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291
291화
반면 황보무휘의 힘을 느끼며 철금현 그녀도 생각했다.
‘음. 과연 황보무휘인가. 묵직하다!’
두 무인의 생각이 교차하며.
둘 모두 다음 초식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철염신공 백련정강(百鍊精鋼)!
벽련신권 백뇌타(白雷打)!
망치와 주먹이 허공에서 충돌하고. 뇌기와 화기가 폭발한다.
콰과과과광!
놀랍게도 두 사람 다 물러서는 법 없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기만 한다!
철금현은 생각했다.
‘신의(神醫)시여. 저는 장인으로서 할 도리를 할 뿐입니다. 지켜보십시오. 제 각오를!’
그녀는 진천희를 떠올린다.
그 기묘한 등을.
사내치고는 마르고, 아슬아슬하나.
기묘할 정도로 강인한 그 등을!
그 등을 본 이상 지지 않을 수 있었다.
설령 상대가 무가(武家)인 황보세가라 하더라도!
‘나는 반드시 그 철의 산실을 손에 넣고야 말겠다. 설령 상대가 강호 팔 대 세가 중 하나인, 황보세가라 하더라도!’
장인도.
장인의 싸움이 있는 법!
그녀의 집게와 망치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서로의 거리가 겨우 일 촌 정도로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오오오옷—-!
-세상에, 그야말로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난투, 난투, 난투!
-양쪽 모두 한 치의 물러섬이 없이 철과 철이 부딪치는 싸움! 버틸 것인가, 부술 것인가! 누가 먼저 부서질 것인가! 망치와 주먹이 부딪친다. 부딪친다. 부딪친다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아아!
강호인들뿐만 아니라 양민들까지 감탄하며 바라본다.
그만큼 두 사람의 공격이 매우 알기가 쉽고 강하다!
철염신공 극염추(極炎鎚)!
벽련신권 천뇌격(天雷擊)!
근거리에서 사용되는 절기가 서로의 몸을 난타!
이번에는 서로 방어조차 없이 서로의 몸을 때린다!
그 결과!
“크억!”
황보무휘가 고통과 함께 뒤로 다섯 걸음 물러나며 비틀거렸다.
그에 반해서 철금현은 입가에 피를 흘릴 뿐 그대로 서 있었다!
“…….”
침묵이 이어지고, 이어진다.
이윽고-
툭.
철금현의 한쪽 다리가 접혀 바닥에 닿았다.
“후욱, 후욱…….”
허나, 황보무휘도 마찬가지.
두 무인 모두 전력을 다 쏟아부은 결과 고작 일보조차 움직일 힘이 남아 있지 않은 것!
-더 이상 비무는 속행이 불가한가?
-양쪽 모두 더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할 만큼 피해가 극심해 보이고!
-하지만 여기까지 이런 비무를 볼 수 있게 된 것은, 그야말로 대단한 일. 특히나 철금방 철금현은 강호인이기 앞서 대장장이이자, 철금방의 소방주 아니오? 대체 무슨 수로 황보세가의 직계 소가주를 상대한 것이오!?
드디어 삼학사의 입에서 대장장이가 아닌.
강호인으로서의 칭찬이 나왔다!
허나.
그건 말하고 있는 삼학사 본인들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이 싸움은 그들의 가슴을 불태우고 있었으니까.
-그것은 기백이오.
-기백?
-반드시 이기고자 하는 집념이 사람을 여기까지 오게 한 것이오!
-오오오! 이 싸움 지고 싶지 않았다! 그 의지만으로 장인은 뼈를 태워 여기까지 온 것인가아아아!
사람들의 감탄사가 여기저기 터져 나온다.
“확실히 그렇군. 방어 따위는 도외시한, 그야말로 혼을 다한 공격 아닌가.”
“대장장이로서의 뒤를 생각하기보다는 이 승부에 혼을 태웠지.”
“장인이라고는 하나. 무인으로서도 귀감이군그래.”
그리고, 삼학사가 말했다.
-황보무휘는 지쳐서 움직이지 못하고, 반대로 철금현은 많이 다쳐 움직이지를 못하오. 이 승부 어찌 될 것인가??
그 말에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본다.
“맞네. 맞아.”
“공증인이 이런 경우 심판의 역할도 하지 않던가.”
“맞아. 양쪽 모두 못 움직이는 이상 판결 말고는 답이 없지!”
모두가 공증인석을 바라보자.
이윽고 소림의 원진 스님이 몸을 일으킨다.
“!”
사람들이 놀라 바라본다.
삼학사들도 마찬가지.
-왔소! 드디어 공증인, 즉 심판진들의 결과가 왔소이다!
