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35
제 135화
‘이대로 단전으로 바로 가져가는 것은 위험하다.’
마치 강이 오물을 씻어내듯 내력을 주천시켜 독기를 덮어 나갔다.
씻어 낸다고는 표현하지만 독 또한 거대한 강의 일부.
제아무리 악랄한 물뱀이라고 해도 강 안에서는 결국 생태계의 일부가 되는 것과도 같았다.
우우웅-
상대를 파악한 후, 포용을 시도했다.
천변만화하던 진천희의 안색이 점차 안정을 찾아가며 본래의 우윳빛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평정을 잃으면 죽는다.’
영약은 분명 강해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진대, 어째서 목숨을 걸어야 하는 걸까.
옛날부터 읽어 왔던 무협지에서 주인공은 자칫 잘못 복용해 기혈이 터질 각오를 하며 영약을 삼켰다.
지존천마에서도 그건 마찬가지.
강한 힘을 얻을 수 있는 기회 자체도 흔치 않을뿐더러 붙잡기 위해서는 자신의 일부를 내놓아야만 했다.
어찌 보면 그것은 곤충이 우화하는 과정과도 같았다.
독이 있는 애벌레에서 가장 취약한 번데기로, 그리고 마침내 날개를 달고 벗어나는 그 과정.
‘날개를 얻으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지.’
전생도 그렇지 않았나. 다를 건 없었다.
더 높은 곳을 향한 욕심에 눈이 멀어 재산을 바치고, 가족과 친구를 바쳤으나 실패하여 자살하는 경우가 부지기수.
‘다행히 여기는 내 목숨만 담보로 잡으면 되는군.’
진천희는 쓰게 웃으며 운공을 해 나갔다.
* *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진천희는 작게 숨을 토하고는 눈을 떴다.
컹! – 주인, 배고프다!
진천희가 가부좌를 풀자마자 황구가 진천희의 얼굴을 핥았다.
“그래그래.”
컹, 크응! – 주인이 눈 감고 있는 동안 아무도 안 왔다.
워낙 숨겨져 있는 곳이니 그럴 거 같기는 했다.
흑갑오공의 내단은 듣던 대로 대단했다.
‘반 갑자인가.’
이것으로 진천희의 내공은 일 갑자하고 사십 년 치.
강호사를 통틀어 이 정도 속도로 내공을 쌓은 무인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리틀 천마야 주인공이니까 걔는 빼고.’
그래도 순수 내공의 양만 따진다면 자신이 한 수 위 아닐까.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는 진천희가 월등한 내공을 가진 것은 확실했다.
진천희는 그리 생각했다.
몸을 일으켜 주변 풍경을 내려다보니 산 아래가 훤히 보였다.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으나 안에서는 밖이 훤히 보이는 지형이라.’
거기다가 사냥감을 찾아 사냥하기도 좋고, 조금 더 내려가면 인가도 있어 사람을 잡아먹기도 좋았다.
흑갑오공이 거처로 삼을 만큼 괜찮은 곳이었다.
진천희는 검을 뽑지 않고 한 손에는 뇌공을, 다른 한 손에는 빙공을 사용했다.
장풍을 쏘기 전 단계.
그러나 그것을 발출하지 않고 붙잡아 놓는 것은 상당한 조종 능력을 요했다.
이윽고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어설픈 장풍이 발출되었다.
넘쳐나는 내력을 조종하지를 못하는 것.
“조금 수련하다 갈까?”
양의심공을 익혔던 곳과는 달리 이곳은 수련하기 최적의 장소.
거기다가 흑갑오공의 고기도 아직 남아 있고, 우리의 동물 친구들은 그걸 요절낼 때까지 멈추지 않을 터였다.
진천희는 크게 기지개를 펴며 말했다.
“흑갑오공으로 짜X구리 해 먹으면 맛있을 거 같은데, 어디 비슷하게라도 만들 수 없으려나?”
컹? – 짜X구리가 뭔가. 주인?
삑삑. – 무언가 엄청나게 맛있는 음식이라는 뜻일 거야!
빽뺙!! – 한입만! 나도 한입만!
벌써 성화다.
진천희는 잠시 이곳에서 내력을 컨트롤할 수 있을 때까지 수련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은 중원식 흑갑오공 짜X구리였다.
“얘들아! 나 좀 요리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남은 건 볶아서 밥 비벼 먹었다.
* * *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너희들 살이 찐 거니…… 커진 거니?”
거대한 흑갑오공을 드디어 거진 다 먹게 되었다.
