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239
제 239화
의동생 입장에서 그의 눈앞에서 형을 욕되게 하는 것은 죽고 싶어 환장한 일.
그렇지 않아도 과거 금혈방의 사마현 정적 하나가 진천희를 모욕한 일이 있었다.
친우 욕을 하고, 조상 욕을 해도 듣는 둥 마는 둥.
돈에 미쳐 모략이나 짜던 인간이 형 욕을 듣는 순간.
그는 기억한다.
사마현이 웃으면서 그놈 머리 가죽을 뜯어서 목구멍에 처넣은 것을.
혹여 어디 가서 의원 고생이나 시키지 말라며 그 자리에서 죽였다.
사인은 질식사.
자기 얼굴 가죽에 목이 막혀 자기가 질식당하는 끔찍한 광경.
그 짓을 아무런 가책도 없이 저지르고는 이렇게 말했다.
-원래는 뒤에서 해야 하는데~ 두 번은 듣기 싫으니까 다 보는 곳에서 하는 거야. 이놈 시체 저어기 종루에 매달아라. 동네 까치들 밥 좀 줘야겠다.
그러고는 그놈을 추종하는 놈들 하나하나를 다 제 손으로 박살 낸 일화는 유명했다.
그 손속이 얼마나 지독했던지 돈 안 되면 움직이지 않기로 유명한 황금왕.
금혈방의 정점이 직접 사마현에게 언질을 줬을 정도였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황금왕은 돈이 되는 자를 곁에 둔다.
사마현이 비록 그 자리에서 정적을 참살하느라 금혈방에 손해를 입혔으나, 이미 그가 벌어다 준 돈은.
죽은 정적의 수익 세 배를 까마득하게 넘었기에.
그녀는 너무 거친 짓은 하지 말라며 경고 한 번 하고는 내버려 두었다.
사마현도 그 이후로는 정적을 적당히 규칙 내에서 제거하면서 세력을 불리고, 굳히고 있다.
또한 정적들도 사마현을 상대로 온갖 더러운 수를 쓸 뿐 그의 형을 모욕하는 일은 없었다.
그러니 고작 최하급 매담자인 풍계는 죽을 맛일 수밖에.
“이렇게 분연히 일어난 백의신룡을 가로막은 것은 혈선교! 모든 일의 흑막이로다!”
“흑막?”
“혈선교가 대체 누구요?”
“마교 분타 같은 건가?”
지금부터가 본론.
풍계가 이곳에 와서 이야기를 하는 이유!
“이 풍계, 기세를 몰아 혈선교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들은 무엇을 하는 집단인가!”
고대부터 인류에는 황색 언론이 함께해 왔다.
증거가 있든지 없든지 일단 말을 갈기고 보는 것이다.
그러면 인간은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 그리고 현대가 그렇듯 이때도 그랬다.
황색 언론은 자극적일수록 좋다.
진실이야 어쨌든 싸갈겨 보고 뒷일은 나중에 생각해야 한다.
풍계는 이 분야에 있어 일인자라 자부할 수 있었다.
“돼지와 인간이 교접하여 낳은 것이 혈선교 초대 교주지요!”
“허어?!”
“반인반저! 그래서인지 이놈들은 인육을 먹는 습관이 있는데…… 그걸로 잔치를 열어서 짐승들과 나누어 먹습니다…….”
놀랍게도.
뭐 제대로 드러난 것도 없이 뇌를 안 거치고 척수에서 올라오는 이 말들이,
이 황색 언론이 반은 진실이었다.
“악독한 놈이구만!”
듣는 청중들도 척수반사적으로 답했다.
그런 셈 치자. 어쨌든 재미있으니까.
* * *
혈선교에 대한 소문은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그중 태반이 풍계 같은 매담자들이 지껄이는 황색 찌라시 수준이었으나 본디 황색 언론이란 진실 3에 거짓말 7의 기적의 밸런스로 커지는 법.
이 중 진실은 소지품을 잃어버린 것.
저주의 자취가 남아 있는 것.
큰 싸움이 난 것.
소백룡의 활약.
이 네 가지 외 나머지는 다 뇌를 거치지 않고 나오는 말들이다.
