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228
끼아아아아악! 꺄악! 끼아아아아아아악!
서대륙에 만드라고라가 있다면 동대륙에는 저주받은 대추나무가 있으리라!
경악에 빠진 연원왕이 말했다.
“이게 자네가 천기(天氣)와 싸우는 방식인가?”
“아니 뭐, 사람 얼굴 모양 대추로 백신 연구하는 게 그렇게 거창할 것까지야.”
“그래도 그 일부는 된다는 뜻 아닌가.”
“…….”
맞긴 하다.
이런 것들이 쌓여서 말세에 저항을 하고 있는 셈이긴 하지.
결론적으로 말하면-
‘항생제를 만들어 부술이 가능해졌고, 그걸로 실버 왕야를 고쳤지.’
실버가 살아나서 골드의 부담이 줄어들었다.
더불어 검사지경으로 골드 왕야의 치아를 쑤셔 미래에 있을 치통을 막았다.
행정력이 꽤 상승했을 거다.
그리고-
‘숙신족과의 전쟁에서 계책을 내서 승전을 하고, 국경에 거래소를 만들어 교류를 했지.’
지존천마에 나오는 전쟁을 막은 셈이다.
거기다 품종 개량에 성공한 감자를 수출 중이다.
물이 없는 지역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유목 부족 몇이 농경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부족끼리 사이도 나쁘지 않아서.
농경을 시작한 부족은 유목 부족과 혼맥으로 끈끈하게 유지 중이다.
행정력이 좋아진 골드&실버는 화 제국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유목민 갈라치기’ 대신 ‘교역으로 구슬리기’ 스킬을 사용하고 있다.
화 제국도 질 좋은 말과 양털을 파는 유목민들이 필요하고.
유목민들도… 물론 감자 보급이 좋아졌지만.
‘사람은 감자로만 살 수 없는 법.’
건과일이나 견과류들을 사들이는 것과 동시에.
의외로 비단 같은 사치품이나 협객 소설 같은 유흥을 위한 서적들도 구매하기 시작했다.
‘그건 꽤 크지. 화 제국 글자를 아는 유목민들이 늘었다는 뜻이니.’
대신들은 우리 글자를 알고 있으니 위험하지 않은가 하며 경계를 하나.
오히려 골드 & 실버는 화 제국 언어를 보급하는 데 더욱 힘쓰고 있다.
‘이런 거 보면 두 녀석도 머리가 좋단 말이지.’
진천희야 역사적인 사실로 글자의 힘을 알고 있다.
허나, 둘은 그저 순수하게 본인들 머리로 생각해서 나온 결론 아닌가.
“결과적으로는 항생제를 만든 게 전쟁을 막은 거군.”
“그렇더라고요.”
그 이후, 두창 접종으로 역병을 막고.
인구가 증가했다.
그렇다는 것은 생산력이 늘었다는 뜻. 세수가 증가했다.
그건 단순히 관(官)의 행정적인 것만 뜻하는 게 아니다.
경기가 좋아졌다는 것을 뜻하고.
상단의 보호비를 매년 받고 있는 강호 세가들의 돈주머니도 꽤 두둑해졌다는 뜻이었다.
“사람이 많이 죽었다면 경기가 나빠졌을 거고, 경기가 나빠지면 강호세가 간의 싸움이 더 증가했겠군.”
그렇긴 하다.
곳간에서 인심 나는 법이라고, 돈이 부족할수록 세가의 칼은 더욱 날카로워지고.
사파의 칼 역시 더욱 흑도를 향해 기우는 법이니.
“신기하군. 고작 두 가지의 일이라고 했는데 이 많은 것을 바꾸다니. 거기에 상하수도 설치나, 비료나 농기구 개발 같은 괴이한 것도 하지 않았나.”
“그랬지요?”
“그것도 각각의 파급력이 있을 테니 천기가 이리도 비틀릴 만해.”
