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202
제 202화
‘무당파도 돈 엄청 많다고 감탄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흐흑……. 이 사파 놈들, 더러운 돈을 벌어 이런 귀한 기물로 손수건이나 만들고.’
이거 살 돈으로 백린신단 몇 알을 살 수 있는지 계산해 보니 아, 죽창 땡긴다.
“그러고 보니 이번 용봉지회에 사파도 초대했다는 풍문을 들었는데 사실이었나 보네.”
“응. 사파 쪽 맹주들도 무슨 일인가 싶어 해. 나는 사부인 황금왕을 대신해서 이곳으로 왔고~ 흥미는 없지만 돈 될 구석은 있었으면 좋겠네.”
“돈 될 구석?”
“형. 정파 사람들이 뒤로 얼마나 흑점을 많이 이용하는지 모르지~?”
‘알지. 알다마다.’
정파도 결국 사람으로 이루어진 곳이고.
아무리 명분으로 움직인다 하더라도 외부로는 말 못 할 일들을 처리할 곳은 필요할 터.
“뭐, 무당파 일은 참 안됐지만 그만큼 막아 낸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지. 형이 거기서 굴렀다는 이야기는 들었어.”
역시 알고 있구나.
사마현이 말을 이었다.
“대체 자기 몸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가가 때문에 이 소녀 얼마나 밤마다 침대를 눈물로 적셨는지 모르실 것이옵니다~”
그리 말하며 아까의 소녀 목소리를 냈다.
진천희는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아, 형 또 굳었다.”
“하지 말랬지.”
“헤헤헤. 하지만 형 정색하는 거 재미있는걸 뭐~”
사마현의 덩치는 천우만큼은 아니어도 평균보다 크다.
시커먼 사내 놈.
그것도 당장이라도 눈앞에 있는 사람의 머리통을 붙잡아 손아귀 힘만으로 어떻게 박살내는지 알고 있는 그 사내놈이 이렇게 농을 부리니 정색을 할 수밖에.
“그러다 진짜 제명에 못 살 거 같아서 하는 소리야. 형은 대체 자기가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우화등선을 앞둔 삼존? 삼존도 형처럼 살면 단명할걸~?”
“…….”
진천희는 시선을 돌려 한숨만 작게 내쉰다.
사마현은 그런 형의 옆얼굴을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본다.
이윽고 사마현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접힌 천이었다.
그것도 얼마나 얇은지 펼 때마다 크기가 불어나는 것이 무서울 지경.
“이게 뭐야?”
“천잠사야.”
쿨…….
“……기침할 거면 내가 준 손수건으로 닦아.”
진천희는 급히 입을 막았다.
차마 백잠사 님에게 그 짓을 할 수는 없었다.
소매로 닦고 말지.
“이거 이렇게 얇아도 꽤 분량이 되고, 거기다가 솜씨 좋은 장인이 짜낸 거라 튼튼하기도 참 튼튼하거든~”
“……이걸로 뭘 하려고?”
“내 장갑 좀 만들어 줘. 알다시피 내 무공 특성상 손을 계속 쓸 수밖에 없잖아? 쥐어뜯고 박살 내는 것은 자신 있지만 그러다 내 고운 손이 상하면 얼마나 슬프겠어?”
본인 입으로 자기 손을 고운 손이라 칭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 태도가 너무나도 당당하여 진천희는 저도 모르게 ‘그래. 네 손 참 곱지.’라고 답하고 말았다.
이건 기적이었다.
진천희의 뇌 속 해마는 원작 사마현이 사람 얼굴 가죽을 어떻게 뜯었는지 절찬리 상영 중이었으니까.
“그리고 남는 건 형 장갑 해.”
“……천잠사를 날 준다고? 무림 기보를?”
이걸 무슨 수로 구했냐고 물어보기도 겁난다.
상대는 흑점이다. 흑점.
그래도 물어볼 건 물어봐야겠으니.
“이걸 어떻게 구한 거야? 황족들도 천잠사는 못 구하잖아?”
“친구의 친구가 줬어~”
……삼절추호도 예전에 무당파 정보를 어떻게 이렇게 빨리, 소상히 알았냐고 물으니 ‘친구의 친구’가 말해 줬다고 답했다.
대체 사파에서 ‘친구의 친구’는 무엇일까.
“…….”
“은원 있는 물건은 아니니까 안심해. 형~ 뒤탈 없이 잘 세탁했어.”
어떻게 ‘세탁’했는지까지는 묻지 않기로 했다.
사마현이 말했다.