현재 정설이 되어 가는 이야기는 혈선교 초대 교주는 돼지와 교접한 자이고, 사람 창자를 씹는 걸 좋아하고, 어린아이 살점을 특히 좋아한다는 것.
그 탓에 현재도 혈선교의 교주는.
밤이면 밤마다 외양간 가축들이랑 교접하고.
동물을 신으로 받드는 수준을 넘어서 동물이 되고 싶어 하고.
돼지 똥을 주식으로 먹는다.
혈선교의 교인이 되면 돼지 똥으로 목욕해야 한다.
자고로 황색 언론이란 뇌를 거치지 않는 것이 잘 먹히는 법.
매담자들은 척수반사적으로 나온 말들을 다 섞어 꿀꿀이죽을 만들었고.
사람들은 그 자극적인 꿀꿀이죽의 맛에 중독되었다.
마라 맛이었다.
“우리 집 돼지는 무사합니다!”
“아니, 혈선교 그 새끼들은 뭐 하는 놈들이기에 우리 만복이의 순결을 탐한단 말이오! 우리 만복이는 옆집 순이랑 새끼를 쳐야 하는데!”
꿀꿀꿀!
돼지를 키우는 농가부터.
“내 아들이 싸운 이유가 혈선교 탓이라고? 그럼 그렇지! 우리 애가 얼마나 정파다운 놈인데 양민을 칼질하려 했단 말이오!?”
어쨌든 혈선교 탓으로 돌려 불명예를 벗으려는 세가들까지.
혈선교는 개새끼가 맞지만 더욱 개새끼가 되어야 했다.
불안과 공포, 거기에 이득까지 합쳐지니 여론이 들끓는 건 순식간이었다.
“우리 무림맹은 혈선교에 대한 조사를 더욱 철저하게 할 것이오!”
“피해 증언은 계속 들어오고 있소!”
과연 그것이 혈선교의 것일까 아니면 돼지 도둑이 한 것일까.
알 수는 없으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제보는 다다익선이다.
태반이 허수겠으나 그중 하나에서라도 혈선교의 자취를 찾으면 될 일.
한번 승기를 잡았던 혈선교였으나.
진천희와 백린의선.
두 기사(棋士)가 난입하기 시작하자, 판은 더욱 아수라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둘은 정파에도 사파에도 얽매이지 않았고, 체면이나 세간의 상식에도 얽매이지 않는 철저한 실리주의자들.
온건파 및 강건파를 구분하지 않고 둘이 유도하는 것은 단 하나.
이전투구(泥田鬪狗).
진흙탕 속에서 정파와 혈선교의 개들이 함께 싸우길 원했다.
그리고 그것은 적중했다.
* * *
“크아아악! 정파의 개들! 돼지? 돼지라고!? 우리 초대 교주님을 그따위로 모욕한단 말이냐!”
콰장창!
요천군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보이는 모든 것들을 닥치는 대로 부쉈다.
일생을 혈선교의 광신도로 살아온 요천군이었다.
혈선교를 욕하는 것은 참아도 교주님과 요선님들을 욕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서 욕하는 놈들의 목을 싸그리 뽑아 요선님들에게 제물로 바치고 싶다!
그중 가장 뽑아 버리고 싶은 놈은 무림맹주와 반선의 씨앗!
반선의 씨앗이 나타난 이후로 되는 일이 없다.
‘요선들께서는 반드시 반선의 씨앗을 확보하라고, 확보가 불가능하다면 참살하라며 계시를 내리셨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이 반선의 씨앗의 옆에 있는 영물만 두 마리.
하나는 접근하는 모든 이들의 냄새를 기억하고, 다른 하나는 하늘 위에서 수상한 자를 발견해 낸다.
이놈들은 사람이 아니니 밥 먹고 똥 싸고 노는 그 모든 시간에 주인과 함께한다.
최고의 호위병.
허나 어쨌든 그놈을 잡아야 한다.
요선들의 명령도 절대적이지만 거기에 정보가 하나 더 들어왔다.
그때 혈선교 수하가 들어왔다.
“요천군 님! 지금 백린의각의 백의신룡이 혈선을 모욕하고 있습니다!”
“뭐야? 이제는 직접 한단 말이냐?”
“거기다가 우리의 그 기물에 개가 오줌을 갈기게 만들겠다고 하는 망언까지 외쳤습니다!”