“이 승부, 무승부입니다.”
“!”
모두가 경악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세상에에에에에!”
“멋지다아아아아아!”
“이런 비무를 죽기 전에 생눈으로 보다니이이이!”
와아아아아아아—-!
엄청난 함성이 호응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랬다. 두 강호인은 모든 것을 퍼부었고.
이 비무장에서 산화되었다.
두 번은 못 볼 장구한 혈투에 모두의 가슴이 뜨거워진 것!
“황보세가 소가주가 이길 줄 알았는데, 철금방 소방주도 제법이군!”
“아주 작정을 한 게 느껴지는군. 무가를 상대로 비기다니!”
“하지만 상처는 소방주 쪽이 훨씬 더 크지 않나?”
“그만큼 뒤를 보지 않은 거지.”
“…….”
둘 다 사람들의 부축을 받고 내려온다.
황보세가는 그쪽 세가 소속 의원이 와서 치료를 했고.
철금방 소가주님은 진천희가 직접 치료하기로 했다.
진천희가 혀를 찼다.
“너무 무리하셨습니다! 이래서야 승부는 비겨도 오래 정양을 해야 할 테니 훨씬 손해 아닙니까?”
“크크큭, 쿨럭.”
그녀는 웃다가 피를 뱉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맞습니다. 반면 황보세가의 애송이는 그래도 뒤를 보며 싸우긴 했지요. 소가주란 그런 자리니까.”
“아시면서 그러십니까?”
빠르게 점혈을 한 후.
진천희는 상처를 소독했다.
“크윽, 아프군요.”
“위치상 어쩔 수 없습니다. 그냥 참으세요.”
그 말에 철금방 소가주는 쓰디쓴 미소를 지었다.
“……그 용광로를 보니 진심이 될 수밖에 없더군요.”
“용광로는 다시 만들면 되지 않습니까.”
“하지만 지금의 이 용광로는 아니겠지요. 이 자리도 아닐 거고……. 그게 장인에게 얼마나 다른지 신의(神醫)께서는 모르실 겁니다.”
“장인의 마음으로 싸우신 겁니까?”
“소방주로서의 저는 적당히 하고 내려오라고 하더군요, 천하의 황보세가 소가주를 저 따위가 어떻게 이기겠냐고……. 크게 다치는 것보다는 낫지 않냐고.”
“…….”
“하지만 장인으로서의 저는 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평생 후회할 바에는 그저 최선을 다해 보자고 소리를 지르더군요.”
고집이었다.
그건 장인으로서의 깊은 고집이었다.
‘어째서 철금현이 차기 방주가 되었는지 알 것 같구나.’
진천희는 피식 웃더니 이렇게 물었다.
“할아버지를 많이 닮았다는 소리 듣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가장 싫어하는 말입니다만 뭐, 어쩔 수 없지요. 하하하!”
그녀는 맑게 웃음을 터뜨렸다.
진천희는 그런 그녀가 싫지 않았다.
“신의(神醫), 저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니 신의(神醫)께서도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곧은 눈동자가 진천희를 바라본다.
“제 진짜 힘이 보고 싶으신 겁니까?”
“할아버지를 닮았다 하셨습니까? 맞습니다. 제가 할아버지를 닮아 강호인을 보는 눈 하나만은 기가 막히지요. 그러니 신의의 등을 보는 순간 깨달았습니다.”
“무엇을요?”
“그때의 그 절진조차도 신의(神醫)의 진정한 힘이 아니라는 것을요. 그러니…….”
그 말에.
의원은 속눈썹을 내리깔고는 피식 웃음을 터뜨린다.
그녀는 요청하고 있었다.
이 자리, 누구도 몰랐던 천하신의의 진정한-
“참 엉뚱한 부탁을 하시는군요.”
힘을.
***
그렇게 첫 번째 비무가 끝난 후.
삼학사들이 급히 나와 이야기를 했다.
-심판진들의 격한 회의 끝에 무승부에서 황보세가의 1승으로 바꾸기로 하였습니다.
우우우우우!
“그게 무슨 뜻이냐아아아! 이제 와서 바꾸는 게 어디에 있느냐!”
“내 생각에도 무승부는 이상했다. 피해를 더 많이 입힌 건 황보세가가 아니냐!”
“결국 둘 다 쓰러졌으니 무승부가 맞는 거지!”
관객석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걸 지켜보고 있던 당아가 말했다.
“대적자여. 원진 스님은 무승부가 맞다 생각하여 발표하였지만, 다른 심판진은 반대했던 모양이다.”
“결국 황보세가에 일 승을 주기로 합의를 봤나 보네.”
