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28
제 128화
콰르릉!
그 순간 천뢰응이 하늘에 번개를 쳤다.
그 소리에 흑의인과 괴인의 신경이 그쪽으로 쏠렸다.
그때!
“끄…어어어억……!”
황구의 주둥이가 놈의 급소를 습격했다.
흑의인은 큰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앞으로 서서히 몸을 무너뜨렸다.
항거할 수 없는 통증으로 손에 힘이 빠지자 천뢰응 새끼가 도망쳤다.
푸드득-
괴인이 놀라 중얼거렸다.
“이게 무슨……!”
그것과 동시에 진천희의 빙정검이 괴인의 목을 갈랐다.
카아앙!
괴인은 흑의인과는 달리 상당히 강한지 진천희의 빙정검을 주먹으로 막아냈다.
“웬 놈이냐!”
“알면 뭐 하게?”
그 순간, 빙정검을 타고 강력한 뇌전이 흘러들어 왔다.
‘뇌공?’
파지직!
전류가 진천희를 감전시키며 몸을 일시적으로 경직시켰다.
놈이 두 번째 추가타를 날리려는 순간, 천뢰응이 놈에게 번개를 쏘았다.
콰릉-!
놈은 곧바로 거리를 벌렸다.
다행이었다.
진천희는 곧바로 오행신공을 돌려 뇌기를 흩었다.
‘천뢰응을 잡으려고 뇌공을 익힌 자를 보낸 건가.’
진천희가 팔을 풀며 검을 휘두르자 놈이 혀를 내둘렀다.
“클클클, 이 거리에서 날린 뇌전을 흩어 내다니. 보통 놈이 아니구나.”
진천희가 답했다.
“네놈은 누구냐!”
사실 저놈들이 누군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네놈들이 혈선교인 걸 알고 있고, 난 그걸 방해하러 왔다!’ 이랬다가는 ‘뭣이! 네놈, 우리의 정체를 알고 있다니 우리 중에 첩자라도 있는 건가? 어서 교에 알려야 한다!’ 하면서 도망친 후 알짜배기 정예들을 끌고 와서 진천희를 죽이는 불상사가 생길 터.
‘혈선교의 진짜배기들까지 상대하기에는 나는 아직 너무 작고 섬세하고 연약해. 하아, 걱정이다.’
유호가 들었으면 미쳤냐며 헛구역질을 했을 말을 속으로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진천희였다.
‘어차피 소백룡이 이 섬에 온 것을 모는 섬 주민이 없는데. 이렇게 된 거 영물이 탐나서 온 셈 연기하자.’
반은 맞는 말이다. 반맞말.
진천희는 생각했다.
착한 어른은 사기도 잘 쳐야 한다고.
“끌끌끌. 본좌가 먼저 저 천뢰응을 찾아냈으니 포기하거라. 아해야.”
그 말에 진천희가 답했다.
“보타문에서 천뢰응을 만나도 좋다고 허락받았는데요. 이것은 허가받지 않은 남획입니다!”
정파 무림인도 눈이 벌게져서 찾는 게 천뢰응인데 악당에게 그런 말이 통할 리가 없다.
그러나 진천희는 강호에 대해 잘 모르는 순진한 도련님인 척 일부러 의뭉을 떨었다.
“클클. 무슨 개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상관없다. 본좌를 본 이상 이승에 미련을 버려야 할 터. 거기다 제법 반반한 얼굴이니 요선들께서도 네놈의 두개골을 기꺼워하시겠구나.”
살인멸구.
‘어차피 살려 줄 생각은 없다는 거군.’
그럴 거 같긴 했다.
진천희는 현원전단신공으로 눈앞의 괴인을 어떻게 처치할지 계산을 끝냈다.
‘후우… 뇌공이라.’
진천희 역시 십보신창을 익히며 뇌전을 다루어 본 적이 있었다.
‘저자는 순수하게 마공을 통해 뇌기를 다루는 방식이겠군.’
그러나 이쪽은 오행신공을 통해 뇌기를 조합해 사용하는 방식을 쓴다.
“오지 않으면 본좌가 먼저 찾아가겠다.”
그 순간, 진천희의 신형이 잔상을 남기며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천뢰응 역시 괴인에게 공격을 시작했다.
콰르릉!
천뢰응이 쏘아낸 푸른 전격이 괴인을 향해 날아간다.
“어차피 소용없는 짓을…….”
놈은 천뢰응의 공격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진천희를 향해 뇌전을 쏘았다.
천뢰응이 쏘아낸 것보다 몇 배는 웅장한 뇌전이 장풍처럼 진천희에게 날아왔다.
‘이럴 줄 알았다.’
저 뇌전을 정통으로 맞으면 아무리 진천희라도 죽는다.
상대는 진천희보다 강했다.
