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227
제 1227화
“뭐?”
“별 이야기 안 했어요. 저를 보더니 열심히 살라고, 역시 아이를 구해야 공덕이 많이 쌓인다…고. 제가 건강하고 착하게 자랄수록 계속 공덕이 이자 붙는다고? 했던 거 같은…….”
그 말에 아버지가 퍼뜩 놀라 말했다.
“어찌 선존께서 그런 속된 말을 하시겠느냐. 말만 들으면 꼭 무슨 공덕이 목적이라 널 돕는 것 같지 않니. 필시 개꿈일 게다.”
“아, 네. 개꿈…….”
“거기다 아이 모습이라니, 선존님에 대해 알려진 게 별로 없다고는 하나, 그래도 나이가 지긋하시긴 하겠지.”
그 말에 다른 의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어릴 때 별별 꿈 다 꾸는 법 아닙니까.”
“선존님의 도움 덕에 낫게 되어 그런 꿈도 꾼 것이지요.”
“하하하하!”
모두가 생각했다.
필시 개꿈이라고.
상식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나?
“…….”
허나, 진천희만은 이 꿈이 보통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꿈 내용이 실제 선존과 일치한다.’
직접 산 밖으로 나오지 않는 대신 꿈을 이용해 살필 방법이 있는 건가.
생각할수록 대단한 보물 고블린… 아니, 기인이었다.
진천희가 아이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어쨌든 우리 친구, 이제 나을 일만 남았어! 다 잘될 거예요.”
아이가 잘 움직이지 않는 안면 근육을 당겨 환히 웃었다.
“고맙습니다. 소각주님.”
역시 어린아이치고는 말도 참 어른스럽다.
“하하하, 나보다는 여기 허 상의원님과 중의원분들이 엄청 노력하셨단다.”
허 상의원이 말했다.
“치료비가 해결되었으니, 이제 싸울 일만 남았군요.”
하지만 이건 확실했다.
이 아이 인생의 가장 추운 시간(冬至)은 지났다.
이제 따뜻해질 일만 남았다.
봄.
이 병만 나으면.
아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인생의 봄이 곧 찾아올 터.
그것을 이 방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 * *
환자와 헤어진 후.
복도를 걸으며 진천희가 말했다.
“허 상의원님 말대로네요. 굳이 인위적 환골탈태를 바라지 않아도 스스로 할 만큼의 오성과 인내심이 있군요.”
“예. 거기다 개정대법은 아무래도 자원이 많이 들고 실패할 확률도 늘 존재하지요. 모두가 저 아이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그때를 대비해 기금은 아껴두시지요.”
“…….”
그 말에 진천희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밖에서 ‘나는 사람이 아니라 광대요.’ 하며 높으신 분들에게 재주를 부리며 돈을 끌어 모으는 동안.
백린의각 의원들은 맡은 바 임무를 하여 아이를 호전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었다.
‘아, 그래. 이제는 혼자가 아니구나.’
예전이라면 모든 것을 혼자 다 짊어져야 했다.
왼손으로 저글링을 하고, 오른손으로는 삼겹살을 구워야 하는 삶이었다.
이상한 비유지만 그만큼 난해한 삶이었다.
혼자서 다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감이 목까지 치밀어 오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수많은 사람들이 생기고.
그 사람들이 제자를 맞이하고, 그 제자가 다시 상의원이 되었다.
그것은 ‘나무’.
작은 씨앗에 싹이 돋고 역경을 이겨나가며 지식의 나무가 되었다.
그리고 그 열매를 이제 모두가 함께 나눌 수 있는 자리.
‘백린의각은 언제 그토록 커졌을까?’
진천희는 문득 허 의원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진지한 얼굴로 환자를 걱정하는 의원이 있었다.
‘하긴. 생각해 보면…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도 늘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지.’
온돌과 유리 창문은 유호가 도와줬고.
배양도 유호가 도와줬고.
‘어……. 생각해 보니 유호가 반은 했네?’
유호는 대체 지금 얼마나 선업을 쌓고 있는 거지?
그때 허 의원이 말했다.
“괜찮다면 아이들을 전문으로 하는 의당을 만들고 싶습니다.”