개라면 황구라는 그 영물?
까드득-
요천군의 얼굴에 핏줄이 우드득 돋았다.
80년 동안 쌓아올린 공력이 심마로 뒤틀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 과연 반선의 씨앗이구나. 감히 달기 님의 유물에 개 오줌을 싸지르겠다고……?”
책사가 외쳤다.
“요천군 님! 적의 함정입니다! 지금 머리를 내밀게 되면!”
“……그걸 누가 모를까–!”
요천군의 고함이 밀실을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수하들과 책사들까지 고막이 터져 귀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내 그놈과 동귀어진이라도 하겠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심마로 주화입마라도 올 것 같으니–!!”
분노로 도드라진 혈관은 좀처럼 가라앉지를 않고.
책사의 만류에도 요천군은 일갈했다.
“수하들을 모두 집결시켜라! 또한 다른 두 놈에게 전언을 보내라! 나와 함께하겠느냐고!”
……강호 황색 찌라시의 승리였다.
* * *
“혈선이라는 놈은 신선도 아니다! 등선에 실패한 낙오자들이다!”
“나 진천희는 너희 혈선들에게 실망했다!”
“혈선교 너희들의 수준. 시시해졌다!”
진천희는 황구와 뇌진을 대동하고 도시를 돌고 있었다.
황구는 평소 하던 축근공을 풀고 본래의 크기로 돌아왔다.
영물은 영물. 근육질의 거대한 개가 모습을 드러내자 그 위압감에 엉덩방아를 찧는 행인들이 있을 정도.
진천희는 그런 황구 등에 안장을 놓고 위에 올라탔다.
‘이제는 어지간한 말보다 황구가 더 빠르지.’
진천희 옆에서 영약 부스러기와 각종 산삼을 먹고, 영물에게 최고의 고기인 같은 영물의 고기를 잡아먹고.
거기에 무당권제 밑에서 단련한 결과.
황구의 본 모습은 이제는 황소만 해졌다.
컹컹!
평소에 크기를 줄여 시골 댕댕이처럼 다니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이렇게 크면 사람들이 먹을 것을 던져 주지 않기 때문!
황소만 한 개한테 간식 던져줄 놈은 없다.
사람들이 먹을 것을 던져주는 이유는 자신이 귀엽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 영민한 생물은 일찍이 알고 있었고.
이렇게 진천희가 명령을 할 때만 본래의 크기로 돌아왔다.
황구 등에 있는 안장에는 커다란 깃발이 꽂혀 있었는데 이렇게 쓰여 있었다.
혈선견자(血仙犬子).
직역하면 혈선 개새끼.
진천희는 부끄러움에 시뻘게진 얼굴로 황구에 올라탔고.
그런 진천희 옆에서 사마현이 진천희 대신 외치고 있었다.
“왜 그래, 형? 형이 생각한 계책이잖아.”
“아니…… 벽보나 좀 붙이고 말 생각이었지.”
“이게 효과가 직빵이야, 형. 그리고 그놈들 형한테 원한이 좀 많다며? 내키진 않지만 둘째 형과 셋째 형에게도 이야기해 놨어. 근처에서 잠복해서 형을 지켜보고 있을 거야.”
하륜이와 천우가 잠복해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고?
이 모습을?
진천희는 죽고 싶어졌다.
“아니, 내가 하고는 있는데 확신은 없다. 현아…… 고작해야 이런 찌라시에 사람이 돌아 버릴까? 스승님은 그럴 거라고 했는데 나는 확신이 없어.”
분명 황색 언론의 파괴력을 아는 현대인이지만, 머리로는 알지만.
현이가 눈을 빛냈다.
“형, 날 믿어~ 내가 사람 빡치게 하는 건 진짜 잘해.”
……고작 이런 걸로 믿음까지 운운하고 싶진 않았다.
“근데 의각주님이 용케 허락하셨네?”
“아니, 이건 내 독단적으로 하는 거야. 스승님은 무림맹에서 회의 중이시거든.”
이런 계획은 흡사 모래성과 같다.
계속해서 형체를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손을 봐줘야 한다.
스승님이 한창 바쁠 때를 틈타서 진천희는 밖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