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245
무리가 나빠서 약한 개체를 내쫓으면 그걸 강한 무리가 받아들이면 되는 일 아닐까?
황구는 그리 생각하며 진천희의 옆구리 사이에 머리를 꾹꾹 비집고 들어간다.
“아고, 아이고. 황구야. 지금 그럴 기분 아니야.”
그렇게 말했지만 기분이 좋아진 게 냄새로 느껴진다.
인간은 가끔씩 반대로 말한다.
주인은 황구의 볼을 쭈물쭈물하더니 자신의 이마를 마주 댄다.
‘고마워.’
말을 하지 않았지만 황구에게는 전해졌다.
그건 황구가 대단한 천재 개라서 그런 건 아니다.
멍청한 개도 주인과 이마를 마주 대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다.
아픈지, 슬픈지, 기쁜지, 미안해하는 건지.
그건 그러니까…….
그냥 아는 거다.
너무너무 사랑해서 아는 걸 수도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황구는 지금 만난 이 젊고 약한 개체들이 주인의 무리에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주인은 엄청엄청엄청엄청엄청엄청…… 대단한 무리 지도자니까.
이윽고, 황구가 타라는 신호로 철퍽 앉자-
“우와아, 엄청 커.”
“너무 커서 무, 무섭기도 하네요.”
그들이 모두 황구의 등에 앉는다.
개중 몇은 주인에게 관심이 있어 보이는 냄새가 났다.
하지만 빨리 마음을 접는 느낌이다.
‘우리 주인은 짝을 찾는 것에는 관심이 없으니까.’
무리 중에 아주 가끔.
아주아주 가끔 자손을 낳는 데 관심이 적은 지도자가 있기도 하다.
무척무척 드물다.
하지만 영물로서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한 번씩은 봤던 것 같다.
그렇게 여인들은 천재 개 황구의 등에 탔고.
진천희와 천우는 걸었다.
뇌진은 황구의 머리 위에 올라탔다.
삐익!
‘비 너무 싫어.’
하늘에서 쿠르릉 소리가 나면 반짝이는 빛을 먹으러 날지 않냐고 물으니 뇌진이 말했다.
삑!
‘지금은 쿠르릉은 맛없는 쿠르릉이야. 못 먹어. 아니, 먹을 수는 있지만……. 살려고 똥을 먹을 수는 없잖아.’
똥?
하긴, 맛있는 게 이렇게 많은데 굳이 그걸 먹기는 좀 그렇지.
황구 친구들 중에는 똥 먹는 친구들도 좀 있긴 하다.
옛날에는 황구도 먹었다.
아주아주 옛날에.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그때 황구는 천재 개가 아니었고 늘 배가 고팠다.
주인은 술을 마시면 부지깽이로 황구를 마구 때렸다.
아주 옛날옛날 주인이다.
근데 그때 황구는 바보 황구라 기억이 잘 안 난다.
똥도 많이 먹고 주인도 자꾸 때렸지만.
옛날 주인 얼굴이 기억이 안 난다.
냄새도 기억이 안 나고.
어떻게 헤어졌는지도 기억이 안 났다.
그때 황구는 바보 황구였지만-
컹!
그 주인이 너무 좋았다는 건 기억한다.
컹컹!
천재 황구와 바보 황구는 다른 것 같아도 사실 똑같구나.
황구는 새삼 깨닫는다.
삶의 진리 하나를 깨닫다니 과연 천재 개였다.
컹컹컹!
“뭐? 육포? 아까 먹었잖아. 아이고……. 안 되겠네. 뇌진? 뇌진이 너도?”
그리 말하며 주인이 못 이기는 척 육포를 꺼내준다.
쩝쩝쩝.
천재 개는 행복하다.
그리고-
삑삐삐삐삐!
천재 새도 행복했다.
‘그래. 똥 같은 걸 먹을 필요는 없지.’
네 말이 맞아.
여기 쿠르릉 먹지 마.
세상에 맛있는 게 이렇게 많은데.
