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190
제 1190화
강호 인플루언서.
강호식으로 말하면 유명 인사 정도로 표현할 수 있으리라.
다만,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긴다.
‘강호 삼학사’라는 말은 뒤집어 말하면 강호 일학사나, 이학사는 쳐주지 않는다는 뜻.
사람들이 세 사람의 용모파기를 일일이 아는 것도 아니고.
호화롭게 차려입은 학사 세 놈이 부채를 흔들며 걸어 다니고 있으면 혹시 그놈들인가? 하고 떠보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호사가들에게는 큰 명예라 할 수 있다.
애초에 칼 밥 먹는 강호인도 아니고.
그 강호인들을 평가하여 거기에 기생하는 존재라 여겨졌던 게 바로 자신들 같은 호사가가 아닌가.
이번 강소성 무림 대회에서 해설을 맡은 이후로 이제 그들의 위명은 하늘을 찌르기 시작했다.
만 학사가 말했다.
“그나저나, 이게 진 대협이 만들었다는 승객 마차(乘客馬車)라는 거구먼!”
장 학사가 답했다.
“이거 은근히 재미있다네.”
심 학사가 이마를 찌푸린다.
“이거 어제부터 시작한 건데 자네는 벌써 타 본 건가? 우리를 내버려 두고?”
“하하핫! 마침 우리 집 앞에 정거장이 하나 생겼으니 타 봐야지!”
만 학사가 입술을 삐죽였다.
“이 배신자!”
“허헛. 선행학습이라고 해 주게.”
그렇게 학사들끼리 아웅다웅하는 사이.
마차가 멈춘다.
마부가 내려 입구로 나왔다.
“자! 동청행 승객 마차입니다! 승표권 주십시오!”
승표권.
말 그대로 승객 마차를 타려면 보여 줘야 하는 표.
승객 마차는 백린의각 산하 백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승표권을 내야만 탈 수 있다.
“오오옷! 가세, 가세나!”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우르르 타기 시작했다.
삼학사는 가장 먼저 줄을 섰기에 창문이 있는 명당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마차치고는 꽤 천장이 높구만.”
“서서 타는 사람을 배려한 것이라고 하네.”
거기다 차고가 꽤나 높은 편이라 마차 안에서 밖을 보면 아래를 내려다보게 설계되어 있다.
“오, 생각보다 푹신한걸?”
“거기다 마차가 생각보다 진동이 덜하더군.”
“진동이 덜하다고? 그게 무슨 의미…….”
그렇게 말하는 사이 마부가 말했다.
“그러면 출발하겠소.”
다각, 다각, 다각-
마차가 출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실제로 엉덩이에 느껴지는 진동이 덜하다!
“아니, 이 무슨……. 우리 집의 최고급 마차도 한번 타면 엉덩이가 욱신욱신하더만.”
혹시 도로가 획기적으로 정비가 되었나 싶어 밖을 보았는데, 평소와 같은 도로다.
물론 완전 시골길은 아니나, 그렇다고 뭔가 획기적으로 대단한 길은 아니었다.
장 학사의 입이 반달 모양이 되었다.
“후후훗. 어떤가? 대단하지 않은가?”
“자네가 만든 것도 아닌데 자랑하기는……. 근데 이거 정말 신기하군. 대체 무슨 도술을 쓴 거지?”
“진 태수님이 특별한 기관 장치를 고안했다더군. 충격을 흡수한다나? 그래서 이름이 완충기라고 들었네.”
“호오?”
두 학사가 모두 동시에 ‘완충기’라는 말을 반복했다.
뭔가 입에 착착 달라붙었다.
“그 완충기라는 걸 마차에 달면 되는 건가? 집에 가서 한번 알아봐야겠는걸.”
만 학사가 말했다.
“그보다 저거나 보게.”
“오오……!”
백린의각.
화산 지대에 위치해 있다 보니 길을 아무리 정비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오르막길.
걸어가려고 하면 죽어나는 길이다.
말이나 마차를 타고 가면 엉덩이가 좀 많이 아프고.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도로를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아랫마을 풍경이 펼쳐지고.
마치 날아오르는 것처럼 탁 트인 시야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와아아아!”
이건 삼학사뿐만 아니라 같이 탄 다른 승객들도 저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었다.
