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211
제 211화
“그런데 이렇게까지 해야 했소? 화생진까지 설치해서 돌리게 되면 지맥도 타게 되고 내력 소모도 클 터인데 그 또한 의원의 부담으로 돌아갈 터. 손을 씻은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닌 것이오?”
견식하던 의원들은 소곤거리며 저마다 이야기를 나누었다.
방해가 되지 않게 작게 말한다고는 하나, 현원전단신공과 양의심공을 동시에 활성화시키고 있는 진천희의 귀에는 고스란히 들릴 수밖에.
“소백룡이 결벽증이 심하다는 말은 들었소만.”
이번에도 거기서부터 설명을 시작해야 하는가.
잠시 눈앞이 깜깜해지는 기분이 들었으나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반복하면 되는 일. 그렇게 배운 사람이 후인에게 전할 것이고, 그 후인이 또다시 자신의 후인에게 전하면 되는 일이야. 그게 끊긴다면…… 다시 하면 돼.’
이곳의 점혈이나 침술법은 현대 의학으로도 규명하지 못하나, 반대로 이런 외과적인 부분은 현대가 훨씬 앞서 있다.
부족한 부분은 채우면 되는 일.
진천희가 보기에 자신은 지쳐서는 안 되는 사람.
모든 것을 끝마치기 전까지는 포기하는 것도 지치는 것도 용납할 수 없었다.
같은 실력의 의사라면 손가락의 재접합 성공률을 결정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
잘린 시간, 잘린 단면 상태, 잘린 위치.
잘려 나간 손가락은 상온에서 최대 6~8시간까지 버틸 수 있다.
만약 8시간이 넘어서 도착하면 성공률은 반 이하로 크게 떨어진다.
잘린 위치도 중요했는데 해부학적인 위치, 혈관의 분포에 따라서도 성공률이 갈렸다.
손상 정도의 경우 넓게 눌려 끊어진 상태가 가장 복구 확률이 낮았고, 이렇게 날카롭게 베인 손가락일수록 복구하기가 좋았다.
‘전생에서는 경험상 오토바이 사고가 가장 많았지. 그다음이 업무 관련 사고가 많았고.’
특히 오토바이의 경우 잘려 나간 손가락을 찾지 못하거나, 그렇게 찾아내도 복구하기가 힘들게 벗겨지거나 눌린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아서 치료가 극히 힘들었다.
거기다 그렇게 다쳐서 오면 이미 손가락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장기도 함께 손상을 입은 경우가 많아서 다발성 장기부전과 싸워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무림이다 보니 그런 문제는 다행히 없다.
상처 역시 대개는 검기로 인해 날카롭게 잘려 나간 상처가 많다.
이러한 접합 수술은 보통 수술 전 그걸 받을 수 있는 컨디션으로 만드는 게 첫 번째.
그리고 절단면에서 괴사 조직들을 제거하고 다친 곳을 벌려 혈관과 신경을 노출시킨 후 봉합한다.
봉합 과정상 굉장한 섬세함이 필요해 흔히들 머리카락 두 개를 바느질해서 잇는 수술이라고 비유하곤 하는데 진천희도 동의한다.
‘원래라면 수술 시간상 한 번 쉬고 2차 수술을 하는 게 보통이지. 부마 수술 때처럼.’
다행히도 상처 부위가 날카롭고 바로 달려와서 조직 손상도 없다.
지금 진천희의 경지라면 2차까지 갈 것 없이 1차 안에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허허, 나도 제법 명의가 된 건가.’
현대의 과학기술은 없지만 이 없으면 잇몸이라.
새로운 신공을 배우고 내공이 증가하고 깨달음이 올라감에 따라 예전에는 할 수 없던 것들이 가능해져 갔다.
‘그래도 방심은 안 되지.’
속도는 따라왔다.
이다음은 정확도.
손가락의 기능이 온전하지 못하게 되면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
이 망할 무림에서 검수가 칼을 못 쓰면 퇴원하고 한 달 지나면 어딘가의 은원으로 훅 가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세가나 문파에서 든든하게 지켜 주는 위치라면 거기서 금분세수를 하고 곱게 살면 되는데 작은 곳이나 혼자 사는 낭인이면 자연사하기는 글렀다고 봐야 한다.