“새삼 생각하니 저도 신기하군요.”
“보통은 ‘운명의 갈림길’이라고 하면 절대자가 절대적인 무언가와 싸워서 승리하는 걸 생각하지 않나? 우끼!”
연원왕 말에 진천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죠. 그런데, 말세라는 게 결국 ’세상의 끝‘이라는 거잖습니까. 천마 같은 절대자가 와서 중원을 피바다로 만든다고 해도 세상의 끝은 오지 않더라고요.”
그게 만약 가능했다면 이미 이 중원은 수없이 많은 말세를 경험했을 터.
연원왕이 물었다.
“이게 자네가 생각하는 말세를 막는 법인가?”
“말세까지 거창한 건 잘 모르겠는데, 적어도 전쟁과 가뭄과 역병을 막기 위한 행정적, 의학적인 연구는 늘 하고 있지요.”
“말세를 막고 있군.”
“크헤헤헤헷!”
현대인은 생각한다.
한 명의 절대자와 십만 명의 삼류 고수 중에 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느냐 묻는다면 단연코 후자라고.
그렇기에 의원은 이 길을 계속해서 나아갈 생각이다.
‘늙은이의 지혜라면 지혜겠지.’
말세가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짐작이 가기 시작한 상황.
‘이를 알아채고 대비하는 자들이 몇이나 될까.’
* * *
같은 시간 화주의각.
식사를 마친 의원 몇몇이 의보를 보고 있었다.
화주의각 역시 삼대의각인 만큼.
다른 의각의 의보들도 구비해 놓는 편이다.
한때는 삼대의각이 아닌 의각계의 일존이다, 천하의각이라 불릴 만하다는 말도 들은 일이 있었다.
백린의선의 병세가 깊어 반쯤 칩거했을 때 특히 그러하였다.
허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그것도 요즘은 옛말이 되어 가고.
최근 백린의각의 의보는 화주의각의 의원들에게도 알음알음 인기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하의원이 헐레벌떡 달려와서 상의원에게 의보를 건넸다.
걷는 모습이 부자연스러운 것이 크게 매를 맞았던 모양이었다.
상의원은 연초를 피우며 의보를 읽었다.
“어디 보자. 불치병인 줄 알았던 아동의 위증(痿證). 전염병으로 밝혀져……. 흐음. 백린의각 의보는 요즘 많이 저렴해졌다던데 글자는 다른 의보보다 또렷해져서 읽기가 좋군.”
“의원이 의술에나 신경 쓰지, 의보 예쁘게 인쇄하는 방법이나 궁리하니, 원. 쯧쯧쯧쯧.”
다른 상의원이 옆에서 혀를 찼다.
“백린의각은 겉만 번지르르한 곳 아니오. 진짜 의술은 우리 화주의각이지.”
그렇게 자화자찬을 주고받으며 상의원들은 의보를 읽어 내려갔다.
[아동의 위증을 소아마비로 명명! 전염병인 이 병의 예방약 개발 중]그리 말하며 소아마비가 어찌하여 걸리는지 꽤 자세하게 기술하는 게 아닌가.
얼마나 소상하던지 백린의각 소속이 아닌 화주의각 의원들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
“이놈들… 비인부전 모르나! 이런 비전을 아낌없이 풀어서 뭣에 쓰려고!”
“맞소. 의술은 자고로 비인부전인 법. 의술도 무공처럼 잘못된 사람의 손에 들어가게 되면 크게 잘못될 수 있지 않소.”
“백린의각의 그 소각주 놈이 문제요. 진천희 그놈! 잘난 척을 어디 한두 번 해야지!”
열심히 진천희에 대한 욕을 하고 있으나 상의원들의 눈은 소아마비에 대한 서술에 고정이 되고 있었다.
“소아마비로 명칭을 정했으니, 백린의각은 더 이상 위증(痿證)에 편입하지 않는다라.”
