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231
적어도 황구나 진천희의 인지 반경보다 무존의 인지 반경이 훨씬 더 넓다는 뜻.
그것도 동물과 곤충의 기척으로 가득 차 있는 산속.
이런 곳에서 원하는 것만 잡아내는 능력이라?
그나마 황구가 기척을 느끼기는 쉬울 터다.
크고 빠르니까.
허나, 그것조차도 평야도 아니고 수풀이 우거진 산속.
압도적으로 먼 거리에서 감지하는 것은 이야기가 다를 터.
‘감지 능력이 짐승 수준인데? 후각부터가 이미 개나 곰을 뛰어넘는 것 같군. 시각은 딱히 내공을 쓰지 않아도 독수리와 같이 보이는 모양이고.’
이런 존재를 뭐라고 부를 수 있을까?
더 놀라운 건 이런 뛰어난 오감을 가지면 그만큼 자극이 많아지는 것이니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신경 쓰는 기색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인간이 아닌 짐승으로 타고난 듯한 모습.
실제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녀는 잠시 동안 곰이 되었으니까.
실제로 곰이 된 건 아니나 무공적으로 ‘곰’이 되었다.
“와웅공은 다 좋은데……. 가사 상태에 빠지면 무방비가 되거든. 내 경지에 이른 후로 호신강기를 계속해서 두를 수 있긴 하지만 정신을 잃고 혼절한다는 게 문제라서 참으면서 이동하던 중이네.”
“그런 것치고는 처음 뵈었을 때 전혀 아픈 기색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만……. 그것도 무공입니까?”
“그렇지. 부동철심공(不動鐵心功)이라는 녀석일세. 아무리 큰 부상을 입어도 평소처럼 움직이게 해 주지.”
“엄청나군요. 저도 허벅다리에 칼이 꽂힌 적이 있었는데 평소처럼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는데.”
진천희는 과거 응룡을 상대로 빙정검을 본인 허벅다리에 꽂았던 일이 생각났다.
만약 이런 무공이 있다면 굳이 절뚝이며 걸을 필요는 없었으리라.
“그렇지? 거기다 호신강기가 계속 운용되는 건 무상용린강기공(無上龍鱗强氣功)이라고 한다네. 이것도 아주 훌륭한 호신강기공이지.”
‘괴물 같은 마존을 ’그 녀석‘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바로 이 때문인가.’
무존은 마치-
‘이 세상 모든 무공을 다 아는 것 같군.’
부동철심공.
이름만 들어봐도 정신을 보호하고 흔들리지 않게 해 주는 무공인 듯싶다.
무상용린강기공도 마찬가지.
‘용의 비늘을 강기처럼 두르고 있다는 의미인 것 같은데… 실로 무시무시하군!’
진천희는 크게 감탄했다.
‘세상에는 별의별 무공이 다 있구나. 그리고 무존은, 정말 무공에 진심이다. 나도 자신도 걸어 다니는 무공 서고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엄청난 세월을 살아온 무존은 실로 엄청나군.’
심지어 그녀는 직접 발로 뛰어서 무공 내놓으라고 사람을 패며 살지 않았던가.
온화하게 말해 팼다고(?) 표현했으나.
결국은 생사결이겠지.
강호에서 무공이란 목숨을 뜻하는 것.
제아무리 무존이라고 하더라도 쉬이 알려줄 리가 없다.
드물게 조건을 달아 구결을 전수하는 일도 있겠지만.
소중한 사람을 살려달라거나, 납치당한 누군가를 구출해 달라는 수준의 일.
필시 쉬운 일은 아니리라.
그것을 진천희가 태어나기 전부터 반복해 왔던 자다.
천간에 갇혀 몸을 움직일 때에는-
‘오히려 그동안 배운 무공들을 숙성시키고도 남는 시간이겠군.’
그조차도 그녀에게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진천희가 말했다.
“그러면 치료를 마저 하도록 할까요?”
“오, 여기서 더 치료가 가능한가? 일반적인 내상이 아닐진대.”
무존은 신기한지 눈을 반짝반짝 빛냈고.
“침습한 이종진기의 치료 방법에 대해서는 의외로 백린의각이 정통합니다.”
“…역시!”
무존은 새삼 감탄한다.
본디 구음절맥이란 몸에서 냉기를 계속 뿜어내는 병.
스승님은 이 냉기를 이종진기라 규정하고 치료하는 방법으로 접근해 보셨었다.
‘그것도…… 어… 진전은 없었지.’