“이걸로 내 고운 손도 지키고, 형 소중한 손도 같이 지키면 된 거지. 부술은 손이 중요하잖아~? 안 그래?”
부술은 손이 중요하다.
어느 일이나 마찬가지겠다마는 어려운 수술일수록 손끝 감각이 민감해야 했다.
그 하나로 환자의 목숨이 오가기도 했으니까.
그 말에 진천희는 자신의 손등을 내려다보았다.
손등에는 여전히 흉터가 남아 있다. 그리고 지난번 혈사 때 다친 손목은 아직도 비가 오면 시릴 때가 있었고.
‘절대 거절할 수 없게 만드는군.’
주는 물건 마다하지 않는다.
어차피 받을 생각이었으나, 사마현이 생각보다 더 치밀하긴 했다.
‘이 녀석은 대체 어디까지 조사한 걸까.’
어찌 되었건 지금 진천희의 약점은 손이 맞았고.
천잠사로 만든 장갑은 그것을 정확하게 채워 주는 기물이었다.
* * *
천잠사를 다시 접어 품에 넣었다.
그 넓은 천이 얼마나 얇은지 품에 있는지도 못 느낄 지경.
‘이걸로 어떻게 장갑을 만들지.’
천잠사가 아무리 도검불침에 검기를 튕겨 낸다고는 해도 천이면 날실과 씨실로 엮여 있을 터.
그 틈에 바늘을 넣어서 꿰매면 될 것 같다.
문제는 장갑을 만들기 위해 천을 어떻게 자를 것인가.
사마현에게 부탁하면 사파의 고수들을 시켜 잘라 오기야 할 텐데 거기까지 의지하기는 좀 그렇다.
‘최소 검강인가.’
그거라면 여차하면 스승님께 부탁해도 될 터.
스승님 성격에 제자가 천잠사 장갑을 끼겠다는데 버선발로 달려오시겠지.
거기까지 생각하고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왔다.
밀린 이야기를 나누었으니 이제 맛있는 것을 먹을 때.
“형. 여기는 길거리 음식을 골라서 여러 개 담아서 먹는 게 좋아.”
“그래?”
“당연하지~ 여기 노점이 얼마나 유명한데. 괜찮은 협탁 하나 찾아서 거기서 먹으면 돼.”
“어디가 맛있을 거 같은데?”
진천희의 말에 사마현이 빠르게 노점을 읊기 시작했다.
“매운 회과육은 천산노점이 제일이고. 백합탕은 사사노점. 꼬치구이류는 성성노점이랑 만백노점이 제일이지. 국수는 청창노점이 도삭면으로 유명해.”
“어째 잘 안다?”
“형. 하하하, 노점은 세금 안 내거든. 관아에 신고도 안 해.”
그렇군. 세금을 안 내는구나.
그렇다면 이 또한 금혈방의 자금과 인력이 일부 들어가 있을 건 자명했다.
“아, 그래도 위생 관리는 꽤 철저하게 한다? 사부님이 얼마나 먹는 걸 중히 여기는데.”
황금왕은 대체 무엇일까.
뭐 하는 양반일까.
들으면 들을수록 알 수가 없는 양반이다.
‘그래도 우리 사마현이 잘 봐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이상한 마두 밑에서 클 바에는 황금왕 밑에서 크는 게 훨씬 안전하고 유리하리라.
숨만 쉬어도 돈이 모이는 자리.
설렁설렁 살아도 되련만.
사마현은 진천희와 함께 걸으면서 노점에서 먹을 걸 사고, 그걸 먹으며 매출을 분석했다.
“오, 여기 닭 비싼 거 쓰네. 어디서 떼 오셨대? 근데 이 가격 받고 파시면 마진이 괜찮……나?”
또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형, 저기가 무림맹에서 가장 몫 좋은 자리야. 저기서 일 년 버틴 노점은 그 돈으로 낙양에 객잔 세웠어.”
“그러면 다들 하고 싶어 할 텐데?”
“그렇지. 그래서 권리금이라는 게 생겼어. 일종의 자릿세 같은 건데, 같은 노점이라도 저 자리를 하려면 어지간한 작은 음식점보다 더 비싸.”
“그렇게 권리금을 쓰면 잘 팔아야겠다.”
“응. 손해를 메꿔야 하니까 악착같이 팔아야 하지. 맛없으면 한 달 안에도 망해. 그래서 우리 쪽 여러 친구분들이 대출금 많이 땡겨 가셔.”
무시무시하군.
“못 갚으면 어떻게 돼? 노예로 팔아?”
진천희의 말에 사마현이 킥킥킥 웃었다.
