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231
제 231화
심무와 심무가 부딪치는 순간, 놀랍게도 오행멸극이 모든 것을 끝낼 것처럼 부풀어 올랐고.
여하륜은 일순 죽음을 보았다.
천살성의 본능은 옳은 활로를 속삭였고, 그것은 생을 위한 활로이지 결코 비무에서 이기는 방식은 아니었다.
여하륜은 그러나 이기고 싶었다.
그래서 형의 간격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리고 보았다.
오행상극 속에서, 그 사이를 가르며 들어오는 단 한 발의 기탄.
탄지천통.
진천희식 응용.
유유기탄(愉愉氣彈)-!
관통력도 없고, 폭발력도 없으며.
단 한 점의 살의도 없이 그저 밀어내는 것이 목적인 기탄.
여하륜이 어디로 파고들지 진천희는 계산하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 던진 두 개의 심무절기.
그 사이, 단 하나의 실낱같은 빈틈.
과거 제갈린이 제자를 위해 했던 포전인옥(抛塼引玉)의 계.
스승은 혈선교를 상대로 판세를 바꾸기 위해 사용했고, 제자는 동생을 살리기 위해 배운 것을 응용했다.
탕!
수 싸움에서 졌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기탄은 사각에서 날아와 여하륜의 몸을 뒤로 밀었다.
[……졌군.]이 상황에서도 형은, 진천희란 인물은, 조금도 여하륜을 다치게 할 생각이 없었다.
‘이 무슨 이상주의…….’
그러나 형의 이상은 철저한 수 싸움 속에서 성공했다.
“스, 승자, 백린의각 진천희!”
와아아아아아—!
사람들의 함성이 파도처럼 울린다.
형은 내장 조각을 울컥울컥 뱉으면서 칭찬이 기분이 좋은지 손을 흔들었다.
“거 봐라. 내가 형이다.”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웃더니만…… 그 말을 끝으로.
진천희는 뒤로 풀썩 쓰러졌다.
* * *
오래 쓰러진 건 아니었다.
직접 키워 낸 백린의각 의원들이다.
그것은 굳이 부술당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의원을 발굴하고 육성하고 실습하고 한 명의 의원으로 배출하는 과정부터, 응급 시의 대처까지.
무엇 하나 부족함 없이 키워 냈다.
여하륜에게 진정한 의미로 형으로 인정받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
여하륜 자신도 비무장에서 죽자고 싸우게 될 줄은 몰랐겠지.
눈을 뜨니 수많은 침들이 온몸을 덮고 있었다.
말린 약초를 태우는 냄새가 코를 가득 채운다.
“역시 그 벌레 같은 놈 때문에 무리를 했구나. 진즉 처리했어야 했는데…….”
스승님의 목소리가 울렸다.
“에헤이……. 어린애들끼리 투닥거리면서 크는 거죠. 거기다가 죽일 생각도 아니었다고요. 서로 우애를 다진 거뿐이죠.”
“일어나자마자 말은 청산유수구나.”
그리 말하더니 제갈린이 진천희의 미간에 커다란 장침을 푹 꽂았다.
“윽.”
“아픈 건 자업자득이다.”
“싸울 때 큰 외상은 없었을 텐데요……?”
이번에는 근육이 잘리지도, 사지가 부러지지도, 늑골이 파이지도 않았다.
“기혈은 엉망이 되었지. 단전에 있는 오행을 잘도 폭주시키더구나. 그러라고 있는 오행진기가 아니거늘…….”
“…….”
스승님은 한숨을 쉬었다.
“내가 주화입마를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저지른 게구나.”
무당파에서 장문인을 상대로 스승님이 침술을 펼치는 것을 유심히 본 진천희다.
아직 진천희의 침술로 스승님의 경지를 따라가기는 어려우나, 한번 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원리로 펼치는지는 파악했다.
“사람들은 내 천재성이 두렵다 하지만, 정작 나는 때때로 네 오성이 두렵구나.”
“…….”
“사람을 위하고,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을 가치 있다 생각하는 것을 사람들은 자애(慈愛)라 부르지. 하지만 내 눈에 너는 자해(自害)에 가까울 만큼 타인을 지키려 하지.”
자애와 자해.
그저 획이 하나 더 붙은 것뿐인데 둘은 정반대의 의미를 가졌다.
