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233
무공, 무공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는 그것으로 무엇을 낳으려 하는가.
보통 무공의 겨룸이라는 것은-
‘단순히 생각하자면…….’
육체적 감각과 육감(六感).
그리고 무의식적인 초식의 발현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터.
허나.
고수의 비무는 심오막측하고 몹시 깊어.
찰나의 순간 서로의 수를 예측하거나 알기 위해서 전광석화 같은 사고(思考)가 필요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사고의 속도를 가속하여-
‘-!’
고작 눈 한 번 깜빡일 사이에 수십 가지로 생각을 분화.
끊임없는 수싸움을 하게 하는 현원전단신공은 분명 천고의 신공절학임이 틀림없겠지.
그렇기에 제갈세가의 진짜 신공은….
‘…태을단선검이 아니라 현원전단신공이지.’
젊은 강호인들은 태을단선검의 빠른 검격에 충격을 받으나, 오래 살아남은 노괴일수록 다음 수, 또 다음 수로 이어지는 현원전단신공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그런 신공조차도 한계는 존재했고.
‘갑자기 장기의 졸(卒)이 차(車)로 변신하는 마술을 부리진 못하지.’
그러나 초월심무 사량과 함께라면 그것이 가능해진다.
정말로 졸(卒)을 차(車)로 바꿀 수 있는 놈들이다.
‘사기 가위바위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어떻게 제가 그것을 배울 수 있겠습니까?”
심무(心武).
그리고 그다음 단계인 초월심무(超越心武).
이 모든 것들은 전부 의념(意念)에 대한 깨달음을 기본으로 한다.
이 의념이 심상을 구체화시키고, 세계를 변화시키기 때문.
‘허나, 그리되려면 단 한 가지가 전제되어야 하지.’
무인이 영혼 깊이 스스로에 대해서 확신을 가져야 한다!
‘의심이 많은 무인보다, 단순하고 무식한 무인이 더 의념을 잘 깨닫는 게 이런 이유이긴 하지.’
화경까지는 빠르게 간다고 해도. 그다음은?
현원전단신공처럼 아예 생각 그 자체를 보조해주는 신공을 익힌 게 아닌 한에야, 생각이 많을수록 심무를 익히기가 어렵다.
‘어떤 의미로 하륜이가 심상마저도 천고의 기재인 이유가 있어.’
그의 주먹에는 단 한 줌의 망설임이 없다.
그렇기에 오히려 자신의 의념에 쉽게 닿을 수 있고.
그 심상마저도 담백하다.
화경의 몸으로 현경의 경지를 끌어 쓴 건.
단순히 천살성의 재능이 혼자 다 해준 건 아니라는 뜻.
본인의 타고난 성정도 그에 기여했다.
무(武)란 단순할수록 강하다!
‘반대로 사마현은 심무를 익히기에 원래라면 어려운 성정인데… 혼원(混元)에 닿음으로써 자신의 심상을 자각하게 된 거고.’
이상하게 갔다.
보통 강호인이라면 직선으로 주파해야 하는 길을, 이 녀석은 갈지자(之)로 춤추면서 갔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도 바람처럼 유려했지.’
그걸 재능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광기의 축복’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천우는 둘 사이의 어딘가인 듯하지만….’
의외로 예측이 안 된다.
‘그래도 권제님의 가르침과 무당의 신공이 있으니 어떻게든 잘할 것 같은데 이 녀석도.’
아무튼.
심무를 무한하게 배우거나 익히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뭐어… 보통이라면 불가능하겠지. 이 ‘사량(思量)’이라는 것은 무공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얻기 어려우니까.”
무존은 부드럽게 목을 두득두득 풀었다.
“여기서부터는 옛이야기를 해 줄까?”
“옛이야기라 하심은?”
“어느 소녀의 이야기이지.”
“…….”
진천희는 그 말에 그 ‘옛이야기’라는 것이 무존 본인의 어릴 적 이야기임을 직감한다.