풍기는 기세로 봤을 때 고목혈마보다도 강해 보였다.
진천희는 오행신공 금(金)을 빙정검에 응축시켰다.
키이잉-
그러고는 뇌전이 날아오는 경로를 먼저 읽어 타이밍 좋게 검을 던졌다.
콰르르릉!
놀랍게도 번개는 진천희가 아닌 빙정검을 후려쳤다. 그리고 그 빙정검은 그대로 땅에 전기를 내보냈다.
“피뢰침이라고 알려나 몰라.”
높은 곳에 뾰족한 금속이 있으면 번개가 그쪽을 때린다. 그리고 그 번개를 땅에 보내서 해결한다.
이렇게 하면 번개로 인한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
벤자민 프랭클린이 발견한 간단한 원리다.
“노오옴! 대체 본좌의 뇌전을 어떻게……?!”
눈앞의 괴인은 당황했다.
오행신공을 이렇게 활용하는 이는 진천희밖에 없기에 더욱 그랬을 터였다.
그 순간, 진천희의 잔상이 흩어지다가 놈의 눈앞에서 나타났다.
진천희의 주먹이 괴인의 명치를 향해 내가중수법을 날렸다.
괴인은 곧바로 몸에 뇌전을 둘렀다.
당황도 잠시, 놈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진천희가 이대로 주먹을 날리면 뇌전마공에 의해 온몸이 진탕될 것은 당연지사.
진천희의 주먹이 놈의 명치에 꽂혔다.
터어엉–!
놀랍게도 진천희는 전혀 감전되지 않고 주먹에 힘을 실었다.
“크어억!”
괴인은 피를 내뱉으며 뒤로 튕겨 나갔다.
일격.
고작해야 삼재권법의 묘리나 담았을 심플한 일격에 놈의 내장이 진탕되었다.
“노오옴! 무슨 짓을 한 거냐!”
“알아서 뭐 하게?”
“무슨……?!”
그 순간, 괴인의 눈이 커졌다.
진천희의 주먹에 토기가 서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땅의 기운으로 손을 둘러 절연체로 만들고 냅다 명치에 주먹을 꽂았던 것.
“오행신공이구나. 오행신공! 그래. 저 거대한 개와 사람 같지 않은 미모. 네놈이 바로 백린의선의 수제자. 소백룡이구나?”
그 순간.
으드득, 섬뜩한 소리가 울렸다.
황구가 어떠한 신체의 기관을 완전히 뜯어 내는 소리였다.
놀랍게도 불알이 뜯겼는데 흑의인은 죽지 않았다.
거품을 물고 기절했을 뿐이었다.
진천희가 놀라서 말했다.
“과연 마공인가. 어떻게 저걸 사……네.”
쇼크사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고통을 겪으면서 흑의인은 기절만 할 뿐 살아는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진천희는 생각했다.
‘얘네들 고문 같은 건 잘 안 통하겠는데?’
이 정도의 고통 내성이라면 그도 당연했다.
컹! – 주인, 지킨다!
눈앞의 괴인도 그 모습에 핼쑥해져서 말했다.
“큭… 네놈…… 감히 본교의 일을 방해하다니.”
“본교? 그게 뭔데요?”
진천희는 모르는 척 여전히 시치미를 뗐다.
이쯤 손속을 섞으니 진천희도 이놈이 어떤 놈인지 짐작은 됐다.
뇌령상인(雷靈上人).
혈선교는 도가의 한 갈래에서 온 문파.
도가는 기본적으로 사람이 신선이 되기 위해서 수행하는 곳이라, 수행이 깊은 이들을 진인(眞人-도교의 진리를 깨달은 사람)이나 상인(上人-공부가 깊어 높이 오른 사람)이라고 칭하고는 했다.
그래서 무당파나 화산파에서도 월령진인이라는 등의 호칭으로 부르는 것.
눈앞의 이자는 혈선교의 중간 보스들 중의 하나. 뇌령신공이라는 무공을 익힌 작자로서, 뇌령진기라고 부르는 힘을 다룬다.
내공이 전기적 속성을 띠는 것으로, 그 위력은 손에서 번개가 튀어나오는 정도라고 할 수 있었다.
‘아니. 흑뇌혈마라고 불러야 할까?’
일전에 말했듯 무협의 악당, 그것도 중간 보스 정도의 악당들 중에는 혈마란 칭호를 가진 이가 좀 있다.
대체 왜 악당들 눈에 혈마란 별호가 그리 간지가 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혈마는 참 자주 나온다.
혈마에는 여러 자매품이 있는데.
고목혈마, 극독혈마. 빙괴혈마…… 등등이 존재한다.
그리고 뇌령상인이라는 이름은 혈선교 내에서 쓰이는 이름.