“너는 네가 범재, 많이 쳐도 수재라 하지 않았느냐. 글쎄다. 내 눈에는 너 역시 다른 방향의 천재로 보이는구나. 그래, 한없이 자해적인 천재지.”
스승님은 침 하나를 뽑고, 다시 새롭게 침을 놓는다.
“본디 쓸 수 없을 심무절기를 강제로 써버린 결과. 네 기혈 중에 성한 곳이란 없고, 네 단전에는 금이 갔지.”
“그건…….”
“본래라면 이 상태를 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겠지. 이런 상태는 천하 삼 대 의선 중, 오직 백린의선만이 고칠 수 있는 것이고. 그는 자신의 구음절맥을 고치기 위해 기혈에 관해서 가장 많은 연구를 한 자니까.”
스승님은 다른 사람을 이야기하듯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말했다.
툭-
다음 침을 놓으며 스승님이 말을 이어 나갔다.
“그렇다 하더라도 위험했다는 것은 변함이 없었단다. 만약 네가 한 끝, 아니 반의반 끝만 잘못되었어도 돌이킬 수 없었을 터.”
“…….”
진천희는 눈을 감았다.
“그 천살성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느냐?”
“……있습니다.”
“나는 모르겠단다, 희야. 차라리 그 녀석의 목을 날리고 내 제자의 안녕을 기원하는 게 낫지 않을까.”
“스승님……. 제발.”
툭.
제갈린은 침 하나를 뽑고 다시 새로운 침 하나를 꽂았다.
“천살성의 형 자리가 네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겠지. 이것은 이성적인 결정이 아닌, 지극히 감성적인 결정이라는 것에는 동의하느냐.”
“…….”
스승님은 묻고 계셨다.
또한 말하고 계셨다. 스승님의 계산에 여하륜은 필요치 않다고.
그럼에도 제자가 여하륜에게 목숨을 건 이유를 묻고 계셨다.
소설의 주인공.
기본적으로 모든 소설은 주인공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 끝이 희극이든 비극이든 주인공은 주인공이기에 그 점은 변함이 없었다.
이 특이성을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미 미래를 많이 바꿔 버린 이상, 앞으로 어찌 될지 알 수도 없고.
진천희는 여하륜이 사람의 길을 벗어나게 할 생각이 없다.
“저는 그가 꼭 필요합니다.”
“……목숨까지 걸다니 참으로 대단한 우애구나.”
툭-
“윽.”
이번에 꽂은 침은 유달리 아프다.
“어찌 되었건 나라고 만능은 아니란다. 주화입마 직전에 기혈이 들끓는 정도야 진정이 가능하나, 완전히 주화입마에 들어가 기혈이 터진 상태라면 원래로 복구하는 것은 천운에 맡겨도 모자랄 지경이지.”
“고맙습니다. 스승님.”
푹-
“으윽!”
“하하하, 이건 나으라고 꽂은 게 아니라 아프라고 꽂은 거란다.”
진천희가 그렇게 쓰러지고, 동생들은 모두 정신이 나갔다.
여하륜은 진천희를 붙잡고 천살성의 살기를 폭발시켰고, 천우는 진천희를 치료할 의원들을 보호하려고 했다.
사마현은 이 사태의 원흉인 여하륜을 죽이려고 했다.
어떻게 죽이려고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제갈린이 느끼기에는 확실했다.
방해자는 빨리 처리하고 형을 구조하는 게 우선인 모양.
이 중, 가장 불안정한 것은 여하륜이다.
천살성은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막는다.
오로지 살육만을 바라게 만든다.
옛 문헌에 따르면 살의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현경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했다.
그 문헌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만약 사실이라면 여하륜이 제정신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아득한 경지에 발을 디뎌야 한다.
그러나 천살성.
여하륜의 살기는 다행히도 마공의 폭주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금방 가라앉았기에 큰 의심은 사지 않았다.
‘그걸 그리도 빨리 가라앉혔다는 점만은 인정하겠으나…….’
충동을 제어한 동기 역시 확실했다.
진천희가 두 번째 피를 토했기 때문.
그리고 백린의선 자신이 곧바로 비무장에 난입했기 때문.
찰나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짧은 시간 벌어진 일이었으나.
그러나 그 찰나는 영원처럼 길었다.
“스승님, 제가 얼마나 혼절해 있었나요?”