“네. 듣고 싶습니다. 참으로 궁금하군요.”
무학에 대한 끝없는 굶주림.
그 탐욕.
그녀는 단순히 강해져서 강호를 오시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모든 강호인의 꿈인 등선이 코앞까지 다가와도 거기에 저항하며 무(武)를 끊임없이 잡아먹고, 잡아먹는 존재.
설령 상대가 마존이라고 해도 그 탐욕은 변함이 없다.
어쩌다 이런 존재가 태어난 걸까?
무존은 여상하게 웃는다.
“하하핫, 별 이야기는 아니라네.”
그녀는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별 볼 일 없는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겠다.
어렸을 적.
광무백은 평범한 농가의 자식으로 태어났다.
“여기서 ‘평범하다’는 것은, 소작농이라는 뜻이지. 보통 그리 살지 않던가? 시대가 바뀌고 나라가 바뀌어도 내 밭을 일굴 수 있는 양민이란 아주 한정적이니까.”
“네.”
“뭐, 자네의 백린군이 좀 희한하긴 하지만 보통은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지. 앞집도 뒷집도 옆집도 모두 남의 땅 파먹고 사는 처지라네.”
무존의 집도 마찬가지.
대부분의 양민이 그렇듯 그녀 역시 곤궁하게 살게 되었다.
거기다가 일반적인 평지의 농가가 아닌, 산중의 농가.
즉, 화전민 마을이었다.
“화전민이라고 하면 보통 착취를 당하는 게 괴로워 산으로 도망친 자들 아닙니까? 그런데도 남의 땅을 일군다고요?”
“그렇지. 도망친 곳이라고 만민평등의 세계가 있겠는가. 그 안에서 다 강한 자, 약한 자로 나뉘지. 그나마 전에 살던 마을보다는 나았으니 그곳에 있는 거지.”
“…….”
“이런 사정은 본인이 직접 화전민이 되지 않고서는 모르는 이야기라 할 수 있지. 인간은 결코 평등하지 않네. 자네는 사람의 의(義)를 믿는다만. 보통은 그렇지 않지.”
참 어려운 일이라고 진천희는 생각했다.
“나는 그때 보통 애보다는 키가 훨씬 컸네. 애초에 무골이었으니까. 그리고 밥을 많이 먹었지. 하지만, 가난한 농가에서 식충이란 늘 굶고 있는 상태라는 것을 뜻하네. 마음껏 먹으면 가족들 먹을 것이 없거든.”
“그렇군요.”
“그래도 우리 부모님은 뭐라고 하지 않았네. 나를 많이 사랑하셨기도 하고, 그때의 나는 왠지 모르게 보통 사람보다 쟁기질을 잘했어.”
“쟁기질을…… 잘했다?”
“아니, 그냥 잘한 게 아니었네. 녹슨 쟁기로 누구보다 깊고 빠르게 파면서도, 주먹만 한 돌덩이도 심심치 않게 박살 내곤 했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게 어떠한 ‘재능’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 보통 그렇지 않나?”
“…….”
그러던 어느 날.
광무백의 집 근처에서 어느 강호인이 죽어 가고 있었다.
그게 불쌍하여 소녀는 치료를 해주었다.
여기까지는 흔한 미담이나.
강호 대부분의 미담이 그렇듯 결말이 썩 좋지는 않았다.
“상처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사망했지.”
“아.”
“그래도 고맙다며 무공을 가르쳐주고 죽었으니… 그게 다행이지. 그게 내 첫 무공이라네.”
그 이후.
소녀는 손발을 휘두르고 내공을 수련하는 그 일련의 과정이 너무나도 즐거웠다.
“여기까지 올라온 자들이 대부분 그렇듯 내게도 무재(武才)가 있었네.”
있었다?
아니다. 단순히 그런 표현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녀 자신이 무(武)였을 터였다.