흑갑오공 껍데기는 잘라다가 중식용 둥근 냄비. 화과로 만들었다.
가벼운 데다가 단단하고, 열전도율도 높아서 화과로 만들기 딱이었다. 진천희는 그 화과를 황구의 등에 실었다.
컹! – 주인, 또 먹고 싶다.
“남은 건 육포로 국 끓여 줄게.”
눈앞의 황구는 이제 늑대보다도 더 거대해졌다.
물론 근육도 커졌지만 전체적으로 동그란 라인은 그대로라서 늑대라기보다는 곰에 가까웠다.
마치 지구에 있는 아이들용 놀이 기구를 연상케 했다.
대형 마트에 있는, 동전 넣으면 음악과 함께 애 태우고 달칵달칵 움직이는 탑승 놀이 기구. 딱 그 크기, 그 짜리몽땅함.
‘그렇지 않아도 어린애 정도는 충분히 등에 태우겠네.’
가뜩이나 시골 개답게 다리도 짧둥하게 생겨서는 눈망울도 크고 볼따구도 커서 더욱 그랬다.
삐익. – 오늘 아침도 너무 맛있었어!
“매운 칼국수가 입에 맞으니 다행이네.”
뇌진이 날개를 푸득거리며 진천희의 머리 위에 올라탔다.
원래도 무게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한결 더 커졌다.
진천희가 말했다.
“내 위에 올라탈 거면 조금만 줄여 주라. 나도 햇빛을 봐야지.”
삑삑! – 알았어.
진천희의 말에 천뢰응, 뇌진의 몸이 우드득 뒤틀렸다.
일종의 축근공 비슷한 것을 영물의 몸으로 사용한 셈이다.
뇌진의 몸은 상당히 작아졌다. 그리고 새끼들도 마찬가지.
삐악! – 엄마, 사냥 즐거워!
뺙뺙! – 점심 언제야?
이제 새끼들도 상당히 자랐다.
뇌진의 말에 따르면 원래 천뢰응은 새끼를 몇 년이나 데리고 키운다고 했다.
흑갑오공을 섭취한 덕에 성장 속도도 보통의 천뢰응보다 빠르다고.
‘그렇게 말해도 수가 너무 적어 암수가 만나는 것 자체가 희귀할 정도라는 게 천뢰응이지만.’
마지막.
진천희는 옹달샘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 보았다.
소년의 얼굴은 거의 사라지고 청년의 얼굴로 변했다.
원래 무림인의 성장이 보통의 사람보다 빠르다는 이야기는 익히 알고 있었다.
거기에 일 갑자하고도 사십 년 치의 내공을 담아 버리니 진천희의 근골도 성장하게 된 셈.
“강해진 건 좋은 거지.”
거기에 흑갑오공의 남은 단단한 껍질은 근처에 있는 운룡표국 분타에 맡겼다.
작은 마을에 용케도 분타가 있었다.
‘이제 다음은 백선삼(白仙蔘)인가.’
여하륜의 적들이 섭취하게 되는 영약들은 앞으로 4가지.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 속도와 황구, 뇌진의 도움.
이것까지 더해지니 계획이 변경되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먹을 수 있을 만큼 전부 먹어 치울 생각이다.
‘하륜아. 적이 먹을 거는 형이 미리 다 먹어 치워 줄게.’
역시 나는 참된 형이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형이 다 있나. 진천희는 스스로에게 감탄했다.
거기다가 한 가지 더 있다.
‘혈선교가 생각 이상으로 강했어.’
어찌 되었건 그들은 진천희의 자취를 찾아낼 확률이 높았다.
중간 간부도 아니고 실무 간부였던 흑뇌혈마를 생각하면 서둘러서 강해질 필요가 있었다.
‘거기다가 자폭도 서슴지 않는 놈들이니.’
현대 지구에서도 종교를 위해 배에 다이너마이트를 감고 자폭을 감행하는 자들은 계속 있어 왔다.
이 세계도 마찬가지였다.
흑뇌혈마의 마지막 광기 어린 눈을 마주하고 결심은 더욱 굳어졌다.
‘애들만…… 애들만 쓰지 마라.’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어린아이의 몸에 폭탄을 감아 적진에 침입시키는 일은 드물지 않았다.
아이는 약하고 순진했다.
어른들이 죽어서 천국에 갈 거라 세뇌시키면 그게 맞는다고 믿었다.
죽는 게 두려웠지만 돌아가서 폭력을 당하는 게 더 무서운 아이들이었다.
강호도 마찬가지.
