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71
제 171화
천경의 말에 다른 천 자 배들이 검을 뽑아들었다. 천우가 칼을 뽑아 막으려 하자 진천희가 전음을 날렸다.
[놔둬 봐. 어떻게 하는지 보게.]여유가 묻어나는 전음에 천우는 어이가 없었다.
‘이 정도는 유호의 아홉 마리 목각 인형만도 못하지. 암.’
그들은 몰랐을 것이었다.
진천희는 일대일보다 일대다를 더 많이 경험했다는 것을.
“조금은 재미있어지려나요?”
“…….”
그들은 대답 없이 검기를 날렸다. 태극의 음양이 조화된 썩 괜찮은 검강에 진천희가 오행으로서 답했다.
카아아앙–!
놀랍게도 오행이 음양을 가르며 박살냈다.
검날째로 잘려 나가며 천 자 배 하나가 날았다.
날이 아닌 면으로 후려 팬 것이었다.
말 그대로.
‘……가지고 놀고 있군.’
모두의 경악 속에서 지켜보던 천우가 생각했다.
그러고는 두 번째로 덤벼드는 놈은 다른 손으로 팔을 붙잡아 반대 방향으로 꺾었다.
우드득-
“크아아아악!”
“음. 조립은 나중에 해 드리죠.”
비무에서 검수가 칼을 놓고 싸운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명했다.
칼 쓰기도 아깝다.
그것은 진천희에게 칼을 던져 준 모욕을 그대로 되갚아 준 셈이었다.
“항복을 잘 안 하셔서.”
우득-
“끄아악!”
“아아, 의원으로서 하는 조언인데 그대로 누워 있어요. 괜히 다른 곳에다 무게 싣지 말…… 음…… 움직이시네.”
두둑!
“크아아악!”
“이 와중에 전의가 있다는 건 대단한데 말이죠. 도로 맞춰 드릴 테니 그대로 계세요. 괜히 칼질하다가 창상당하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나도 내가 찌른 배때기 내가 도로 봉합하려면 귀찮으니까.”
“…….”
이건 생각도 못 했다.
천우는 다급하게 눈앞의 광경을 합리화했다.
‘그, 그래. 형은…… 형은 의원이니까. 애들한테 장애 안 주려고! 내장 쏟는 것보다는 팔이든 다리든 빼서 제압하는 게 나을 수도 있어!’
보통 무인은 절대 못 할 방법이다.
미친 광경이었다.
“이제 다들 항복하셨죠?”
바닥을 구르며 신음을 하는 셋을 향해 진천희가 말했다.
지독한 고통에 답은 하지 못했으나 아니라는 소리는 못 하니 사실상 항복이었다.
“자, 그러면 움직이지 마시고 도로 복구합니다. 원래 일반인들한테는 이것도 하면 안 되는데 무림인들은 내공심법 덕에 회복력이 좋아서. 아, 턱뼈 때린 건 오래 가겠다.”
깝치지 마라.
통증이 그리 말하고 있었다.
‘이런 미친 의원 새끼가…….’
천경은 당황스러웠다.
끝을 알 수 없는 무위도 무서웠지만 그보다 무서운 건 진천희의 태도였다.
어느 무인이 비무 후 치료와 후유증을 고려하나.
애초에 생사가 오가는 판국에 원래부터 없는 것이었다.
눈앞의 소백룡은 그 점에서 무척이나 선인이었으나, 어떤 의미로는 더 무서웠다.
도발을 똑같이 되갚아 준 건 그럴 수 있다.
힘이 있으면 가능한 일이니까.
그는 인체의 통증에 대해 잘 알았고 어차피 비무인데 후유증을 갖는 것보다 아픈 게 낫지 않냐며 해사하게 밟아 주고 있었다.
그리고, 도로 고치고 있다.
‘이것은 은원……인가? 아닌가.’
강호에서는 보통 비무 후 생기는 장애로 은원이 생기는 일이 허다했다.
눈이 찔려 애꾸가 되면 그 눈에 대한 원한을 갚으러 오고. 팔 한쪽을 잃으면 비가 올 때마다 놈에게 당한 상처가 욱신거린다며 복수를 다짐했다.
그러나 진천희는 그런 게 없었다.
다쳐서 내장이라도 쏟으면 수술하는 게 귀찮다며 팔을 꺾여서는 안 되는 방향으로 꺾어서 뽑았다.
비명을 지르니 항복이냐고 물었다.
‘그 상황에서 어느 무인이 항복을 하나.’
천경은 도발에 넘어가 결국 해서는 안 되는 짓을 저질렀다.
뒤가 없는 셈이었다.
천경의 독기를 마주하고 진천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른 쪽 다리를 뽑았다.
우드득-!
다시 비명을 지르니 이번에는 항복이냐고 물었다.
그것은…… 다른 의미로 선한 광인이었다.
* * *
진천희가 천경과 그의 친구들을 꺾으며 천우에게 했던 이야기가 있다.
[천우야. 너는 끼면 안 된다.] [왜요. 형?] [나는 어차피 이곳을 떠날 사람이지만 너는 남아 있을 사람이야. 그리고 나한테 처맞고 있는 이자들도 함께 남아 있을 사람들이지. 섣불리 막아섰다가는 인상만 나빠질 거야.] [하지만 형…….] [……하지만이고 뭐고 너는 여기서 끼면 안 된다. 기왕 도사가 된 거 위로 올라가야지.] [!]천우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진천희는 전음을 이어 나갔다.