“재생당처럼 말이죠?”
“네. 아직은 지식도 경험도 부족하여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지만요.”
“만초보감 같은 저서에도 어른 기준으로만 효능이 적혀 있으나, 때로는 같은 약도 어른과 아이가 다르게 들을 때가 많지요.”
진천희도 이게 늘 고민이었다.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의서들은 모두 어른들을 기준으로 적혀있다.
아이의 몸이 어찌 반응할지는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결국 돌다리를 두드려 보듯 하나하나 연구를 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
허 의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중의원들 중에 저와 뜻이 맞는 친구들이 있으니 만약 연구당과 협력할 기회를 주신다면 첫 삽을 떠보고 싶습니다.”
‘백린의각 소아과… 아니 소아당인가.’
“…….”
진천희는 턱을 문질렀다.
문득 옛날 지구에 있을 적 까칠한 턱이.
그 촉감이 손에 달라붙는 것 같았다.
사람은 배움으로 성장하고, 나아간다.
그리고 그 나아가는 곳 끝에는 이런 흔적이 남아 다음 세대를 이끌게 된다.
왠지 명치가 간질간질해졌다.
“좋습니다. 유 총관과의 자리를 알선해 드리도록 하지요.”
“소각주님도 계실 겁니까?”
“네. 밑그림이라도 그리려면 제가 있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이것도 유호와 함께다.
‘그래. 유호는 인간이지.’
사람 마음….
아니, 교수 마음 참 간사하다.
* * *
연구당의 시간은 빨리 흘러간다.
진천희는 오늘도 연구당에 들렀다.
“오, 소각주님, 됐습니다! 됐어요~ 소아마비 바이러스 배양 및 추출까지 성공했습니다!”
갑자기 한 중의원이 하늘을 향해 팔을 벌렸다.
“우와아아악! ‘그 세포’에게 영광이 있으라!”
이번 일로 의서를 완성하게 되고 상의원 일곱에게 인정을 받으면 이 중의원도 상의원이 되리라.
현재 무림랜드 백린의각 연구당에서 하고 있는 과정은 크게 세 가지다.
추출, 배양, 분리.
추출한 바이러스를 세포에 집어넣고.
후에 세포 내에서 번식하게 되면 그걸 찢고 밖으로 쏟아져 나오게 된다.
‘원 역사에서는 원숭이 신장 세포를 배양해서 썼지.’
무림 월드인 이쪽은 ‘그 세포’를 활용해 보고 있다.
동천군 팔뚝 살!
그걸로 바이러스를 최대한 많이 배양해서 원심분리기와 각종 친구들을 이용해 예쁘게 분리.
그다음 사랑을 담아 데스 빔을 쏴주는 게 목표라 할 수 있겠지.
그래도 여기까지 온 공은 다른 게 아니다.
‘자금홍호로의 열화판인 자홍로(紫紅爐) 덕분이야.’
유호가 연구를 해준 덕에 바이러스 중에 추출이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구분할 수 있었다.
사실 대부분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소아마비 바이러스인 폴리오 바이러스(Polio virus)는 가능했고.
이놈은 심지어 1형, 2형, 3형이 있으신 분이시다.
현대의 백신은 이 세 가지를 모두 다 대응하고 있고.
이곳에서는…….
‘아이고, 죽겠다.’
현대인 입장에서야 문명의 편리함만 알지, 인류 발전사의 위대함을 새삼 깨달을 일이 뭐가 있겠나.
허나, 막상 만들려니 죽을 맛이다.
‘최초의 백신이 사백신인 건 안다. 하지만 1형, 2형, 3형 전부 다 대응이 됐던가?’
그거까지 고려해서 만들었다는 문헌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거 때문에 연구 기간이… 늘어났다고 했었던 것도 같았고?’
딱 그 정도.
진천희가 아는 건 그저 약간의 역사 지식뿐.
그 기억을 촛불 삼아.
어둠 속을 더듬어 출구를 찾는 과정이라 할 수 있겠지.
지금 만들고자 하는 백신도 사백신이다.
사백신.
쉽게 말하면 바이러스를 죽여서 만드는 약.