* * *
진천희와 천우는 그대로 내성으로 향했다.
내성에 다가가니.
그제야 외성벽에 어째서 병사가 없었는지 알 것 같았다.
아주 빡빡하게 성벽 위까지 병력이 들어차 있고. 문은 닫혀 있었다.
즉. 호남성주와 호남 도독부의 도독이 내성에 틀어박혀 있는 상황.
예상했던 것들 중에 하나였으나, 당시에는 설마설마…하며 아무리 그래도 설마 그 정도로 무능할까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진짜였다니.’
진천희는 생각했다.
‘미친놈들 아냐, 이거?’
뭘 예상하든 늘 그 이상이다.
“이러니 성내가 개판이지.”
“저러고 관직 시험은 어떻게 통과한 걸까요. 형.”
“……놀랍게도 시험도 보고 황상이 나름대로 직접 속내도 파악해 가며 솎았는데도 이 정도다. 천우야.”
진천희는 한숨을 쉬며 성문 앞에 섰다.
후읍, 크게 숨을 들이키고는-
“본 관은 도어사 진천희다! 성문을 열어라! 만약 이를 따르지 않는다면 치죄(治罪)할 것이며, 이는 황제 폐하께서 본 관에게 내리신 정당한 권한이니 속히 명을 따르라—–!”
엄청난 음공.
성벽 전체가 뒤흔들릴 정도!
얼마나 지났을까?
성벽 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본, 본 장(本將)은 성문의 수비를 책임지고 있는 성문교위(城門校尉) 양진(羊進)이라고 한다! 그대가 정녕 도어사인지 아닌지 어찌 안단 말이냐! 사교도들이 난립하고 있으니 성문을 열 수 없다! 썩들 무, 물러가라!”
“!?”
천우의 눈썹이 분노로 꿈틀거렸다.
“형. 성문… 부숴 버릴까요?”
“참아. 일단은 말은 맞는 말이니까.”
삼국지에도 위보(偽報)라고 해서.
가짜 정보를 적에게 보내 적군을 물러나게 하거나 성문을 열게 만드는 계책들이 존재했다.
말이야 바른말로-
‘진짜 도어사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천희가 그걸 들어줄 필요는 없다.
진천희의 푸른 눈이 찬찬하게 모든 것을 살폈다.
‘그나저나 성문교위가 직접 성벽에 있을 줄은 몰랐는데…….’
성문교위.
말 그대로 성문을 책임지는 장군.
그 직위는 비장군보다 높다.
완전히 미관말직까지는 아니라 할 수 있겠지.
진천희는 잠시 생각해 보고는 곧바로 화답했다.
“좋다. 성문교위 양진! 그대가 본관을 의심한다면 그 증좌를 보여 주겠다–!”
그리 말하고는 진각을 밟아 순식간에 성벽 위로 뛰어올랐다.
마치 허공답보를 하는 듯 솟구치는 모습에 모두가 경악한다.
“사, 사람인가?”
“어찌 이리 빠른가!”
그 모습에 성문교위 양진이 놀라서 소리쳤다.
“쏴, 쏴라아아! 저 괴물이 못 올라오게 가진 화살 모두 다 퍼부어라아아아!”
화살이 이미 단단하게 쟁여져 있었고 그것들이 초여름 황충 떼처럼 진천희를 습격했다.
그러나-
탕타다다다닥!
대다수는 빗나갔고.
근처에 다가온 것도 진천희의 허공섭물에 튕겨져 나간다.
콰광!
절세의 기막.
그 모습에 모두가 기함하는 찰나.
진천희는 바로 성문교위 앞에 떨어져 내렸다.
투웅.
“히, 히이익! 고… 고수다! 사교도 쪽의 고수야! 나를 보호하라! 어서!”
“…….”
그 모습에 진천희는 절로 말을 잃었다.
“성문교위면 그래도 요즘 시세로 쌀 이천 석의 녹봉을 받는 장군 아닙니까. 이 동네는 성의 크기를 고려하여 이천이백 석은 받을 거고요.”
