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241
제 241화
“크하하하하! 무림맹과 사도련 놈들은 역시 너무 약해! 약하다고! 하하하하!”
점창파의 도인.
그런 도인의 머리를 한 손으로 잡아 쥐고 들어 올린 거한이 미친 듯이 웃고 있다.
콰직.
그의 손 안에서 머리통이 수박처럼 박살 나 피와 뇌수를 흩뿌린다.
키는 팔 척을 넘어 구 척에 가깝고, 몸은 외공의 고수처럼 두터운 근육을 자랑한다. 그러나 그 얼굴에는 메뚜기의 가면을 쓰고 있어서 외모는 알 수 없었다.
그의 등 뒤의 땅에는 커다란 토굴(土窟)이 여러 개 뚫려 있었고, 그곳에서부터 창백한 피부를 지닌 시체들이 재빠르게 걸어 나왔다.
강시들. 그리고, 혈선교의 광신자들이 계속해서 쏟아진다.
그것은 하나의 사실을 의미했다.
혈공계(穴攻計).
구멍을 파서 적을 공격한다는 뜻의 계책.
성을 두고 싸우는 공성전에서 땅굴을 파서 성벽을 무너트리거나, 적의 내부로 침투하는 등의 계책.
그것을 성공시킨 것이다.
“시끄럽다, 동천군(董天君). 조용히 하도록.”
그런 메뚜기 가면의 거한을 향해 오 척 단구의 왜소한 체구를 지닌 자가 차가운 목소리로 질책한다.
왜소한 체구의 괴인은 얼굴에 새의 형상을 한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새처럼 보인다뿐이지 어느 종류의 새인지는 알기 어려웠다.
“시끄럽다니, 원천군(袁天君). 네가 너무 차가운 것뿐 아니냐? 한빙신마공(寒氷神魔功)을 익혔다지만, 어째 그 모양인지. 쯧쯧.”
“풍후괴신공(風吼怪神功) 때문에 절제력을 잃어버린 네 녀석보다는 낫다.”
동천군. 그리고 원천군.
혈선십천군 중 둘이나 이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두 명의 주변으로는 시체가 무수히 많이 늘어져 있다.
절반은 갈기갈기 찢겨진 모습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얼어붙어 있다.
그 사이로 혈선교의 강시와 교도들이 사방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흥! 네놈과 입씨름할 시간 따위 없으니 그만두지. 혈선께 바칠 제물이 수두룩하니까!”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말도록. 혈공계로 진법을 잠시 멈추었을 뿐임을 잊지 마라. 반 시진. 그것뿐이다.”
“내가 바보인 줄 아느냐!”
“임무를 잊지 말도록. 우리의 임무는 시간을 끄는 것이다. 반선의 씨앗을 잡기 위한 시간벌이가 우리의 목적임을 명심해라.”
“네놈이나 실수하지 마라!”
후우우웅!
거한의 몸 주변으로 바람이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그러자 그의 몸이 둥실 떠올랐다.
바람 그 자체를 조종하는 것 같은 모습은 퍽 놀라운 것이었다.
“하하! 나 먼저 가겠…… 음!?”
허공을 질주하려던 동천군을 향해 멀리서부터 어마어마한 속도로 무언가가 날아든다.
그것은 하나의 강기.
무섭게 소용돌이치며 날아온 강기가 그를 후려쳤다.
콰쾅!
그러나 동천군 역시 두 손을 들어 강기를 형성하여 그 강기를 막아냈다.
하지만 그 대신 그의 몸이 허공에서 땅으로 밀려나 내려섰다.
별다른 피해를 입지는 않았으나, 강기가 서로 충돌해서 만들어낸 충격파는 주변을 뒤집어 버리기에 충분했다.
“크으! 이제야 제대로 된 환영 인사를 받는구만!”
동천군이 가면 속에서 즐거운 듯이 웃는다.
그런 그의 앞에 한 명의 사람이 사뿐히 내려섰다.
“다시 말해 보거라.”
달빛을 받아 은백색으로 반짝이는 머리카락이 유난히 돋보이는 미남자.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외모를 지녔으나,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이 나오게 만드는 외모의 소유자.
백린의선 제갈린.
그가 시리도록 차가운 눈빛으로 부채를 든 채 그곳에 서 있었다.
“감히 누구를 잡는다고 했느냐? 다시 지껄여 보아라.”
동천군은 상대를 보고 크게 놀랐다.
“설마 백린의선?”
제갈린은 차분히 답했다.
“반선의 씨앗을 잡는다? 그 더러운 입에서 그리 내뱉었느냐?”