그리고 그 뒷장에는 어찌 환자를 치료했는지에 대한 과정 역시 소상히 적혀 있었다.
개량된 천룡공을 통한 치료.
경증 환자의 경우 개량한 천룡공을 전수하여 자가 회복을 유도하는 방식이 적혀 있다.
“……고작 이딴 걸 의술이라고 할 수 있소?”
“그냥 무공을 통한 자력갱생 아니오!”
“옆에서 진기도인을 해 줄 상의원이 있어야 하는데, 침구당이나 추나당에서 가능하겠군.”
“의술이 아닌 것을 의술이라 우기다니, 같은 의원으로서 아주 부끄럽군!”
우그럭!
상의원 하나가 참지 못하고 의보를 구긴다.
하지만 왜일까.
문득 주변을 보니 하의원들과 중의원들도 그 의보를 보고 있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연초 연기가 가득한 식당 안.
생각해 보면 하의원, 중의원들도 의보에 관심이 많을 법도 했다.
상의원들이 보고 나면 그 아랫것들이 돌려보는 것이 예의.
왜일까…….
‘…이놈들도 이 의보를 볼 거란 말이지?’
거부감이 들었다.
가슴이 섬뜩해서 저도 모르게 명치를 쓸었다가 이유를 깨달았다.
“백린의각 의보를 설마 진짜로 다 믿는 놈들은 없겠지? 그런 자들이 우리 화주의각 의원이라 할 수 있겠느냐!”
“…….”
하의원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우물쭈물한다.
그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예전, 예전이라면… 앞서서 백린의각 욕을 했을 애들인데……?’
-맞습니다. 상의원님, 백린의각은 이대로면 십 년도 되지 않아 망할 겁니다!
-저희 같은 하의원들이 봐도 백린의각의 행태는 눈이 찌푸려집니다. 환자를 대체 어찌 생각하는 건지 한숨만 나옵니다.
-저게 진짜로 제대로 치료된 게 아닐 겁니다. 어쩌다 호전된 걸 이렇게 우기고 있는 거겠지요!
이런 말부터 하며 그들의 눈치를 살살 살피던 놈들이 하의원들이다.
애초에 상의원들 눈에 들어야 자신들도 언젠가 상의원, 아니 중의원이라도 될 수 있지 않나?
백린의각은 화주의각 상의원들의 눈엣가시 같은 존재 아닌가!
그러니 잘 보이기 위해서라도 나서서 비위를 맞춰 주는 게 정상이었다.
그러다 문득 상의원은 깨달았다.
‘곰방대의 연초를 다 태웠는데도 새로 갈아 주지를 않아?’
그만큼 저 의보에 푹 빠졌다는 뜻이었다.
“네… 네 녀석들이 아주 기강이 빠졌구나!”
손찌검을 날리려고 팔을 치켜들자, 하의원이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귓방망이 맞은 적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그때였다.
“뭣들 하는 거냐!”
총관 마진추.
그가 안으로 성큼 들어온다.
“총관님을 뵙습니다.”
모두가 일제히 예를 표했다.
“밖에서 지나가다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동의 위증을 고쳤다는 내용이 의보에 실렸는가?”
“예. 여… 여기.”
술렁이는 분위기 속.
총관이 의보를 받아 빠르게 읽어 내려간다.
그러더니 흥, 하는 소리와 함께 의보를 반으로 찢었다.
쫘아아악!
“허둥거리지 말도록. 곧 본 의각이 저놈들을 밀어내고 천하제일 의각이 될 터이니.”
“네, 네엡!”
총관이 밖으로 나가자마자 식당에서 짝 소리가 들린다.
상의원들이 하의원 하나를 붙잡아 본보기로 매질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의각의 기강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라고 총관은 생각했다.
의원의 일이란 게 보통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 아닌가.
하의원들이 이렇게 정신이 해이해져서야 어디 천하의각이라 불릴 수 있겠나.
백린의각이 문제였다.
