있을까.
‘이것도 본디 사람이지. 사람의 정기를 뽑아 만든 액체들이지.’
금빛을 휘감은 사내는 금빛으로 광소한다.
미쳐 버릴 것 같다.
그러나 아직도 이 사내는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아아…….’
이 순간에도 현원전단신공의 지성이 그를 붙잡아 억지로 사고(思考)를 이어 나가게 만든다.
이곳은 인간의 땅.
존귀한 자가 되었음에도 내공이 움직이고 있음을 느낀다.
현원전단신공은 그에게 지식을 전한다, 지혜를 전한다.
광기를 끊임없이 몰아내고.
‘미치고 싶다. 제발 미치게 해줘….’
금빛이 된 사내는 지고의 영약과 인간의 혼으로 만든 꽃을 보았다.
그때였다.
짝짝짝짝-
박수 소리가 들렸다.
동생들도 도원향 산 아래로 튕겨 나간 이상.
이곳에 사람이 있을 리 없다.
별을 보니 바깥 시간이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으니까.
진천희는 허파로 숨을 몰아쉰다.
[존귀한 자가 되었음에도 너는 여전히 숨을 쉬고 있구나. 네 허파는 더는 공기가 필요치 않은데도. 아, 설마 일부러 의식적으로 쉬고 있는 겐가?]낯익은 사내가 걸어온다.
이상하게 얼굴을 볼 수 없는 사내였다.
그는 상체는 벗고 있고 하반신만 옷을 입고 있었는데, 상반신에는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내기가 끝났구나.]“…….”
머리가 아파 온다.
세상이 한 바퀴 핑그르르-
진천희는 미칠 것 같은 두통과 싸운다.
허나, 이번에는 달랐다.
원래라면 모든 것을 다시 잊겠지만 지금의 진천희는 버티고 있다.
의식을 잃거나 기억을 상실하지도 않고.
이 순간 그는 선(仙)이었으니까.
“당신의 목소리를 알고 있습니다. 제게 시간과 공간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고 했었지요.”
[그래.]이윽고 사내가 입을 연다.
머리로 들리는 게 아닌 육성으로 들리는 목소리.
“사람의 은(恩)이 마지막 한 조각의 덫인 줄은 몰랐겠지. 아, 내 누이가 ‘단말’을 이용해 이 싸움의 끝을 보고자 약간의 덫을 놓긴 했다만 말이다.”
“제 여정은 끝난 겁니까.”
“하하핫, 나의 승리지. 원래라면 기권패를 원했지만 말이야.”
“…….”
“하지만 즐거웠다. 인간 중에 너 정도까지 해낸 이가 아무도 없었으니, 지고의 즐거움이었지. 너의 이야기가 별에 새겨질 것이고, 다음 세기에도 기록이 될 터다.”
으득-
진천희는 이를 갈았다.
“싫습니다.”
“싫으면 어쩔 것이지? 죽어도 죽을 수 없는 자가 되지 않았는가. 이제 너의 육신은 신앙(信仰)이 되었고, 너의 공덕은 역사(歷史)가 되었다. 너는 이제 천 년이고 만 년이고 말세 이후까지 찬사받으리라.”
“…….”
모든 것이 끝난다고?
이대로?
내가 도와준 자들의 목숨을 받아.
마침내 하늘에 닿아 새로운 하늘이 된다고?
그 순간-
진천희의 의지가 내면에서부터 폭발하며 타올랐다.
“웃기지 마시죠.”
악다문 잇새로 핏물이 배어 나온다.
“제가 살린 생명들입니다.”
명치가, 내면이 들끓어 오른다.
무언가에 조종당한 것도 아니었다.
어떤 것에 영향받은 것도 아니었다.
스스로의 의지가, 진천희의 분노와 갈망이 여기에서 빛을 발한다.
“그분들의 삶은…… 전부 제 것입니다.”
그 말에 그가 희미하게 웃는다.
