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227
제 227화
“이것은 본교 외의 인물에게는 본시 전수치 아니하지만, 네 녀석은 천기를 흩어내는 녀석이니 전수해도 괜찮겠지.”
“크윽…… 그, 그게…… 무슨……?”
“본래 본교의 것은 모두 여의 것이니. 누가 나의 결정에 반대하랴. 자, 받거라.”
그녀가 피처럼 붉은 입술로 속삭였다.
목소리가 목구멍 밖으로 나오지 않았음에도 진천희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아들었고.
더 필사적으로 온몸을 움직이려 힘을 주었다.
그녀는 분명 이렇게 말했다.
‘천마신공을 너에게 전수하마.’
온몸을 뒤틀어도 근육 한 올, 관절 한 끝조차 주인의 의지를 배반해 움직일 수 없었다.
“네 안의 마가 깨어날지, 아니면 순수하게 이를 쓸 수 있을지를 보자꾸나. 하하하, 너는 적마혈단을 먹을 필요는 없겠구나.”
손가락이 미간에 닿는 순간.
톡.
머릿속에 강제로 구결이 흘러 들어오기 시작했다.
“……!”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지를 수 없었다. 발버둥을 치고 싶으나 그럴 수도 없었다.
구결이 까맣게 뇌를 삼키고, 삼키고, 삼키고.
이윽고 흑색 구결들이 수없이 많은 색으로 분화하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도 현원전단신공은 그 구결들을 씹어 삼키며 분해하고, 다시 재조립을 하기 시작했다.
알아 버린 것을 모른다 할 수 없었다.
본 것을 보지 않았다 할 수 없었다.
이미 들은 것을 듣지 않은 때로 돌릴 수 없었다.
백색(百色)의 경지가 눈앞에…….
의식이 점멸한다.
쿵!
진천희의 상체가 그대로 쓰러졌다.
* * *
“……협? 대협?”
누군가가 몸을 흔드는 게 느껴졌다.
영겁 같던 무아 속. 진천희는 힘겹게 눈을 떴다.
“대협. 영업이 끝났습니다요.”
힘겹게 눈을 뜨니 새벽. 객잔의 식당에 손님이라고는 자신밖에 없었다.
‘꿈이라도 꾼 건가?’
꿈이 맞을지도 모른다.
기억나는 것들이라고는 하나같이 현실감이 없어서 그게 정말로 일어난 일인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눈앞에는 다 먹은 게살탕수 접시와 빈 술병, 빈 술잔이 놓여 있었다.
“여기 있던 손님은…….”
“방금 가셨습니다요. 술을 엄청 좋아하시던데요.”
“허……허허허…….”
지금이라도 나가서 쫓아 볼까. 그러나 쫓아 본들 찾을 수가 있나.
그리고 찾는다고 한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천하 십 대 고수들만 해도 흡사 자연재해와도 같은 존재들 아닌가.
여기에 천마(天魔)를 붙잡은들 무엇을…….
‘아니… 그런 것보다…….’
진천희가 다급하게 물었다.
“게살탕수 한 그릇 더 됩니까?”
“주방장은 이미 자러 갔습죠. 죄송합니다, 대협. 내일 다시 오시면…….”
머릿속에 강제로 천마신공이 들어온 것보다 게살탕수부터 생각한 진천희였다.
‘결국 이번에도 못 먹었다. 게살탕수.’
눈물이 앞을 가린다.
026. 삼자대면
머릿속에 강제로 천마신공이 들어왔다.
진천희는 머리를 꾹꾹 눌렀다. 기분 탓인지 두통이 밀려온다.
천마신공.
일월신교의 소교주들만이 익힐 수 있는 신공.
일월신교에서는 소교주를 여럿 두고, 그들이 서로 상잔하여 최후에 살아남은 한 명만이 천마가 되어 일월신교를 이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마신공은 단 한 번도 외부로 유출된 적이 없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비밀이 바로 이것.
정신에 직접 천마신공을 박아 넣는다. 그리고, 이와 함께 정신적인 금제를 통해 천마신공을 타인에게 유출할 수 없게 만든다.
마교, 괜히 마교가 아니다.
여기까지는 지존천마에서 읽은 내용이다.
천마는 여하륜에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천마신공을 전수한다.
-여(余)는. 한낱 미물과 같은 네게서도 길을 보았다.
