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208
진천희는 사인교에 앉아 이동을 했다.
‘무협 영화 최종 보스가 된 기분이군.’
동창의 당두 네 명이 직접 사인교를 짊어지고 경공으로 달리고, 다른 동창의 고수들도 옆에서 함께 달리고 있다.
그 모습이 퍽 마두와도 같아서 진천희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혹시 불편하십니까? 더 조심해서 달리라고 할까요?”
제독태감은 사인교가 아닌 이인교를 타고 옆에 있다.
이인교를 짊어진 자는 똑같은 동창의 고수.
진천희의 가마까지 합치면 화경급의 고수 여섯 명이 가마를 지고 달리고 있는 셈.
“아, 아닙니다.”
혹여 제독태감이 동창들에게 타박이라도 할까 봐 진천희는 급히 손사래를 쳤다.
‘미치겠군. 누가 보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컹컹컹!
망할.
황구는 그런 진천희의 가마 옆에서 달리고 있다.
“너 진짜 안으로 안 들어올 거니? 뇌진은 이미 들어왔는데.”
삑, 삐빅!
뇌진이 날갯죽지를 부리로 다듬으며 짖는다.
킁!
황구는 고개를 젓고는 달리고 있다.
‘망할. 내일쯤이면 조정 대신들 중에 황상이 나를 가마에 태워 황궁으로 호송 중이라는 걸 모르는 이들이 없겠군.’
차라리 황구 놈이라도 가마에 넣고 주렴으로 가리면 모를까.
이제는 뭐, 빼박이라 할 수 있다.
‘그래. 관료들이 날 뭐라고 생각하든 그건 나중에 고민하자.’
진천희는 떨떠름한 얼굴로 동창의 고수들을 관찰했다.
‘다들 강하군.’
예전에도 동창의 고수들을 제법 봤지만.
지금 보니 과거와는 천지 차이 수준.
내공의 깊이가 과거보다 적어도 두 배에서 세 배 깊고 무공을 체화한 것도 과거보다 수준이 몇 단계나 더 높음이라.
‘동창 사람들에게도 직급이 있어 그를 나누는 표식이 의복에 수놓아져 있지.’
외부인은 얼핏 보면 알 수 없으나 내부 사람들은 서로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문양.
동창에서 대충 중간 간부급 직위를 뜻하는 말인 ‘당두’.
당두만 해도 과거 보았을 적에는 초절정 고수들이 포진되어 있었는데.
‘이제는 다들 화경의 경지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군.’
주왕부에서 보았던 금의위들과 비슷한 느낌이다.
‘역시 황궁에서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군.’
당시 동창이 내뿜었던 기세를 떠올려 보았을 때.
응룡님과 관계된 무언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당두들이 내 사인교를 어깨에 얹고 달리고 있지.’
제독태감이 진천희에게 슬쩍 물었다.
“역시 불편하신 모양입니다요.”
흠칫!
사인교를 매는 동창들이 당황하며 서로 눈빛을 교환한다.
금방이라도 귀빈을 더 제대로 모시라고 제독태감이 호통이라도 칠까 두려워하는 모양.
진천희가 식은땀을 흘리며 급하게 말했다.
“아, 아아! 제가 소시민이라서요. 이런 건 좀……. 거, 거기다 황구를 타고 가는 게 더 빠른걸요.”
번역하자면 ‘여기서 내려주면 그냥 황구 타고 입궐하겠다’는 뜻.
사인교까지는 부담스럽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제독태감은 천연덕스럽게 모르는 척 말을 하는 게 아닌가.
“홀홀. 견왕 황구님보다 사람이 더 빠를 수야 없습죠. 하지만 이 촌부, 이미 늙고 쇠하여서 황구 님을 같이 타고 가기가……. 쿨럭쿨럭, 쿨럭!”
일부러 기침을 뱉으며 아픈 척을 하는 게 아닌가.
“아니아니, 저 혼자 가도…….”
“황상께서 진 태수를 직접 모셔 오라 명하셨으니 쇤네는 그에 따를 뿐입니다요.”
“…….”
진천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서 이거군요.”
“그래서 이거지요.”
망할.
이렇게 호화스럽게 호송할 필요가 있나.
결국 황구를 꼬시는 수밖에 없다.
