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280
제 1280화
당아가 말했다.
“본가는 대대로 데릴사위를 데려왔다는 것을 아나?”
“알지. 유명하잖아.”
사천당가.
폐쇄적인 것으로 유명한 문파다.
애초에 사천성 지역 자체가 과거 유비가 한중왕을 자처했던 촉나라가 있던 지역으로.
현대인도 알기 쉽게 말하자면.
그냥 들어가고 나가고 하는 길이 무시무시하게 좁고 복잡하다.
육로는 그야말로 욕 나오는 수준이고 장강으로 가는 게 그나마 나은데-
‘반대로 말하면 장강을 봉쇄하고 육지에서 막으면 난공불락의 요새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런 지역인 데다가… 운남과 가까워 그 식생도 꽤나 다채롭다.
괜히 사천당가가 독으로 유명한 게 아닌 것.
‘그런 사천당가는 자식을 좀처럼 외부로 시집보내는 일이 없지.’
당가의 비전 유출을 철저하게 막기 위해서 딸이 결혼을 하게 된다면 반드시 데릴사위를 데려오는 전통이 있다.
중2병 가득한 집안임에도 이 가법은 철저하게 지켜 내려오고 있을 정도.
당연하지만.
소가주라면 결혼해야 한다.
그것도 데릴사위로.
그래도 초대 황제가 여제이고.
남자고 여자고 칼 앞에서 너 한 번, 나 한 번 찌르는 이 죽창 무림 랜드에서.
‘데릴사위는 다른 세가에서도 드문 편은 아니지.’
물론 사천당가가 좀 더, 아주 많이, 아주아주 많이 철저할 뿐.
‘그게 가장 문제려나.’
사천당가 혼례가 악명 높은 이유가 있다.
“그래서 가출?”
“흥! 아니다.”
“그럼?”
“내 남편은 내가 정한다!”
“오…….”
‘역시 아닌 듯해도 모범생이란 말이지.’
겉으로 보면 가출해도 이상하지 않은 성격일 것 같지만.
실상은 절대 그렇지 않다.
중원 다 뒤져 봐도 당아만큼 책임감이 강한 소가주도 드물지.
“아버님도 많이 양보하긴 하셨네.”
“뭐, 그렇지. 이러다 시간 지나도 못 찾으면 아버님과 장로들께서 적당한 혼처를 찾아오겠지만…….”
그녀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튼 막상 내 손으로 찾자니 막막하더군. 아아… 본좌를 이해해 주는 참한 데릴사위가 없는가…….”
진천희 쓴웃음을 지었다.
일단 당아를 이해하는 것은 둘째 치고.
‘사천당가 데릴사위라는 부분은 다분히 정략적이지.’
우선.
사천당가 특성상 데릴사위로 들어오면 성씨마저 당씨로 바꿔야만 한다.
예를 들어 진천희가 당가에 장가간다고 해 보자.
그러면 진천희가 아니라 당천희가 된다.
아예 성을 당으로 바꾸어 버리는 것.
그것이 바로 사천당가의 데릴사위 제도.
당연히 소속도 사천당가 소속!
가풍이 폐쇄적인 만큼 십 년에 한 번 친부모님을 만날 수 있을까 말까하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사천당가는 연애결혼이 아니라 정략결혼으로 많이 가지.’
원래도 저 정도 세가는 정략결혼이 대다수인데.
아무리 출가외인이라고 해도.
상대는 이 칼 든 유교 랜드에서 성까지 버리고 친부모와 의절하다시피 살아가는 폐쇄적인 사천당가다.
그야말로 혼례를 올리는 순간.
철저하게 그 사람은 사천당가의 사람이 되는 거고.
당가의 성을 받아 평생 사천당가의 보호 속에서 살아가게 될 터.
‘현대인도 부모랑 사이 나쁜 게 아니면 쉽지 않은데, 이 칼 든 유교 랜드에서는 더더욱 크게 다가오겠지.’