세가의 자식이나 마교의 소가주 같은 게 아니다.
그냥 산야에서 변변한 스승이나 지원도 없이 올라가려면 ‘재능’이 아니라 ‘사랑’을 받아야 했다.
무(武)가 그녀를 ‘사랑’한 것이었다.
그녀 역시 무(武)를 사랑했을 거고.
그런 아주 극소수의, 강호 역사를 통틀어 세 명도 안 될 재능을 무존은 갖고 있었다.
그녀는 무학의 ‘사랑’을 받는 자.
강해진다.
점점 더 나아진다.
부족한 투로는 더욱 매끄럽게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또 수정한다.
그러다가 어쩌다 아름다운 선이 하나 생기면 하루 종일 가슴이 두근거렸다.
—-!
그렇게 마지막 기운까지 짜내고 탈진한다.
탈진한 후.
다시 일어나서 미친놈처럼 손발을 휘둘렀다.
“우리 부모님은 딸아이가 설마하니 천하제일인이 될 거라고는 생각 못 하셨지만, 그래도 재능이 있다는 건 알아보셨지. 보통 그렇지 않던가?”
“무존이 될 자의 재능이라면 평범한 양민도 알아볼 테니까요.”
“하하하, 그래. 내 얼굴에 금칠을 하는 격이지만 사실이네. 무공은 돈이 되지. 하급 낭인이라고 해도 적어도 화전민이 하루 벌어 먹고사는 것보다야 많은 은자를 벌 수 있지.”
그때부터 딸은 밭일을 하지 않아도 됐다.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고 공자님이 그러셨던가?”
“아주 쑥쑥 성장하셨겠군요.”
“그렇지. 알다시피 이 몸은 천고의 기재이니 말일세.”
“네. 당연하시겠지요.”
여기서 오히려 둔재나 범재라고 스스로를 평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기만이다.
그것을 그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하하하핫!”
“그중 최고의 재능은 무엇인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흐음……. 맹랑하군. 여기서 내가 답을 한다면 자네는 나를 상대하기 위한 수가 열 개에서 백 개로 증가하겠지. 현원전단신공이란 그런 무공이고, 자네는 그 현원전단신공의 가능성을 극한까지 끌어내는 자이니까.”
“…….”
그건 맞는 말이었다.
그리고 무존은 그만큼 강하면서도 진천희에 대해 결코 방심하지 않고 있기도 하고.
어찌 보면 방심이 없는 자였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습니다만…. 뭐, 싫으시면 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닐세. 은인에게 못 할 말은 아니지. 내 가장 큰 재능은 내가 기공이라네.”
“호오. 그렇군요.”
“표정을 보니 이미 어느 정도 짐작한 모양이군. 이거 좀 짜증 나는데? 기껏 비밀을 풀어도 놀라는 맛이 없으니.”
“…아, 사실 많이 놀랐습니다.”
“됐네. 쯧, 아무튼 강호에서는 이류 취급받는 무공인 태력기공(太力氣功)과 태산권(太山拳)으로도 얼마 지나지 않아 절정의 고수가 되어 버렸지. 그때의 나이가 아직 약관도 되기 전이었네.”
‘미쳤군. 스승도 없이 그게 가능하다고?’
무협 소설에 이런 주인공이 나오면 개연성 없다고 욕을 먹… 지는 않겠구나.
그런 애들이 보통 신무협 소설 주인공이다.
옛날 구무협 때는…….
‘……음, 심하다면 더 심했군.’
괜찮았던 소설도 있었지만 아닌 게 더 많았던 기억이 난다.
약간 남녀의 색정도 다루는 게 목적인 소설도 있다 보니.
빨리 거사를 치르기 위해 나머지는 대충 빠르게 진행을 했던 책들도 많았다.
보통 그런 소설들은 주인공 파워 밸런스를 신경 쓰면 지는 거다.
