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281
제 1281화
“일광?! 일광이 대체 여기에 왜?”
진천희가 가까워지자, 결국 참다못해 누군가가 외쳤다.
‘황구는 긴가민가한 모양인데, 나는 바로 알아보는구나.’
누군가의 외침에 다른 무인들도 크게 동요했다.
“나는 처음 보오. 확실히 소문대로 천인인가 싶을 만큼 아름답군.”
“그러면 저 개가 황구인가? 개방의 그 황구?”
“들었던 것과 좀 다른 외형이지 않소.”
“개 영물이 흔한 건 아니니, 그 견왕이 맞을 거요.”
“소문으로는 무당파의 삼 대 제자급이기도 하다던데?”
“그 소문은 어디서 들었나?”
“하오문에서 나온 소문일세. 어이가 없지 않나? 개가 무당파의 삼 대 제자라니?”
작게 수군거리는 소리였으나, 진천희는 현원전단신공으로 모두 들을 수 있었다.
“갈! 조용하라——!”
내공 섞인 큰 소리와 함께, 황보세가의 책임자가 밖으로 나왔다.
웅피호리(熊皮狐貍) 황보순!
과거 투괴의 손녀를 치료할 적에 몰려든 강호인들 중 한 명.
‘그리고 해사방주를 떡이 되도록 두드려 팰 적에 그를 직관한 사람이기도 했지. 저 아저씨 여기 계셨네.’
강호가 넓다 하여도 만날 인연은 또 만나나 보다.
황보순은 방긋 웃는 얼굴로 진천희를 맞이했다.
“벽안신의를 이런 장소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오랜만이군요.”
몹시 정중한 포권.
과할 정도의 환대에 진천희는 강호에서 예의는 힘에서 나온다는 걸 새삼 상기하며 가볍게 예를 표한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간 별래무양하셨습니까?”
“별 탈 없이 잘 지냈지요. 그런데 이쪽은…….”
“사천당가의 소가주인 당아 대협이십니다.”
당아가 포권을 했다.
“웅피호리 대협을 뵙겠소. 강호의 동도들이 혈편독왕이라 불러 주는 당아라고 하오.”
소가주라고 하나 한참 나이 많은 초면의 무인에게 바로 하대를 하니.
‘그 모습이 실로 오만하기 그지없군.’
‘소문대로 그 인사부터 성격이 장난 아니네그려.’
‘피를 하도 많이 봐서 그런지 우리가 우습나?’
황보세가 무인들은 당아를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허나.
눈앞의 존재는 그래도 되는 힘이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그 모습에 웅피호리는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활인광의. 거기에 혈편독왕 당아까지. 이 두 미치광이가 대체 왜 여기에 나타난 거지?’
눈앞의 두 광인들의 심경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 중하다.
“당 소가주를 만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그런데… 두 분은 이곳에 무슨 일로 오신 것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이곳은 저희 황보세가의 영역입니다만…….”
“그래요? 저는 저 광산이 철금방의 것이라고 들었습니다만. 이곳에 온 것도 철금방의 의뢰를 받고 왔죠.”
진천희가 의뭉스레 말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당아가 서늘하게 묻는다.
“황보 대협. 저 마을도 황보세가에서 만든 것이오? 본좌는 철금방에서 광산의 인부들을 위해서 만든 마을로 알고 있소만.”
스스스-
당아의 말에서 배어나는 살기에 황보순은 내심 겁을 집어먹었다.
그도 나름대로 강호에서 한 자락 하는 강호인이라고 하더라도 눈앞에 있는 자는 강호에서 손꼽을 만큼 피를 많이 본 자.
협객이라고는 하나.
그렇다고 손속이 자비로운 것은 아니다.
아니, 냉혹하기 그지없었으니까.
한편, 진천희는 당아의 모습을 보며 좀 놀랐다.
‘이게 우리가 모르던 당아의 모습이었구나.’
평소에는 간식 달라는 소리나 하고, 황구 볼따구에 바람이나 넣으며 노니까 몰랐지만.
당아는 강호에서 원래 이런 존재였다.
황보순이 급히 말했다.
“저 마을은 철금방이 만든 것이 맞습니다. 광산도 마찬가지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근방이 황보세가의 영역인 것도 맞지요.”
(번역 : 땅 주인은 땅 주인이고 영역은 영역. 서로 다른 개념인 거 너희도 알면서 그러냐.)
‘실제로 그러긴 하지.’
강호 문파의 영역 개념은 법리적으로 실제 땅의 주인이기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그들은 ‘세가’가 아니라 ‘군벌’이니까.
