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219
약재당주님이 아무리 고향 집 그랜마마 같아 보여도,
저 미소로 사람 대가리 깨는 걸 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심지어 무월이 열흘이나 고심해서 만든 기획서를 그 자리에서 불태웠지.’
무월과 차를 마시다가 ‘후후후, 실수.’하시더니 화로에 종이를 고대로 태워 버린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이미 거절한 사안인데.
무월이 하도 달라붙어서 밀어붙이니까 화가 나셨던 모양.
저 자애로운 미소에 기대서 대충 말했다가는 앞으로 일주일은 저분을 못 뵈겠지.
후우.
한번 심호흡하시고-
“당주님 말이 맞습니다. 물론 지금의 준영약들도 좋은 것들이 많지요. 역시 현명한 말씀이십니다.”
진천희는 우선 당주님 의견에 동의를 했다.
일단 상대를 존중한다는 의미를 내포하여 심리적인 장벽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리는 기본적인 전략.
그리 말하며 당주님 찻잔에 찻주전자를 기울인다.
의념을 찻물에 담자-
조로록,
따뜻한 온도. 그윽한 향.
약재당주님은 찻물을 조심스럽게 한 모금 삼킨다.
“…….”
입꼬리에 살짝 미소가 번지는 것을 진천희는 현원전단신공으로 파악한다.
‘좋은 분위기다.’
진천희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어느 한 부분에 집중했다는 느낌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제작 방법도 그렇고요. 너무 종래의 방법을 쓰는 것 같더군요.”
선존과 이른바 ‘콜라보’로 만들어 팔기 시작한 선존선단(실제 이름이 이렇다.)의 경우.
사실 말하자면 그 정체는 경옥고(瓊玉膏)라고 하는 물건이다.
경옥고(瓊玉膏)는 의학입문(醫學入門)이라고 하는 의서에서 처음 발원하였다는 보약으로-
‘그 유명한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나온 바가 있지.’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3대 보약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기도 하다.
그런 경옥고의 제작에는 인삼과 복령(茯笭-버섯의 일종) 그리고 꿀에 각종 한약재가 들어가는데,
이 한약재의 조합과 제조 방법에 따라서 그 효능도 달랐고.
당연하지만.
이 강호 무림에서는 kiiii 때문에 더더욱 효과와 효능이 만드는 곳에 따라서 천차만별의 차이가 발생한다.
화주약선의 화주의각이 이런 부분에서는 강호 최고로 꼽혔던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
‘지금은 백린의각이 약으로도 유명해지기 시작했지만.’
단약 쪽으로 백린의각 확장세가 무시무시하다.
-백린의각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나?
-아니 이렇게 공격적으로 밀어붙인다고 우리 약재 상단이 백린의각과 거래를 할 것 같나!
-뭐, 뭐엇? 고작 당귀에 그렇게 많은 돈을 주겠다고?
겸사겸사 화주의각을 대놓고 견제하기 시작했다.
-크, 크흠. 어쩔 수 없지. 성의를 봐서 우리 약재 상단과 약초꾼들은 백린의각하고만 앞으로 거래하도록 하지.
-화주의각에는 미안하게 되었군.
-그쪽도 백린의각과는 거래하지 말라고 난리였으니 자업자득인가? 크흐흐흐!
아무래도 스승님께서는 과거 진천희가 유랑후 다리를 고쳤던 사건 때-
‘화주의각 의원들이 어린 제자에게 시비 걸었던 것을 기억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군자의 복수는 십 년은 간다고 하던가.
허나, 강호인도 아니고 그래도 화주의각은 같은 의원들.
그런 일반 의원들을 상대로 불을 지르거나 목을 쳐버리는 것은 스승님 미학에 좀 어긋난다.
‘의원들이 제자 상대로 시비 몇 마디 턴 정도니까.’
하지만 선존을 끌고 와서 꿀밤 정도 먹일 만한 복수는 될 수 있다.
스승님의 공격적인 판매 덕분에 강호가 들썩였다.
-선존께서 백린의각 편을 들어주다니!
-이제는 같은 약도 백린의각의 약이 중원 제일이 아니오?
-아직 선존선단만 그런 거요! 화주의각이 약으로 밀릴 리가 없지 않소!
-선존선단만? 하지만 검상을 치료함에 있어서 백린의각에 다녀온 무인들이 가장 예후가 좋고 덧나서 죽는 일도 없지 않소?