“황구야 육포 줄 테니까 올라와라.”
컹?
“여기 보세요. 황구 어르신~ 맛있는 육포랑 고구마말랭이가 있어요. 여기 들어오면 둘 다 먹을 수 있답니다!”
컹컹컹컹!
황구가 그제야 몸을 줄이더니 순식간에 사인교에 폴짝 올라탔다.
‘아이고, 다행이다.’
마을 지나가는 순간만이라도 잘 숨겨 보자.
* * *
그렇게 이동하다 보니 어느덧 밤이 되었다.
진천희는 평소처럼 즉석 셸터, 즉 대피소 겸 야영지를 만들려고 했으나.
“어이쿠. 귀한 분의 손을 더럽힐 수야 없지요.”
동창의 사람들이 멋들어진 천막을 척척 펼지더니 청동으로 만든 난로까지 가져다가 피우기 시작했다.
‘맨 뒤에서 커다란 짐 들고 따라오던 동창이 이거 담당이었나!’
진천희는 경악했다.
거기다 양털을 깐 침상에 동창 출신 중에 요리사까지 있었는지.
상당히 맛있는 요리까지 만들어 바치는 것이 아닌가!
그야말로 호사 중의 호사.
강호인들 중에 황상이 이렇게 모셔 가는 경우가 손가락에 꼽을 수준인데.
정작 진천희는-
‘마, 망할! 내 할 일을 다 뺏어가다니!’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모은 일들을 동창이 처리하고 있으니 엉덩이가 근질거려 죽을 지경이다.
왠지 제독태감이 백 년 묵은 너구리처럼 보이는 게 기분 탓만은 아닐 터.
“어… 아니 뭐 이렇게까지…….”
“극진히 대접하라고 황상께서 명하셨습니다요. 그래서, 요리는 입에 맞으십니까?”
진천희는 동창이 만들어준 음식을 수저로 뜨고는 한입 먹었다.
이름 모를 탕이었는데 안에 제비집을 비롯한 온갖 산해진미가 전부 들어가 있었다.
“아주 맛있네요. 이 정도면 황궁 내에서도 대숙수나 낼 수 있는 맛 아닌가요?”
그러자 가면을 쓴 동창 한 명이 말했다.
“영광입니다.”
직접 요리한 당사자인 모양이다.
진천희는 이 태도도 조금 불편했다.
‘분명 황상 놈들이 뭔가 꿍꿍이를 숨기고 있다!’
이놈들이 이런 호의를 그냥 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뭘 원하는 거지?’
단순히 업무 떠넘기기인가?
보통이라면 이쪽이 가장 확률이 높다 할 수 있겠지.
‘하지만 과연 그것만일까?’
일단 밥해 달라고는 할 것 같긴 한데.
골드&실버를 향한 의심이 더욱 깊어졌다.
진천희의 안색을 살핀 제독태감은 당황했다.
‘아, 아니. 왜 이렇게까지 우리 폐하들을 경계하는 겁니까요? 그동안 엄청나게 잘해 드렸을 텐데!’
역시 옛날에 사람을 너무 많이 죽여서 저러는 건가!
지금도 간간이 처형을 하고 있지만 옛날만큼은 아니니까.
‘다 죽이진 않고 살려드린 분도 계시단 말입니다.’
이미 이 생각을 하는 선에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못 느끼는 제독태감.
그는 아쉬워했다.
‘그래도 자기 사람에게는 나름대로 온화한 분들이신데.’
* * *
그렇게 동창들에게 호사스러운 대접을 받은 진천희.
그는 마침내 황도에 도착했고-
“!?”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도원향 사건 이후 선골이 크게 진화하고, 현경에까지 이르렀기에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는 상황.
‘황도가 전과 달라졌다. 사람들은 이것을 못 느끼고 있는 건가?’
일단.
황도에 강대한 힘이 도도하게 흐르고 있었다.
또한, 일반 병사들마저도 마치 강호의 무인을 보는 듯 힘이 넘치고 움직임 하나하나에서 기개가 느껴졌다.
거기다, 병사들 모두가 무공 수위가 제법 있었다.
말단 병사들조차도 각을 잡고 무공을 가르치는 모양.
‘심지어 무량연화범심공과는 다른 무공인걸?’