“그런 시절도 있었는데 황법상 노예제가 없어지면서 이제는 그걸로 대출금 갚기엔 턱도 없어.”
여기서 우리 쌍둥이 폐하의 위업을 들을 줄은 몰랐다.
“그러면?”
“보통은 염전이나 광산, 노잡이로 보냈지. 노예는 아니나 한없이 노예 생활과 비슷한…… 그런 몇 가지 계약을 했었어.”
“불법 아니야?”
“불법은 아니고 탈법……과 비슷한 무언가지. 하하하, 형. 큰일 날 이야기를 하네. 금혈방은 불법을 저지르지 않아. 공식적으로는.”
그 뒤에 있는 ‘공식적’이라는 단어가 상당히 거슬린다.
“묘하게 옛날이야기를 하는 말투인데, 요즘은 어떤데?”
“나는 문득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렇잖아? 요리를 해서 돈을 받고 팔 수 있는 건 엄청난 재능과 기술을 요하는 일이야, 형. 그런 대단하신 분들이 적성에도 안 맞는 어업과 광산 업계에서 근로를 하셔야 할까…… 하고.”
탈법판 노예제를 참 고상하게 말하는 재주가 있네.
“그래서?”
“이번에 건의해서 우리 측에서 준비한 객잔이나 노점으로 보내기로 했어. 거기서 기술을 가르치지. 여기서 말하는 건 단순 요리법에 대한 개선뿐만 아니라, 가게를 경영하고 내부 집기를 배치하고, 자잘하게는 그릇 색을 골라 주는 그런 일도 함께한다는 거지.”
“돈을 벌게 해주는 거야?”
“음…… 잘하는 것으로 빚을 갚게 하자는 거지. 이쪽이 더 수익이 좋을 게 자명하지 않겠어?”
그렇게 사마현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어 보니 이것은 현대인도 익히 알고 있는 개념이었다.
‘체…… 체인점?’
중원이다 보니 다소 인권이 없는 건 매한가지지만, 그래도 잘만 하면 상환도 하고 추가로 돈도 벌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꽤 신박했다.
“식자재 유통은 흑점 휘하의 상단과 표국이 맡아서 하면 되고~ 빚을 탕감할 수 있는 희망이 있으니 우리의 체불자분들께서도 시키지 않아도 죽어라고 일할 거고~ 그 과정에서 폭력, 납치, 협박, 상해도 없이 평화롭지~ 이게 얼마나 좋은 일인데. 관리비가 내려간다고.”
그렇군. 노예로 팔거나 염전이나 광산에 보내 버리면 도망칠 게 분명하니 감시 및 관리를 할 사람이 한 명쯤은 있어야 했다.
무공을 익힌 사람이어야 할 거고, 삼교대를 돌려야 할 거고.
그래도 노예는 틈만 보이면 도망을 칠 게 분명하고, 간수는 도망친 노예를 붙잡기 위해 달려야 할 터이니 그러다 날린 기회비용은 어찌할 것이며.
그러다 간수든 노예든 부상이라도 당하면 생산성에 차질이 생길 거고.
진천희는 생각했다.
‘음…… 노예제를 폐지한 폐하 만만세군.’
정확히는 폐하‘들’이려나. 쌍둥이 폐하시니까.
사마현이 말했다.
“여기 오고 나서 흑점을 뜯어보니 이해가 안 가더라. 마약보다 달콤한 게 있는데 왜 그 짓을 해야 할까.”
“그게 뭔데?”
“희망. 인간은 나아질 거란 희망 하나로 용광로에 손을 넣는 생물이야.”
그렇게 중원에 근현대식 체인점 시스템이 시작되었다.
실제로 그 빚을 갚고 점포를 자신의 것으로 인수한 양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잘 버는 점포는 사마현이 금혈방을 시켜 적극적으로 다른 체인점 채무자(?)들에게 알렸다.
그들은 스스로 새벽에 일어나 일을 했다.
염전이나 광산이었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그들은 자식과 부양할 부모님을 위해 일을 하고 더 팔 수 있게 지혜를 짜냈다.
원작에서 사마현은 세상에 불을 질렀다.
어떻게 하면 이 세상이 더 엿 같아질지 고민했고, 수천의 인간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죽여 댔고.
또한 이 지옥 같은 생에서 죽음만이 안식을 준다고 웃었다.
‘나는 그런 사마현에게 동생의 목숨을 구명해 주고 세 개의 은(恩)을 갚도록 계약서로 묶었고.’
의도한 일은 아니나 사마현을 위해 목숨을 걸었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이 많은 것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