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36
제 136화
완전히 날아간 낙엽 아래에는 굵직한 송이버섯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백선삼의 꽃이 피어 있었다.
‘좋을 때 왔구나.’
백선삼은 영약으로 섭취하고 가을 송이는 식재료로 쓰면 된다.
차로 넣어 우려도 맛있고, 국에 넣어도 좋다.
숯불에 구워도 그만이다.
“몇 개는 스승님 드리고, 우리도 먹자.”
컹! – 사냥해 올까. 주인?
고기에 싸서 먹으려는 건 대체 어떻게 안 걸까.
진천희가 말했다.
“황구는 경계를 서고, 이번에는 천진, 난만. 둘이 다녀와. 꿩이든 토끼든 괜찮아.”
삑, 뺙! – 좋아, 좋아!
삐빅! – 고기 버섯 요리! 오늘은 고기 버섯이야!
약함에서 새 두 마리가 푸드득 날아갔다.
진천희는 조심스럽게 영약과 송이버섯을 캐냈다.
* * *
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이 있어야 하는 법.
노동을 시키면 먹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진천희는 확실하게 값을 치렀다.
중원식 모닥불 송이 구이 파티는 그야말로 풍취가 그만이었다.
‘역시 자연송이라 끝내주네.’
현대에서는 이런 걸 먹을 기회가 없었다.
그것도 모닥불에 굽는 호사는 더더욱 상상하기가 힘들었고.
여기에 진천희가 무언가 한 덩이를 꺼냈다.
버터.
그것도 직접 만든 버터다.
진천희는 흑갑오공굴에서 결국 버터를 만들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바로 지금.
진천희식 강호 버터가 자연 송이 위에서 녹으며 자글자글 소리를 냈다.
그걸 한입에 털어 넣고는 우물우물 씹었다.
“그냥 먹어도 맛있는데 버터 얹어먹으니 또 색다르네.”
살생과 색욕, 주도까지 멀리하며 도사처럼 살아가는 진천희였지만 밥맛에 대한 욕망만큼은 끝이 없었다.
밥 먹었냐는 말이 인사말인 한국인이다.
노동에 밥이 빠져서는 안 될 일!
그 부분은 진천희를 따르는 영물들도 마찬가지.
그렇게 죄다 먹인 후.
진천희는 가부좌를 하고 백선삼을 삼켰다.
‘이번에는 금(金)의 기운이 많이 깃들었으면 좋겠는데.’
오행신공 다섯 가지의 기운 중에 유일하게 부족한 게 금(金)이다.
백선삼은 진천희가 운기를 하자 액체처럼 녹아서 몸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목(木)인가…… 목기도 부족하긴 하지만 금(金)만큼은 아닌데…….’
이것만으로도 큰 소득이다.
다행히 진천희는 스승님처럼 구음절맥도 아니었고, 오행진기 자체도 정순하여 당장 금(金)이 조금 부족하다고 해도 큰일 날 상태는 아니었다.
진천희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살랑인다.
거목이 진천희의 성취를 축하라도 하듯 나뭇잎을 부딪쳤다.
얼마나 지났을까.
진천희가 천천히 눈을 떴다.
“이 갑자군.”
영약도 먹다 보면 점차 효험이 떨어지는 법.
이십 년 치가 추가된 건 축하할 일이지만 슬슬 진천희는 영약만으로는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마지막 하나만 더 먹고 끝내자.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다. 마지막.”
이미 강호에 너무 오래 나와 있기는 했다.
그래도 버틸 수 있을 만큼 더 버티고 싶었다.
용봉지회에 모였던 후기지수들이 뛰는 놈이라고 하면 진천희는 그 위에서 날고 있었다.
이 갑자.
진천희는 기감을 좁혀 내면을 관찰해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살펴보았다.
“헐……?”
이게 가능해?
어이가 없어서 몇 번이나 눈을 감고 운기했다.
잘못 느낀 게 아니었다.
“하륜아. 형이 너무…… 강해졌다…….”
진천희는 여하륜이 몹시 보고 싶었다.
020. 실종
“여기는…… 뭔가 분위기가 좀 이상하네.”
진천희는 다음 영약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소도시 탕백에 도착했다.
여기서 정비하고, 스승님께 제자가 손수 딴 송이버섯과 선물들을 서신과 함께 보낼 생각이다.