아무튼-
“이 시기에 부모님께서 돌아가시고 내가 가장이 되었지. 그때는 나도 꽤 사람이 물렀어. 강호 출두를 하고는 싶어도… 어린 동생들을 혼자 두고 갈 정도로 모질지는 못했거든. 물론 돈맛을 보기 전이라서 더욱 그런 거겠지만. 크크큭.”
그녀가 말했다.
“그때는 이제 그 땅도 우리 땅이 되었다네.”
“땅이요?”
“그래. 땅 주인이 알아서 바치더군. 내 무공을 보았기에 생긴 일이었지. 더 이상 소작농이 아니게 되었어. 한때는 가족들을 데리고 멀리 떠날까 싶다가도, 내 땅이 생겼지 않나. 그래도 부모님이 농사지은 땅을 가졌는데 이걸 버리고 가는 건 싫었어.”
“…….”
“그리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는 게 좋았네. 나는 늘 배가 고팠거든.”
그녀는 자신의 배를 쓸었다.
먹을 것에 대한 갈망은 어릴 때부터 심했다고 한다.
늘 먹보였고.
늘 배가 고팠고.
무공을 익히니 몸을 움직이느라 허기는 더 커졌다.
“대신 농사는 수십 배는 빨라졌고, 사냥 속도도 엄청났지.”
그래서 괜찮았다.
배가 고프면 사슴이든 멧돼지든 더 잡으면 됐으니까.
남는 시간은 그냥 다시 무학을 공부하면 되던 삶.
‘그래. 그것에 만족하는 무인이었던가. 무존은…….’
그 삶은 필시 고요하고.
적막하며.
그럼에도 햇빛 냄새로 가득 차 있었으리라.
은원의 얼룩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그저 여름 이삭의 향과 산 공기만이 가득한 조용한 삶.
‘그 삶은 필시 아름다웠겠지.’
지금의 그녀에게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그래. 나한테는 그 땅이 하나의 유산처럼 느껴졌네. 여기를 떠나면 영영 부모님과 작별하는 기분이 들었으니까.”
광무백은 쓰게 웃었다.
진천희는 그 웃음 속에서 기묘한 자책감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광무백이 수련을 하기 위해서 잠깐 산에 올라간 사이에 산적들이 수탈을 하러 쳐들어왔다.
“마을이 불타는 걸 보고 급히 산을 타고 내려왔지. 산적 놈들은 도망도 치기 전이더군. 산적들을 물리쳤지만 가족들은 전부 죽은 이후…. 내가 뭐 할 수 있는 게 없었지.”
그녀는 광소했다.
이렇게 쉽게 사라질 것을 왜 그리 집착하였나.
이렇게 한 줌 핏물로 모두가 사라질 것이었으면 차라리 다 같이 함께 떠나 보기라도 할 걸 그랬다고.
그렇기에 광무백은 마을 사람들 모두의 무덤을 지어 주고는 파랗게 익은 여름 벼를 불태웠다.
내공으로 만든 불은 쉽사리 꺼지지 않고 논에 있는 모든 것을 살라 먹었다.
그녀는 텅 빈 눈으로 부모님께 작별 인사를 했다.
그리고 묵은쌀로 마지막 남은 주먹밥을 지었다.
붉은 불길을 보며 물도 없이 아귀처럼 꾸역꾸역 삼켰다고.
가족을 지키지 못한 불효녀를 원망하시라고.
이제는 두 번 다시 오지 않겠노라고.
“당연한 말이지만, 그날 먹은 주먹밥은 체했네. 너무 오래된 쌀로 만든 탓이지.”
“…….”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때 이후로 그런 ‘허기’는 느껴지지 않았지. 그 주먹밥이 내 목구멍에 얹혀 있는 한, 그때 같은 배고픔은 이제 없겠지.”
그리 말하며 그나마 천간에 갇혀 있다가 나올 때 당시의 허기와 ‘비슷한 것’을 느꼈다고 말하며 웃었다.