전혀 다른 형태의 정공(正功)으로 보였다.
그리고.
의념까지 볼 수 있는 진천희는 그것들이 어떤 무공인지 깨달았다.
황궁 비고에서 본 적이 있고 주왕부에서도 본 적이 있었다.
황룡공.
제국황룡승천공.
제국황룡승천검법.
황룡공 내공심법으로 황가에서 친위대에게 익히게 하는 무공.
보통은 금의위가 익힌다 할 수 있겠지.
황룡공을 대성하게 되면 제국황룡승천공을 익히는데,
이를 익혀야만 제국황룡승천검법을 익힐 수 있다.
제대로 익히면 화경의 경지에 이를 수 있는 신공절학.
그러나 동창은 이것들을 익히지 않았다.
동창은 환관 출신이기 때문에, 그것을 이용해 단전에 음기를 축적하는 무공을 익히는 게 보통.
그래서 살수들이 익히는 무공을 많이 익힌다.
어쨌든.
지금 보아하니 병사들이 전부 황룡공을 익힌 듯 보였다.
그다음 단계인 제국황룡승천공까지는 익히지 못한 모양이나, 황룡공 자체도 상승절학이라고 할 만하다.
‘그걸 병사들에게까지 풀다니?’
물론 더 뛰어난 무량연화범심공이 시중에 풀려 있긴 하지만.
“…….”
문제는.
저들의 무공 수위가 적어도 이류에서 일류는 되어 보인다는 것.
‘성장 속도가 너무 빠르다.’
무량연화범심공이 신공절학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일류의 수준에 이른 이는 손에 꼽을 정도.
그런데 저들 관병들은 전부가 이류에서 일류는 되어 보였고.
‘저 정도 숫자의 관병을 저렇게 늘릴 수 있다니?’
숙신족의 전쟁 때 만약에 이런 수준의 병력이 몇만 명 정도만 있었어도 그 고생을 하지 않고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그때는 불가하고 지금은 된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당장 짐작 가는 것이 몇 가지가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심증뿐.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
흡사 이 황도 전체가 거대한 진법으로 이루진 것 같은 기운이 흘러넘친다.
그리고 강해진 동창과 관병.
필시.
‘금의위도 강해져 있겠지?’
진천희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사인교는 황궁으로 쏜살같이 들어갔다.
* * *
입궐하기 위한 간단한 절차를 마친 후, 진천희는 곧바로 대욕탕으로 안내받았다.
‘이번에는 의복 정제도 안에서 하라는 거군.’
보통은 황궁 밖에서 몸을 정결히 하고.
의복 정제까지 끝낸 후에 입궐하는 것이 예법이나 이렇게 안에서 하는 경우도 있다.
그 경우, 관리들이 사용하는 대욕탕이 있는데 그곳을 사용한다고 한다.
이 욕탕이 정말 그 관리들용 욕탕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입구부터 화려하긴 했다.
‘오자마자 황실 대부엌에 밀어 넣고 밥해 달라고 조르던 때가 떠오르는군.’
이번에는 바로 대욕탕으로 들어가면 되니 편하다면 편하다.
환관들은 하나같이 황송하다는 표정으로 진천희의 옷을 벗기고는 뒷걸음질로 물러났다.
입구에서 이미 빙정검과 각종 암기들, 양력이 만들어 준 공간 압축 지보.
그리고 황구와 뇌진까지 환관에게 죄다 맡기고 온 터라 이 사람들에게 빼앗길 것도 별로 없다.
‘이 와중에 용각생사침 같은 침통은 또 놔뒀지.’
침도 암기로 쓰려면 쓸 수 있다.
허나, 황상께서 특별히 언질을 준 모양이다.
여차하면 자신들을 치료할 수 있는 물건이니까.
‘그만큼 나를 믿는다는 걸까?’
의미가 너무 커서 황송할 지경.
그렇게 훌훌 벗어버리고 안으로 들어가니, 웅장한 대욕탕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운데에는 눈에 다 안 들어올 만큼 거대한 용이 조각되어 있었고.
그 용이 물을 콸콸콸 쏟아내고 있었는데 흡사 폭포수 같았다.
신기하게도 그럼에도 물결도 소리도 그리 크지 않은 것이 특별한 건축 기술이 들어간 모양.