하지만 그들이 세가이고 강호인인 이유는-
‘활동 범위를 영역이라고 생각하며, 그 안쪽에서 일어나는 일은 강호 문파의 관할이기 때문이지.’
현대인 시점으로 봤을 때는 사실상 작은 정부 노릇을 하고 있다고 봐도 좋다.
‘알고는 있긴 하지만, 약간 한숨이 나오긴 하는군.’
이 기묘한 영역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강호에는 크고 작은 분란이 일어나고 있고.
의각에는 환자가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
의원 입장에서는 이 영역 개념이 좋게 보일 수가 없다.
진천희가 조금 냉정하게 말했다.
“그러면 저는 지나가 보겠습니다. 설마 산채들처럼 통행료를 내라고 하시지는 않겠지요?”
진천희의 말에 황보순은 고개를 끄덕이고 길을 비켜준다.
“…….”
그렇게 멀어지는 일행을 보며 황보순이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활인광의… 여기에 혈편광독왕까지……. 본가에 전서구를 띄워라. 이대로는 일을 그르칠 것이야.”
“넵!”
***
진천희는 마을로 향하며 눈을 돌려 황보순이 하는 양을 슬쩍 본다.
“뭔가 속셈이 있는 모양인데…….”
“흐음. 본좌의 경험으로는 보통 이런 건 이권 싸움이거나 광산에서 뭔가 새로운 게 발견되었다거나, 둘 중 하나다.”
“새로운 거?”
“숨겨진 비동 같은 게 발견될 수 있지 않은가?”
“아! 그럴 수 있지.”
진천희는 패천무상신공의 비동 사건을 떠올렸다.
하지만 비동이라는 게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고리짝에 수상쩍은 비동 만들어 둔 이들이 어디 한둘인가?
‘왜 그리 죽을 때 굴을 다들 파는 거야.’
특히 지존천마에는 비동이 네다섯 번은 등장한다.
가장 떠들썩한 건 진천희가 막은 패천무상신공의 비동이긴 했지만.
그 외에도 비동이 등장한 적이 있었다.
주인공인 여하륜이 직접 가서 여는 비동만 두 곳.
나머지는 나왔다더라… 정도의 서술만 있다.
기억을 되돌려 보면-
‘산동성에 비동이 발견되었다는 서술은 없었……는데?’
여하륜이 강호의 모든 정보를 다 아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무심한 편이었으니 책에 서술이 안 된 걸 수도 있긴 하다만…….
당아가 말했다.
“아니면 철광산인 줄 알고 개발했는데, 다른 것들이 있다거나.”
“다른 거?”
“구리 같은 것 말일세. 혹은 은이나.”
“아아…….”
사람들의 편견과는 달리.
구리는 역사적으로 값이 나가는 광물이다.
‘구리는 녹이 슬지 않아.’
철은 제련에 따라 단단해지고.
실제로 백련정강 같은 철검은 장원을 팔아도 못 살 만큼 비싸다 할 수 있겠지.
그러나, 그건 제련법에 따라 그렇게 되는 것일 뿐.
고대로부터 실생활에 두루 쓰이는 건 구리였다.
때문에 광산의 가치로 보면 구리가 더 가치가 높았다.
당아가 말했다.
“일반적인 광물, 그 광물만의 가치만 본다면 구리석이 좀 더 비싸네. 애초에 동전(銅錢)의 동(銅)이라는 글자는 구리를 뜻하니까.”
그래서 동전, 은전, 금전인 것.
진천희가 말했다.
“그래서 황보세가에서 욕심을 부리기로 했다……. 이건가?”
“비동이 새삼 발견되었다는 것보다야 좀 더 현실적인 확률이긴 하지.”
‘하긴. 여기는 황보세가 앞마당이니까.’
진천희는 턱을 쓸며 마을에 도착했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 중 학사복을 입은 사람이 먼저 후다닥 앞으로 나왔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진 태수님!”
‘여기서 나를 태수라 부르다니?’
진천희는 곧바로 현원전단신공을 돌려 상대를 기억해냈다.
철금방에서 육식표준편차행정법(六識標準偏差行政法)을 가르칠 적에 배웠던 이들 중 한 명!
“연 학사님이 이쪽에 계셨군요?”
“오오. 저를 기억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별말씀을요. 당시에 학업 성취가 높았던 삼인 중 한 분이지 않습니까. 당연히 기억이 나지요…. 그런데 이곳의 담당자로 계신 겁니까?”
“맞습니다. 철금방 양산 광산 지부장인 연위학이 벽안신의께 인사드립니다.”
