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188
제 1188화
엄청나게 흔들린다.
좌우로 흔들리고 그런 게 아니다.
위아래로 진동하면서 엉치뼈를 탁탁 치고 앉아 있다.
“그래서 이렇게 깔개를 깔아야 한다고 말씀드렸습죠.”
마부는 솜털 방석 비슷한 것을 깔았다.
그것도 모자라 사슴털가죽도 하나 더 깔아서 타고 있다.
바느질이 꽤나 꼼꼼한 것을 보니 시장에서 파는 게 아니라, 집에서 직접 만든 핸드 메이드 같아 보였다.
그 말은-
‘그만큼 이 방석이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역할이라는 거지. 남이 파는 건 못 믿을 정도로.’
여기 강호인들 정서 중의 하나가.
‘남이 파는 걸 못 믿으니 중요한 물건들은 직접 만들거나 가족, 형제들이 만들어 준 것을 쓴다’는 데에 있다.
물론 이른바 ‘장인’이라는, 말 그대로 일류의 정신을 가지고 연마하는 기술자들도 존재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꽤나 많고.
상대가 강호인이면 후환이 두려워서 좀 사린다고는 해도(그렇다고 해도 오늘만 사는 놈이 꼭 있다.).
그 외에 양민끼리는 서로 사기 치는 일이 허다하다.
어찌 보면 식품위생법도, 품질인증마크 같은 것도 전혀 없는 이 세계에서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지.
그러다 보니 보통 이런 방석, 깔개 같은 것들은 집에서 만들어 온다.
필연적으로 자주 쓰는 물건이고.
잘못 쓰면 허리가 망가질 수도 있으니까.
“소각주님은 엉덩이 안 아프십니까?”
진천희는 그냥 나무 바닥에 앉아 있다.
“저야 뭐 외공 수련을 했으니까요. 그래도 엉치뼈 부딪치는 게 기분이 별로군요. 이걸 용케 견디셨네요.”
“이 짓도 하다 보면 제법 익숙해집니다요. 게다가 옛날에는 아파도 어디다 하소연할 데도 없었는데, 백린의각에서 일하고부터는 아프면 공짜로 치료해 주시니 쇤네는 아주 살 만합죠.”
그리고.
무월은 이 예산에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어떻게든 개선을 하지 않으면 무월이 업무량으로 현경에 도달하는 것을 볼 수 있으리라.
“음…. 그렇긴 해도 이거, 확실히 문제가 있네요.”
이 시대.
아스팔트 포장 도로 따위 존재치 않는다.
포장도로라고 해도 판석을 좀 깔아둔 정도인데, 그게…… 생각보다 울퉁불퉁하다.
그래서 보편적 포장도로라고 하면 땅을 판판하게 고르는 정도지만.
당연히 그냥 흙으로 된 땅이고.
돌조각도 많고 제법 울퉁불퉁하다.
그리고.
이 시대의 마차.
‘나무로 만든 바퀴지.’
고무 타이어가 있는 현대 지구에 비교하면 안 된다.
즉, 쿠션 효과 제로!
현대의 자동차도 비포장도로를 달리면 덜덜거리는데.
이 시대의 비포장도로를 나무 바퀴로 가는데 안 덜컹거릴 수가 있나!
또한.
현대 자동차는 바퀴와 몸체 사이에 쇼크 업소버(Shock absorber)라는 게 있어서 충격량을 더욱더 흡수해 주기도 한다.
자전거에도 제법 흔하게 쓰이는 이 쇼크 업소버는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 사이에서는 ‘쇼바’라는 콩글리시로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
이 시대.
당연히 그런 것도 없다.
이 진동은 그야말로 살인적이다!
‘아. 쇼바, 쇼바가 필요하다.’
단것이 증가하여 뿌리고 있는 칫솔과 함께.
이제 ‘쇼바’도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가 되었다.
마부는 그렇게 생각에 빠진 진천희에게 말했다.
“홀홀. 그래서 교자(轎子)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교자.
평교자(平轎子)라고 하면 사람 두 명이 드는 가마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가운데 타고, 두 명의 장정이 그 사람이 탄 가마를 들고 움직인다.
조금 권세 있다 치면 네 명의 사람이 드는 사인교(四人轎)에서 팔인교(八人轎)까지 있을 정도다.