그걸 감당해도 괜찮은 목적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가문을 일으켜야 한다거나.
아니면.
집안 천덕꾸러기를 치워서 사천당가와 연을 맺는 목적이라거나.
“그래서 나한테 거기까지 이야기해 주는 목적은……?”
“어차피 자네랑은 결혼 못 하니까 말하는 걸세.”
왜냐.
진천희는 백린의각의 소각주니까.
남의 세력 후계자를 데릴사위로 데려오는 게 가능하겠는가?
불가(不可)!
아무리 사천당가라도 당연히 진천희 정도 급이 되어버리면 감히 데릴사위로 데려올 수가 없게 된다.
‘만약 명문 대파의 소가주쯤 되는 자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사천당가로 들어가게 되어버리면 반대로 사천당가 입장에서는 부담스럽지. 자칫 외부 세력을 끌어들여 가문을 쥐고 흔들어버릴 수도 있는 일이고.’
거기서부터는 이미 정략결혼 자체가 성립할 수가 없게 될 터.
천년세가라는 말을 듣는 사천당가이니만큼-
‘의외로 이런 건 칼 같다고나 할까?’
그러니 당아도 아예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사천당가에서 노리기에는 너무나도 체급이 커져 버린 자.
그리고 매일 여자를 바꿔대는 색마 파락호로 소문이 난 자.
모태 솔로 동정 색마 진천희가 말했다.
“…고생이구나.”
당아가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 대적자여. 그러니 이 몸을 도와다오.”
“그래. 어디 한번 같이 찾아보자고.”
진천희는 속으로 생각했다.
‘당아는 일단 세가를 위해 혼사를 치르긴 치를 생각인 모양이네.’
역시 착하다.
아닌 척해도 가문을 위하는 마음도 깊고.
‘그래도 한 사람의 인생이다.’
가주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을 터.
적어도 평생 함께할 상대를 자신의 손으로 고르고 싶은 거겠지.
‘그게, 미래 사천당가주가 될 자의 몇 없는 선택권일 테니까.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네.’
당아가 말했다.
“꼭 서로 뭔가 연정이 생겨서 혼사를 치를 필요는 없다. 내 눈에 괜찮아 보이는 상대이고, 그 상대가 사천당가에 뼈를 묻음으로써 얻는 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지.”
사랑은 포기했다.
당아가 아무리 애처럼 군다고 하더라도.
이 녀석이 진짜로 애라서 애처럼 구는 것은 아니니까.
“글쎄. 그렇게까지 자조할 건 없지 않나? 너만 한 배우자가 어디 있다고. 성격 좋지, 성실하지, 사려도 깊고, 그릇도 크고…….”
“악! 그만하거라. 그만, 그만!”
당아가 얼굴이 시뻘게져서 침낭에 얼굴을 파묻는 거 아닌가.
애벌레처럼 몸을 웅크리는 모습이 귀엽다.
“왜 이렇게 부끄러워하는 거야? 너 정도면 그런 이야기 많이 들었을 거 아니야.”
“그래. 대사천당가 소가주로서 당연히 많이 듣지! 하지만 자네가 하는 칭찬은 아첨이 아니라 진짜 같아서 낯간지럽단 말이다!”
“어, 진심으로 한 말 맞는데?”
“으아악, 그 점이 더 낯간지럽다-!”
그리 말하며 씩씩거리더니 옆에 누워 있던 황구를 꽉 끌어안았다.
헥헥헥!
황구는 신이 나서 당아의 품에 코를 박았다.
당아에게서는 온갖 독초 냄새와 매콤한 향신료.
그리고 고소한 떡 향기가 났다.
황구는 그런 당아가 너무 좋았다.
***
산동성 양산(梁山)에 도착.
여기가 철금방이 개발한 광산으로 철광석이 있는 장소다.
광산 근처에 제법 수량이 풍부한 강도 하나 흐르고 제법 가면 동평호라는 담수호도 있다.