스승님 내면에서는 스승으로서의 제갈린과 가족으로서의 제갈린이 피 터지게 싸우는 중일 터였다.
진천희는 이번에는 보타표국 분타를 통해 서신과 선물을 보냈다.
그러고 밖으로 나오니 길목에 지나가는 행인 하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큰 소도시라고 해도 보통 이렇게 커다란 길가에는 늘 노점이 있었다.
화 제국은 곳곳에 큰 곡창 지대가 자리하고 있어 식재료가 늘 풍부한 편이다.
거기다가 지구의 설탕 같은, 원래라면 대항해시대 때 막대한 노동력을 갈아서 보급될 만한 재료들도 귀하지만 존재했다.
옥수수도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러다 보니 돈이 없어서 음식을 못 살 수는 있어도, 노점이 없어서 음식을 못 먹을 일은 없다. 그런데 이곳은 노점은커녕 행인도 거의 없고, 그나마 오가는 이들도 허리에 칼을 차고 다녔다.
‘객잔은 열었으려나.’
여행의 묘미는 식도락.
날이 차가워지는 만큼 따뜻한 국물 요리를 먹고 싶었다.
그때 2인 1조의 무인들이 진천희를 향해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소협.”
두 사람은 가볍게 포권을 했다. 진천희 역시 그들과 포권을 나누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이 지역의 관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아 포졸 같았다.
두 포졸은 무척 정중하였으나 어쩐지 진천희를 경계하는 눈치였다.
“실례합니다만 소협의 호패를 볼 수 있을까 싶어 여쭙니다.”
이 시대의 포졸은 이렇게 정중하지 않다.
바로 호패 까 보라고 하지 포권까지 나누며 예를 갖추진 않는 게 정상이다.
아마 진천희가 입은 옷이 예사 옷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등에 메고 있는 약상자와 옆에 있는 거대한 개 때문일 터였다.
진천희는 품에서 호패를 꺼냈다.
호패에는 백린의각을 상징하는 문양과 진천희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소백룡! 소백룡이시군요.”
포졸들의 눈이 커졌다.
‘음. 이렇게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도 날 알아보는 사람이 있군.’
포졸들이 저마다 재잘거렸다.
“그렇지 않아도 큰 개와 뛰어난 미모, 등에 메고 있는 약함을 보았을 때 혹시나 했습니다.”
“아아,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외지인을 조사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요.”
“무슨 일이십니까?”
진천희의 말에 포졸들이 혀를 찼다.
“다름이 아니라 요즘 실종 사건이 계속 발생 중이라 그렇습니다.”
“실종이요?”
“네.”
포졸들은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말했다.
“아마 소백룡 의원과는 별 상관 없는 일일 겁니다.”
그렇게만 이야기하고 다른 무인들을 조사하러 움직였다.
진천희는 무슨 일인지 자세히 물어보려다가 말았다.
눈치를 봤을 때 포졸들은 노골적으로 언급을 피했다.
‘관과 무림이 굳이 길게 얽힐 필요는 없지.’
정보를 얻을 방법은 많다.
진천희는 이 근방 가장 맛집이라는 객잔으로 향했다.
객잔 역시 한산했다.
‘이곳에 사람이 없을 정도면 다른 객잔도 알 만하네.’
그나마 객잔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도 다들 허리에 검을 찬 강호인들뿐이었다.
‘뭐지. 이 동네?’
우선 진천희는 점소이에게 여기서 가장 맛있는 국물 요리로 8인분을 시켰다.
영물들이 먹어 대는 양이 엄청나서 이것도 나중에는 모자를지도 모른다.
“거기에 하루 묵을 방도 하나 주세요.”
그리 말하며 은자를 꺼내 점소이의 손에 쥐여 주었다.
“거스름돈은 필요 없습니다.”
“앗, 대협! 배포가 크십니다요!”
은자 한 냥이면 소협에서 대협으로 상승하는 곳이 바로 객잔 아닌가.
‘기름칠은 대충 끝났고.’
진천희는 따분한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그러고 보니 여기는 악사도 없고 사람도 없네요. 정말 이 근방에서 가장 맛있는 집이 맞는지 의문인데.”
“아닙니다! 대협! 손님이 적은 건 저희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그, 그래도 먹어 보면 확실히 아실 겁니다요!”