“필시 더러운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겠나.”
“으음…….”
진천희는 턱을 문질렀다.
“결국 누가 더 피해를 입혔는가와 둘 다 싸울 수 있는가, 없는가……의 차이인가.”
결과적으로 말하면.
비무장에 올림픽 같은 빡빡한 규칙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장외이거나 항복하거나, 더 이상 시합을 속행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거나……. 그것도 아니면 즉사하거나.’
태권도조차도 승점이 있었던 현대인의 시선으로 봤을 때.
규칙이 이래 버리니-
‘이런 애매한 상황에서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지.’
사실 그 올림픽조차도 판정 문제가 터지지 않던가?
“뭐, 홈그라운드 혜택이라고 봐야겠지요. 쉽게 말해 황보세가 영역에서 심판진들이 황보세가에 거스르는 건 눈치가 보일 테니 말입니다.”
진천희가 담담하게 말하자 당아가 목에 핏대를 세웠다.
“이 녀석, 이래서야 목담화 대협이 이긴다고 해도 동점이란 말이다!”
“어차피 승자가 계속 싸우는 제도 아니야? 몇 대 몇인지는 그리 중요하진 않아. 내가 잘 싸우는 게 중요하지.”
“……!”
당아의 커다란 눈이 흔들린다.
‘음, 내 말이 맞다는 걸 깨달았구나.’
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더럽긴 할 터.
진천희가 말했다.
“일단 쓰러져 있는 철금현 소방주 귀에는 안 들어가게 하자고. 몸을 태워서 무승부 국면까지 끌고 갔는데 그 이야기까지 들으면 혈압에 안 좋을 거야.”
“그건 그렇다만…….”
당아는 고개를 끄덕였고.
연 학사는 아랫사람들을 시켜 재빠르게 입단속을 시켰다.
“장인은 혼을 태워 순수를 보여주었는데, 강호인들은 왜 이렇게 더러운 거냐!”
“하하하, 왜 그런지는 너도 알잖아?”
강호의 도리란 본디 돌과 자갈과도 같아서.
원래 땅에 딱 붙어서 올라온 적이 없었다.
일이 끝나면 소방주께서도 강호를 알게 될 터.
당아가 물었다.
“그래서 소방주가 부탁한 거 어떻게 할 생각이냐? 진짜 힘이라는 게 대체 무슨 뜻인 거고?”
“…….”
진천희는 그저 대답 없이 웃기만 했다.
***
이제 다음 타자.
-목담화! 목담화 대협이오!
-그리고 그에 맞서는 상대는 황보산!
황보산은 목담화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무무 소저로 인해 부서진 사나이의 순정. 결코 잊지 않으리라! 일광, 지켜보아라! 내 힘으으으을–!”
‘음, 내가 환몽진으로 사람을 놀렸다고 오해하시는군.’
인류사.
예로부터 ‘평화’와 ‘대화’의 길은 참 멀지 않던가.
진천희는 황보산의 목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나중에 좀 귀찮아질 수도 있겠군.’
낭인왕 목담화가 말했다.
“아해야. 어르신을 앞에 두고 다른 사람을 말하는 것은 대체 무슨 예의더냐.”
“뭐?”
놀랍게도 목담화의 키는 그야말로 황보산보다도 크다.
심지어 옷까지 헐렁하게 입고 오신 터라 몇몇 강호인들이 얼굴까지 붉힐 정도.
‘아이고, 또 대충 입고 나오셨네.’
이번에는 옷을 추슬러줄 총관도 곁에 없다.
‘이걸 보면 낭인왕은 천우와 비슷한 데가 있어.’
거기다-
‘이 세계의 강호 미(美)의 기준은 목담화이시긴 하지.’
그야말로 청룡언월도 같은 아름다움!
8척, 아니 9척까지 갔나 싶은 거대 무골에 근육질 허벅지가 고스란히 빛을 반사한다.
그리고 시합이 시작되었다는 징이 울리는 순간.
황보산이 곧바로 목담화를 향해 벽력신권을 쏘았고.
목담화는 그 거대한 다리로 황보산의 주먹을 발로 찼다.
퍼엉!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놀랍게도 그건 황보산의 팔이었다.
‘와… 씨……. 장난 아니네!’
그나마 뒤꿈치에 주먹이 닿기 직전에 뭔가 불길함을 느꼈는지 주먹을 빼서 팔을 살렸다.
그러나-
“아해야. 무무 소저인지 마마 소저인지 알 수는 없으나, 확실한 건 하나 있구나.”
“?!”
“네가 일광을 쫓기에는 그저 약하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