그리고.
‘여기가 바로 그 유명한 수호지의 양산박이 자리했던 장소지.’
과거 송강(宋江)이라는 인물이 있었는데. 양산에 양산박을 차리고는 반란을 일으켰으며.
이들은 스스로를 백팔호걸이라고 일컬었다던가?
그들은 하나하나가 경천동지할 무공을 가지고 있다 알려져 있었는데-
‘결국에는 괴멸되고 말았다는 이야기지.’
진천희는 문득 천기순행이 떠올랐지만 고개를 저었다.
모든 천기순행이 다 나쁜 건 아니다.
개중에는 만풍거간소를 이끌고 있는 낭인왕 목담화 같은 자도 존재했으니까.
‘천기순행은 말세를 앞두고 분열 중이라고 했던가.’
혈선교처럼 교주라는 자 아래에서 힘으로 단합된 집단이 아닌.
그저 뜻을 같이하는 자들끼리 여럿 모인 집단이라고 했다.
모름지기 집단이란 주먹밥과 같아서 힘으로 꽉꽉 뭉치지 않으면 금방 부스러지고 만다.
밥알 하나하나의 찰기만으로 붙어 있길 기대하기에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그날그날 온도와 습도를 타니까.’
그런 의미에서 교주라는 힘에 의해 뭉친 혈선교에 비한다면.
천기순행은 찰기가 없는 주먹밥과 같겠지.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부스러지는 중인 거야.’
이 집단의 분열이 앞으로의 정세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그러고 보니 이 광산 개발도 한창이군.’
본디 몇백 년 전에는 습지였던 곳이라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물이 바짝 말라 철광이 발견되었다고.
“여기여기, 어서 움직이세!”
“그거 저쪽에 옮기게나. 아무거나 막 건드리진 말고!”
“그 토용 앞에다가 주먹밥 하나 놔두게나.”
으잉?
보아하니, 입구에 커다란 여우 토용이 앉아 있는 게 아닌가.
그것도 돌을 깎아 만든 것으로 제법 품이 들어가는 재질로 만들었다.
‘우와. 저 감자 여우가 여기까지…….’
처음에는 귀엽다며 깔깔 웃던 사람들도 이제는 꽤나 진지하게 밥이나 술 같은 것을 바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유호 토용 옆에는 광부들을 위한 마을이 하나 조성되어 있다.
당연히 철금방에서 만든 마을.
당아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이렇게 말했다.
“저기가 철금방의 양산 광산 마을인가 보군.”
“그렇겠지. 근데…….”
당아가 말했다.
“뭔가 문제가 있는 모양일세.”
마을 근처에 웬 무리가 진을 치고 있었다.
깃발도 보였는데, 그 깃발은 필시 황보세가의 것이었다.
여기는 어디?
산동성.
황보세가는 뭐다?
산동성의 지배자.
‘황보세가가 있는 것 자체는 이상할 건 없지. 하지만 저렇게 진을 치고 있는 이유는 뭐지?’
당아가 발끈해서 말했다.
“왜 남의 사업장 옆에서 진을 치고 있느냐!”
과연 대사천당가의 소가주.
도문보다 더 사업에 민감하다.
“황구야, 가자.”
컹컹컹컹!
황구가 근처로 달려 나갔다.
***
황보세가의 무인 중 하나, 황보단.
그는 저 멀리서 달려오는 거대한 개를 보고 눈을 비볐다.
“세상에 저렇게 거대한 개가 다 있다니 영물인가? 그러면 잡아서 내단을 써…….”
허나, 동그란 눈과 동그란 턱을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개… 개귀엽……. 개귀엽네.”
빵실한 턱을 보는 순간 갑자기 강호인의 독심이 사르르 녹아버리는 게 아닌가?
“아… 뱃살… 푹신해 보이네…….”