강호에서는 그냥 눈앞의 이 괴인을 흑뇌혈마라고 불렀다.
그가 쓰는 뇌령신공이 혈선교의 마공과 결합해서 그 번개가 검은색을 띠기 때문이다.
본인도 뇌령상인이라는 호칭보다는 흑뇌혈마라는 별호를 더 좋아했다.
혈마라는 별호에 뭔가 빌런의 피가 울리는 모양이다.
‘내가 상대했던 고목혈마가 부디 혈마들 중 최약체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흑뇌혈마의 내공도 일 갑자 반이다.
고목혈마와 비슷한데 속성 변환 버전이 아닐까 진천희는 고민했다.
“오행신공의 토행진기로 본좌의 뇌기를 막아낸 것이렷다? 그렇다면 직접 때려 죽여 주마!”
츠츠츠츠! 파지지직!
흑뇌혈마의 몸에서 약간의 검은색을 띤 뇌전이 흘러넘친다.
그 자신도 초절정의 고수답게, 그 뇌전을 제대로 제어하고 있다.
몸 전체에 두른 뇌전이 꿈틀거리자, 마치 살아 있는 테슬라 코일을 보는 것 같았다.
‘저게 되는 거였어? 소설 묘사가 완전 정확하네.’
그걸 보면서 진천희는 바짝 긴장했다.
흑뇌혈마는 중간 보스답게 나름대로 여하륜과 치열하게 싸운다.
소설에는 그 내용이 묘사되어 있어서 그가 어떻게 싸우는지는 이미 알고 있다.
‘상대는 뇌전을 이용해서 육체의 속도를 순간 가속 가능. 그리고 육체의 전체적인 성능도 강화할 수 있고, 뇌전 자체로 상대를 마비시킬 수도 있어. 공방이 다 되니 정말 귀찮네.’
까다로운 상대다.
동시에 현원전단신공을 이용해 진천희는 자신이 알고 있는 과학 지식들과 태을단선검, 오행신공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흑뇌혈마를 상대할 수 있을지 계산했다.
‘토행진기로 감전 효과를 막아내고, 뇌전 자체의 공격도 방어 가능하니까 상대는 순간 가속과 육체 강화를 믿고 덤빌 거야. 그렇다면 힘과 기술, 그리고 속도의 대결로 가는 게 좋겠어!’
남은 건 진천희가 가지고 있는 내공의 양.
‘내 몸 전체를 토행진기로 보호할 필요 없어. 상대의 공격 행로를 예측해서 필요한 부분에만 토행진기를 배분. 그러면 더욱 효율적이겠지.’
방금 전 주먹에만 토행진기를 감싸 공격했던 것과 같은 방식.
환골탈태로 전신 세맥이 자유로운 진천희 정도나 할 수 있는 묘기다.
펑!
진천희가 속으로 생각을 끝마침과 동시에 흑뇌혈마가 달려들었다.
‘현원전단신공 사고 가속!’
진천희의 주변 속도가 지극히 느려진다.
현원전단신공으로 사고 속도가 가속하여 자신을 제외한 주변의 시간이 느려진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흑뇌혈마의 속도는 어마어마하게 빨랐다.
‘미친! 그냥 덤볐으면 일합에 뇌수를 쏟았겠는데?’
그동안 만난 적들 중에서 가장 빨랐다.
하지만 그의 속도보다 진천희의 사고 속도가 훨씬 빨랐다.
진천희는 곧바로 검을 뽑아 태을단선검의 검초를 전개했다.
스팟!
흑뇌혈마의 손이 교묘한 각도로 치고 들어왔고, 그 움직임이 마치 뱀 같았다.
같은 초절정의 고수라고 해도 반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쾌속한 움직임이었지만, 진천희가 익힌 태을단선검 역시 쾌속의 검공이었기에 대응하여 그대로 칼날이 흑뇌혈마의 손을 갈랐다.
카가강!
손과 칼이 충돌했음에도 금속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나며 튕겨 나갔다.
거기다 그것에 느려질 흑뇌혈마가 아니었다.
그는 곧장 좌우 양손을 채찍처럼 휘두르며 양방향에서 공격해 왔다.
진천희는 칼을 사선으로 들며 두 손을 쳐내고, 동시에 찌르기의 자세를 잡아 그대로 검을 찔렀다.
태을단선검 유운관천의 초식.
구름을 뚫는다는 그 말뜻처럼 검이 부드러운 구름처럼 움직여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다가 찌르는 검초.
화려한 이십사미뢰검과는 달리 부드럽게 적의 공격을 반격하는, 이른바 카운터 초식이다.
카캉!
그러나, 흑뇌혈마가 땅을 박차고 뒤로 물러나며 두 손으로 검을 막아 낸다.
1초도 안 되는 순간 서로 공격을 주고받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