-죽이는 것밖에 못 하는 미물아. 길이 보인 이상, 너 또한 하늘(天)에 닿을 자격이 있으니.
-정신이 온전치 못한 미물이 과연 마(魔)를 삼킬 수 있겠느냐. 아니면 마에 삼켜지겠느냐.
금제 덕분에 어차피 유출이 되지 않지만, 심상으로 무공에 대한 모든 것을 전수하는 것이기에 스승으로서 돌봐줄 필요는 없고.
거기다가 이미 먹은 적마혈단으로 인해 제한 시간도 생겼다.
적마혈단을 먹은 이상, 누구보다 빠르게 강해지나 대성하지 못하면 스무 살 전후에 사망하게 된다.
그것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같은 천마신공을 익힌 이의 선천진기를 흡수해야 한다.
고독(蠱毒).
천마신공을 전수받은 그 순간부터, 최후의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제각기 알아서 수련해서 싸워 살아남아야 한다.
그것이 일월신교의 천마혈로.
‘와… 이름만 신공이지 하는 짓은 마공이네.’
그런데 그런 천마신공을 진천희 자신에게 전수했다.
왜?
‘강호를 더 혼란시키기 위해서……?’
천마는 즐거워했다.
애초에 마중마(魔中魔)인 존재.
천기가 일그러진 것이 참을 수 없이 즐겁다고 했으니, 더더욱 세계가 혼란해지기를 원하는 것이리라.
허나, 그 혼란이 굳이 시산혈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터.
만약 그것을 원했다면 그냥 진천희를 죽이면 된다.
어차피 정해진 운명이 그쪽이었으니까.
혼란이란 정말 많은 것을 내포하는 단어였다.
그런 의도에서 천마신공을 일월신교의 교인도 아닌 백린의각 소각주인 진천희 자신에게 전수한다는 것은 정말로 확실한 ‘혼돈’을 만들 방법이었다.
‘아… 진짜 대책 없는 사람이네…….’
수 싸움을 하고 싶어도 상대가 너무 터무니없다.
그리고 그 터무니없는 상대가 터무니없는 짓을 하고 갔다.
‘일단 뭐…… 나는 깍두기 된 거여?’
적마혈단을 먹여 강제로 시한부 인생을 만들어 놓은 것도 아니고 천마신공만 꽂아 놓고 간 속을 모르겠다.
다시 두통이 밀려온다.
그것은 용봉지회 8강전이 시작되는 오늘까지도 그랬다.
8강전의 다섯 번째 경기.
천우와 진천희가 싸우는 날. 그날이 바로 오늘.
지금은 일찌감치 와서는 사마현이 구매한 특등성에 앉아서 앞 경기들을 구경 중이었지만, 천마신공 덕분에 눈에 들어오지를 않는다.
“형. 내 차례다.”
“오냐.”
사마현은 곧바로 비무장으로 내려갔다.
상대는 소림사.
“하오문 금혈방 사마현! 소림사 허정 스님! 비무 시작!”
둘은 포권을 하고는 자세를 잡았다.
먼저 공격한 건 사파답게 사마현!
허정 스님은 이번 용봉지회에 처음 나온 분으로, 선대 소림 스님들만큼 무학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 그분도 여기까지 올라올 만큼 상당히 강한 분이라 할 수 있었다.
문제는 허정 스님은 원작에서도 그리 무재(武才)가 특출 난 분은 아니셨고.
사마현 이놈은 메인 빌런이다.
‘현아…… 원래 고수는 한 수 기다려 주는 거 아니냐?’
그러나 그런 효율 떨어지는 짓을 이놈이 할 리가 없다.
허정 스님이 금강반야장을 날려 사마현의 공격을 공방일치로 막으려 하였으나.
‘헛?!’
사마현은 장난스럽게 허정 스님의 장에 자기도 장을 날렸다.
짜악!
비무장에서 현대로 치면 하이 파이브가 이루어졌다.
놀랍게도 그 일 장만으로 자세가 흐트러진 건 허정 스님!
사마현은 그런 허정 스님의 뺨에 다시 장을 날리려다가 말고 그냥 목을 잡아챘다.
턱-
“……!”
흡사 춤이라도 추는 것 같은 동작에 모두가 굳었다.
사마현이 말했다.
“나 이긴 거 맞지~?”
“스, 승자. 금혈방 사마현!”
우와아아아아!