똑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실로 오랜만이라고.
그랬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광무백의 목에는 여전히 그 주먹밥이 내려가지 않아서.
불타는 여름 벼 이삭이 도무지 잊히지가 않아서.
영원히 체한 상태로 살게 되었다.
대신 다른 쪽에서 다시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무공’.
그녀는 자신이 좋아했던 것에 더욱 몰입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무존 광무백이란 자의 강호행이 시작되었네.”
“…….”
또 다른 ‘허기’를 채워야 했다.
그로부터 수십 년.
광무백은 무공이 너무 좋은 나머지 타인의 무공을 배우기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었다.
어느샌가 무존의 무위는 화경이 되었고.
이때부터는 무공을 교환하기도 했다.
자기가 아는 무공을 가르쳐 주고, 상대 무공을 받는다!
“따로 무공을 교습하진 않았나요?”
“아, 해 보니 나는 가르치는 재능은 없더군.”
-음, 검기? 칼을 들고 집중하고 아랫배에 힘을 주게. 새벽 첫 오줌을 갈기는 기분으로. 마려운 감각을 해방하는 걸세. 그러면 생기네.
“!?”
“칼을 든 채로 진짜로 오줌을 지리는 놈이 생겼어. 그제야 뭔가, 내가 잘못 가르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
“…….”
그렇군.
이딴 교습을 듣고 깨달음을 얻을 강호인 따위 없으리라.
하지만 그녀는 진짜로.
진정 그 정도의 집중만으로 검기를 완전히 깨우쳤다.
당연했다.
천재는 평범한 이를 결코 이해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그냥 무공의 구결을 불러 주고 초식 자세만 좀 가르쳐 주고 끝냈네.”
“…차라리 그편이 낫겠군요.”
“그렇지. 그러다가 구파일방 중 하나인 청성파의 무공을 얻게 되었는데…….”
“청성파가 화 안 냈나요?”
진천희도 무당파의 무공을 익히고 권제님의 비호를 받고.
심지어 공동전인까지 되고 나서야 넘어가지 않았던가.
청성파라고 다를 리가 없었다.
“당연히 화를 냈지. ‘본문의 무공을 도둑질한 사특한 놈!’이라면서 죽이려고 들더군. 그래도 무림 공적까지는 아니었어. 그때는.”
‘아, 나중에 무림 공적이 되셨다고 듣긴 했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무림 공적까지는 아니었기에 청성파와 청성파와 연합하는 문파 몇 곳만 날 뒤쫓기 시작하더군.”
지금이야 거의 망했다가 다시 문을 열긴 했지만 여전히 과거와는 천지 차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약화된 곳이 청성파.
그 당시는 성세가 구파일방에 들어갈 정도로 대단했다.
그런 청성파에는 그 위세에 걸맞은 진법이 있었다.
“당시 나는 청성파의 천강북두검진(天綱北斗劍陳)에 갇혀 생사가 오가는 고비를 넘기고 있었지.”
천강북두검진!
청성파에서 자랑하는 절세의 진법이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그곳에서 사망했겠군요.”
“하하핫. 그렇지. 보통이라면 거기서 이 몸은 죽었을 걸세. 허나 그 당시 이 몸은 이리 생각했지.”
으쓱이는 자세로 무존이 외쳤다.
“무공 초식을 흐름에 역행해서, 혹은 전혀 관계없이 펼치고 싶다!”
“…….”
“내가 이렇게 무공을 사랑하는데! 왜 맘대로 초식을 전개하지 못하는 거냐!”
“…….”
“내 무공에 대한 ‘사랑’이 겨우 이 정도였던가! 사랑하면 ‘사랑의 힘’으로 어떻게든 극복되는 거 아니냐!”
“……!”
진천희는 어이가 없었다.
‘와. 진심이신가? 제정신이 아니신데?’
실로 미친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