-어허, 그건 어디까지나 부술이나 침술뿐이지. 환자들도 약은 화주의각에서 타 먹을 거요!
진천희는 생각했다.
‘선존의 이름이 시작부터 너무 잘 먹혔지.’
이미 어마어마한 매출을 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시작.
나부파의 협력으로.
곧 뒷산에 핀 약초들이 다 자랄 것이고 시장에 뿌려질 것이었다.
그야말로 선단의 대량 생산!
‘나는 여기에 하나 더 할 생각이긴 하지.’
만파곡이 다시 물었다.
“소각주님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허나, 여기서 뭘 더 한단 말입니까? 이미 완벽한 계획이지 않습니까.”
맞는 말이다.
선존선단 – 이미 대박.
대박 상품을 대량 생산? – 퍼펙틀리 초대박.
다섯 살 어린아이도 보고 이해할 수 있는 아주 쉽고 분명한 공식이 완성되었다.
진천희는 고개를 저었다.
‘화주의각은 이것으로 무너지지 않는다.’
스승님이 손수 꿀밤을 때리시는데-
“아닙니다. 우린 더! 더! 할 수 있어요!”
이 제자도 함께 가서 딱콩해야 하지 않겠나?
“불가능합니다! 아니, 오히려 사족이 될 가능성이 높아요.”
“일단 들어 보시고 말씀하시지요.”
“?‘
진천희는 그리 말하며 귤정과를 꺼내 노부인의 앞에 내드렸다.
당을 보충해야 한다.
그리고.
‘화주의각을 족칠 때가 된 거지.’
전능하신 선존님의 힘으로!
허나, 대체 어떻게?
만파곡은 살짝 당황하더니 손끝을 살짝 떨었다.
방금 너무 흥분한 모양이다.
마침 딱 좋게 귤정과가 있으니 그녀는 자연스럽게 하나씩 입에 물어 당을 보충했다.
그것은 진천희의 전략 중 하나였고.
맛있는 귤정과에-
“!”
크게 놀란다.
다시 좋아진 기분으로 그녀는 생각했다.
‘이 사제(師弟)는 언제나 그랬지.’
보통 의각이 할 수 있는 그 이상의 효율을 아무렇지도 않게 뽑아낸 자들이니.
진천희가 말했다.
“어쨌든 백린의각의 경옥고에는 바로 저 화열삼이 들어가지요.”
“네. 복령도 진법으로 특별히 키워낸 것들입니다. 그러니 효능이 준영약이라고 부를 정도로 좋을 수밖에 없는 보약이고요.”
완벽한 약재이며 건드릴 게 없다는 것을 약재당주는 강조했다.
여기서 뭘 더한단 말인가.
그때 진천희가 씨익 웃었다.
“대신 가격도 만만치 않았었지요.”
“네. 그 가격조차도 엄청나게 내려가게 되어 과거의 십분의 일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진천희는 순순히 동의한다.
“네, 맞습니다. 당연히 사람들 입장에서는 환장할 수밖에요.”
지구 별 가격으로 치면.
환약 한 알에 수백만 원 하던 것이 수십만 원 수준으로 내려간 셈!
수십만 원도 분명 큰돈이긴 하지만.
어찌저찌 사 먹을 수 있을 정도는 된다.
게다가.
준영약이라는 건…….
먹으면 어지간한 잔병은 다 낫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장복하면 더 좋고.
처음 그 가격이 발표되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이랬다.
-아니!? 그 백린의각표 경옥고가 선존선단이라는 이름으로 나왔다고? 가격이 열 배나 싸다고?
-선존께서 선행을 하고자 특별 할인을 한단 말이지!?
-내 돈 가져가라아앗!
양민들이 이렇게 외치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진천희는 이것도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아, 더 가격을 내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먹었으면 좋겠다.’
하는 김에 화주의각에-
‘아주 약간의 어 리를 딱콩을 해줄 수 있으면 더 좋고.’
여기는 꿈과 희망과 살육과 은원이 살아 숨 쉬는 도산검림 무림 월드가 아닌가!
진법에 술법, 거기에 법보라는 것까지 확보했다!
더 가능할 거야!
더!
그러니까.
“그러니까 약을 한 번 더 단순화시켜서 대량으로 판매해 보면 어떨까요?”
“흠?”