사람이 직접 이고 움직여서 이런 턱턱턱하는 진동은 훨씬 적다는 게 장점.
옛날 무협 영화에서 이걸 볼 때는 ‘왜 말을 안 타? 아, 권세를 알리기 위해 안 쓰나?’ 하고 생각하고 말았다.
그 왜 있지 않나.
옛날 영화 보면 노예들에게 찰싹찰싹 채찍질을 하면서 ‘어서 돌을 끌지 못할까!’ 하며 피라미드 쌓게 하는 장면 말이지.
‘사실 피라미드는 그냥 고대 대규모 뉴딜정책 같은 것이라고 현대에 와서 밝혀졌지만.’
아무튼, 어릴 때 봤던 외화들의 기억이 어디 가는 게 아니다.
대충 그거 중원판이라고 생각했다.
타인의 척추와 골반 건강을 고작 내 ‘편의’를 위해 작살 내는 반인륜적인 행위.
그것이야말로 권세를 알리기 위한 상징이 아닐까?
개중에는 강호인 네 명이 사인교를 드는 장면도 있었는데.
진 교수는 그냥.
‘아하, 이제 양민이 아니라, 강호인의 척추 보건도 날려버릴 수 있는 악당이라는 걸 설명하는 연출 장치구나!’
라고 받아들였다.
옛날 무협 영화에서 보통 사인교, 팔인교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악당.
그것도 최종 보스 역할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마차를 제대로 타 보니 더욱 새삼 깨달았다.
‘아, 그런 악당들도 본인 골반과 척추가 걱정이 되긴 했나 보구나.’
이런 거 타다 보면 언젠가 아작이 날 것 같다.
골반이든 척추든.
‘강호 월드에서 철심 박아서 수술할 것도 아니고.’
그거 되는 곳이 백린의각 부술당뿐이다.
그리고 부술당은 언제나 예약으로 꽉 차 있지.
그렇다면…….
‘대체 스승님 전용 마차에 유호는 얼마나 공을 들였던 거지?’
과거 스승님의 구음절맥 완화용 거대 마차.
안에 침상이 있고 심지어 난로도 존재하는 놈이었다.
‘유호가 수를 쓴 것 같은데… 확실히 이 시대 문명을 이용한 게 아니라 주술이나 도술 같은 걸 곁들인 걸지도…….’
주술에 제법 조예가 생긴 이후로는 스승님의 마차를 탄 일이 없으니 더 미궁 속이다.
진천희는 턱을 긁적이다가 말했다.
‘여기서 유호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겠군.’
차라리 잘됐다.
한동안 안 봐도 될 테니…….
‘어라? 나… 너무 안도하는데?’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
유호랑 ‘그 대화’를 한 게 문제다.
놈이 그런 선포만 하지 않았으면 거기까지도 안 갔다.
그러다가 진천희는 솔직해지기로 했다.
‘그래도 유호 필요해. 주술을 썼을 거라는 건 어디까지나 내 추측일 뿐이잖아.’
그렇다고 제자 된 자가 감히 스승님의 마차를 함부로 해체할 것도 아니고.
더 빠른 길이 있지 않나.
‘그래. 물어보면 해결이지.’
그것도 제대로 물어봐야 한다.
추측만으로 일을 진행했다가 망가지는 일이 어디 한두 번인가.
그리고 확실하게 물어봐야 일의 기반을 잡는 데에 차질도 없을 거고.
유호가…… 결국 필요하다.
막다른 길을 만난 용사가 이런 기분일까.
‘아, 어쩔 수 없나.’
* * *
그날 이후.
유호는 그냥 잘 지내고 있다.
잘 지낸다는 것은 무시무시한 업무량과 싸우며 일을 한다는 것.
오늘도 내총관으로서의 업무를 하려고 이동.
최근 제갈린은 일전에 만든 강소성을 뒤덮는 대결계를 쟈시와 삼청관 삼도사와 함께 개량 중이다.
연원왕?
연구당에서 신약 개발하고 있다.
유호의 아래에서 직접 특별 대우를 받고 있다.
연단술.
즉, 도련놈 식으로 말하면 화학에 대한 조예가 있어서 쓸모가 많은 놈이다.
