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294
294화
——–!
비무장을 가득 채운 번개가 순식간에 일도양단이 되자 모두가 놀라서 소리를 지른다.
“지금 보이오? 칼로 뇌전을 갈랐소!”
“대체 무슨 원리로 그게 가능한 것이오?”
“뇌전이라고 하나, 강기가 아닌가! 강기와 강기가 부딪친다면 서로 반발을 하거나 폭발을 하는 게 이치일진대. 허나, 이건 마치 무 베듯 썰어버리고 있지 않나!”
반면 양민들의 눈에는 이렇게 보였다.
“엄마, 번개가 창으로 가더니, 빛이 반으로 잘렸어.”
“네가 눈이 좋구나. 엄마는 번쩍하더니 반으로 갈라지는 것만 보이는데.”
삼학사들도 마찬가지.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오!
-뇌전이 갈렸소이다, 대체 무슨 수로 뇌전을 갈라낸 거요! 그것도 그냥 검기가 아니라 강기잖소!? 현경이 만들어낸 순수한 강기!
-방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광의 검에서 일어났소이다!
“후우. 세 번째.”
그 순간.
진천희가 다시 발검을 한다.
검법이라기보다는 도법에 가까운 자세.
허나, 무언가를 ‘베기’에는 최적의 공격이었고-
첫 검보다 두 번째 검이 더 ‘깊다.’
뇌전의 벽이 아까보다 더욱 크게 썰리며 황보곤에게 가서 닿는 게 아닌가!
“!”
황보곤도.
후욱-
그 검격에 반응해 두 주먹이 허공에서 다시금 벽력뇌전권강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콰쾅!
벽력뇌전권강기가 반으로 갈라지며 폭발한다.
뇌전과 강기가 일으킨 그 파괴가 주변을 뒤집기 시작했다.
과과과과과과광!
그러나.
그 폭발 때문에 태을단선의 검격도 소멸했다.
황보곤은 경악했다.
‘뇌화를 베어내다니! 이립에 지나지 않은 아해가 이 정도의 심검지경에 이르렀단 말인가!?’
진천희가 휘파람을 불었다.
“저와 한판 흐드러지게 놀아 보시겠습니까?”
그리고 진천희의 보법이 물결처럼 핑그르르 틀어진다.
형(形)이 바뀌며.
순식간에 새로운 의념이 정착하고.
그것은 마침내 무(武)가 되어 발출된다!
그 보법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이놈, 어찌 본가의 벽력신보를……!”
“아까 쓰셨잖습니까?”
완벽하게 베껴낸 벽력신보를 따라 진천희의 잔상이 사라진다.
그러고는 다시 그의 눈앞에서 나타난다.
첫 합 때.
황보곤이 썼던 그 일권과 매우 흡사하다.
“……네놈 골수를 씹어 먹고야 말겠다.”
황보곤은 크게 분노하며 권을 뿜어낸다.
본격적으로 둘의 무공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검과 권이 허공에 충돌하며 초토화를 시키기 시작했다.
진천희는 검을 넣었다 발검하기를 반복하며 그의 뇌전을 유유히 갈라낸다.
————-!
흡사 춤이라도 추듯 핑그르르 도는 움직임이 화려하기 그지없었고.
“노오오오옴!”
정확하게 반의반 박자 뒤로 황보곤의 공격이 그 자리에 꽂힌다.
현실적으로 본다면 황보곤의 공격의 방향을 예측하고.
반의반 박자에 맞춰 피하는 것이겠지만.
다른 무인들이 보기에는.
“아니, 이 어찌……?!”
마치 진천희가 나타난 자리에 뇌전이 따라오듯 꽂히는 것으로 보이는 게 아닌가!
“엄마, 의원님이 멋있어. 뭔가 엄청 예쁜 검무야.”
유려한 춤사위가 번개 사이로 그려진다.
뇌전의 모습은 양민도 보기 어려우나.