일찍이 지구별에서도 이 사백신을 만든 사람이 있었다.
조너스 소크.
미국 전역이 소아마비로 공포에 떨던 때, 그는 소아마비 백신을 만들어 냈고.
이를 통해 미국에서 소아마비를 몰아낸 인물로 유명하다.
특히 이 사람의 대단한 점은 백신에 대한 특허를 포기하고.
‘그 누구라도 그가 개발한 백신을 생산해서 판매할 수 있게 한 거지.’
특히 그의 언행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한 TV 프로(그 당시의 흑백 TV)에서의 대화다.
프로그램 진행자의 “그래서, 백신의 특허는 어디에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그가 답한 영상은 인류애라는 것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니까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특허료는 없는 거죠. 저 태양에게 특허를 붙이실 겁니까?” (Well, the people, I would say. There is no patent. Could you patent the sun?)
그때 선배가 저 때는 낭만이 있던 시대이기에 가능한 소리였다고 투덜거렸었지.
요즘 시대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진천희는 그 말이 참 좋았다.
낭만이면 또 어떤가?
결국 인류는 그 ‘낭만’으로 여기까지 오지 않았던가.
그리고 지금.
진천희는 바로 이 조너스 소크 박사의 사백신을 강호 랜드에서 재현해 보려고 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미친 짓이군.’
사실 조너스 소크식 사백신보다 앨버트 세이빈의 생백신이 이 강호에는 더 맞을지도 모르지만…….
‘생백신은 부작용이 있다는 게 문제지.’
앨버트 세이빈.
이 사람 또한 소아마비 백신을 만든 사람으로.
이쪽은 바이러스를 죽인 후에 약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약으로 만들며 입으로 복용하면 되는 종류의 약을 만들었다.
애초에 조너스 소크 박사의 사백신의 경우 세 번에 걸쳐서 접종해야 하고, 매번 주사기를 써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귀찮다.
그리고 번거롭다.
즉, 개발도상국 같은 곳에서는 제대로 된 예방을 이루기 어렵다.
그러나 경구복용이 가능한 앨버트 세이빈의 생백신의 경우.
보관 및 유통이 상대적으로 편리하고 주사기가 없어도 된다는 점에서 강력한 이점을 가진다.
극단적으로 간단하게 축약하자면.
‘조너스 소크의 사백신으로 10명 예방을 할 수 있는 자원과 시간으로 앨버트 세이빈의 생백신은 100명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이도 있었지.’
문제는 생백신이라서 100명 중 0.5명은 소아마비에 감염될 수 있다는 것!
‘현대 기술이라면 이 또한 개량을 하고 보완된 약이 있겠지만…….’
여기는 강호 랜드! 즉,
[확실하게 예방할 수 있지만 접종하는 데 불편한 사백신]VS
[부작용으로 소아마비에 걸릴 위험성이 아주 약간 존재하는 대신 먹는 것만으로도 예방이 되는 생백신]이 둘 중에 무엇이 나은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
그래서 진천희는 조너스 소크식을 채택했다.
‘일단 시작은 무조건 안전한 게 좋지.’
물론 지금 단계에서는 백신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는 계산도 있다.
과거 두창 접종 때도-
‘항주의 지지와 민간신앙(?)을 업고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
좀 번거롭더라도 안전하게 첫 삽을 떠야 한다.
그런 진천희에게 연원왕이 물었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죽이려고 그러지? 끓이기라도 할 건가?”
진천희는 고개를 저었다.
“열처리나 포름알데히드 같은 화학적인 처리로 죽이는 게 보통이긴 한데…….”
‘포름 뭐?’
뭔 단어인지 모르겠지만, 어감으로 연원왕은 대충 알아들었다.
아무튼 죽이는 방법 중 하나겠지.
“다른 방법이 있나?”
“간단하죠. 우리는 우리 방식으로 죽이려고 합니다.”
그러더니 봉투에서 꺼낸 것은 사람 얼굴 모양 대추였다.
“저주받은 대추!”
“네. 그때 해주셨던 조언은 잘 쓰고 있습니다.”