어린아이를 납치해서 세뇌시키고 교의 도구로 사용하는 일은 흔하다.
만약 애가 나타나서 자폭기라도 쓰면 의사로서의 멘탈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
‘단순히 넘겨짚은 걸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일어난다면?’
그걸 막으려면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고, 진천희는 생각했다.
‘스승님이 말씀하셨지. 힘은 모든 것을 간단하게 만든다고.’
관과 무림은 상관하지 않으며 법은 멀고 칼은 가까운.
야만의 시대.
인류는 아직도 지옥을 헤매고 있었다.
컹? – 주인, 표정이 이상하다.
“음. 앞으로 할 일을 생각하고 있었어.”
‘좋아. 하자.’
진천희는 그대로 신형을 날려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일 갑자 사십 년의 내공. 거기에 오행신공과 무당파의 양의심공까지 더해지니 그 속도는 신속하기 이를 데 없었다.
놀랍게도 그런 진천희를 영물들이 쫓아갔다.
속도도 추적술도 뭐 하나 나무랄 데가 없었다.
* * *
컹? – 넌 안 나냐?
삑삑! – 하지만 앉아 있는 게 좋은걸!
뇌진은 진천희에게 찰싹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은근 꾀를 부리는 폼이 꼭 전생에 갓튜브에서 본 앵무새랑 똑같다.
다행히 뇌진은 파괴왕은 아닌지라 진천희 머리카락을 조금 뜯는 정도 빼고는 괜찮다.
근처 마을에 들러 스승님께 일 갑자하고도 사십 년의 내공이 생겼다고 고하고, 선물을 또 챙겨 드렸다.
제자가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는 걸 마다할 스승은 없다.
제대로 된 스승님이라면 하고 싶은 대로 더 날뛰고 오라고 발로 박수라도 쳐야 하지만 진천희는 스승님의 걱정을 조금 억누르는 데에 의의가 있었다.
‘잘 지내시기야 하겠지……?’
계속 이동하는 터라 답장은 받지 못하고 있지만 잘 지내시리라 진천희는 믿었다.
주변 사람들은 뼈를 가는 심정이겠지만 괜찮았다.
그게 통상적인 스승님이다.
혹시라도 벽곡단만 드실까 봐 간단한 계란죽이라도 챙겨 드시라고 청했다.
이렇게 간곡하게 청하면 수작질 그만하라면서도 마지못해 드실 분이시라는 것도 진천희는 알고 있었다.
‘내가 걱정해 주는 것도 좋아하시지.’
은근히 애 같은 부분도 있으시다.
그렇게 표국에 서신과 물품을 보내고.
다시 또 내달렸다.
백선삼(白仙蔘)!
사 대 영약 중의 하나.
중간에 산채 몇을 부수고 길이 끊어진 깊은 산중까지 도착했다.
‘백선삼은 위에서 봤을 때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는 산새, 허리쯤에 있다고 했지.’
사실 이 정도 단서로는 정말 애매하다.
한 달 정도 붙잡고 계속해서 추적해야 할 수준.
이것만으로 진일보였지만 진천희는 날로 먹기로 했다.
진천희는 소설에 나온 모양을 찾기 위해 뇌진을 이용해 한참을 둘러보고는 비슷한 산새를 찾을 수 있었다.
그다음 황구에게 육포를 먹이고는 이렇게 명령했다.
“이쪽 어딘가에 인삼 비슷한 냄새가 나는 건 다 찾아봐.”
진천희는 황구에게 인삼 냄새를 맡게 한 후, 풀어 주었다.
그리고 진천희는 그 뒤를 쫓았다.
컹! – 주인, 이거!
“음, 이건 그냥… 산삼이군. 스승님 보양하는 데 쓰자.”
몇 번의 꽝 아닌 꽝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절벽 아래 커다란 노송. 그 낙엽 더미 사이에서 황구가 짖었다.
컹! – 주인, 냄새가 버섯 냄새도 난다. 뭔가 이상하다!
진천희는 조심스럽게 절벽 아래로 내려갔다.
‘뿌리가 다치면 효험이 떨어진다고 했지?’
꽝이어도 괜찮다. 스승님 보신하면 되니까.
진천희는 한 손으로 풍공을 사용해 천천히 낙엽을 흩었다.
동시에 다른 손으로는 지공을 써서 땅이 흔들리지 않도록 붙잡았다.
흑갑오공굴에서 했던 수련 덕분에 일 갑자 사십 년의 내공과 오행신공, 그리고 양의신공이 완벽하게 조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