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19
제 119화
남동생인 무월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은공께서 소인배가 찾아오는 걸 걱정하실 성격인 아니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은공은 이 강호에 있어 몹시 중요한 분이십니다. 좀 더 몸을 소중히 여겨 주심이…….”
“무월아.”
무화는 손을 들어 그런 무월을 제지했다.
“은공께서 하는 일은 사람을 구하고자 하는 일이시다. 사람을 조심하게 되면 어찌 의원을 할 수 있겠느냐.”
“하지만…….”
무월의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
걱정은 되었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사람을 구하는 게 의원의 숙명일진대 사람을 피하게 되면 치료도 하지 않겠다는 뜻 아닌가.
진천희는 배시시 웃었다.
“그래서 무공을 엄격하게 배웠죠. 이 녀석도 있고요.”
컹! – 믿어라. 인간. 내 코는 눈보다 빠르다.
진천희 발밑에서 황구가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했다.
“황구 님에 대해서는 이미 들은 바가 있습니다. 개방에서 유명한 영물이라고요. 보고받은 것보다 많이 자랐군요.”
“의각 약초 먹고 자라고, 다른 영물의 살점 먹고 또 크고. 쑥쑥 크고 있어요.”
영물의 생태는 강호에서도 알려진 게 그리 없다.
애초에 영물 자체가 포유류, 어류 같은 어떠한 생물학적 분류가 아닌 기를 사용하고, 체내에 내단이 있는 생물을 뜻하다 보니 더욱 그랬다.
“온 김에 한 그릇 하시는 게 어때요? 동파육이 천하일미입니다.”
그 말에 두 남매의 표정이 자못 진중해졌다.
“동파육으로 천하일미라니 흥미롭군요.”
“아닙니다. 누님, 소백룡께서 진짜 천하일미 동파육을 먹지 못하셔서 그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게 무슨 뜻이죠?”
진천희의 질문에 무월이 말했다.
“진정한 천하일미 동파육은 저희 분타 동파육이지요. 소백룡께서는 아직 저희 동파육을 먹지 않았으니 그리 느끼시는 것도 당연합니다.”
“호오. 그렇다면 제가 우물 안 개구리라는 뜻인가요?”
좋다. 도전을 받아들이지.
“점소이! 동파육 2인분 추가!”
“여기 동파육 두 접시 주게!”
그 순간, 무화와 무월. 두 사람 입에서 동시에 동파육을 주문하는 말이 나왔다.
“우리 분타보다 맛있는 곳은 없을 것입니다만 한번 견식해 보도록 하죠.”
“좋은 생각이구나. 무월아. 강호의 맛집을 견식해 보는 건 하오문 분타주의 중요한 일이지.”
두 남매는 웃음기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오문 분타주 임무 중에 그런 게 있었나……?’
무협지 끈 긴 진천희도 그 소리는 처음 들었다.
어쨌거나 두 남매는 동파육을 한 접시씩 받아들고 신중히 입에 넣었다.
* * *
맛있는 식사가 이어졌다.
무화와 무월남매는 천상 객잔의 동파육을 먹고 정반대의 반응을 내뱉었다.
“누님. 이 정도면 저희 분타에 크게 뒤지지 않습니다!”
“요리 맛을 보니 일전에 분타에서 포섭하려던 그 주방장이구나. 남궁가에서 영입을 성공하다니 안타깝구나.”
그렇게 말하며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였다.
‘잘 먹네.’
과연 무림인.
많이 먹고 잘 먹는다.
두 남매는 호쾌하게 동파육을 끝내고 소룡포와 삼선만두도 시켰다.
즐거운 시간이 이어졌다.
둘은 소홍주를 한 잔씩 삼키고, 진천희는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다.
이윽고 세 사람의 대화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누가 먼저 인사를 건넬 것인지 슬슬 눈치를 보려던 즈음, 무화가 말했다.
“은공. 최근 의문스러운 무리의 움직임이 감지되었습니다. 별일은 아니겠으나 조심하셨으면 합니다.”
‘그 이야기를 하러 온 거구나.’
진천희는 곧바로 눈치챘다.
증거가 있는 건 아닐 거다.
의문스러운 무리가 어떤 무리인지 정확하게 파악한 것도 아닐 것이다.
그저 넘겨짚은 거라면 다행이지만 진짜면 늦는 일.
그런 일들이 무림에 많기에 진천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참, 한 가지 부탁드릴 게 있네요.”
“무엇이죠?”