특히 발아래로 낮은 구름이 지나가는 것을 보는 감각은 마치 신선이 되는 것만 같았다.
만 학사가 부채를 꺼내 흔들었다.
“허허. 풍류로세.”
그 모습에 심 학사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풍류지. 이 자체만으로도 풍류일세.”
장 학사가 빙그레 웃는다.
“훌륭하구먼.”
장 학사는 그리 말하면서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탕후루.
그리고 혼자만 먹기 시작했다.
심 학사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 이런 치사한…….”
“아니, 장 학사, 자네! 혼자만 먹다니!”
“하핫. 선행학습의 결과라네!”
그때 마부가 말했다.
“저어…. 마차에서 뭐 먹는 건 좀 자제해 주셨으면 합니다.”
마부가 가리킨 곳에는 이렇게 크게 쓰여 있었다.
[취식 금지].* * *
승객 마차가 강소성에 도입되었다.
아직 시운전 중인 상황인데도 백린군 내부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이동 거리 제한이 풀린 것이나 다름이 없다.
물론 이렇게 된 이유는-
‘도로가 정비되고 백린군 내부의 흑도, 산적, 마적을 일소했기 때문이지.’
기술이 먼저 도입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뒷받침할 행정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불가능하다.
만약 치안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 상황이라면-
‘승객 마차가 흑도의 버스재킹 대상이 될 수가 있지.’
그야말로 강호 서부극!
뒤에서 빵야빵야 총을 쏘는 대신, 검기 서린 칼을 휘두르며 달려오는 수가 있다.
특히나 천마님께서 강호에 해놓으신 짓거리 덕에 흑도들도 요즘은 무력이 꽤 강해졌다.
거기다 애초에 이걸 이용하는 승객 대부분이 양민이다.
사람은 납치하고, 몸에 걸친 건 죄다 팔아버리면 돈이 된다.
결과적으로는 승객 마차를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첫째도 치안, 둘째도 치안, 셋째도 치안!’
도로 정비도 마찬가지.
같은 구획을 계속 도는 것이 바로 승객 마차.
제대로 길이 정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중간에 마차 바퀴가 부러지거나, 길을 잘못 가거나, 말을 교체하느라 시간이 지체될 수가 있다.
지금.
바로 지금이기에 가능하다.
게다가.
백린군은 경제적으로 호황인 곳 아닌가!
승객 마차가 생기자 사람들의 문화생활이 급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멋진 풍광을 보러 가고, 맛있다는 객잔을 찾는다.
가족 단위로 놀러 다니는 양민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조금 더 빨리, 널리 다닐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생활상이 달라진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승객 마차 자체의 수익도 어마어마했다.
무월과 진천희는 서류를 팔락팔락 넘긴다.
무월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완충기만으로도 충분한데 이런 걸 만드실 생각을 하시다니. 대단합니다, 소각주님.”
“별말씀을요. 근데 확실히 잘 벌리네요. 사실 원래도 잘 벌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네. 이걸로 칫솔, 치약으로 생긴 적자는 해소되겠군요. 애초에 보급이 될수록 적자인 게 말이 안 되죠.”
“!”
진천희는 뜨끔해졌다.
무월이 말했다.
“이거. 처음 단가부터 너무 싸게 책정했으니까요.”
보급을 조금이라도 더 하고 싶은 마음에 가격을 너무 아슬아슬하게 맞춰 버린 게 화근이긴 했다.
그래서 무월이 사마현의 도움을 받아 금혈방 공방을 이용해 고급화 전략을 추진 중이나-
‘고급화가 통하려면 아예 좀 더 보급이 되어야 하지.’
지금은 약간 애매하게 껴있어서 계속 적자 상태다.
“그런데 소각주님. 굳이 백린 편의점에서만 승표권을 파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 말에 진천희는 즉답했다.
“횡령 때문입니다.”
“횡령?”
진천희는 고개를 끄덕인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이 버스… 아니 승객 마차를 고안할 적에 생각났던 일화 때문이었다.
지구에서 버스의 시초를 따지자면 무려 16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알려진 바로는 프랑스의 수학자 파스칼이 최초에 버스와 유사…한 것을 고안했다고 하는데.
그 이름이 ‘캐리지(Carriage)’라고 했다.