저도 모르게 저 거대 개의 배에 입방귀를 확 불어줘야 할 것 같은 충동이 일었고.
옆에 있던 무인도 이렇게 말했다.
“저 앞발 고소한 냄새가 날 것 같지 않소?”
“그렇지 않아도 점심에 챙긴 육포가……. 헛! 이게 무슨, 나도 모르게 홀리다니!”
“섭, 섭혼술인가!”
주변을 보니 모든 무인들이 황구를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허리춤에서 육포를 찾았다.
이것이 뜻하는 게 무엇인가.
저 개가 마음만 먹으면 방심하는 틈에 모두 와그작까그작을 할 수 있다는 뜻!
“여, 영물… 영물 개의 습격이다!”
***
황보세가의 무인들이 튀어나오자 진천희는 생각했다.
‘아, 아직 황구의 새 인상착의가 안 돌아다니는 모양이군.’
황구가 반신이 됨에 따라.
그 모습도 의당 신성(神性)에 가깝게 바뀌었다.
전설에 나오는 벼락을 내리는 개라든가, 해를 먹는 늑대, 달을 품은 매…… 같은 외형이 아니라.
황구는 인간(간식)을 지극히 사랑하여 스스로 짧뚱한 외형을 선택하였다.
그야말로 거대 강아지.
벼락을 부리고, 해를 잡아먹고, 달을 품지는 않아도…….
‘인간의 이성을 혼미하게 만들어, 앞발을 쭙쭙 빨고 싶게는 만들지.’
그리고 전냥을 털어 스스로 육포를 바치게 만드니.
오오, 위대한 황구시여!
어리석은 필멸자들을 육포의 산으로 안내하소서!
‘예전 황구를 생각하면 못 알아볼 만하지.’
“음, 황구야. 작아지자.”
컹?
“보아하니, 경계를 하는 것 같다.”
커엉?
이렇게 귀여워졌으니 의당 인간들은 자신을 숭배할 거라 주장했다.
“어…. 좀 더 작아지면 더 간식을 잘 줄 거야.”
컹컹!
간식이란 말에 황구는 흔쾌히 작아졌다.
‘넌 왜 이렇게 인간을 좋아하는 거니?’
진천희를 만나기 전.
황구는 아주아주 오래 살아온 개였다.
선대 개방방주님께서 젊은 시절에도 황구는 있었다고 했으니 족히 수백 년은 살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이 개는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에게 더 사랑(간식)을 받고 싶어 했다.
물론 주인을 괴롭히는 못된 놈들은 늘 와그작까그작을 해 왔지만.
‘그래도 그 본질이 변한 적은 없지.’
그렇게 수백 년을 살아온 개.
그 시간 동안 수많은 주인을 거쳐 온 개는 긴 시간 동안 소망하고, 또 소망해 왔다.
인간이 아니기에 더 순수할 수 있었던 걸까?
그렇기에.
개의 소원 역시 복잡할 것 없이 그저 선명했다.
‘신성(神性) 자체가 그리될 정도로…….’
진천희는 작아진 황구에게 육포를 주었다.
텁텁텁!
개는 ‘사랑’이 좋다.
진천희는 그런 황구를 뒤에 두고는 앞서서 걸어갔다.
황보세가는 그사이 진법을 형성하고 있었다.
‘오, 황보세가의 진법.’
황보세가 하면 권장법으로 유명한 가문.
황보세가 특성상 대다수가 체구가 크고 신력을 타고난 터.
외공으로도 강호에서 유명하여, 철탑거한의 일족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진법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다들 거한이다.
‘우와, 천우가 생각나네. 볼 때마다 놀랍단 말이야.’
거한들이 만들어 낸 장관은 보는 맛이 있었다.
그들은 정작-
‘설마… 일광인가?’
나른하게 웃는 진천희를 보더니, 되려 긴장하기 시작했다.
‘소문대로의 미모이군.’
‘하지만 저 개는 설마… 견왕?’
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