그놈들이 강호에 본격적으로 나선 이후에 화주의각의 분위기가 나날이 나빠지고 있지 않던가.
“제갈린 이놈…. 허나 네놈의 방자함도 이제 끝이다. 이제 곧… 각주님의 선약이 완성될 것이니…….”
그때 전음이 들려왔다.
[각주실로 오라.]화주의각의 각주, 화주약선의 전음!
그 목소리를 듣자 총관의 눈빛이 살짝 흐려진다.
마치 세뇌라도 당하는 듯한 얼굴.
“예, 각주님. 배알하러 가겠나이다!”
총관은 후다
여름.
나날이 더워지는 하루하루였다.
그런 더위 속에서, 진천희는 신이경을 실험하기 위해 이동을 시작했다.
‘신이경으로 가능한 것은 일단 [귀환술]인가.’
말 그대로.
백린의각으로 귀환할 수 있다.
다만, 술법의 명칭 그대로 귀환만 가능하다.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은 아직 불가능.
‘더 연구하다 보면 가능도 할 것 같은데…….’
거기다, 이 술법을 쓰기 위해서는 진서(眞書)인 신이경(神異經)을 꼭 들고 있어야 했다.
‘신이경이 없으면 술법이 실패한단 말이지.’
나중에 술법을 지고의 경지로 익히면 모를까…….
지금은 그러는 게 불가능했다.
그런 의미로, 현재는 실험을 위해 이동 중이다.
다다다다다다!
컹컹!
황구의 등 위에 탄 채로 진서인 신이경을 들여다보고 있는 진천희.
신이경이라는 게 보면 볼수록 새로운 감각을 획득할 수 있는 묘한 물건이다.
‘보는 것으로 술법 수련이 된다!’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이동과 수련 그리고 실험을 동시에 하고 있는 진천희의 현재 목적지는 남경이다.
남경에서 백린의각까지 귀환술을 써서 돌아올 수 있는지 실험하기 위해서 가는 것이다.
‘백린군 내에서는 크게 힘을 소모하지 않는 느낌으로 백린의각으로 돌아갔단 말이지.’
이미 작은 실험은 끝냈다.
이제 백린군 밖, 그것도 꽤 먼 거리에서도 돌아갈 수 있는지 실험할 차례라 할 수 있겠지.
그 제법 먼 장소로 정한 곳이 남경.
사실 딱히 남경성일 필요는 없다.
‘일정 거리 이상이기만 하면 되니까.’
그럼에도 남경으로 향하는 것은 겸사겸사다.
기금이 만들어졌으니 주왕에게 인사치레라도 한 번 하는 게 좋을 테니까.
‘그나저나…… 확실히 이쪽이 효율적이긴 하지?’
의각 일로도 바쁜 와중에 신이경을 우선으로 연구하게 된 것은 다른 게 아니다.
-희야. 네가 여기저기 나돌아 다니기를 좋아하니 신이경 연구부터 하거라. 그것이 순서 아니겠느냐?
‘그래. 성공한다면 언제든 차원을 접어 의각으로 귀환할 수 있게 되겠지.’
그야말로 사기적인 술법!
‘잘못 익히면 미쳐 버릴 수도 있다고 경고문이 있었긴 하다만.’
이런 쪽 지식들이 원래 그렇다.
‘어째서인지 나는 또 괜찮지.’
익힌 자들을 여럿 미치게 만들었다는 진서(眞書).
진서(眞書)들의 광기는 진천희를 결코 해하지 못했다.
우우우웅-
뭔가 가끔씩 머릿속에서 속삭임이 들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괜찮다.
-신입, 새 업무 잘하고 있나?
-얘 좀 머리가 나쁜 것 같은데, 계산식 똑바로 못 해?
-크르르륵! 일해라. 일!
왠지 모르지만-
‘진서를 많이 모으면 모을수록 더 강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드는걸?’
단순히 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