“최근 수술한 아이, 그리고 그 가족이 앞으로 이 거리에서 계속 극단을 운영할 것 같아요. 음, 뒤를 봐주실 수 있나요?”
“뒤를 봐 달라는 뜻은…….”
진천희는 최근 사마현을 공격한 패거리들에 대해 짧게 언급했다.
사마현의 극단이 인기가 생길수록 은자를 노리는 패거리들이 더 늘 터였다.
사마현 단신이라면야 그 정도 패거리쯤은 쉽게 물리칠 터였지만 지난번처럼 아이들을 인질로 삼으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아… 그런 놈들은 언제나 있죠.”
무화는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왈패들이 시비 거는 것 정도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제 선에서 막을 수 있을 겁니다.”
어떻게 막을지는 진천희는 구태여 묻지 않았다.
그녀는 사파다.
사파의 방식으로 막겠다는 뜻.
아이들이 그로 인해 안전해진다면 될 터였다.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은공. 도와줄 수 있어 기쁜걸요.”
무화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녀의 얼굴에서 매독의 흉터는 거의 사라졌다.
기세 역시 훨씬 더 묵직하고 고강해졌다.
‘강해지셨구나.’
무인의 성취.
진천희는 구태여 먼저 말을 꺼내진 않았다.
축하를 받고 싶다면 그녀가 먼저 말을 꺼냈을 터, 굳이 말을 하지 않은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겠지 싶었다.
“은공께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일을 하고 계시는군요.”
진천희는 고개를 저었다.
“그저 손에 닿는 걸 조금 하는 것뿐인걸요.”
그리 말하며 웃었다.
무화와 무월은 그런 진천희의 모습에 작게 감탄했다.
“더 필요한 게 있다면 얼마든지 청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천희는 고개를 저었다.
동생을 치료한 이후, 사마현은 줄곧 진천희의 도움을 거절했다.
자신들과 연관되어 좋을 게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그런 사마현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이렇게 몰래 비바람을 조금 막아 주는 정도.
‘너무 과보호인가 싶긴 하지만…….’
상대는 미래의 하오문주.
이 정도면 그걸로 된 일이었다.
* * *
주산군도로 떠나기 전날 밤.
‘내일 다음 배가 오는군.’
6층 전각 꼭대기.
가장 호화로운 방에서 진천희는 야식을 먹었다.
이곳은 하루를 묵는 데 보통 사람의 월봉이 넘는 가장 비싼 곳이다.
공운표국에서 잡아 준 방도 좋은 곳이었는데 무화와 무월까지 더해지니 결국 현대로 치면 특급 VIP 스위트룸에서 머물게 된 셈이다.
분명 대가가 그렸을 게 분명한 호화로운 용 족자를 배경으로 진천희는 항주의 음식과 마지막 밤을 불태우고 있다.
“역시 의각은 다 좋은데 음식 간이 좀 싱거워. 환자식이라 어쩔 수 없는 것 같긴 한데 개선의 여지가 없나? 어떻게 생각하니, 황구야.”
월월! – 주인, 식량이 너무 맛있다! 더 보급해 달라!
주인 덕분에 황구의 식사도 호화롭게 변했다.
개방의 방주 제자급의 영물이라고는 하나 그래도 개방이다.
개방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해 봐야 좋은 거지 밥.
그에 비해 진천희를 쫓아다니면 산해진미와 영물의 살코기까지 맛볼 수가 있었다.
컹! – 주인은 역시 좋은 주인이다! 모시기를 잘했다.
황구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오늘도 실감했다.
“너 설마 밥 때문에 나한테 줄 서는 건 아니지?”
끄응. – 아니다. 주인. 군량은 중요한 문제지만 나는 주인이 좋다.
컹! – 그러니 저쪽에 있는 오리 다리를 내게……!
쓰읍, 진천희는 황구의 충심을 3초간 의심했다.
‘젠장. 개는 대체 왜 저렇게 귀엽게 생겨 가지고는…….’
멍멍이 털가죽에는 이길 수 없었다.
이건 지는 싸움이다.
진천희는 손을 뻗어 황구의 뺨을 쭉쭉 잡아당기더니 오리 다리를 크게 찢어 황구의 그릇에 얹었다.
컹컹! – 주인, 충성충성!
그랬다.
주인의 신발장에 오줌을 싸지르든 장판을 뜯어 미치게 만들든 저 귀여운 털북숭이한테는 이길 수가 없다.
