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22
제 122화
“그런 것을 따질 분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으나 저희는 소백룡 소각주님 편입니다.”
“…….”
무거웠다.
진천희는 그 무게에 짓눌리지 않도록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이윽고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공범이라고 해 두죠.”
“아이고, 저희까지 끌고 들어가시는 겁니까?”
“눈감아 주면 공범이죠. 뭐.”
진천희는 그렇게 장난을 걸었다. 그러고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중에 걸린다면 제가 명해서 그랬다고 하세요. 책임도 제가 다 지겠다고 하면 될 겁니다.”
진천희는 일부러 가볍게 말하고는 도로 침상에 누웠다.
“그러면 환자 잡니다.”
축객령이다.
의원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조용히 물러났다.
진천희에게 가장 필요한 건 회복이다.
치료는 되었으나 몸을 회복시키는 것은 환자의 몫.
진천희는 천천히 내력을 주천시키며 운공에 들어갔다.
힘겨운 싸움. 드디어 이겼다는 실감이 들었다.
* * *
다음 날. 진천희는 곧바로 퇴원 수속을 밟았다.
“벌써 가십니까.”
“이미 있을 만큼 너무 있었어요.”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늘어지려는 의각원들을 하나씩 쳐내면서 진천희는 용맹하게 퇴원을 시도했다.
그러다가 입구에서 사마현을 만났다.
“역시 바로 나가는구나~”
“기다리고 있었어?”
진천희의 말에 사마현이 고개를 저었다.
“만나러 가던 참이었어.”
사마현의 뒤에는 무화와 무월이 있었다.
“할 이야기가 있는데 사람이 없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괜찮겠어?”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진천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람은 분타의 죽림. 사람이 없는 곳으로 향했다.
백린의각은 분타에도 죽림이 있다. 안의 대화는 파묻히고, 밖의 소리는 듣기가 쉬운 간단한 절진 속에서 사마현이 말했다.
“나, 하오문으로 들어가려고 해~”
“…….”
“놀라지 않네? 형.”
진천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화와 무월이 왔잖아. 왠지 그럴 거란 짐작은 들었어.”
사마현이 하오문에 들어가 하오문주가 되는 건 소설의 흐름이기도 했다.
다만 진천희가 바꿔 준 것은 사마현이 맨정신으로 들어가는가, 광증에 취해서 들어가느냐의 차이.
그것은 큰 차이였다.
“내가 익힌 무공이 전전대 하오문주의 무공이었다더라. 그 석 노사 양반. 비밀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걸 감추고 있었을 줄은……. 하하하하!”
‘그래서 쫓았던 거군. 고목혈마를 시켜서까지 사마현을 손에 넣으려 했어.’
전대나 현 하오문주의 무공을 잇는 것만큼은 아니어도, 전전대 하오문주의 무공.
고목혈마를 보낼 가치가 있었다.
“형이 없었다면 끌려가서 내가 아는 걸 전부 토해내거나 내분에 휘말려 망가졌겠지.”
“그렇구나.”
“내가 돌보던 아이들의 거취는 백린의각 분타점에서 도와주기로 했어. 항주의 인사들은 모두 알고 있는 곳이니 잘해 주리라고 생각해~”
“괜찮겠어? 그렇게 기를 쓰고 내게 빚을 더 지지 않으려고 했잖아.”
진천희의 말에 사마현이 쓰게 웃었다.
“내가 같이 있으면 다음번에는 더 강한 자를 계속 보내겠지. 지금은 운이 좋아서 형 덕분에 아이들을 살렸지만 그다음은 어찌 될지 몰라. 쓰레기나 뒤지는 어린아이. 몇이 죽든 높으신 분들은 알 바 아니시니까.”
차가운 냉소가 사마현의 입가에 깃들었다.
진천희는 답하는 대신에 그런 사마현을 정면으로 바라봐 주었다.
사마현이 말했다.
“뭐, 그런 거야.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것도 있으니까… 기왕 신세진 거 업히려고.”
아이의 논리라기보다는 어른의 논리였다.