많은 것을 발견해 내셨으나 본인 몸을 호전시키는 데는 역시나 실패했다 하셨다.
구음절맥이라는 게 괜히 천형(天刑)이 아니다.
그래도 이종진기에 대한 연구는 백린의각이 최고라 자부할 수 있게 되었다.
무존이 말했다.
“그러면… 등을 맡겨 볼까?”
진천희는 침통을 꺼내 무존의 등 쪽으로 다가갔다.
무존의 등은 수많은 흉터들로 얼룩져 있었다.
그리고 새카만 마존의 이종진기까지도.
마치 이종진기 자체가 마존 본인의 심상과 닮아 있어서.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라고 끊임없이 속삭이는 듯했다.
문득 스승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희야. 너는 강호의 의원으로서 여러 가지 질병과 외상들을 치료하게 될 게다. 그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치료라고 할 만한 게 무엇인지 아느냐?
-아! 저 알아요! 이종진기의 침습! 그거죠?
-호오. 이미 알고 있었느냐? 그렇다면 이야기하기 쉽겠구나.
-저도 들어만 본 거긴 하지만요. 그래서, 오늘은 그런 종류를 치료하는 걸 배우나요?
-그렇단다.
그렇게 시작된 가르침.
강호의 의원들은 여러 가지를 치료한다.
중독, 내상 치료, 골절 등등의 강호인으로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무공에 의한 상처와 질병들을 치료하게 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어렵고 독특한 것이라면 바로 이것.
이종진기의 침습.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한음진기 중에서도 지독하기로 소문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소수마공(素手魔功)의 소수진기인데.
‘이 기운에 직격당하면 그 기운이 사라지지 않고 체내에 남은 채로 그대로 내부를 갉아먹게 되지.’
마치 독(毒) 같지만 독은 아니다.
무형의 기운이 자리 잡은 것이니까.
이렇게 침습하는 힘을 가진 기운들은 당연하지만 몰아내는 게 쉽지 않다.
‘보통은 신의(神醫)를 급하게 찾지.’
그냥 의원은 치료가 불가능하다.
강호인들이 신의(神醫)라고 추앙하는 아주 극소수의 의원들만이 가능했다.
그건 다른 강호인들이 스승님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스승님은 그 지식을 모두 제자에게 전수하였고.
그리고 지금.
진천희는 천마진기의 침습을 치료하고자 한다.
무존이 말했다.
“본래 이종진기의 침습을 치료하는 정석은 뜸이지. 뜸의 열기로 몸에 남은 기운을 흩어 내는 식이니까. 소형제는 어째 그렇게는 하지 않는 모양이군?”
“네. 이는 기공 치료를 하지 못하는 의원일 경우에 하는 일. 내가기공을 익혀 기공 치료가 되는 의원이라면 뜸과 침을 병행할 수 있게 되지요.”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이 천마진기는 천마의 의념이 서려 있어서 뜸은 아예 효과가 없을 거라는 거지. 역시 기공 침술로만 끝장을 봐야 하나?’
현원전단신공이 빠르게 정보들을 물어온다.
‘아니. 침술만으로는 안 된다. 의념이 너무 강해. 물론 남은 기운이 많지는 않지만……. 자칫 잘못 자극하여 내공끼리 부딪쳐 체내에서 폭발하기라도 하면 무존님은 크게 내상을 입으시겠지.’
천마님이 원하는 게 그쪽일 터.
그건 진천희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차라리 돌아가더라도 안전하게 더 약화시키는 방향이 낫겠군. 그렇다면… 진법을 쓴다. 거기에 흡정공을 병행하면 되겠다.’
진천희는 거기까지 계산한 후.
진법을 설치.
그리고 용각생사침을 꺼냈다.
“그러면 치료를 시작하겠습니다.”
“아아. 소형제. 잘 부탁하네.”
퉁-
내공을 담은 금침이 그녀의 등에 꽂힌다.
그러자, 천마진기가 재빠르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와, 무슨 진기가 지능이 있는 것처럼 움직이냐?’
진천희는 어이가 없어 혀를 내두르고는 빠르게 침을 꽂아 넣어 갔다.
그리고, 핵심적인 혈도에 용각생사침(龍角生死鍼)을 빠르게 박아 넣어 진기가 날뛰는 통로를 차단하기 시작했다.
투투투퉁퉁!
“마치 노랫소리 같군.”
“내공을 담아 시침을 하는 소리를 그리 느끼실 줄은 몰랐습니다.”
