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23
제 123화
‘초절정 고수를 이기긴 했지만 생각해 보면 상성에서 내가 좀 더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야. 같은 초절정 고수라고 해도 속도와 변초를 중심으로 하는 타입이었으면 내가 패배했겠지.’
내공도, 실전도, 무엇 하나 뒤지지 않는 적이었다.
선심 쓰는 척 선수를 양보한 것도 방심을 해서 한 제안이 아니었다.
제갈가의 천기미리보를 알고 있는 눈치로 봐서는 미리 숙지도 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놈은 같은 무공을 써도 쓰는 방식이 다르면 어떤 파괴력을 만들어내는지 몰랐다.
진천희의 태을단선검의 경지로는 놈의 고목마공을 뚫을 수 없다.
스승님이라면 1합에서 이미 박살을 내고 2합 때 이 혈마 놈을 해부를 해서 연구 자료로 쓰셨을 터였다.
후일, 목을 쳐서 편히 보내줄 수는 있겠지만.
어쨌거나 팔을 잘라 단면도는 보실 것 같았다.
무협지에는 마공으로 미친놈들이 흔히 나온다.
설정상 마공이 정신을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거기에 끝나지 않고 몸까지 변형시키는 게 마공의 무서운 점.
몸에 비늘이 나거나 팔이 시뻘겋게 달궈진 놈들?
가끔 나온다.
그런데 정신도 맨정신인데 몸만 변형이 된 상태?
이건 좀 드물다.
그런 의미에서 고목마공을 익힌 고목혈마의 팔은 스승님의 학구열을 동하게 하기 충분하고, 이 시대 악당에게는 인권이 없으니.
이놈이 스승님께 걸리지 않은 게 천운이라면 천운이다.
진천희도 원했던 건 아니지만 팔을 박살 냈을 때 단면을 볼 수 있긴 했다.
인간의 팔인 듯, 광물로 만든 팔인 듯 아주 기이했다.
마공은 일반적인 무공들보다 빨리 강해질 수 있게 하지만 대신 그 부작용도 심각하니까.
‘앞으로도 이런 놈들이 나오겠지?’
마공의 원산지 마교.
소교주들의 항쟁. 천마혈로가 시작되면 더 많은 마인들이 밖으로 나올 터였다.
여하륜이야 주인공답게 가급적 덜 미치고(?) 잘생긴 외모도 온전히 보전하겠지만 다른 소교주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더 강해져야겠어. 그것도 최대한 빨리.’
고목혈마와의 싸움은 진천희 안에서 큰 거름이 되었다.
진천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기들을 하나씩 점검했다.
현원전단신공.
사고를 가속시켜 상대의 무공을 파훼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특기.
덤으로 기억력 증진, 판단력 상승 등 뇌 기능 자체를 상승시켜 주는 신공절학.
‘이번에도 고목혈마를 쓰러뜨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고목마공을 힘으로 뚫을 수 없다면 열팽창 원리를 사용해 보면 어떨까.
그런 판단을 한 것 역시 현원전단신공 덕분이었고, 그렇게 빠른 시간에 그 발상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게 이번 승리에 주효했다.
오행신공.
다섯 기운의 조합으로 천하의 기운을 모두 만들어내고 사용이 가능하다.
제갈가답게 천변만화의 힘을 보여 줄 수 있다.
응용성이 뛰어나 의술에도 검술에도 사용이 가능한 게 특징.
‘열팽창을 시험하기 위해서는 빙기와 화기가 필요했어.’
오행신공이 없다면 실행 자체가 불가능했을 터였다.
가속된 사고를 현실로 끄집어내기 데에는 오행신공의 역할이 컸다.
여기에 환골탈태로 전신 세맥이 진천희의 의지에 따라 빠르게 기를 받아들이고, 조합하며 내보낼 수 있게 되었다.
보통 다른 이들의 내공이 시골길을 따라 움직인다면 진천희의 몸은 현대로 치면 아스팔트 포장도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천기미리보까지 합쳐져 몸을 지키며 내공을 조합해 나갈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삼재보법부터 기초를 다듬지 않았다면 죽었겠지.’
무식하게 기초만 팠던 건 옳은 선택이었다.
삼재보법이 부실했다면 상위보법인 천기미리보도 자연히 부실해졌을 테니까.
‘확실히. 현원전단신공과 오행신공, 천기미리보, 세 가지 신공절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제갈가의 핵심 무공이야.’
화를 당했다 하여도 괜히 팔 대 세가가 아니다.