약재당주 만파곡의 등이 곧게 펴진다.
어쭙잖은 제안이면 차버릴 생각이다.
“이를테면, 그래요. 보약이나 준영약이라는 단어보다는… 영양제라고 불리는 것을 만들어서 팔고 싶습니다.”
“영양제?”
“네.”
지구 별에서 영양제라고 한다면 보통 어르신들은 비타민제를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들어 프로폴리스니, 오메가3니 다양한 종류의 영양제들이 나왔지만.
진천희 나이 때만 해도 비타민이 최고 존엄 영양제였으니까.
‘하지만 지금 중원의 기술력으로는 비타민만을 쑥 추출해서 정제하는 건 불가능하지.’
그래도 이 없으면 잇몸이라고.
비슷하게 만들 수는 있다.
애초에 한약재로 쓰이는 진피(陳皮-말린 귤껍질)의 경우에 비타민B1과 비타민C 등 여러 영양소가 들어 있다.
항산화 성분도 있다고 하니, 이래저래 지구에서도 연구 많이 하고 있던 재료이기도 하고.
만드는 과정 자체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고전적인 방법은 햇빛과 바람에 말리는 것이지만.
진천희는 좀 더 현대 방식을 쓰려고 한다.
‘감귤류를 동결건조해서 가루로 만드는 게 최고지.’
그렇게 가공하면 원재료의 비타민을 크게 유지한 채로 가공할 수 있으니까!
‘옛날이라면 방법을 알아도 단가가 안 나왔겠지.’
원시빙정이 있는 지금이라면 가능하다.
즉.
이번에 만드는 약에 이런 기술들을 섞어 넣을 생각.
고로 영양제라고 이름 붙인다!
“영양제? 생소한 단어인데…….”
영양제(營養劑).
이 화 제국에는 영양제라는 단어가 아직은 정립되지 않았다.
당연했다.
우리가 보통 영양제 관련 홈쇼핑 방송을 보면.
‘바쁜 현대인들은 영양소 불균형이 오기가 쉽고, 특히 비타민 섭취가 부족하다.’라는 식의 이야기가 있지만.
사실 현대만큼 영양이 풍부한 시절이 없다.
이 시절 사람들은 해안가가 아니면야 농업과 목축이 가장 큰 생업이었고.
산딸기, 복분자, 사과 같은 것들은 수확 시기가 정해져 있는 데다가 병충해, 야생동물과 경쟁을 해야 하며.
과일도 채소도 현대와는 달리 몹시 쪼끄맣다.
‘물론 무림별 화 제국 사람들이 지구별 중세 시대보다야 훨씬 잘 섭취하고 있긴 하지.’
배추, 무, 당근 이런 친구들이 밭고랑마다 아주 잘 크고 있지 않나.
하지만 가장 큰 문제가 있으니.
‘보존이지.’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오래 보존하는 게 막막하다.
‘그런 의미에서 빙호빙고를 보급하면 보급할수록 양민들의 영양 상태는 더 좋아질 터.’
허나,
그렇다고 해도 비타민C 섭취는 늘 부족하다.
보통은 신선한 과일이 주요 공급원인데 이 시대에서 양민이고, 강호인이고 비타민C가 들어있는 과일을 지속해서 섭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거기다가.
‘시금치 이놈은 겨울에 재배하니 의외로 한정되어 있고.’
의외로 시금치가 비타민C가 풍부하시다.
하지만.
현대인이야 사계절 내내 신선한 시금치를 먹는 게 가능하겠지만.
중원 월드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나마 건조시키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매번 준비해서 반찬으로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그리고 단순히 보존의 문제를 떠나서 집집마다 모두 시금치를 키우는 건 불가능,
토양에 따라서는 아예 재배가 안 되는 곳도 존재한다.
아스팔트와 디젤기관이 있는 것도 아니니 지구 같은 새벽 배송도 불가능하고.
‘결국 현대인의 승리지.’
바쁜 도시 현대인!
불규칙한 식사를 해도 중원 월드보다야 더 잘 먹는다!
여기서 착안한 진천희는 동결건조 방식을 통해 비타민을 지속적으로 보급할 방법을 생각했다.
‘애초에 ‘비타민’이라는 단어도 지금은 없다만.’
비타민이 없는데 ‘영양제’란 단어가 있겠나.
진천희는 말했다.
“그냥 매일 비타민C를 섭취할 수 있는 약을 만들려고요.”