다만 너무 고급화 전략을 취한 나머지, 사람들 반응이 좀 미적지근했다고.
이 마차 버스 사업이 다시 생겨나고 융성하게 된 것은 1800년대.
영국에서도 하고, 프랑스에서도 했는데.
그중에 가장 장사가 잘된 것은 파리 쪽이라고 한다.
‘파리에서 버스 사업이 너무나 잘되어서 인기 폭발이었다지.’
얼마나 잘됐냐면, 그 전근대 시대에 6개월 만에 250만 명 이상이 버스를 이용했다던가?
그런데 대박이 터진 것과 반대로 버스 회사는 파산을 하게 되었다.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마차를 모는 마부가 돈을 빼돌려서!
1800년대 그때도-
‘인류는 인류였지.’
인간이 인간 짓을 했다.
그 당시 마차 버스는 마부가 승객에게 직접 요금을 받는 형태였는데.
그 돈을 본사에 주지 않고 착복하는 바람에 회사에 들어갈 돈이 중간에 증발한 것.
‘음, 역시 인간의 선의를 믿고 사업하면 안 돼.’
강호 무림, 양민이 강호인 상대로 어떻게 돈을 삥땅 치겠냐 싶지만…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하는 경우를 몇 번이나 봤다.
생각보다 인간들이 오늘만 살더라.
거기다가 사람이 몇 명 탔는지 매번 감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마부 입장에서도 괜히 또 돈 앞에서 유혹이 생길 수도 있는 일이다 보니.
‘승표권을 백린 편의점에서 팔도록 한 거지.’
승표권을 별도로 판매하면 그러한 부정행위를 원초부터 근절할 수 있기 때문!
더불어 몇 명이 탔는지 마차에서 받은 승표권과 백린편의점에 들어온 돈을 서로 비교하면 되니.
이중 체크로 더욱 돈을 삥땅 치기 어려워진다.
“자. 승객 마차가 잘되고 있으니 노선도 추가하죠. 그리고 백린군 내부는 전부 잇도록 하고요.”
백린군이 계속 확장됨에 따라 크기가 커졌긴 하나,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거기다 홍택호를 끼고 있어서 관광 명소로도 훌륭한 곳.
‘이 세계는 강이나 호수에 배를 띄워 놓고 노는 것을 최고의 풍류로 쳐주고 있지.’
홍택호를 중심으로 사방을 승객 마차로 이어준다면 괜찮은 결과가 나올 성싶었다.
‘지금 인구밀도와 도로 정비, 치안이라면 가능하다!’
무월은 그런 진천희를 보며 내심 놀랐다.
‘소각주님은 범인(凡人)과 발상 자체가 다르구나.’
보통의 지배자들, 성주나 태수급이라면 양민들이 자유롭게 다니는 것을 싫어한다.
오죽하면 내부 율령을 내려 이동을 제한하기도 할 정도.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양민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면 돌아다닐수록 통제가 어렵기 때문.
단순히 악덕 성주가 백성들을 착취하기 위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냥 그대로 양민이 이탈하여 유민(流民)이 되거나 마적 혹은 산적이 될 수도 있지 않나.
보통 관리의 목표는 중앙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지방 관리는 그 지방의 왕(王)이나 다름없다.
허나, 중앙에 진출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권력에 비할 바가 아니다.
혹여 문제가 생겨 윗선에 이야기라도 돌게 되면 앞으로의 승급이 어려워질 게 뻔하고.
그나마 가지고 있던 직책마저 빼앗겨 최악의 경우 파직을 당할 수가 있다.
만약 떠돌아다니던 유민(流民)이 과거 황건적 같은 무리에 들어가 ‘왕후장상 성씨가 따로 있냐!’라고 외친다?
바로 그놈 고향을 따져 그쪽 관리 위부터 아래까지 전부 목이 날아간다.
여기서 목이 날아간다는 건 관복을 벗는다는 뜻이 아니다.
진짜로, 트루, 리얼 내 모가지가 날아간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는 선악을 떠나 중앙에서 녹을 받는 관리로서 백성들의 이동이 달갑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생리라 할 수 있겠다.
허나, 진천희는 아무 생각이 없다.
중앙에서 잘라 주면 오히려 환영이다.