원형 탈모가 왔다는 소리를 건너건너 들었는데.
요괴한테 그런 게 생길 리가 없을 테니 필시 엄살일 터였다.
어찌 되었건 유호는 내총관으로서 늘어난 인간이고 요괴고 모두 관리해야 한다.
그뿐이 아니다.
식재료는 제대로 들어왔는지, 돈은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사건 사고는 없는지, 휴가 가는 사람은 누구인지.
거기에 간호 총괄로서도 일해야 한다.
간호사들도 상당히 양성된 터라 예전처럼 직접 부술실에 들어갈 정도는 아니나, 그래도 이쪽도 바쁘다.
그렇게 생각하며 업무를 점검하던 와중.
“유호오오오오오! 유호호호호호호!”
팔다리를 팔락팔락 휘저으며 달려오는 도련놈이 보인다.
“뭡니까? 저 피해 다니는 거 아니십니까?”
흠칫.
“무… 무슨 소리야. 내가 왜 유 총관을 피해 다녀?”
동공이 흔들리는 게 보인다.
지난번 그 ‘대화’를 나눈 이후.
이 녀석은 자신을 더 피해 다니고 있다.
그래 봤자 백린의각 안이고.
의각 안에서 유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은 없기 때문에 그런 저항도 사실 무의미한 것이긴 하다만.
“됐습니다. 어쨌든 제가 필요한 일이 있어서 그런 거죠?”
“아, 응. 응!”
진천희는 그리 말하며 질문지를 꺼내서 유호에게 건넸다.
거기에는 스승님 마차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왜 진동이 없는지 물어보는 질문들이 쭉 적혀 있었다.
“나중에 해서 나한테 보내주면 돼★”
그리 말하며 손을 흔들며 멀어지는 게 아닌가.
평소에는 바로 붙잡아다 물어볼 양반이 이러는 이유야 뻔하지.
왜일까.
저 판판한 뒤통수를 보고 있으니 기분에 뿔이 났다.
“됐고.”
저도 모르게 손이 나가 놈의 뒷목을 붙잡았다.
덥석.
현경의 고수임에도 진천희는 유호의 손길을 왜인지 피할 수가 없었다.
아니, 움직이는 것은 보였는데 피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마치 의념으로 처음부터 그것을 정한 양.
“!”
진천희는 놀라서 눈을 크게 홉떴다.
‘그래. 신기하겠지.’
그의 무학은 아직 여기까지 닿기에는 멀었다.
한 번만 보고도 어떻게 했는지 그 요체를 알아챈 것은 백린의선 제갈린뿐.
진천희의 현원전단신공은 유호의 본질을 파악하기에는 어리다(幼).
그러니까 어리석고(愚).
젊다(少).
인간들 사이에서는 이립이 제법 먹은 나이이겠으나 그의 기준으로는 찰나와 같으니까.
“같이 가서 적죠.”
“어, 아니야. 유호. 내가 최근에 일을 너무 많이 늘려서 바쁠 거니까… 내가 배려 차원에서……. 저, 저, 절 절대 피하는 게 아니라니까!”
동공이 공포로 흔들린다.
이 반응. 과거 많이 보았다.
유호의 본체를 본 인간들이 보이는 반응이다.
물론 그때는 그게 정상적이었다.
포식자 앞에서 보이는 피식자들의 반응이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잡아먹는 것도 아닌데 왜?’
사람 안 잡아 먹은 지 오래되지 않았나.
인간이 ‘그’를 잊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하지만 식어버린 손끝을 달달 떨며 진 교수가 말했다.
공포로 정신이 나가 아무 말이나 지껄인다.
“어, 유호. 바쁘지 않아? 엄청 바쁠 텐데? 내가 일을 왕창 줬잖아! 그거 다 하려면 더 바쁠 텐데?”
이 자식이 뭐라는 거냐.
인간이란 공포에 젖으면 본성이 나온다.
‘이 와중에 나한테 일거리 집어던진 이야기를 해?’
이놈은 역시 답이 없는 새끼다.
* * *
진천희는 일단 ‘진천희’의 별채로 끌려갔다.
본인 별채에 본인이 끌려가는 이 상황이 어이가 없을 만도 하건만.