“딱 하루 지났느니라. 아, 그 정도면 양호하다는 소리는 하지 말거라.”
……하려고 했다.
스승님이 먼저 선수를 치자 진천희는 작게 혀를 찼다.
“천마신공의 절초를 정면으로 이겨 낸 대가면 싸죠.”
“그게 천마신공의 절초였더냐?”
“일월파열무라는 초식이죠. 심무에 이른 자만이 쓸 수 있는…….”
“그래. 한눈에 봐도 심무의 무학이 들어 있더구나. 천살성을 죽이려면 최대한 빠를수록 좋단다. 희야.”
“스승님…….”
“그래. 알고 있단다.”
알고 있다고는 했지 하지 않는다는 소리는 끝까지 하지 않는 스승님이셨다.
“그나저나 스승님, 그러면 시상식은 언제 해요?”
천진한 질문에 스승님은 웃음이 터졌다.
방금 전까지 천하를 논하고, 천살성에게 그런 가치가 있는지를 논하더니 이번에는 시상식을 묻는다.
어떨 때는 현자 같고, 또 어떨 때는 어린아이 같아서 스승님은.
“본래면 바로 했겠으나 우승자가 혼절해 버렸으니 내일 하겠지.”
라고 답할 수밖에.
“그렇군요. 상은 뭐로 주려나요?”
진천희는 하도 침을 맞아서 고슴도치가 된 상태로 눈을 빛냈다.
지존천마에 의하면 용봉지회는 우승자에게만 상을 준다.
현대 올림픽처럼 은메달, 동메달 이런 걸 챙겨 주지 않는 동네로, 철저하게 승자 독식 체제.
상은 그때그때 바뀌는데 보편적으로 들어가는 건 무공 비급, 그리고 무림맹주의 제자가 될 권한. 이 두 개가 고정적으로 들어간다.
물론 대다수의 무인들은 자기 문파가 최고라고 생각하니 무공 비급을 고르곤 한다.
무공 비급은 무림맹이 보유한, 이제는 주인 없는 문파의 신공절학 비급을 주로 준다.
예를 들어 전진교.
탄지천통만이 아니라 소실된 다른 신공절학들이 강호 어딘가에 흩어져 있다.
“이 스승도 본의 아니게 운영 위원회 소속이라 이번 용봉지회의 상이 뭔지 알고 있지. 영약, 무공 비급, 그리고 신병이기다.”
과연 본의 아니게 운영 위원회에 들어가신 걸까.
백 프로 제자의 승리를 장담하시고 귀중한 정보를 빼내고자 들어가신 게 아닐까.
‘어라? 무림맹주의 제자가 될 기회는 빠졌네.’
원작 소설 보면 원래 늘 고정으로 붙어 있던 거 아니던가.
‘생각해 보면 상황이 상황이니 새 제자를 받을 때가 아니겠군.’
진천희는 모르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무당권제의 공동전인이 된 터에 창왕까지 제자가 되라고 권유했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창왕이 그 상품을 뺀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
애초에 제갈세가와 무당파의 신공절학을 먹은 놈이 창왕의 제자 자리에 욕심낼 것 같지도 않고.
그 두 괴물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서 좋을 일이 없기 때문에 알아서 고개를 숙인 것.
그걸 모르는 제자는 이렇게 말했다.
“음……. 영약은 지금 상황에서 큰 진전을 보기 어려우니 무공 비급과 신병이기가 더 효율적이겠군요.”
“그렇지. 이번 무공 비급은 저 먼 서장천축 밀교의 비전인 유체밀공이란다.”
“유체밀공!”
진천희의 눈이 커진다.
“아느냐?”
“네. 대충은요.”
지존천마에 나온 적이 있다.
유체밀공은 육체를 마치 고무처럼 만들고, 뼈가 없는 인간처럼 만들어준다.
대성하게 되면 날붙이가 아닌 둔기 계열의 공격은 아예 통하지 않게 되고, 기괴할 정도로 유연해진 육체는 같은 무공을 사용해도 더 큰 위력을 준다고 했었지.
신공절학 중 하나이며 외공의 일종.
‘유체밀공에 금강불괴신공을 같이 익히는 게 가능하다면 육체로 천하제일인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무협 마니아라면 한 번쯤 생각해 봤을 가설.
단단형과 고무형.
두 외공을 합치면 어떻게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