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30
제 130화
컹! – 주인, 배고프다!
진천희는 황구의 머리를 벅벅 긁고는 품에서 북어포를 꺼냈다.
보타섬에서 산 어포가 아직도 남아 있었다.
쩝쩝. – 맛있다! 엄청 좋아!
“넌 그래도 잘 피했구나.”
황구는 개다.
영물이긴 하지만 만년화리처럼 거대한 것도 아니고, 천뢰응처럼 번개를 뿜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런 황구가 거친 무림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역시 무림인보다도 빠른 발과 귀신같은 후각, 그리고 눈치 덕분일 터였다.
“네가 사람보다 낫다. 나아.”
끼잉? –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주인.
“더 먹으라는 뜻이야.”
진천희는 어포를 몇 개 더 꺼내서 황구에게 건넸다.
황구는 아까의 전투도 벌써 다 잊은 건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 * *
진천희는 근처에 주저앉아서 한참을 그렇게 쉬었다.
“이기긴 했는데 운신을 못 하겠네.”
고목혈마 때처럼 피를 토하고 기절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셈.
‘나도 꽤 실력이 늘었나?’
아무리 무공을 익힌다고 한들 그것을 끌어내려면 실전이 필요했다.
목숨을 건 전투들 덕분에 진천희는 점차 진정한 의미에서 무(武)를 체득해 가고 있었다.
헥헥. – 주인! 지킨다!
다행인 건 진천희 혼자가 아니라는 것.
회복하는 동안은 황구가 위험한 자가 오면 언제든 짖어서 알려줄 터였다.
‘황구와 함께 동행한 건 신의 한 수였어.’
벌써 위기를 몇 번이나 넘겼는지 모른다.
강호란 단순히 무력과 무력의 충돌만으로 해결되는 곳이 아니었으니까.
사람을 찾거나, 피하거나, 오염된 물을 감지하거나, 이렇게 기력을 채울 때 호법까지 서 준다.
괜히 개방의 영물이 아니었다.
‘돌아가면 우리 황구 님 모셔야지. 맛있는 거 많이 챙겨 드려야지.’
진천희는 황구의 빵떡 같은 볼을 잡아당기며 뽀뽀했다.
킁! – 나도 좋아. 우리 주인 좋아.
황구의 꼬리가 프로펠러처럼 퍼덕인다.
그때 황구가 컹 하고 짖었다.
그와 동시에 진천희의 머리 위로 천뢰응이 날아왔다.
삐이익!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법구가 진동만 할 뿐 들리지 않았다.
황구 역시 그런 천뢰응을 향해 짖었다.
잠시 후, 천뢰응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렸다.
삐, 삐이익. – 고맙다. 무림인! 큰 개도 고마워! 덕분에 내 아기들도 살릴 수 있었어.
진천희는 유호가 준 법구를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그래. 다행이네. 이제 너도 도망쳐. 혈선교가 알았으니까 주산군도 넘어서 멀찍이 도망쳐야 할 거야.”
진천희의 말에 천뢰응이 뭔가 고민하는 눈치였다.
그때 황구가 마치 말을 걸 듯 천뢰응을 향해 다시 짖었다.
컹, 컹컹!
삑, 삐삐비!
둘은 또 법구로 안 들리는 말로 무언가 한참 쑥덕였다.
이윽고 천뢰응이 길게 한 번 울더니 저만치 날아갔다.
저 멀리 산등성이 너머로 사라지는 천뢰응을 보며 진천희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가나 보다. 다행이네. 난 좀 더 쉬었다가 내려가야겠어. 탈진해서 아무것도 못 하겠네.”
첩첩첩-
황구가 진천희의 입을 핥았다.
진천희는 그런 황구를 쓰다듬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한 시진도 되지 않아서 천뢰응이 다시 날아왔다.
삐익. – 인간, 이거 먹어!
무슨 소리인가 싶어 올려다보니 천뢰응이 커다란 버섯을 이쪽으로 떨어뜨리는 게 아닌가.
놀라서 손을 뻗어 버섯을 붙잡았다.
겉으로 봐서는 영지버섯과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그 진한 향은 코를 마비시킬 만큼 강렬했다.
“이거… 잠시만…….”
삑삑! – 몸에 좋은 거라 아껴 놨던 거. 먹어.
진천희는 한참 동안 버섯을 들여다보았다.
이 버섯에 대해 배운 적이 있긴 했다.