사마현이 한마디 덧붙였다.
“참, 그리고 혜는 백린의각 분타에 남기로 했어. 의술을 연마하고 싶다나 봐. 마침 손이 비었기도 하고 계속 진맥을 받아야 하니까 잘됐지.”
그 말에 진천희는 사마혜를 조만간 다시 보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어리지만 굳센 아이.
영민함까지 갖춘다면 어떻게 될까.
의원이 되는 길은 쉽지 않을 터이지만 응원해 주기로 했다.
사마현이 말했다.
“참, 나 하오문 간다는 건 혜에게 비밀로 했어. 상단에 취직한 걸로 알고 있을 거야. 아무런 상의도 없이 결정한 내가 매정해 보이겠지.”
어떤 정보는 알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위험해진다.
백린의각에 속해 있는 이상, 사마혜에게 큰 위험은 없을 터지만 그래도 모를 일이었다.
진천희는 차분히 입을 열었다.
“사마현 너도. 하오문 소속이 된다는 건 쉽지 않을 거야.”
“그래. 그렇겠지. 그래도…… 다섯 지파 중의 한 곳을 내가 골라 갈 수 있다는 건 꽤나 특혜 아닌가?”
진천희가 그 말에 무화와 무월을 보았다. 무화가 답했다.
“각 지파의 높으신 분들께서 합의를 보셨습니다. 사마현은 원하는 곳을 택하여 들어갈 수 있다. 그것이 합의의 내용.”
진천희가 답했다.
“어째 운 좋게 합의가 되었네요. 정보가 동시에 전해지기라도 했나 봐요……?”
진천희의 말에 무월이 미소 지었다.
“네. 오살지파가 단독으로 입수한 정보가 동시에 새어 나갔으니 운이 좋았지요.”
진천희는 그 말에서 진한 음모의 향을 느꼈다.
또한 그 일에 무화와 무월이 개입되어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살다 보면 그렇게 운 좋은 날도 있는 거죠.”
진천희는 거기까지만 답하고는 더는 묻지 않았다.
사파에게는 사파의 길이 있는 법.
부디 두 남매, 그리고 사마현이 무사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다치면 언제든 찾아 주세요. 백린의각은 열려 있으니까요.”
그게 진천희가 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호의였다.
사마현이 말했다.
“형.”
“응?”
“그러면 내가 빚을 갚을 때까지는 형과 나는 계속 집도의와 환자 보호자의 관계인가?”
참으로 애매한 관계다.
그게 어떤 관계인지 진천희 자신도 몰라서 눈썹을 살짝 구겼다.
사마현이 말했다.
“형은 나를 세 번이나 구원했어. 뻔뻔한 소리지만… 괜찮다면 형을 계속 내 형으로 모시고 싶어.”
그 말의 의미를 진천희는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진천희에게 남아 있는 한 가지 난제가 있다.
‘의형제를 한꺼번에 맺는 건 도원결의로 봤는데 따로 맺는 건 가능한 건가?’
진천희가 말했다.
“이미 맺은 첫째 동생이 있는데 걔가 허락해야 해.”
“허어~?”
미래의 천마와 미래의 하오문주다.
천살성의 광기가 수틀리면 사마현의 머리를 깨 버릴 수도 있고, 반대로 사마현이 특유의 일보오변의 경지로 마교에 불을 지를 수도 있다.
그냥 센 놈 VS 트롤링의 대가.
원작에서는 모두 일어난 일이다.
“일단 걔가 허락해 주는지 나중에 물어볼게. 그리고 넌 대기 순번 2번이야.”
“뭐?”
“그런 게 있어.”
‘천우는 잘 있으려나. 안부 서신이나 보내야겠다.’
진천희는 생각했다.
셋 중에서 그나마 제정신인 애가 천우다.
‘무당파에서 잘 지내고 있으려나.’
019. 천뢰응
갈매기가 배 위로 날아다녔다.
진천희는 뱃머리에서 바닷바람을 쐬며 생각에 잠겼다.
‘사마혜에게 보낸 서신은 잘 도착했을까.’