그 숨겨진 저력은 굉장했다.
마지막으로 태을단선검.
쾌와 속, 그리고 환의 이치가 담겨있는 이 검법 역시 신공절학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회피를 하면서도 끊임없이 고목혈마의 팔을 긁으며 타격을 줬지. 거기다가 마지막 한 방.’
기초적인 중단 찌르기였으나 그 안에는 분명 태을단선검의 묘리가 담겨 있었다.
아직 부족한 건 아쉽지만 기초만큼은 누구보다 탄탄하다.
이다음은 앞으로 있을 수없이 많은 실전 속에서 단련해 나가야 한다.
철을 때리면서 제련하는 것과 같다.
‘여기에 독공도 있군.’
오행상극독.
남을 중독시키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무공.
오행상극독을 통해 얻은 백독불침만 해도 강호에서 있을 어지간한 수작질은 피할 수 있다.
‘역시 스승님의 가르침은 대단해. 뭐 하나 안배를 안 한 곳이 없네.’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도록 진천희를 체계적으로 가르쳤다.
특히 ‘자신보다 강한 자를 어떻게 이길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그 모든 도구를 스승님은 제자에게 전수해 주었다.
‘음, 그래도 고목혈마와 싸운 건 모르시면 좋겠네. 하지만 조만간 소문이 퍼지겠지?’
다행히도 진천희는 배 타고 튀었다.
소문이 퍼지고 위치를 찾기 시작했을 때 이미 진천희는 저 멀리 산새처럼 날아갔을 터.
“자, 그러면 여기서부터 더 강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진천희의 사고는 차근차근 다음으로 나아갔다.
‘우선 영약을 먹어 내공을 늘리는 거야 기본이지.’
강호인에게 내공은 벼슬이며 전투력 측정기다.
현대로 치면 자동차의 연료 양이라고 할 수 있다.
진천희가 이긴 게 신기한 거지 보통 승부는 내공의 차이로 갈리는 일이 많았다.
이번에도 장기전으로 갔으면 진천희가 필패였을 거고.
‘그다음은 무공빨이나 템빨인가.’
무공은 자동차의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연료가 많아도 엔진의 차이로 속도가 갈린다.
그만큼 무공은 중요하다.
템빨은 자동차의 디자인.
공기역학을 생각해서 만든 현대 탄소섬유 스포츠카와 1959년형 폭스바겐 비틀은 같은 엔진을 가져도 속도가 차이날 수밖에 없다.
내공이 전투력 측정기인 이 세상에서 템빨 역시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괜히 강호의 인간들이 신병이기를 부르짖으며 돌아다니는 게 아니었다.
‘무공은 양의심공, 그리고 반야금강신공. 이 두 개면 될 거 같아.’
양의심공은 생각을 두 개로 나눌 수 있다는 신공이다.
현원전단신공까지 익힌 진천희다.
컴퓨터로 치면 듀얼코어로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게 된다는 것.
‘다만 위험성이 문제로군.’
사고를 건드리는 신공은 언제나 정신병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리스크를 줄이고 원하는 것만 골라먹을 수 있을지가 문제네.’
현대인이기에 할 수 있는 사고방식이었다.
그다음은 반야금강신공.
‘이건 최고의 외공이지. 이걸 익히면 고목마공을 익힌 고목혈마보다 몸은 더 단단해지면서 부작용도 없지.’
양의심공에 비하면 얻을 건 그득한데 리스크는 극히 적은 개꿀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외공도 나쁘지는 않지만. 이걸 한 단계 더 진화시키는 게 낫지. 그야말로 절세외공이니까.’
자, 그러면 소설에 이 두 가지 무공이 어떻게 언급되었는지 볼까.
진천희는 현원전단신공을 이용해 소설 속의 내용을 떠올렸다.
마치 머릿속 검색엔진에서 정보를 찾아내듯, 검색어를 다양하게 입력하고 생각나는 것들을 두서없이 늘어놓았다. 그다음 연관성순으로 찾아 추려낸다.
그걸 단시간 안에 해낸 진천희는 결론을 냈다.
‘양의심공은 실종된 무당파의 전전대 고수의 유해가 어디에 있는지가 소설에 나와 있어.’
무림의 어느 마두가 그걸 찾아서 습득하는 장면이 언급된 적이 있었다.
‘반야금강신공은 어떻게 익히지? 역시 소림사인가.’
그러나 당연히도 절세의 무공을 외인에게 알려줄 리가 없다.