정작 그것을 피하는 진천희의 몸짓은 생각보다 느려서 눈이 빠른 아이라면 능히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 모습에 오히려 무학에 대해 아는 강호인일수록 더욱 경악했다.
“저렇게 느린 동작임에도 현경의 뇌전을 전부 피한다는 말인가?”
“눈으로 보고도 미, 믿기지가 않는군.”
“미리 보법으로 자세를 취해도 늦을 걸세. 이건 이미 최소 3합, 4합 전에 뇌전의 궤도를 예상해야 한다는 것이니 사실상 예지에 가까운 싸움이 아닌가!”
“아니, 예지 능력이라니! 아무리 현원전단신공이 대단하다 한들, 그것은 불가능하네. 애초에 인간이 무신의 경지에 다다른다고 한들 미래는 시간의 영역 아닌가!”
허나.
일어나고 있었다.
그것을 해내고 있었다.
“!”
나풀거리는 긴 소매의 학사의가 장난스럽게 뇌전의 비를 피한다.
그리고 그 뇌전은 폭발하고 분노하며 사방으로 꽂히기 시작했다.
콰르르르르릉!
“노오오옴! 무골도 아닌 비루한 몸뚱이로 버틴다면 얼마나 오래 버티겠느냐!”
황보곤이 꽤나 약이 올랐는지.
내공 섞인 목소리로 노성을 토한다.
그 기세가 점점 더 노도 같이 커지며.
앞 열에서 관람하던 무인들도 서서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만큼.
그 위력은 실로 경천동지!
“한 번이라도 스치면 재가 될 터인데 일광은 겁도 없구려.”
그냥 노는 것 같아 보여도.
목숨이 걸려 있는 춤사위라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다.
“거기다 분명 황보곤의 보법을 간간이 따라 하지 않았소?”
“그게 보인단 말이오?”
극소수의 선택받은 무인만이.
진천희가 하고 있는 춤사위의 그 진짜 요체를 볼 수 있었다.
황보곤은 속으로 생각했다.
‘안 되겠구나! 여기서 죽여 두지 않는다면 본가는 결코 천하제일 세가가 될 수 없으리라!’
이 녀석은 위험하다.
과거 제갈세가에서 했던 ‘연구’가 떠올랐다.
그들이 바라 마지않았던 ‘현경’이 저런 것이었고.
그것을 위해.
제갈세가 선대 가주는 다른 세가의 자식들까지 납치하여 실험을 하고자 하지 않았던가.
심지어 자기 자식에게조차 ‘실험’하였다 들었는데.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건 그거대로 끔찍한 일이다.
‘대체 혈린은 어찌하여 그 경지를 복구해 제자에게 전수한 것이지?’
어찌하여 저 자식에게.
……그 모든 것을 전수한 건가!
‘저 싹을 지금 죽여야 한다.’
으득-
황보곤은 구명절초를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콰르르릉!
이렇게 관람객이 많은 곳에서는 본래 써서는 안 되는 절초이지만.
‘독심을 품어야겠군.’
강호에서 오래 살아남은 자 특유의 감이 말해 주고 있었다.
진천희를 단번에 격살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필요하다고.
“후우.”
깊은 호흡과 함께.
황보곤의 몸 전체에서 뇌화가 사라진다.
본래의 인간 육체로 되돌아온 황보곤.
하지만.
그런 황보곤의 두 손은 아예 새파란 빛 그 자체가 되어 있다.
힘을 두 손에 모은 것.
파직.
“좋은 무공이군요.”
뇌전만큼이나 푸른 눈동자가 그를 향해 부드러이 웃고 있다.
‘여우 같은 새끼, 위기감조차 없는 건가?’
대체 저놈이 저 심무에 다다르기까지 상대했던 자들은 어떤 자들이기에…….
설마.
‘강호에 난 소문은 사실 축소되었단 말인가?’
그사이.
태을단선검의 검격이 그의 몸에 와닿았다.