“그런가요. 그렇지 않아도 포졸이 실종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어, 그건…….”
점소이조차도 말하기를 꺼리는 눈치.
‘호오, 이건 예상 못 했네.’
포졸이 입을 다무는 거야 관과 무림의 관계를 엄히 따지는 곳이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동네 객잔 점소이도 말을 안 한다?
거기다가 점소이에게서는 희미하게 두려운 기색마저도 느껴졌다.
‘더 추궁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찰나 목소리가 들렸다.
“소형제. 내가 말해 주지.”
드르륵-
누군가가 진천희 맞은편에 의자를 당겨 앉았다.
갈빗대가 보일까 싶을 만큼 깡마른 몸에 키가 큰 중년 여인이었다.
허리에는 검을 차고 있는 것을 봐서는 그 또한 무인이었다.
거기다가 아사하지 않을까 싶을 만큼 마른 몸과는 정반대로 그 눈에는 묘한 현기마저도 띠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유달리 짧아 현대로 치면 쇼트커트 정도의 길이었다.
‘이거…… 최소 절정. 어쩌면 초절정일 수도 있겠는걸.’
자세에서 풍겨 오는 기도와 어딘가 느긋한 자세.
진천희는 눈앞에 있는 여인이 상당한 강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가 피식 웃었다.
“대신 술 한잔 사 주게나. 어떤가? 이야기 값치고는 남는 장사일 텐데.”
“흐음.”
진천희가 망설이는 사이 그녀가 추가로 주문했다.
“백화주 한 병, 소홍주 반 병 주게. 그거라면 거스름돈이 필요 없겠지.”
계산해 보니 정확하게 은자 한 냥이었다.
점소이의 팁을 술로 바꾼 셈이다.
이윽고 술과 음식이 들어왔다.
진천희가 술을 마다하자 그녀는 알았다며 곧바로 자작했다.
“크으, 이걸 마시고 싶었어.”
“은자 한 냥이 없어서 못 드실 분 같아 보이진 않습니다만.”
진천희의 말에 그녀는 야살스럽게 웃었다.
“소형제가 술을 몰라 하는 소리일세. 본디 술이란 내 돈으로 먹는 것보다 남의 돈으로 먹는 게 각별하다네.”
“그……렇군요.”
눈앞의 검수가 괴짜라는 건 이미 파악했다.
정보를 얻으면 될 이기에 진천희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닭국수를 열심히 먹었다.
“우선 내 소개를 하지. 나는 강호의 여러 친우들에게 삼절추호라고 불리는 사람이네.”
그 말에 진천희의 눈이 살짝 커졌다.
‘이 사람이 대체 왜 여기서 나와?’
삼절추호(虎).
세 가지 절기를 가진 추적하는 호랑이.
절정의 고수로 추적술의 대가다.
과거 만난 삼살추서(鼠)들도 추적술에 능하지만. 이 사람은 낭인 출신으로, 추적술에 관해서는 진짜배기다.
일설에 의하면 대가의 경지에 이르렀다고도 한다.
그런 추적술의 대가인 만큼, 무공 역시 고강하여 절정의 경지에 이르렀다.
‘아, 지금은 머리가 짧으셨군.’
그녀는 나중에 여하륜을 몇 번 도와 주기도 하는데 물론 공짜는 아니다.
소설 시점에서는 긴 장발이었다는 묘사가 있었는데 그때와는 머리스타일이 다른 모양이다.
“삼절추호 도백하 대협이시군요. 말씀은 익히 들었습니다. 저는 백린의각의 진천희라고 합니다.”
“오, 요새 유명한 소백룡이 자네인가! 라며 호들갑을 떨고 싶지만 딱 봐도 다른 사람으로 생각되진 않았으이. 그나저나 이 도백하를 알아주다니 참 고마운걸?”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술병을 흔들었다.
“제가 유명한가요?”
“그럼! 항주에서 하오문의 졸개인 고목혈마를 물리치고, 주산군도의 보타문을 봉문시켰다지?”
“아니, 그건 보타문은 역병 때문에 스스로…….”
“그게 그거지. 하여튼 자네에 대한 소문이 제법 널리 퍼졌어.”
아 다르고 어 다르다지만 대체 어떻게 퍼진 건지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