유민들이 나가서 흑도가 된다?
그런 짓을 저지르기에는 강소성에서 흑도의 씨가 다 마르지 않았나.
나가서 왕후장상 성씨가 따로 있냐고 외쳐 본다?
직접 역모에 가담한 것도 아닌데.
황상의 ‘비공식’ 주치의의 목을 날리면 나중에 어찌 될 것 같나.
백린의각 전체, 그리고 그 수장인 백린의선(feat.혈린광살)이 양민들과 함께 무슨 짓을 하겠나.
그 정도 인망이면 말 그대로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관(官) 전체를 엿 먹이는 게 물리적으로 가능하단 뜻이다.
황상도 그걸 모를 리가 없다.
‘실로 오늘만 사는 선정(善政)이라 할 수 있겠군.’
일광에게 관(官)으로서의 생리 따위는 없다.
엿 같으면 파직시키든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래도 관(官)인데 대체 어찌 이렇게 겁이 없으신 것인가.’
황상의 약점이라도 잡은 게 틀림없다는 소문이 혹시 사실인가?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소각주님은 몰라도.
‘각주님이라면 그 성깔에 가능할 수도 있겠군.’
애초에 지금 황상이 소각주님을 함부로 못 대하는 이유가 백린의선이 짜놓은 판 때문 아닌가.
장기로 치면 빅장이고, 바둑으로 치면 장생(長生)이다.
그리고 그 판을 의도적으로 깐 건 백린의선 제갈린.
무소불위의 정원사.
제자를 위해 방죽을 만드는 자.
“…….”
무월은 생각했다.
‘나는 내 일이나 하자.’
상사가 괴물인 것을 어쩌겠나.
그 괴물에게 있어서 제자 외에는 죄다 장기 말이겠지만.
그래도 쓸모 있는 장기 말이면 오래 살려두지 않겠나.
업무 의욕이 이상하게 차오른 무월.
그 무월이 힘 있게 말했다.
“일단 그에 맞춰 관광과 물류 사업도 추가로 해야겠군요.”
“오우, 역시 무월. 척하면 척이군요.”
“후후후후.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소각주님이야말로 대단하시죠. 저는 그저 마부들의 허리 건강을 염려했을 뿐입니다만. 한 가지 일로 여러 가지를 해결하시니 놀랍습니다.”
“헤헤헷. 그렇게 아부한다고 해서 뭐 안 나온다고요.”
“아닙니다. 진심입니다.”
무월이 예상한 것은 마차가 덜 흔들리게 가도를 닦아 본다거나(그래도 한계가 있겠지만), 마차를 개선해 본다거나(단가가 올라가겠지만), 그 정도였다.
설마하니 백린군 대중교통 수송이라는 거대한 벽력탄이 쏘아질 줄은 누가 알았겠나.
‘괴물’ 스승 밑에 ‘괴물’ 제자가 있는 법.
이쪽도 결은 정반대지만 괴물은 괴물이다.
‘아, 근데…. 일을 줄이려고 갔다가 일이…… 늘었구나.’
이제 그걸 누가 해야 하나.
자신이다.
하지만 진천희라는 위대한 옛것에게.
마부들 의료 예산 좀 절약시켜 달라고 부르짖은 것도 결국-
‘나 자신이지.’
앞으로 펼쳐질 어마어마한 업무량에 눈물을 흘리며 무월은 생각했다.
‘옛 전설에 고대의 무언가를 부르면 그만한 대가가 따른다 들었는데… 허허헛.’
무월의 소원에 응답하여 진천희가 강림하였다.
그리고 본인이 바란 형태는 아니지만.
일단은 이루어졌다.
그러면 이제 대가를 지불할 때.
‘내 영혼 대신 노동력을 가져가는 건가.’
앞으로 밀려올 업무를 생각하면.
‘차라리 영혼이 더 싸게 먹힐지도.’
새외에 있다는 저주받은 원숭이 손도 이것보다는…!
그래. 이것보다는.
‘소원 값이 저렴하겠지.’
무월은 피눈물을 흘렸다.
“…….”
진천희는 그런 무월을 빤히 바라본다.
“그러면 명령서에 도장 찍습니다. 무월. 이번 주까지 관광 기획안 짜내서 보내주세요.”
빠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