카각!
흡사 강철을 긁는 소리와 함께 빙정검에 상처가 났다.
그럼에도 완전히 절단된 건 아니었다.
‘버텼다!’
황보곤의 몸도 이미 금강불괴 수준!
그래서 몇 번은 버틸 수 있다.
그사이 황보곤이 두 개의 주먹을 좌우로 번갈아 뻗는 게 아닌가.
가자.
진정한 번개를 보여 주마.
“이것이 바로 하늘을 가르는 힘이니!”
그는 그의 깨달음, 그 심상, 그 모든 무학을 일격에 밀어 넣어 쏟아낸다.
그것은 황보곤이라는 무인의 생(生).
그 자체-
벽력뇌전통천쌍격타(霹靂雷電通天雙擊打)—–!
쉽게 말해 하늘을 꿰뚫는 두 개의 뇌격이 때린다는 뜻.
쿠롸롸롸롸롸롸!
굉음이 울린다.
뇌전이 만들어낸, 그 순수한 소리에 모두가 귀를 막을 정도.
심상치 않은 위력의 두 개의 벽력뇌전강기가 쏘아지는 순간.
“크헤헤헷!”
진천희는 기다렸다는 듯이 빙정검을 들고 오행신공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화생토(火生土)
토극뇌(土剋雷)!
오행이 한 바퀴 돌아 상생을 만들어.
대지의 기운이 크게 일어나 강기가 되고 검에 서린다.
그 모습은 마치 눈꽃이 피어나는 것과 같았고.
눈꽃은 육각의 검막을 만들어낸다!
오행신공 태을단선검법.
토행검막(土行劍膜)———-!
콰쾅!
벽력뇌전강기가 토행검막에 충돌했다.
그리고 폭발과 함께 그대로 소멸.
황보곤의 두 눈이 홉떠진다.
‘벽련신권의 절초를 막았다고!?’
그사이.
토행기를 머금은 채로 태을단선검법이 황보곤을 노린다.
이미 부상을 감수하고 공격했던지라.
황보곤이 다급히 두 손으로 방어를 하려 했지만 오히려 그 두 팔이 튕겨 나갔다.
츠가가가각!
어느샌가.
진천희가 황보곤 앞에 서 있고.
검을 목에 가져다 대고 있었다.
“승복하시죠?”
“…….”
후두둑
황보곤의 목에서 핏방울이 맺혀 떨어졌다.
“자네… 그동안 강호에 힘을 숨긴 건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그가 전음으로 말했다.
[다들 자네의 진정한 힘은 현원전단신공으로 만든 인지 가속과 태을단선검을 이용한 극쾌의 검이라고 알고 있네. 나도 그리 생각했고.]“!”
예리한 질문.
“…….”
침묵하는 의원을 향해.
그가 질문을 이어 나갔다.
[화경이라면 모를까, 현경에 올라 천지교태를 이룬 내공을 그딴 허접한 단전과 임독양맥, 전신세맥으로 옮길 수 있냐는 것일세.]“크헤헷, 그냥 열심히 하면 됩니다.”
[자네는 심무를 사용할 때마다 살얼음 위를 계속 달리고 있는 걸세. 살얼음이 오래 버티진 못할 테니, 언젠가 반드시 깨질 거고. 주화입마의 단계까지 갈 것도 없이 대맥이 터져 칠공으로 피를 쏟을 테니 그때 자네는 반드시 죽을 걸세.]진천희는 그의 말을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았다.
단순히 같은 무인으로서의 질투라고 생각하기에는.
그의 의념에는 이상하게도.
염려가 깃들어 있었다.
‘그렇군. 황보곤은 뼛속까지 무인인 부류인가.’
그렇기에 진천희의 무학을 상대하며 분노하고.
절망하며.
동시에 경탄했다.
그러면서도 상대의 무학에 대한 고찰을 멈추지 못한다.