개 교정 프로그램도 결국 개가 아니라 인간의 잘못으로 귀결되지 않나.
‘개는 잘못이 없지. 개는.’
진천희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너는 신진대사가 보통 개랑도 다르더라. 먹으면 안 되는 음식도 없고. 사람보다 더 회복도 빨라.”
컹? – 내가 강하다는 뜻인가?
“대충, 그런 뜻 맞아.”
심지어 독에 대한 내성도 사람보다 강하다.
놀라운 건 영단 먹고, 영물 고기를 먹으면서 더 커지고, 신체 능력도 더 강해지고 있다는 점.
헥헥헥.- 주인 좋아. 좋아.
“닭 먹을래? 닭도 뜯어 줄게.”
진천희는 그렇게 황구에게 음식을 주며 머리를 박박 쓰다듬어 주었다.
그때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구시죠?”
“무화 님께서 전언을 보내셨습니다요. 급한 일이라 이렇게 올라왔습죠.”
목소리를 들어 보니 천상 객잔의 점소이다.
진천희가 황구를 내려다보았다.
컹! – 아는 냄새 맞다. 주인! 말랑한 고기 줬던 사람이다!
진천희는 황구를 다시 박박 쓰다듬으며 말했다.
“들어오세요.”
드르륵-
점소이는 진천희 앞에서 부복했다.
“일전 치료하신 사마현이 위기에 처했으니 바로 가 보시는 게 좋겠다는 전언입니다. 본문의 직급이 높은 인물과 얽혀 있는 상태라 무인들이 직접 나서기 어렵다고 전해 달라 하셨습니다.”
“뭐?”
컹!
진천희가 벌떡 일어나자 황구도 그런 진천희를 따라 몸을 번쩍 일으켰다.
진천희는 더는 대화할 것도 없이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황구는 그런 진천희를 따라 함께 밖으로 뛰쳐나갔다.
내력을 사용할 수 있는 건 영물의 특징.
황구는 진천희의 움직임을 좇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영물 중의 하나였다.
왕! – 주인 쫓아간다.
“이번에 옮긴 사마현의 거처… 아니다. 사마현의 냄새를 쫓아줘.”
아우우우! – 알겠다!
황구의 가장 무서운 점은 개코를 이용한 추적술에 있다.
황구는 곧바로 사마현의 냄새를 쫓기 시작했다.
오리, 그것도 다리를 뜯어 준 주인님이다.
황구식 은(恩)을 다할 때였다.
* * *
“헉, 허억…… 이야. 강호에 고수가 많은 줄은 알고 있었지만~ 고작 나 같은 어린애 잡자고 찾아올 줄은 몰랐네.”
사마현의 머리에 피가 찐득하게 흘러내렸다.
그렇게 자랑하던 손도 잔상처가 가득했다.
그런 소년 앞을 2미터가 넘는 거구가 가로막고 있었다.
피부가 나무껍질처럼 거친 자였다.
손과 얼굴의 피부만이 밖으로 노출되어 있었는데 그 모습이 자못 괴이했다.
마치 사람이 아닌 나뭇조각이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아해야. 순순히 따라오라고 하지 않았느냐? 본좌도 이 나이 먹고 이런 심부름은 하고 싶지 않았느니라. 하지만 더 반항하면 팔다리 하나 정도는 잘라서라도 끌고 가도록 하마.”
사마현은 깊게 숨을 내쉬었다.
찬 공기에 소년의 숨결이 응결되어 구름을 만들었다.
자세를 잡는다는 건 싸울 의지가 있다는 뜻.
“끌끌끌. 하는 양을 보니 사지가 잘리는 정도로는 말을 듣지 않겠구나. 그래. 네가 그리 끔찍이 아끼는 동생들의 목을 따는 건 어떠겠느냐?”
그 말에 사마현의 잘생긴 눈이 곱게 휘어졌다.
“…해 보지 그래. 영감~ 찬물도 위아래가 있듯이 죽는 날도 위아래가 있다는 걸 보여 줄 테니까.”
“크큭. 네깟 게 가능할 것 같으냐?”
“동귀어진이 괜히 동귀어진인가? 영감 죽고 바로 내가 죽으면 그게 유교지. 내가 이참에 장유유서의 새 역사를 써 줄게. 어때~?”
“허허헛, 이 와중에도 허세를 부린단 말이냐. 고작 선 자세를 유지할 기력밖에 없는 주제에 말이다.”
“…글쎄.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