[검에 모든 걸 걸었다. 정치질은 포기했다는 소리 하지 마라. 어차피 인간으로 이루어진 집단에 사는 한 인간은 인간과 교류할 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네가 몸담고 있는 무당은 천여 명이 넘는 무인들로 이루어진 곳이고.]무당 안에 살고 있는 이는 그중 절반, 나머지 절반은 무당 밖에서 속가제자로 지내거나 무림맹에 있거나 표국이나 상단 활동을 하거나 하고 있다.
[강하다는 거? 편하지. 하지만 그조차도 다른 이가 전수를 해 줘야만 가능한 게 문파다.]우드드득-
항복 선언을 들은 진천희는 이제는 다시 뼈를 조립해 주고 있다.
[선하고 의로운 사람과 부대끼는 건 문제가 아니야.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사람과도 부대껴야 하는 게 인간 세상의 엿 같은 점이지.]진천희는 속으로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의국 때부터 있던 여정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들을 일일이 기분 나쁘다고 뚝배기를 깨면 괴(怪)라는 칭호를 얻기 딱이지. 무당 괴인. 나쁘진 않은데 지금 너는 그럴 실력이 아니야.] [형을 돕기에는 제가 아직 약하다는 건가요?] [아니. 내가 너무 강하다는 거다.] […….]형의 한마디에 천우의 눈빛이 변했다.
진천희는 담담하게 모두를 치료했다.
천경 일당들은 벌게진 얼굴로 한 마디도 더 하지 못했다.
여럿이서 덤비고도 누구 하나 검이 닿질 못했고, 거기다가 동정까지 샀다.
누구 하나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거기다가 큰 상처라도 입었으면 그것을 명분으로 난장이라도 피워 볼 만했는데 상처도 없었다.
치사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뒤로 물러날 수도 없었다.
어찌 되었건 양의심공을 익혔는지만 파악하면 될 일.
무엇 하나 이루지 못한 채 천경은 어찌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때 목소리가 들렸다.
“푸하하하하. 진짜 걸작이로구나. 푸크크크크크크.”
그것은 경박하기까지 한 그런 웃음소리였다.
당연하게도 탈골되었다가 강제로 접골을 당한 세 명의 안색이 아까보다 더 어마어마하게 일그러졌다.
“어허. 존장이 웃었기로서니, 인상을 쓰는 게냐?”
‘옆에서 들려?’
아까의 웃음소리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들린 것이었는데, 지금의 목소리는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오싹.
그 사실에 진천희의 본능이 아우성쳤다. 왜냐면 목소리는 들리지만 기감에는 상대가 느껴지지 않으니까.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보았다. 그곳에는 한 명의 노도인이 히죽거리며 서 있는 게 보였다.
나이는 쉰으로도, 여든 이상으로도 보였다. 꽤 나이가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으나 도무지 나이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부드럽게 소매를 펄럭이며 노도인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언제 여기에 왔지?’
솜털이 바싹 곤두선다.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설 뻔했다.
눈앞에 있고, 목소리가 들리는데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태…… 태사숙조님을 뵙습니다.”
강제 접골을 당한 세 명이 부들거리면서 부복하며 예의를 차린다.
아까의 고통 때문에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데 그러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노도인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천우 역시 즉시 부복했는데, 진천희는 그 모습을 보면서도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감각을 최고로 끌어올렸다.
그러는 한편, 양의심공의 공능을 이용해서 생각을 거듭했다.
‘태사숙조……? 장문인의 사숙이니까… 문파 가장 웃어른을 뜻하는 말이지? 잠깐만, 이 시기에 우화등선 안 하시고 살아 계시는 분은 딱 한 명인데……?’
강호 십 대 고수 중의 한 명.
스승님이 과거 언급한 이제(二帝) 중 하나.
권제(拳帝) 명길 진인!
놀랍게도 저 노사의 주먹이 산을 밀고, 강을 쪼개는 경지라고 알려져 있다. 다만 소설 지존천마에는 저 노도인이 나오지 않는다.
지존천마의 여하륜이 본격적으로 강호에서 활동하는 것은 앞으로 약 칠팔 년 후인데, 그쯤에는 노도인도 귀천하기 때문이다.
그럴 만도 했다. 지금 시기에 노도인의 나이가 아흔이 넘으니까.
“쯧쯧. 몸도 안 좋은데 그럴 것 없으니 됐다.”
노도인의 손이 마치 안개처럼 흐릿해진다. 그러자 천경과 똘마니 세 명은 그대로 쓰러지더니 잠이 들어 버린다.
혈도를 점한 것이리라.
“에잉. 정광이 녀석은 돈 계산은 능하면서 제자들 가르치는 건 영 재능이 없단 말이지. 이런 쭉정이 같은 놈들이나 제자로 들이다니…… 쯧쯧.”
노도인은 그렇게 혀를 차고는 천우를 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천우라고 했으렷다? 누구의 제자더냐?”
“아직 스승님이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호오…….”
정 자 배가 당대의 1대 제자들이라면, 천 자 배는 3대 제자들이었다.
게다가 천우는 무당파에 비교적 뒤늦게 입문했기 때문에 아직은 정식으로 스승이 정해지지 않은 채로 공동 교육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스승이 정해지지 않았는데도 이리 기도가 훌륭할 줄이야…… 좋아. 좋아. 아주 좋다.”
노도인은 뭐가 좋은지 연신 웃고 있었다.
“그나저나 천우 네 녀석은 내 말을 뭘로 들은 게냐? 어서 일어서거라.”
“소손이 태사숙조님의 명을 받듭니다.”
“명을 받들기는 무슨…….”
천우가 일어서고, 노인은 싱글벙글한 얼굴 그대로 진천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네 녀석이 요새 그렇게 유명한 ‘흰 기린이 붙잡았다는 어린 용(龍)’이로구나? 그 녀석이 팔불출이 돼서 난리라더니만…… 과연 그럴 만해.”
‘스승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