하지만 책의 끄트머리에 있어 실물도 없고, 먹었다는 사람도 구전으로만 전해지는 놈이었다.
“이거 천지석균…이냐? 설마?”
천지석균.
영약의 한 종류로 하늘과 땅의 기운이 맞닿는 곳에만 자라나서 천 년 동안 살아간다고 들었다.
사람의 발길이 닿게 되면 버섯은 곧바로 시드는데, 그렇게 되면 영약으로서의 효용 가치는 크게 떨어진다.
이것을 제대로 채취하려면 사람이 아닌 개나 돼지를 이용해 채취해야만 했다.
‘아니, 근데 이게 이렇게 큰 건 처음 보는데……?’
자연이 만든 영약은 사람이 만든 영약을 뛰어넘는다.
인간은 자연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하늘과 땅의 기운을 담고 있는 종류의 영약이기에 진천희의 오행신공과 조화롭게 흡수할 수 있었다.
“정말 고맙다.”
삑! – 우리 애들을 살려준 보답.
‘무림에서는 사람뿐만 아니라 영물도 협(俠)을 아네.’
진천희는 헛웃음이 나왔다.
천뢰응을 죽이지 않기로, 그저 지키기로 결정했던 게 이런 보답으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
진천희는 좌선을 하고 천지석균을 몇 가닥으로 찢어 단숨에 먹었다.
입안으로 들어간 천지석균은 운기를 하자 기로 화하며 마치 액체처럼 진천희의 몸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우우웅-
토기(土氣)와 풍기(風氣).
두 개의 기운이 진천희 안에 들어왔다.
진천희는 이것을 오행신공으로 맞이하며 내력을 흩고 모으기를 반복했다.
흙과 바람은 스스로 분해되며 진천희의 단전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오행 중 두 가지가 상당히 성해졌으나 제법 웅후해진 내공이 이를 받아들였다.
‘마침 만년화리 덕에 화(火)와 수(水)가 커졌는데 다행이네.’
주천하는 내력을 조화롭게 합하고 흩기를 반복하며 진천희는 무아지경에 빠졌다.
‘이 정도로 정순한 영약이라면 어쩌면…….’
* *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진천희는 감았던 눈을 반개했다.
깃털처럼 긴 속눈썹 사이로 달빛이 스몄다.
“일 갑자…인가.”
드디어 진천희의 내공이 일 갑자, 즉 육십 년 치의 내공이 된 순간이었다.
그것도 그냥 일 갑자가 아니었다.
가장 정순한 기만을 뭉쳐 단전에 일 갑자를 만들어 냈다.
“우와…….”
진천희는 시험 삼아 눈앞에 풀어 놓은 자신의 빙정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빙정검은 진천희의 손에 빨려 들어가듯 날아와 잡혔다.
탁.
허공섭물.
풍기(風氣)를 이용한 게 아닌 진짜 허공섭물이다.
섬세한 컨트롤까지는 아직은 무리지만 눈앞에 있는 검이나 물건을 부르는 것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는 경지.
몸을 일으키니 흑뇌혈마에게 당한 상처들까지 전부 깨끗하게 나아있었다.
마치 설원처럼 깨끗한 피부를 보고 있으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우와, 다 나았네.”
컹컹! – 주인, 엄청 강해졌다! 냄새도 좋아졌어!
황구가 진천희를 향해 몸을 폴짝 날렸다.
진천희는 커다란 황구를 마치 아기처럼 끌어안았다.
“하하하! 고마워. 고마워, 황구야.”
끄응. – 나는 한 거 없다. 우리 주인이 힘드니까 좋은 먹을 거 달라고 천뢰응에게 부탁한 게 전부.
삐비빅. – 내 아기들을 지켜줬으니 당연한 사례지!
그리 말하더니 진천희의 머리 위로 천뢰응이 푸드득 내려왔다.
삑! – 아가들아!
뺙! 뺙. – 네, 엄마!
천뢰응의 새끼들이 어디선가 날아와서 진천희의 양어깨에 앉았다.
머리에는 천뢰응이.
양어깨에는 새끼들이.
이게 대체 무슨 짓이지 싶어 진천희가 눈을 꿈뻑였다.
천뢰응이 말했다.
꺄! 삐! – 너랑 다니면 맛있는 거 많이 먹는다고 큰 개에게 들었어!
삐! 삐삐! –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들이라고 했어!
삐, 삐삐삐! – 무림인들 때문에 둥지를 옮기는 것도 이젠 지치거든.