“네, 네놈이 내 녹봉을 그리 정확하게 어찌 아느냐!”
이천이백 석짜리치고는 너무 약해 보였다.
천우가 물었다.
[형, 성문교위는 중앙에서 시험 안 봐요?] [이천이백 석이라고 하면 대단해 보이지만, 의외로 중앙 기준으로는 말단이거든. 황상 얼굴 볼 일은 없지.] [아… 혹시 이거 비리로 장군 된 놈인가요?]“…….”
하긴, 호남성쯤 되면 저 북경에서 아주 먼 곳이긴 하다.
제대로 감찰이 안 될 수도 있겠다.
“장군을 지켜라!”
명령이 떨어지자 저도 모르게 진천희를 향해 달려드는 병사들.
그리고 나름대로 무공을 익힌 말단 장군, 부관들도 보인다.
‘설령 내가 진짜 진천희가 아닌 간자라고 하더라도, 고수인 걸 방금의 행동으로 저들이 모를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덤벼든다는 것은 군기(軍氣) 자체는 대단하다는 뜻이니-’
탕.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판단을 끝낸 진천희는 다가오는 자들을 가볍게 탄지공을 날려 제지하였고.
[천우야.] [네. 맡겨주세요.]천우는 그런 형의 지시를 받아 부드럽게 무당 태극권의 와류로 그들을 밀어낸다.
진천희는 곧바로 증거라 할 수 있는 도어사의 패를 꺼냈다.
그러고는 내공을 담아 크게 외친다.
“감히 황제 폐하의 권위에 맞서 역적이 되려는 것인가—!”
신기하게도 이 빗속에서도 도어사의 패는 은은한 광택을 뿌렸다.
그 패를 알아본 비장군 하나가 외쳤다.
“모두 멈추어라! 도어사이시다!”
“—–!”
다들 그 말에 흠칫 놀라 일단 공격을 멈춘다.
허나 성문교위 양진만은 꽥꽥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닌가?
“뭣들 하느냐! 어서 적도를 죽……!”
그러나, 진천희가 곁으로 다가서자 어버버거리며 입을 다물었다.
그저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기가 꺾일 만큼 이 사내는 겁에 질려 있었다.
“성문교위 양진. 이 증패를 보고도 그렇게 굴면 당장 참하여도 할 말이 없을 텐데 말이죠. 아무래도 우리 대화를 나누어 보아야겠군요? ‘평화적’으로요.”
“히이이이익!”
양진이 놀라서 부들거렸다.
* * *
제물로 바쳐질 뻔한 여인들은 일단 안쪽 별채에 임시로 거주시켰다.
‘여차하면 시비로 고용시킬 수도 있겠군.’
빨래나 가사 노동이라도 당장 할 수 있으니 먹고살 수도 있을 것이고.
개중에 아예 백린군으로 이주하고 싶어 하는 자가 있다면 이주를 도와줄 것이나-
‘음, 여기 사람들은 고향을 떠난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모험 같은 일이라 어떨지 모르겠군.’
현대 지구에서야 본인 집 없으면 몇 년에 한 번 주기로 집을 옮겨야 하는 월세살이, 전세살이가 흔하다고는 해도.
‘지금 시대에서는 다르지.’
심지어 가족, 친지가 모두 사이비에 물들었다고 해도 고향은 고향이라는 사람도 있고.
현대인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을 때가 있지만 진천희도 그럭저럭 적응했다.
‘어느 쪽이든 본인 선택이니까.’
강제로 무언가를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 건 차차 고민해 보시고 나중에 일이 끝나고 말씀해 주십시오.”
“네, 네네!”
여인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죽을 뻔했기 때문일까.
서로를 대하는 게 꽤나 끈끈하다.
‘일단 많이 피곤할 테니 당장 결정하라고 할 생각은 없어.’
그러니, 지금은 푹 쉬게 할 생각이다.
컹컹컹!
황구가 여인들에게 열심히 애교를 부린다.