상의원, 하의원 할 것 없이 모두가 열심히 다른 곳을 바라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백린의각의 일상이란 본디 그런 것이었다.
저 총관과 소각주가 서로를 향해 주먹질을 하는 것을 보는 게 새벽 행사이고.
중간에 괴성을 지르며 멱살잡이를 하다 사람이 날아가는 게 저녁 행사다.
이 광경에 의원들은 모두 익숙하다.
하지만 요즘은 그들도 우주적인 공포를 느끼고 있다.
‘그 소각주님이 유 총관님을 피해 다니다니!’
강호가 멸망할 징조였다.
저 상태로 진천희가 양팔을 벌리며 ‘계몽이 오리라. 곧 지하에서 천마가 나타나 무림맹을 쓸어버리리라!’라고 눈을 까뒤집고 외치면 모두가 ‘끼아아아악!’ 하면서 믿을 것 같았다.
강호가 멸망해서 충격받는 게 아니다.
천마와 무림맹이 서로 맞찔러서 오는 환자들 볼 생각에 충격받는 거다.
깔끔한 멸망 따위는 없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건-
‘늘 거머리처럼 달라붙던 소각주님이 유 총관님을 피해 다니다니!’
차라리 유 총관님이 소각주님을 피해 다니면 몰라도!
업무량을 보면 유 총관님이 소각주님을 피하는 대신 주먹질이라도 하는 게 대단한 일 아닌가.
허나.
숫제 역병이라도 돈 것마냥 유 총관님을 노골적으로 피해 다니는 그 모습은.
의원들에게 더욱 큰 공포를 느끼게 했다.
“들었는가. 소각주님이 차 심부름을 다른 사람 시켰다네!”
히이이이익! 이렇게 끔찍할 데가!
“소각주님이 유 총관 대신 연구당 상의원 세 명을 불러서 일을 지시했다네.”
꺄아아아아악!
소각주님이 새로운 제물, 새로운 제물을 원하신다!
원래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일에 공포를 느낀다 하지 않던가.
보통 진천희가 그런 존재다.
과거 진천희가 머리카락을 꿀렁꿀렁 움직이고 다녔을 때도 ‘아, 우리 소각주님이 머리카락으로 새로운 의술을 연마하시는구나.’ 하고 적응하던 상의원들도.
유 총관을 피해 다니는 소각주를 보는 순간.
‘아, 곧 의서가 십자로 정렬하게 될 것이고, 그날이 오면 장강에 혈린이 떠오를 것이다’라며 울부짖었다.
그만큼 공포였다.
그런 그들에게…….
“유, 유호……. 나, 나, 나중에 해도 괜찮다니까!”
“닥치십시오.”
멱살 잡혀 끌려가는 진천희는 뭐랄까…….
그나마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범주의 것이었다.
“허허허, 오늘 좋은 일이 생기려나.”
“길조, 길조가 떴소.”
어쨌든 인류 발전을 위한 만능 열쇠(유호)를 앞에 두고 도망치는 진천희보다는 낫지 않나.
상의원들은 가슴을 쓸며 중의원, 하의원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드디어 비상 상황이 끝났습니다. 백린의각은 이제 평온할 것이고, 우리는 하던 일을 알아서 하면 됩니다.”
“우와아아아!”
이제 조만간 유 총관의 주먹이 수백 개로 불어나서 과로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지만.
어쨌든 우리 소각주님은 도검불침에 금강석 같은 자다.
유호의 업무량을 생각하면 대충 처맞고 또 일을 시키면 된다는 진정한 광기에 도달한 자.
트루 광기 앞에서 이 모든 것은 사소한 일일 뿐이었다.
“오오, 평안이다.”
“감사의 공양을 하라.”
그러며 하의원들이 쟈시가 있는 주술당 근처 조그마한 사당-이라 쓰고 다람쥐 집- 앞에 당과를 내려놓았다.
정령이 된 이샤의 집이다.
하지만 다들 다람쥐 집이라 믿으며 오늘도 당과를 바친다.
하의원들의 눈은 과로로 빛났고-
“이걸 먹고 백린의각을 평안토록 하소서.”
“부디 내일도 오늘과 같기를…!”
“비나이다. 비나이다. 전능한 다람쥐시여. 이 까까 먹고 우리를 지켜주소서!”
다들 제정신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