“그래. 네 것이다. 그렇기에 네가 여기에 있는 것이지.”
“아뇨. 그런 의미로 말씀드린 게 아닙니다.”
진천희는 손을 든다.
‘구해 왔어!’
‘내가 구해 왔어!’
‘우리가 구해 왔어!’
‘여기 있어!’
‘함께 구했어!’
‘찾아왔어!’
‘여기있어.여기있어,여기있어.여기있어,여기있어,여기있어,여기있어,여기있어,여기있어,여기있어,여기있어,여기있어,여기있어,여기있어,여기있어,여기있어,여기있어,’
…….
수십, 수백, 수천, 수만…….
내면의 진천희들이 동시에 외치기 시작했다.
진천희의 끝 모를 지독하고 끈적한 의지가 작은 진천희들을 강제로 써먹으며 방법을 찾게 만들었으니까.
그 방법을 이번 도원향에서 드디어 알게 되지 않았나.
진천희는 그 지식의 모서리를 핥는다.
“제가 살린 사람들이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 나가고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만이 제가 원하는 것. 그들에게 되돌려준 삶이 제 것이니, 저는 그들을 제 마음에 들도록 살아가게 할 권리가 있지 않습니까?”
기묘한 논리.
얼핏 불멸자들의 광오한 논리 같아 보여도.
사실 그냥 치료받은 사람들은 건강하게, 자유롭게, 행복하게 살라는 뜻 아닌가.
그제야.
사내의 표정이 변한다.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보이지 않지만.
사내의 표정이 말하는 바를 진천희는 정확히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당혹이다.
“너는…….”
“태원의 소녀도. 성주의 아들도. 그리고 삼절추호와 그분의 여동생도 모두.”
진천희가 들어 올린 손.
그 손은 흉험함으로 빛을 낸다.
그것에는 태을단선검의 진의(眞義)가 응축되어 담겨 있다.
“다행히 제가 의원이라 스스로를 진맥할 줄 압니다. 그러니 ‘존귀한 자’가 된 이 몸뚱이조차도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 관찰할 수 있게 되었지요.”
선(仙)을 베는 검.
그것이 스스로의 가슴을 찔렀다.
우득-
후드드득-
그리고 무언가를 꺼내었다.
심장?
아니었다. 새빨간 구슬이었다.
선단(仙丹).
신선이 되면 생긴다는 것과 흡사했다.
허나, 그보다는 훨씬 격이 높은 것이었다.
엄청난 기운을 뿜고 있는 그것은 진천희의 몸뚱이를 끊임없이 재생시키고, 숨을 쉬지 않아도 살 수 있게 만든다.
그 정체는 다른 게 아니었다.
진천희가 만든 그 공덕과 사람들의 생명이 뭉쳐서 만들어진 것.
핵(核).
불로불사의 원천이자 존귀한 자가 되니 생성된 무엇이었다.
“하하핫, 다행이지 않습니까. 제가 그래도 선(仙)이 된 덕에 당신 같은 존재를 어떻게 죽일 수 있을지 조금이나 실마리를 깨달았으니까요.”
지독한 웃음.
선(仙)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본질은 의원.
의원은 자신의 몸, 그곳의 약점을 깨닫는다.
의원은 미치지 못하는 이성을 억지로 움직여, 자신의 선단(仙丹)을.
그리고 그것이 어디에 있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해 낸다.
“실성했군. 제 손으로 자기 선단(仙丹)을 뜯어내다니! 그게 무슨 뜻인지는 아느냐?”
“하, 하하하하하! 크하하하하핫!”
진천희는 광소했다.
미쳤으면 좋겠다.
진실로 미쳤으면 좋겠다.
하지만, 미치지 못한다면 이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저런 초월적인 존재도 인간의 행동에 당혹하기는 하는 모양이니.
그리 생각하니, 의원은 문득 이 모든 것이 재미있어졌다.
진천희 가슴 속에 품고 있어야 할 선단(仙丹)이-
두근, 두근.
마치 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