‘이건… 평판과 은(恩)과 기연이 필요하겠군.’
평판은 쌓아 가고 있다.
남은 둘은 진천희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니니 지켜보는 것 말고는 다른 답이 없다.
‘뭐, 반야금강신공은 나중에 생각하고. 안 되면 다른 외공을 찾으면 되지.’
외공 쪽에서 가장 강한 걸 추리다 보니 그런 거지, 꼭 1순위만 익히라는 법은 없으니까.
진천희는 그 부분은 가장 나중 순서로 미루었다.
우선은 천뢰응. 그다음은 양의심공. 그리고 다른 영약들.
그런 순서로 행동하면 되리라.
진천희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을 정리했다.
컹! – 주인, 땅 냄새가 난다.
“응? 벌써?”
진천희가 안력을 돋구어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먼 곳에서 희미하게 섬이 보이기 시작했다.
곧. 주산군도에 도착한다.
* * *
배가 주산군도에 들어섰다.
주산군도.
섬이 무려 1,300여 개나 되는 섬들의 바다.
섬들 중에 이름이 붙여진 섬들은 극히 일부분이다.
이 주산군도의 섬들 중 하나에 보타산에 자리하고 있고, 그 보타산에 보타문이 자리를 잡고 있다.
불교의 성지 중 하나며 산과 바다, 섬이 합쳐진 호방한 곳이다.
섬 주민들의 주력 수입원은 당연하게도 어업.
수많은 군도들 덕분에 어업 자원은 풍부한 편.
덕분에 이 지역 사람들은 조개를 캐거나 물고기를 잡으며 굶지 않게 살 수 있었다.
거기다가 주산군도에서 채취되는 진주는 색이 독특하고 아름답기로 유명해 높으신 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 바다에 조약돌처럼 흩뿌려진 작은 섬들.
항주처럼 번화한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장 큰 항구라고 해 봐야 객잔 두어 개 정도가 전부다.
거기다 배로 오가기 쉬운 섬이 손에 꼽히다 보니 다른 문파들이 이 지방에 눈독을 들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지금. 진천희는 곧바로 그 보타산에 도착해 조각배 하나를 사려고 돌아다니고 있다.
딱히 보타문에 볼 일이 있는 건 아니라 입산하지는 않은 상황.
거기다가 보타산에 성지순례를 하는 이도 제법 있다 보니 외인인 진천희가 그리 눈에 띄지는 않을 터였다.
그랬다. 본래라면 않았을 거였다.
왕왕! – 주인, 저 말린 생선을 어서 내게! 신속한 군량 보급을!
황구만 아니었다면.
왜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제는 늑대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커져 버린 황구였다.
반면 얼굴은 접힌 귀에 순둥한 인상이다 보니 타인의 시선을 꽤나 사로잡았다.
거기다가 원판도 좋았지만 환골탈태로 한층 수려해진 진천희의 미모까지 더해졌다.
평생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은 미청년이 강호낭중(떠돌이 의원)의 특징인 약상자까지 등에 메고 다니니 시선을 크게 사로잡았다.
마무리로 허리에 칼까지 차고 있으니, 딱 봐도 ‘나는 강호인이오.’라고 얼굴에 써 붙이고 다니는 모습이었다.
“배를 팔겠다는 분이 없네. 어쩌지, 황구야?”
왕왕! – 주인, 그런 것보다. 저 말린 물고기를 어서!
진천희는 결국 북어포 비슷한 것을 사서 황구에게 던져 주었다.
쩝쩝. – 주인. 충성충성!
오늘도 먹을 거 앞에서 충성심을 불태우는 황구였다.
“그래. 많이 먹어라. 인간의 고민 같은 게 너랑 무슨 상관이겠냐. 털 친구는 죄가 없지.”
천뢰응을 찾기 위해 주변을 탐사하려면 배가 필요했다.
만약 전투가 있다면 배를 험하게 쓰게 될지도 모르니 빌리는 것보다 사는 것이 더 좋았다.
‘그리고 빌려 주는 어부도 없네. 어부들 입장에서 배는 밥벌이 수단이니까 어쩔 수 없나?’
번화한 곳도 아니니 상선도 잘 오가질 않는다. 그리고 상선에 올라탄들 이 사람들이 무인도에 갈 리가 없으니 그것도 문제다.
‘아, 고민이네. 고민이야.’
진천희의 미간이 구겨졌다.
그때 누군가가 진천희를 향해 다가왔다.
컹! – 주인. 향냄새가 나는 큰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