[과거 많은 무인들이 이리 말하였지. 타고난 무골은 오성에 의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하지만 깨달음이 심후해지면 심후해질수록 그것은 불가능한 이야기라는 것만 깨닫게 되네.]“…….”
[아무리 토끼가 깨달음을 얻어도 범이 될 수 없네. 그냥 그뿐인 문제라는 것을. 그리고…….]황보곤이 쓰게 웃었다.
[그걸 나보다 깊은 무학을 가진 자네가 모를 리가 없겠지.]진천희는 답하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황보곤이 묻는다.
[혹시 자네에게는 답이 있는가? 오성이 있으나 무골이 없는 자에게는 그조차 천형일 터인데, 그 천형을 극복할 방도가 있는가?]이윽고 진천희는 생각에 잠기다가 말했다.
이번에는 전음이었다.
[없는 것을 한탄하기보단, 그저 가진 바를 최대한으로 펼쳐 늘 순간순간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진지한 전음.
의원에게 아까와 같은 웃음기는 없었다.
황보곤은 작게 감탄했다.
피차 긴 말은 필요 없지 않던가.
이게 이 사내의 본질임을 생사를 건 무학을 나누며 알게 되었으니.
웃음기 속에 가려진 올곧음에 내심 짜증이 나지만.
동시에 경외심도 들었다.
[자네처럼 살면 목숨이 몇 개라도 부족하겠군. 허나…. 그래. 이 황보곤 오늘, 새로운 하늘을 보았네. 그리고…….]그는 진심으로 경탄했다.
무인으로서 또 다른 ‘길’을 보았고.
깊이 승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세가나 나이를 벗어난 무학을 닦는 자로서의 순수한 존경.
깊고 깊은 경외.
그의 의념이 출렁이고 변하는 것을 보며 진천희는 생각한다.
‘그 또한 인간이기에 가능한가.’
인간은 ‘존귀한 자’들과는 다르다.
인간은 악하면서도 선하며, 선하면서도 악하고.
질투하면서도 존경하고.
사랑하면서도 증오하며.
포기하면서도 노력한다.
그것이 인간의 본질.
그들의 마음은 형(形)이 없기에 끊임없이 고뇌하고 변화한다.
그 본질은 어찌 보면 물과도 같았기에-
[내 자네를 만난 것을 감사하네.]새로 견식한 그 무학에 황보곤은 무거운 마음을 전한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관객들의 함성과 ‘진천희 승리이이이이이!’라고 외치는 삼학사들의 목소리.
그 속에서 그는 담담히 전음을 보냈다.
[제갈세가, 선대 가주의 숨겨진 비의를 조심하게.]원래라면 다른 장로들이 그래 왔듯.
본인 역시 결코 내뱉지 않았을 비밀.
그 비밀을 결국 전했다.
그것은 진천희라 불리는 한 사내가 보여준 무(武)에 대한 존경이며 ‘선물’.
“……?”
[어째서인지 그가 가장 원하는 형태가 바로 자네일 터이니. 자네 스승은 모르겠지. 혈린이 자신의 아비가 정확히 어떤 존재인지 깨닫기도 전에 사망하였으니.]기묘한 경고였고.
“!”
그는 더는 그 이야기를 언급하지 못했다.
그걸 말하는 것조차도 심혼이 흔들리는지 깊게 심호흡을 할 뿐.
아마 단순히 끔찍한 비사라고 보기보다는.
깊은 강호의 어둠이 깃들어 있는 모양이었고-
“알겠습니다.”
[금제가 걸려있어 더 알려주지 못하여 미안하네.]울컥.
황보곤은 핏물을 뱉었다.
[아닙니다. 상당히 중요한 단서였습니다.]진천희는 그리 말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현경과 현경의 싸움. 어느 현경이 더 강한가?
-그 답을 모두가 보았소!
-이제 모든 강호가 오늘 내린 답을 알게 될 것이오! 똑같은 현경이라도 결코 그 무위가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우와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