왜인지 첫눈에 이 사람들이 마음에 든 모양.
처음에는 그 거대한 크기 때문에 무서워했던 자들도 황구의 애교에 녹아 결국 배를 긁어줄 수밖에 없다.
웃음소리가 울리는 걸 보며 진천희는 생각했다.
‘젊기는 젊구나.’
방금 전까지 모든 것을 잃고 죽을 뻔한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개 한 마리 애교에 웃고 마는 것을 보면 젊음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고, 이렇게 말하고 나니 아재, 아니 할배 말투 같군.’
아니다, 아저씨다. 아저씨!
할아버지라고 인정하기에는 왠지 오기가 생기니까 ‘아저씨’인 셈 치자.
진천희는 그렇게 우기기로 결심하고는-
‘좋아. 하나는 해결.’
안전한 곳에서 사람들을 잘 쉬게 만든 사이.
성문교위 양진이 후다닥 도망가 버렸지만 잡지는 않았다.
겁 많은 특유의 성정을 봐서는 이 성 밖으로 나가는 것은 불가능할 거고.
‘어차피 이 성안에서 도망쳐 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이지.’
황구가 이미 냄새를 기억해 놓았다.
그 후.
진천희는 성주와 이 호남성의 관리들이 모여서 업무를 보는 대회의실로 향했다.
안 그래도 도어사가 나타났다는 말에 이미 성의 관리들과 성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진천희 도어사께서 오셨습니다!”
문의 병사가 소리쳤다.
목소리에 다급함이 느껴진다.
진천희는 그대로 안으로 입장.
상석에 성주가, 좌우로 문무백관의 관리들이 앉아 있었다.
“진천희 도어사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성주의 직위를 가지고 있는 번자건(繁資建)이라고 합니다.”
풍채 좋은 장년인이 진천희를 맞이한다.
진천희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만나서 반갑다는 말은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번 성주. 본관은 황제 폐하의 어명을 받은 진천희로, 도어사의 직위와 함께 호부시랑의 직위를 가지고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도어사이자 호부시랑!
그 모습에 관리들이 작게 수군거린다.
‘태수 직위라고 들었는데? 도어사도 겸하게 되었다고?’
‘대체 황상의 총애가 얼마나 깊으면 그게 된단 말인가.’
‘본직은 의원이라고 했네. 황상의 주치의로서 어의(御醫)들을 제친 신묘한 의술을 가졌다고 하던데…….’
‘허어…! 소문대로 어마어마한 미인이군. 황상의 애첩이라더니…….’
원래라면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속삭임이나.
무공의 고수인 진천희의 귀에는 제대로 들려온다.
성주가 말했다.
“도어사이자 호부시랑이라…. 진 도어사께서 과거 황궁에서 관리들을 가르쳤다는 소문은 본관도 들은 바가 있습니다. 그래서, 황제 폐하께서 내리신 어지는 가지고 오셨습니까?”
어지(御紙).
즉, 명령서.
본래 명령서가 오면 황제 폐하 만세 같은 예법도 차려야 한다.
그리고 어지가 없다면, 완전히 진천희가 강제할 수는 없다.
진천희는 간단하게 답했다.
“없습니다. 그리고. 본관의 임무는 사실 그대를 감찰하거나 행정을 지도하는 것은 아니죠.”
“……그렇다면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홍수로 인한 모든 일을 해결하라. 이것이 본관이 황제 폐하께 받은 어명입니다.”
그 말에 성주의 눈가가 꿈틀, 움직였다.
“아주…… 광범위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진천희 도어사. 그것이 양날의 칼임을 아십니까?”
(번역 : 황상이 정말 그러라고 시키든? 이거 월권행위 같아 보이는데 책임질 거야?)
‘호오, 이 새끼가 사태를 이렇게까지 만들어 놓고. 반박을 해?’
지금 멀쩡한 양민들이 하백의 제물로 바쳐질 뻔하지 않았나.
성문까지 걸어 잠그고 있던 자가-
‘이제 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