‘이런 건 또 언제 지으셨대?’
그리 생각하며 적당히 몸을 씻고는 첨벙첨벙 온수로 들어갔다.
그래도 환관들이 안까지는 들어오지 않는 모양.
‘오우, 다행이다.’
이 시대에서는 누군가가 목욕 시중을 드는 것이 당연하나.
현대인은…… 솔직히 달갑지 않다.
“꺼어어, 시워어어언하다!”
그렇게 내면의 아재를 끌어올려 황궁표 뜨거운 물을 즐기고 있는데-
드르륵.
누군가가 들어오는 게 아닌가.
“탕 온도는 괜찮으냐?”
“괜찮죠. 그나저나…… 이렇게 혼자 불쑥 들어오셔도 되는 겁니까?”
풍하은.
그는 귤이 든 바구니를 들고 나타났다.
“여기는 내 전용 탕이니까. 괜찮아.”
어쩐지 대욕탕이 외진 곳에 있다 싶었다.
‘하긴, 이인일조로 움직이려면 특히 목욕은 조심해야겠지.’
그래도 혼자 쓰는 곳치고 너무 거창한 것 아닌가.
황제가 되면 이렇게 거대한 탕을 혼자 막 지어도 재정에 구멍이 안 나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는데 풍하은이 말했다.
“오해하지 마라. 원래 있던 대욕탕을 보수한 것뿐이니까.”
“제 생각을 읽으신 겁니까? 설마 아우인 척하는 풍하금… 폐……하?”
“은이다. 네 녀석 농이 늘었구나.”
그 말에 진천희는 크헤헤헷, 느물거리며 탕에서 나왔다.
“잘됐습니다. 온 김에 진맥 좀 합시다.”
“너는 어째 때와 장소를 안 가리는구나.”
“어이구, 제가 손목 달라고 하기를 바라는 환자들이 줄을 서 있는데 고마운 줄도 모르시고!”
“…어이구, 짐에게 그딴 소리 하는 놈은 너밖에 없다.”
그렇게 풍하은은 진천희에게 손목을 주었고.
진천희는 눈을 감고 한참을 진기 진맥을 했다.
눈꺼풀이 작게 파르르 떨리기를 한참.
이윽고 눈을 뜨고 혈도 여기저기에 직접 진기를 불어넣으며 다시 눈을 감는다.
그렇게 또 한참.
이번에는 입까지 벌려 보라고 하고 구강 내부를 들여다보는 게 아닌가.
“나, 춥다.”
그놈의 진맥, 탕에 들어가서 하면 안 되냐고 물으려는 찰나 진천희가 히죽 웃었다.
“아주 건강하십니다.”
“호오, 그래?”
“이미 태의들에게 진맥 받아 보셨을 거면서…….”
“너도 알면서도 굳이 직접 확인해 보지 않느냐.”
그것도 그렇다.
하지만 황궁이 좀 정치적인 곳이어야지.
“네. 그거야 그렇지요. 거기다 꽤 고수가 되어 계시네요?”
적어도 절정의 경지!
내공의 양을 생각하면 그 이상이겠지만.
이 사람이 다른 무인처럼 생사결을 하며 강호 밑바닥을 구른 것도 아닌데 절정에 다다랐다는 것은 그만큼 대단하다는 뜻이었다.
“시간을 좀 내서 무공도 익혔지. 역시 건강이 제일 아니냐.”
풍덩!
풍하은은 거침없이 탕에 들어왔다.
그러고는 가져온 커다란 귤을 까먹기 시작했다.
“너도 먹을 거냐?”
“아, 네. 하나 주십시오.”
눈앞의 사내가 단순히 목욕이나 같이 하려고 들어온 것은 아닐 터.
진천희가 빤히 바라보자 풍하은이 웃었다.
“네 녀석은 어째 끝까지 나를 경계하는구나.”
“귤 같이 먹어드리잖습니까.”
“속을 알기 어려운 건 여전하고.”
진천희는 피식 웃는다.
풍하은은 귤을 띄우더니 진천희를 향해 보낸다.
진천희는 의념만으로 물의 흐름을 조절하여 귤을 받았다.
“방금 행동에서 혹시 옛날 생각나는 건 없느냐? 어릴 때.”
“?”
그냥 평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