‘그렇기에 단순히 혈관을 이어 손가락을 보존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부분도 온전하게 보존시켜야 해.’
이게 참 어렵다.
‘내가 다행히 신공을 몇 개 익혀 놓은 게 있어서 망정이지.’
진천희는 당아에게 받은 우모침을 들었다.
원래 혈생노괴 어르신에게 받은 것도 있지만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당아가 자신은 이런 물건에 의지할 단계는 지났다면서 가지고 온 것을 모두 진천희에게 기증했다.
착한 아이였다.
퉁-
그 순간, 진천희의 손에 태극혜검의 묘리가 한 바퀴 깃들었다.
‘여하륜 때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미세 접합이 끝나겠는걸.’
무당산에서 진천희는 더욱 강해졌다.
정광과 혈투를 벌였을 때. 진천희는 분명 깨달음을 얻었다.
삶과 죽음의 아스라한 경계 속에서 현원전단신공은 눈앞에 보이는 모든 정보들을 먹어치웠고, 그것을 소화해냈다.
비명을 지르는 심장을 봉인하고.
연신 삐걱거리는 몸뚱이를 움직여 싸워댄 그 끝.
의원은 무엇을 보았는가.
그 깨달음을 더 높은 상승의 무공으로 소화하는 대신, 더 높은 의술로 소화했다.
단 한 치도 망설임이 없었기에 실로 괴물이라는 말에 부족함이 없었고.
의술에서 얻은 부산물만으로도 무(武)는 한층 더 성장했다.
심무의 편린을 본 손은 이제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사람을 살리는 데에 더욱 특화되었다.
우모침과 영단실을 이용해 미세 봉합이 이어졌다.
오행진기를 이용해 안력을 최대한 확장시키고, 손끝의 감각은 지독하리만큼 예민해져만 갔다.
이것을 지탱하는 것은 삼 갑자의 내공.
무식하게 영약을 먹어댄 덕에 피로를 잊은 손이 수술을 이어 나갔다.
‘말도 안 되는군. 저렇게 빠르게 부술이 가능한가?’
‘잘린 손가락을 잇는다 한들 많이 쳐도 구 할은 썩어 다시 잘라야 하기 마련이고. 붙는다고 한들 옛날처럼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다 들었습니다만 그걸 하고 있군요.’
‘방금 금나수를 응용한 것 같은데……?’
그게 무슨 미친 소리란 말인가.
‘이건 확실하오. 소백룡은 우리는 짐작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손을 접합하고 있소.’
이 세계에도 부술은 있다.
사마천의 사기열전, 편작창공열전(扁鵲倉公列傳)에 배를 가르는 수술에 대한 언급이 존재하며 당장 혈생노괴만 해도 부술이 전공이지 않나.
이곳의 의원들도 부술을 쓰지는 않지만 그래도 위력에 대해 알고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초 중의 기초.
배를 가른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은연중에 있었고.
아직 현대 지구의 의료처럼 체계화, 다분화된 것도 아니다.
‘백린의각과 지식의 격차가 거기까지 벌어졌는가…….’
‘백린의각이 아니오. 소백룡이 하는 일이오. 처음부터 부술을 전한 건 소백룡이라는 풍문이 있소.’
‘지금 우리 중에 백린의각 출신 의원이 있소?’
‘출신 의원들은 전부 침구당과 추나당에서 재교육을 받는 중이오.’
‘아니, 지금 소백룡이 어떻게 저걸 붙이고 있는지 설명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건가?’
그렇게 무림맹 소속 의원들은 참관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중 하나가 소백룡에게 설명해 달라 은근히 운을 뗀 적이 있었으나.
“환자의 치료가 급하여 끝난 연후에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라는 말로 일축했다.
거기다가 부술이 성공할 것 같으냐는 말에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거죠. 환자께서 깨어난 연후에 경과를 살필 일입니다.”
……라는 애매한 답변만 할 뿐이었다.
빈말이라도 반드시 성공할 거고 환자는 전처럼 살 수 있을 거다, 라는 말을 안 했다.