피곤할 때 비타민 음료 참 많이 신세 졌다.
“영양소, 영양분에 대한 소각주의 의서는 이미 읽어 보았습니다. 영양학이라고 이름 붙인 것도 알고 있고. 결국 의식동원(醫食同源)을 더 심도 있고 자세하게, 그리고 아직 세인들이 자세히 모르는 세포라는 지식을 결합한 것 아니었습니까?”
“그랬죠.”
“그러면… 영양제라는 건 그거로군요. ‘영양소를 넣은 약’. 흐음… 그래서 ‘영양제’라고 한 겁니까?”
역시나.
백린의가 사 대 당주님답게 처음 듣는 단어인데도 바로 뜻을 분해하고, 추론하여, 이해한다.
진천희는 빙그레 웃었다.
“그렇다고 뭐든 너무 과하게 먹으면 그것도 역으로 안 좋지만요.”
“그런 걸로 치면 세상 만물이 과유불급(過猶不及) 아니겠습니까.”
이미 백린의각에서 세포에 대해서 알려 줄 때부터,
영양학에 대한 지식 역시 풀어 놓았다.
물론 진천희 자신도 그쪽은 전공이 아니다 보니 기초적인 정도만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백린의각에서는 귀한 지식이라 할 수 있겠지.
그러니 이리 대화가 잘 통하고 있는 것이다.
“예. 그리고 매일 먹을 수 있고, 정말로 부담되지 않는 가격으로 낮추고 싶거든요.”
“약효는? 내공적인 약효 말입니다.”
“약효도 많이 낮아지겠지만…….”
어찌 되었건 선단(仙丹)이다.
선존의 이름이 붙었으니, 내공이 오르긴 해야 한다.
“그 또한 장복한다면 충분한 효과가 나오는 수준까지는 맞춰야겠죠. 일단 제 생각은…… 백 일간 장복하면 지금의 선존선단(경옥고) 한 알과 같은 효과가 나오는 약입니다.”
“거기에 비타민C도 들어간다?”
“네.”
“사실 진짜는 그쪽이 목적 같습니다만.”
“하하하, 네. 들통났군요.”
진천희는 부정하지 않는다.
그가 말을 이었다.
“가격은 지금보다 더욱 낮추어서, 백 일 치의 단환(丹丸)에 은자 한 냥 정도 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네요.”
“허어……. 지금 선존선단의 가격이 은자 닷 냥이지 않습니까? 그것을 다시 더 낮춘다고요?”
은자 열 냥이면 금자가 한 냥이다.
은과 금의 교환비가 십 대 일이라서 그런 것이다.
즉, 본래 금자 닷 냥 하던 선존선단(백린의각표 경옥고)이 지금은 무려 은자 닷 냥!
그런데.
비록 백 일간 꾸준히 먹어야 한다고는 하지만.
그 가격을 다시금 오 분의 일로 줄여 버리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다!
은자 한 냥짜리 준영약이라니!
이게 말이나 되나!
“소각주. 미친 생각이시군요. 다른 이가 들었다면, 제정신이 아니라고 할 정도입니다.”
“그런가요?”
“그런 생각은 감히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거늘……. 홀홀. 그렇군요. 하지만.”
약재당주 만파곡.
그녀는 눈을 지그시 감는다.
약재당주로서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작업을 계산한다.
재료 단가를,
필요한 인력들까지.
마침내 그녀는 결론을 내렸다.
“가능…하긴 할 겁니다.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리하려면 난관이 몇 가지 있는데……. 해결할 수 있으니 온 것이겠지요?”
“물론입니다.”
“홀홀……. 과연과연. 각주님께서 제자 하나는 잘 들였군요. 그러면.”
노부인도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당장 하지요.”
설득 성공.
진천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와, 진짜 힘들었다.’
하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
“당장 오늘부터 준비해 볼까요?”
천하의 약재당주님께서 직접-
“오오, 열의가 불타시는군요.”
“잘되었지요. 그렇지 않아도 약재는 백린의각이 화주의각에 뒤처진다는 허언들이 좀 불쾌했답니다.”
기꺼이-
‘아, 역시나 약재당주님도 그 평가를 신경 쓰고 계셨군.’
아주 기꺼이,
진천희의 ‘미친 짓’에 동참하기로 하신 이유가 있었다.
약재당주님도,
‘……그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