“금혈방! 돈에 미친 놈들이라고만 알고 말았는데 무공도 일절일세!!”
“스님 좀 민망하셨겠구만!”
“에이, 위 배분 소림사 스님들이 왔으면 달랐을 거네.”
“그걸 어찌 아나? 어차피 용봉지회 아닌가!”
허정 스님의 얼굴이 붉어졌다.
사마현은 천천히 목을 붙잡은 채로 내려놓았다.
“헤헤헤~ 죄송합니다. 스님.”
“아미타불. 아미타불…….”
현대인이 보기에는 흡사 개그 콩트와도 같았다.
좋게 좋게 넘어갈 수 있었던 건, 아마 다친 사람이 없고.
싸우는 동작조차 군더더기 없이 매끄러워서 단숨에 끝났기 때문이겠지.
‘스님의 장법에 손뼉을 친 건 아마…… 높은 확률로 접대용이었겠네.’
소림사의 스님을 상대로 험하게 싸웠다가는 잠재적 고객이 떨어질 수 있으니 적당히 재미있게 끝내 버리겠다는 계산이 들어 있으리라.
그게 된다는 건 사마현의 무학이 보기보다 심후하다는 뜻.
“다음 경기 준비합니다! 백린의각 진천희 대 무당파 천우 도사!”
‘드디어 내 차례군. 태청신단을 얼마나 흡수했는지 한번 볼까?’
처음 보았을 때는 태청신단을 전부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허나, 안목이 높아짐에 따라 생각이 달라졌다.
‘어쩌면 천우 자신의 무학이 상승한 걸 수도 있겠군.’
검을 맞대 보면 확실할 터.
진천희는 몸을 일으켰다.
* * *
연무장에 올라오니 이미 천우가 산처럼 그곳에 버티고 서 있었다.
“정파? 진짜 무당파라고?”
“무슨 무당파 도인 같지가 않고…… 저 어디 사파…….”
“쉿, 저래 보여도 무공은 일절이라네. 후기지수 중에서 가장 강한 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있더만.”
웅성거리는 소리를 뒤로한 채 천우가 진천희에게 말했다.
“형, 이렇게 만났군요.”
“그래.”
“제가 형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음을 보여 주겠습니다.”
진 교수는 퀭한 눈으로 답했다.
“……그러면 기권해라.”
“네?”
천우의 눈이 커진다.
그것도 잠시, 천우는 결심했는지 이렇게 답했다.
“형께서 다른 동생들을 어찌 생각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형을 이기고 올라가려고요.”
역시 기권 안 하는군. 그래. 그게 무인이지.
천우가 자세를 잡고, 진천희 역시 자세를 잡자 심판이 외쳤다.
“무당파 천우 도사 대 백린의각 진천희! 비무 시작!”
놀랍게도 천우는 권이 아닌 검을 뽑아들었다.
‘음, 무당권제께서는 권뿐만 아니라 검에도 일가견이 있으시지. 천우가 검을 택한 것은 내 영향인가?’
진천희는 그런 천우를 보며 생각했다.
‘그래. 형을 생각하는 마음이 갸륵한 동생이지. 그러니까…….’
그 마음 잘 받았다. 반드시 산 채로 기절시켜 집에 보내주마!
진천희의 결심과 동시에 천우의 검 끝에 검사(劍絲)가 맺히기 시작했다. 검기가 줄처럼 흐드러지면서 출렁인다.
그것도 잠시, 흡사 구름처럼 맺히기 시작했다.
“검기운해(劍氣雲海-검기로 만든 구름의 바다)다!”
검기운해.
사문마다 조금씩 다르다.
화산파는 매화로, 무당은 구름으로, 북해궁은 눈이나 냉기로 표현된다.
“초절정의 경지에 든 사람 중에서 소수만 가능하다고 하던데…….”
“검기운해가 가능하다면 검막을 쓸 수 있게 되는 게지. 검막 아나? 검으로 만든 막 말이네.”
“어쨌거나 걸리는 건 다 박살 낸다는 거 아니겠소.”
“그런 거지!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검기운해를 생눈으로 볼 수 있는 호사에 관중석이 시끌시끌하다.
보통 여기서 볼 수 있는 최고의 구경이라고 하면 기껏해야 검사(劍絲) 정도!
그것도 보고 싶다고 매번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범인의 눈에 보일 만큼 선명하기도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검기운해가 펼쳐지니 열기가 대단했다.
우와아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