여기서 더 물어보려고 하니 대놓고 답변을 안 한다.
언성을 높이자니 이 중요한 부술 때, 참관을 허락해 준 환자의 원망만 사는 꼴이니 차마 건드리기도 뭐 하다.
‘분명 친절하게 답변은 해주는데 이 답변이 좋은 답변이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닌…….’
무림맹 소속 의원들은 그제야 깨달았다.
소백룡은 틀림없는 백린의선의 수제자.
방향은 정반대로 다르지만 그도 한성격 하는 인간임을.
그리고 그 솜씨 또한 백린의선과는 방향이 다르나 ‘신의’라는 말에 어울리는 솜씨임을.
‘허허허, 이렇게 된 이상 제발 소백룡이 우리에게 시간을 내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겠군.’
뭐 하나 얻어가고 싶어 참관을 했는데 봐도 모르겠는 이 상황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 * *
“환자분, 의식 돌아오세요? 아, 이미 깨어나셨구나. 우선 무림맹에서 마련한 병실로 갈 거예요. 거기서 쉬고 계시면 제가 다시 뵈러 갈게요. 아셨죠?”
“……네.”
“조금 있다가 다시 말할 건데 일단 부술 자체는 잘 성공했어요. 잘린 부분도 깔끔했고. 붙이는 과정에서도 큰 문제는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부터 시작이에요. 옛날과 똑같이 칼 쓰고 싶으시죠?”
“……그렇습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지켜야 할 게 많을 거예요. 아셨죠? 무인에게 손가락만큼 중요한 게 없잖아요.”
생(生)은 왜 이다지도 쉽게 부수어지는가.
그리고 그것을 붙이기 위해서, 우리는 또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을 참고 견뎌야 하는지.
이곳에서도 진천희는 인간의 일을 해 나갔다.
무인이 다른 무인의 손가락을 자르는 데 소모한 시간은 채 1초도 되지 않을 터.
그러나 그것을 붙이기 위해 수많은 전문가들과 수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또 회복되기까지 수많은 인고가 필요했다.
‘그래도 큰 파도는 넘었으니 된 거지.’
우리의 삶은 쉽게 부서지고, 돌아오는 것은 어려우니.
그렇기에 더욱 안간힘을 쓰며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환자가 말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대협… 정말 고맙습니다.”
“갈 길이 멀어요. 인사는 다 나으면 들을게요.”
“잘리는 순간 검수로서의 생을 포기해야 했는데,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그 말에 진천희는 일순. 번뇌했다.
검수로서 살아간다는 말은 끊임없이 싸워야 함을 뜻하고.
언젠가 그 자신이나 그와 싸운 다른 환자가 온다는 뜻.
진천희는 스승님의 심마를 이해했다.
도산검림 그 한복판.
용봉지회가 시작되기도 전.
진천희는 이리 답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 겁니다. 정말 아득할 거예요.”
그것은 환자와 자신. 두 사람 모두에게 건네는 말이었다.
* * *
“후…… 이걸로 다 끝났나.”
진천희는 일단 다른 상의원들과 교대했다.
용봉지회는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환자들이 오기 시작했다.
사람이 모이면 은원도 모이기 마련.
끊임없이 밀려오는 환자들 때문에 정신을 놓고 계속해서 치료해야 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본격적으로 용봉지회 개최일이 다가오자 분쟁이 현저히 줄었다는 것.
큰 비무를 앞두고 심신을 조절해야 했으니 당연했다.
또 하나는 진천희에게 배운 상의원들이 있다는 것.
이론에서 실전 연마까지 마친 상의원들은 믿음직한 전우가 되어 주었다.
진천희밖에 할 수 없는 환자라면 달려가겠지만 그 전까지는 다른 의원들에게 맡길 수 있으니 혼자서 싸울 때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형, 다 끝났어~?”
“현아.”
사마현은 입구에서 형이 다 끝내고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꽤 지루한 시간일 텐데 용케도 기다리고 있었구나 싶다.
“이걸로 두 번째네. 입구에서 형 기다린 거.”
“그때는 헤어지기 전에 봤지.”
“응. 하오문에 들어가기 전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