삐약! 삐꺅! – 맛있는 걸 주면 밥값은 충분히 해줄게.
“그게 무슨……?”
삐삐삐삐익! – 우린 이 인간과 같이 간다!!
삐약! – 네, 엄마!
컹, 컹컹! – 주인, 배가 고프다. 속히 식량 보급을!
진천희는 깨달았다.
영물들의 밥 셔틀이 되었음을.
속사정을 모르는 강호인들은 소백룡의 인품에 영물들이 절로 종복을 자처한다 감탄할 일.
그렇게 진천희는 어미 새와 새끼 새 두 마리.
총 천뢰응 세 마리를 얻었다.
진천희는 품에서 육포를 꺼냈다.
“넉넉하게 준비해 왔는데 이거 벌써 마지막 육포네……?”
큰일 났다.
* * *
어부들이 쉬는 오두막에는 다행히 먹을 만한 어포가 남아 있었다.
진천희는 급한 대로 그걸 이놈들에게 나누어 주고 자신이 먹을 것은 사냥해서 구워 먹었다.
조미료와 아궁이, 식기, 쌀 같은 기본적인 식량이 남아 있었기에 다행이었다.
이 세계의 동물들은 지구의 것보다 크고 강했다.
물새 비슷한 것을 잡아다가 깃털을 뽑고 배를 갈라 삶으니 닭보다 컸다.
내장은 따로 모아서 꼬치로 만들어 구웠는데 소금 간만 했는데도 맛이 그만이었다.
컹컹! – 주인, 나도!
삐약, 삑삑. – 그거 맛있어 보여. 다른 애들도 잡아 올 테니까 구워 줘라.
이 녀석들은 곧바로 나가서 물새 몇 마리를 더 잡아 왔다.
진천희는 요리 셔틀이었다.
‘그래도 괜히 나가서 칼질하면서 기운 빼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
이 녀석들을 먹이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영물들의 입맛과 인간의 입맛은 의외로 큰 차이가 나질 않는다는 거.
인간이 맛있게 먹으면 영물 놈들도 맛있게 먹고, 인간이 맛없다고 생각하면 얘들도 마지못해 먹는다.
날고기 누린내야 인간보다 잘 견디지만 기왕 먹는다면 요리해서 먹는 쪽을 더 좋아했다.
특히나 더 좋아하는 건.
컹! – 주인, 그거 해 줘. 그거!
“잠시만.”
오행신공 화기를 이용해 고기를 익히면 영물들에게 그렇게 맛이 좋단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이렇게 좋아해 주니 한번 해 줄 만도 하지.
진천희는 그렇게 생각했다.
다음 날 아침 어부가 도착했을 때는 잔칫상이 열린 후였다.
“이걸 전부 소백룡께서 요리하신 겁니까요?”
“하나 드시겠어요? 국물 남은 게 있긴 합니다만.”
남은 것들로 죽을 만들어 어부를 대접했다. 어부는 한입 먹더니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
“아니, 의술도 천하제일인데 요리도 일품이십니다!”
“그렇게 칭찬해 주셔도 더 드릴 건 없고…… 많이 드세요. 뱃일하려면 고될 텐데 이걸로 보충하시죠.”
어부는 게 눈 감추듯 죽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는 이 일을 마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자랑을 할까 고민하는 눈치였다.
“그, 그리고 저 커다란 매는 뭡니까요?”
“천뢰응입니다.”
“늘 멀리서만 봐서 몰랐는데 가까이 보니 정말 크고 매서워 보이는군요. 과연 소백룡이십니다. 영물을 완전히 길들이신 겁니까……?”
“네. 지금 천뢰응을 누가 죽인다 하여도 영단을 채취하진 못할 겁니다.”
간단한 시술이다.
영물 안에 들어 있는 영단을 체내에 흡수시켜 영물을 죽인들 영단을 얻을 수 없게 만드는 방식.
다만 이것을 사용하려면 영물 자신도 인간의 조력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개방의 황구처럼 완전히 사람 손에 길들여진 영물들에게만 사용한다.
이렇게 하면 황구를 노려 봐야 소득도 없이 개방의 분노만 살 테니 의미가 없게 된다.
영물 역시 고체화되었던 영단이 체내에서 순환하게 되니 좀 더 빠르게 내기를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영물을 길들이는 일 자체가 쉽지가 않아 쓸 일이 많지는 않으나 대표적으로 의각에서 하는 일 중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