별 이야기는 없다.
당장 힘들더라도 회복되는 대로 물리치료를 꾸준히 받아 주고, 성장 과정에 맞춰서 진맥을 해야 하니 잊으면 안 된다는 것 정도.
먹으면 좋은 음식들을 적어 주었다.
오빠인 사마현에 대한 위로나 달라진 생활에 적응하려면 힘들 터인데 고생한다 같은 말은 쓰지 않았다.
그저 의원으로서 할 이야기만 간단히 적었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의원이 되려고 공부하는 건 좋지만 만약 그 길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면 망설이지 말고 다른 길을 모색해 보는 것도 좋다는 조언 정도.
의원이란 사람들에게 존중을 받고, 보람도 있고, 돈 걱정할 일도 그리 많지 않은 직종이지만 그만큼 해야 할 공부도 많고 요구되는 도덕성이나 책임감도 컸다.
지구에서도 그랬다.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족 때문에, 또는 해 왔던 공부가 아까워서 억지로 나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봐 왔다.
의사가 되지 않으면 집에서 자살하라고 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맞지 않는 옷을 평생 입을 수는 없는 법.
인생이 불행해진다. 자연히 사람은 점점 뒤틀리게 된다.
그건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불행한 일이었다.
싫지 않은 일 정도라면 할 만하지만 도무지 할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면 미련을 갖지 않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사마혜가 뭘 하든 응원하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
아재의 노파심이다.
그렇게 서신 한 통을 넣고.
여하륜과 천우에게 안부 서신 한 통씩.
용봉지회에서 갈리고 계실 스승님께는 아픈 곳 없이 잘 지내고 동파육이나 먹으며 호의호식 중이라고 보냈다.
백린의각을 지키고 있을 유호 놈에게는 안 보냈다.
피차 볼 장 다 본 사이인데 지난번처럼 또 고급진 욕 서신이나 받겠다 싶었다.
‘음… 생각보다 성실하게 사는구나. 나.’
지구에서나 이 세계에서나 습관은 변하질 않는다.
컹! – 주인, 다 나았나?
진천희는 황구의 목을 쓸었다.
“응. 다 나았지.”
컹컹! – 주인 혼자 다쳐서 놀랐다. 같이 있던 작은 인간도 놀랐다.
황구는 견제용 보조 역할.
싸우는 건 진천희.
자연히 진천희의 상처가 늘어만 갔다.
아무리 황구가 강하다고 하나 혈괴를 정면으로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마공으로 강해진 피부를 개의 치아로는 뜯을 수 없기 때문이다.
컹. – 작은 인간. 주인 쓰러지고 미쳐 있었다. 누군가가 자길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건 생각도 못 한 일이라고 했다.
“아까 봤을 때는 차분하던데?”
크릉. – 주인 업고 모퉁이 돌 때 맨손으로 벽 모서리를 뜯었다.
‘아주 난리였나 보군.’
그래 놓고 당사자 앞에서는 다 나을 줄 알았다는 양 굴었던 모양이다.
아이의 오기인가.
하긴, 은인이 자기를 구하고 그렇게 쓰러졌으니 놀랄 만도 했다.
컹. – 자기가 더 강했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거라고 했다.
그래서 힘을 원했던 걸까.
하오문에 들어가는 것은 소설과 똑같지만 그 동기가 그때와는 달랐던 모양이었다.
진천희가 말했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무(武)를 배운다는 건 좋은 동기지. 사마현은 더 강해질 수 있겠어.”
어느 일이나 그렇듯 동기는 중요했다.
사마현은 그에 맞춰서 이제 자신의 무(武)를 구축하게 될 것이었다.
남의 집에 불을 지르기보다는 내 집을 지키는 목적으로.
“그리고 나도 더 강해져야겠어.”
아재의 영혼이 애 앞에서 못 볼 꼴을 보였다며 혀를 찼다.
‘괜한 걱정을 시켰어.’
진천희는 뱃머리에 가부좌를 하고 앉아 이번 전투를 천천히 복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