-대추나무에 저주 걸어 봤나? 그렇게 나온 대추는 진짜 맛있더라. 그리고 감기에 좋다. 대신 대추가 사람 머리 모양으로 열린다. 냅두면 피눈물 흘리니까 그 전에 따 먹어라.
-아, 그래서 대추나무에 저주 걸어 보실 분? 아니다. 이건 주술당에 의뢰해야겠군요…. 그러면! 대추나무에 저주 거는 거 관찰하실 분?
“……!?”
“우리의 중의원들과 하의원들의 노력으로 이 저주받은 대추 알은 주변의 생기를 빨아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은 동물들은 죽을 수도 있어요!”
“그러면 그것들보다 훨씬 더 작은 병독은 일격에 사망인가?”
“크헤헤헤헤헷!”
진천희는 악랄하게 웃으며.
피눈물 흘리는 사람 모양 대추를 잘 밀봉하여 진법 가운데에 놓았다.
“저주냐, 축복이냐는 결국 우리가 먹는 약초와도 같습니다. 독인지 약인지는 그 쓰임새에 따라 달린 거죠. 사람의 생기를 빨아먹는 이 저주받은 대추나무 열매도 잘만 쓰면 포름알데히드를 뛰어넘는 훨씬 좋은 무언가가 될 수 있어요!”
그 웃음은 그야말로 광인과 같았고.
어째서 이놈이 이러고 사는데 공덕이 쌓이고 있는지 연원왕은 점점… 더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를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네놈…….”
“인류를 위해 희생해라, 저주받은 대추!”
끼아아아악!
대추 열매가 소리를 지른다.
진천희가 말했다.
“아, 가끔 소리도 지릅니다. 그래도 저주술에는 큰 문제는 없어요.”
그렇게 진 교수는.
폴리오 바이러스에 저주(feat.뒷마당 대추)를 걸었다.
“완성 후에 또 검증 과정 거치고 하려면 오래 걸리겠군.”
“사실 몇 년은 보고 있어요. 이렇게 죽인 놈이 효과가 있을지도 계속 실험해 봐야 하고. 미관상의 문제를 뺀다면… 현재 일단 예측하기로는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하긴 합니다. 단가도 싸고요.”
조너스 소크 박사는 1947년부터 피츠버그 대학에 들어가 연구를 시작하여,
55년에 백신 개발 성공을 세상에 알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창 접종 때와는 달리 이쪽은-
‘꽤나 갈 길이 멀지.’
그래도 이 없으면 잇몸이라.
무림 별 인류도 그 나름의 지혜를 짜내어 어떻게든 나아가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도달해야 하는 목표점을 아니까 좀 더 빨리 할 수 있겠지. 그동안에는… 개량된 천룡공과 인위적인 환골탈태로 버티는 거야. 그러기 위한 기금이니까.’
페니실린이나 스트렙토마이신 때도 그랬지 않았던가.
아는 것은 힘이고.
노가다도 하다 보면 답이 나오는 법.
그리고 그것은 인류가 말세를 상대로 싸워야 할 무기였고.
‘음, 말세도 내가 백신 만들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할 거 같긴 해.’
보통 ‘운명의 갈림길’이라고 하면-
‘절대자가 절대적인 무언가와 싸워서 승리하는 게 국룰이긴 하지.’
끼아아악-
저주받은 대추들이 동시에 비명을 지른다.
“이거 진짜 쓸 건가?”
“…네, 저주 대추 103-1호와 103-2호, 103-3호가 이번 실험에 사용됩니다.”
“!”
연원왕의 동공이 흔들린다.
이게 다 천기와 싸우기 위한 안배.
어설픈 자는-
‘결코 천기와 싸울 수 없다는 건가?’
끼악, 끼아아아악, 끼아아아아아아악!
“저 대추들 유독 자네를 무서워하는데?”
“괜찮습니다. 싱싱하고 건강한 열매라는 뜻이에요. 특히 이 103-2호가 아주 활발하지요.”
“아니, 유독 자네를 두려워한다고.”
꺅, 꺄아아아아아악, 끽, 끼아아아악, 끽, 끼아아아아악-!!
“…….”
안심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