“아암, 당연히 그리 느끼지. 의술도 어찌 보면 무공의 한 획이 아닌가. 나는 머리가 나빠 의술 쪽 지식은 먹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소리는 참으로 좋아한다네.”
“목숨이 걸린 일인데 두렵지 않으십니까?”
그 말에 무존이 씨익 웃었다.
“두려울 게 무엇이 있겠나. 신의(神醫)를 이런 자리에 만난 것을 보니, 내 아직 죽을 때가 아님을 깨달았는데.”
진천희는 그대로 흡정공을 장심에 사용해 천마진기를 끌어당겼다.
우우우우우웅–!
진법이 보조하는 가운데 용각생사침을 통해 천마진기가 외부로 끌려져 나오는 게 아닌가.
“이 금침. 탐이 나는군. 무림지보급은 되는 것 같은데?”
“크윽, 기연이 닿았지요…….”
진천희도 천마진기를 당기며 작게 신음을 뱉는다.
터지지 않게 조심하는 중이다 보니 쉽지가 않다.
“보통은 무림지보라 하면 검, 드물게 도나 창이 아닌가? 금침이 이런 기세를 내뿜는 것은 또 처음 보는군.”
정작 치료를 받고 있는 무존은 태연하다.
진천희가 결코 실수하지 않는 미래를 보고 온 듯.
“제가 실수하는 게 무섭지 않으십니까?”
“그럴 리가.”
무존의 눈은 확신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마침내!
“……됐다!”
——-우웅!
깊은 울음소리와 함께 천마진기도 맥을 못 추고 체외로 끌려 나온다!
쿠과가가가가!
흡사 바다 밑에 있는 뱀장어를 명주실로 끌어내는 것 같은 기예였다.
천마진기가 살아있는 괴생명체처럼 주욱 끌려 나오고, 허공에서 폭발이라도 할 것처럼 꿈틀거리는 게 아닌가?
그 기괴한 형상에 간담이 서늘해졌지만.
‘이놈이 체내에 있었다면 답이 없었겠지만, 지금은 물 밖으로 나온 상어나 다름없다. 이제 이걸 안전하게 처리하기만 하면 되겠…….’
그때 무존의 손이 날아와 천마진기를 산산조각 내는 게 아닌가!
콰과과과광!
고작 진기가 폭발한다고는 상상도 되지 않을 만큼 거대한 기세가 노도처럼 폭사한다.
“크하하하핫! 아주 시원하구먼!”
그녀가 벌떡 일어났다.
옷도 챙겨 입지 않고 그저 손발을 쭉 뻗어내는 게 아닌가.
‘단순한 스트레칭이 아니다. 무리가 담긴 일수(一手)!’
진천희가 놀라는 사이.
손발을 뻗어낸 그녀의 의념에 따라 공간 그 자체가 일그러져 왜곡된다.
‘무공으로 저게 가능하다고?’
마존은 진기 그 자체로 하나의 생명체를 만들어냈다면.
무존은 의념으로 공간 그 자체를 자유롭게 일그러뜨렸다.
‘필시 무존의 심상과 관련이 있는 것이겠군.’
마존만큼이나 무존도 기묘했다.
그녀는 산짐승처럼 우득우득 몸을 풀더니 이렇게 말했다.
“이야! 아주 좋군. 좋아. 과연 그 녀석의 제자답군. 청출어람이라고 할 만한걸?”
“과찬이십니다. 저야 아직 스승님에 비하면 모자라지요.”
기지개를 켜는 그녀의 등 근육이 산처럼 솟아올랐다가 이윽고 바다처럼 잠잠해진다.
기파가 잔잔하게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가 되돌아간다. 그것은 마치 파도가 치는 바다 같았다.
단순히 몸을 푸는 수준이 아닌.
근육 하나하나를 점검하고, 혈도와 기맥을 쓸어내는 과정임을 진천희는 깨닫는다.
무존이 몸을 풀며 말했다.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안 좋은 것이라네. 그나저나… 과거보다 확실히 강해졌군그래. 아주 맛있어 보여. 흐으으음. 하지만 아직은 설익긴 했지. 어디 보자……. 이 값을 어떻게 치러야 하려나…….”
그녀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이윽고 손가락을 딱 소리 나게 튕긴다.
“음! 그래. ‘사랑’을 가르쳐주지.”
무존은 그리 말하며 다시 옷을 입었다.
“사랑?”
진천희가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