그가 깊게 포권을 했다.
이번에는 두려움에서 기반한 예가 아닌.
순수한 반가움에서 표현된 예.
“이쪽은 같이 온 사천당가의 소가주, 혈편독왕 당아입니다.”
“만나서 반갑소, 연 지부장. 사천당가의 당아라고 하오.”
당아 역시 예를 표한다.
그 말에 연 학사의 얼굴에 화색이 깃들었다.
“오오, 이런 귀인이…! 만나 뵈어서 영광입니다. 소인은 부족하나마 이곳의 지부장을 맡고 있지요.”
연 학사가 말했다.
“안으로 드시지요. 저 무도한 황보세가 놈들이 어떤 트집을 잡을지 모르니까요.”
역시나 양측 분위기는 날 서 있다.
진천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따라갔다.
‘용광로 하나 설치하러 왔는데. 생각보다 일이 커졌는걸……?’
***
마을 내부는 생각보다 깔끔하게 조성되어 있었다.
허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진천희 눈에 차는 것은 아니었다.
‘이거이거……. 빈민가보다야 훨씬 낫지만 그래도 좀 영 거시기하네.’
아무래도 백린군을 바닥에서 위로 끌어 올린 위정자에게 마을의 정경이 눈에 차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그것은 현원전단신공도 마찬가지.
‘우물은 3개 정도인가.’
‘화장실은 재래식인 데다가 목욕을 위한 시설도 안 보이는군.’
‘우물에서 물을 떠다 씻는 형태면 자연히 목욕 주기도 늦어질 거고. 손을 매번 씻는 것 자체도 성가시게 될 거야.’
‘그거야 당연하지. 식수를 지고 옮기는 것도 힘이 드는 일인걸. 손을 씻는 만큼 자주 물동이를 지고 옮겨야 한다고. 누가 그걸 바라겠어?’
‘의방은 하나뿐이네.’
‘으음, 소속 의각은 없는 지역 의방 형태로 보여.’
‘밖에 널어놓은 약초가 감초와 마황, 계피, 당귀와 황기, 백출 정도인가. 기본적인 것만 있는데……?’
‘부술보다는 전통적인 탕약 치료에 의존한 의방으로 보여. 여기에 침술을 곁들인 형태인가.’
‘밖에 끓이고 있는 탕약의 향을 보았을 때, 내경과 난경에 기초한 정석적인 탕약인 것 같아.’
‘이 모든 정보를 종합해 추론해 보았을 때, 의방의 주인은 이 시대의 전형적인 의원으로 보여.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데?’
‘아무래도 그렇지. 침구 방식도 새로운 침술을 쓸 것 같지는 않아. 기공 치료는 전무한 상태이고…….’
‘딱 동네 의방이네.’
‘와아, [나]지만 방금 발언 좀 오만한데~’
작은 진천희들이 왁자지껄 한마디씩 한다.
‘이 마을 좀 더 개발할 수는 없을까? [나]들이라면 가능하잖아.’
그런 대화를 내면에서 나누는 사이.
마을 중앙 가장 큰 3층 건물로 향했다.
옆에서 연 학사가 말을 이었다.
“광산 때문에 생긴 마을이다 보니, 아직 정식 관리도 파견되지 않은 상태이지요. 그래서 지부장인 제가 촌장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하, 그래서 연 학사께서 촌장도 겸임하시는 것이군요.”
“하하하하,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래저래 저도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태이지요.”
대체 일이 얼마나 많을지 상상도 하기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눈 밑에 퀭하게 진 그늘은 그 격무 때문인 듯싶었다.
“그래도 이리 봐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실 겁니다.”
그에게 있어 진천희는 그야말로 ‘은사’이니까.
“괜찮으십니까. 괜히 저희 철금방 때문에 황보세가와 불편해진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는군요.”
‘음, 이 사람은 내가 황보세가를 얼마나 쥐어팼는지 모르는 모양이군.’
물론 이쪽에서 먼저 시비 턴 적은 없다.
허나, 그쪽에서 덤비는데 순순히 봐줄 호인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과거 용봉지회 때 소가주부터 골고루 패긴 했지.
진천희가 말했다.
“하하하, 황보세가분들은 가슴이 넓으신 대협이셔서, 아마 그 정도의 일은 신경 쓰지 않으실 겁니다.”
원래 쥐어팬 놈이 더 뻔뻔한 법.
반면.
사정을 모르는 연 학사는 감탄했다.
‘역시 천하신의시다. 그 무서운 황보세가와도 인연을 이미 돈독히 맺으셨던 건가!’
주먹도 인연이라면 인연이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