“오오…… 흰 기린이다! 내 거야! 내가 혈선께 제물로 바칠 거다! 원천군! 네놈은 나서지 마라! 기감으로 막고 있어 확실하게 읽히진 않으나… 동정이지 않을까? 거기다 구음절맥! 최고의 제물이야!”
“확실히 매력적인 제물이로군. 동천군 네놈 마음대로 해라. 그러다 죽으면 네놈 팔자지. 쯧.”
그런 동천군에게 질렸는지 원천군은 흩어지듯 사라졌다.
제갈린은 그런 원천군을 쫓는 대신 눈앞의 동천군에게 집중했다.
동천군의 공격을 막아내며 제갈린은 생각했다.
‘무림맹 본단이 너무 혼란하다. 주술이 만연하고, 무림맹의 무인들이 제대로 뭉치지 못하고 있어. 거기다가…… 결국 창왕은 마지막까지 망설였고.’
책사가 아무리 좋은 계책을 건의해도 받아들이지 못하면 의미가 없었다.
시간과 예산, 인력.
창왕은 역대 무림맹주들 중에서 가장 단호한 사람이었으나, 거기까지일 뿐.
여전히 정파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 한편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것이 마지막 한 수를 두는 데 망설임을 주었고 이런 허점을 만들었다.
카앙!
동천군의 공격이 제갈린의 무학에 너무나도 쉽게 막혔다.
카앙!
‘그 말인즉, 배신자가 있다고 봐야겠군. 그렇다면 일단 내가 이놈들을 전부 쓰러트리…….’
그 순간 동천군이 외쳤다.
“네놈 제자도 제물로 바쳐 주마!”
그 말에 제갈린의 눈빛이 변했다.
‘……아니, 다 죽인다. 전부.’
이놈 하나하나가 무당권제와 호적수라고 했던가.
개개인의 역량 차는 조금씩 있긴 하나…….
어쨌든 그 말을 들은 이상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 * *
요천군.
혈선십천군 중 일인이며, 그 무위는 권제와 싸웠던 금천군보다는 아래라고 판단되지만 위험한 능력을 몇 개나 가지고 있어서 더욱 까다롭다.
‘가장 위험한 것은 낙혼화(落魂火)와 흑각사. 하지만…… 나한테 낙혼화를 쓰지는 않을 거야. 그리고 나라면 흑각사의 독을 완전히 해독은 못 해도 어느 정도 견디는 게 가능해. 그러니까 그걸 믿고 내가 전위를 맡는다.’
낙혼화.
요천군의 가장 위험한 주술 중 하나.
혼에 타격을 주는 주술로서, 평범한 사람은 이것에 맞는 순간 혼이 뜯겨져 나가며 사망한다.
무공 고수라면 내공으로 이를 견디어 낼 수 있지만, 그만큼 내공이 급격히 소모되고 동시에 가해지는 끔찍한 고통 때문에 위험한 주술이었다.
주술사 중에서도 대가 소리를 듣는 이들만이 이 낙혼화를 술법으로 막아내는 것이 가능했다.
‘내가 죽을지도 모르는 공격은…… 안 하겠지. 이놈들 나를 제물로 쓰려는 것에는 진심이니까.’
어이없게도, 이 녀석들은 진천희를 제물로 바치려는 것에 광적인 집착을 가지고 있다.
정 위기에 몰린다면 어떻게 나올지 모르나, 적어도 그때까지 살초를 최대한 피할 건 자명했다.
싱싱한 제물을 바쳐야 혈선이 즐거워할 테니까.
[현아. 작전은 알겠지?] [알았어. 형의 정보대로라면 우리 둘로 이길 수 없다는 건 이해했으니까~] [다른 둘은 뱀 때문에 바로 접근하기 어려울 거야. 두 녀석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끌어야 해.]매복한 둘은 근처에 있지만, 갑작스레 나타난 뱀들 때문에 단번에 이곳에 도달할 수 없는 상태임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즉 나타났거나, 기습을 했을 테니까.
이 뱀들의 눈을 피해 기습을 하는 건 무척이나 요원한 일이 될 터.
‘원작 여하륜의 평대로 참 성가신 존재네.’
원래라면 여하륜과 요천군의 만남은 한참 후, 여하륜이 화경을 넘었을 때나 싸우게 될 터.
그것을 앞당겼으니 이대로 물리치기만 하면.
요천군이 일으킬 앞으로의 혈겁들도 막게 된다.
‘그래도 무리할 것 같으면 동생들은 모두 도망치게 한다.’
요천군을 쓰러뜨리는 것은 목숨보다 후순위.
우선은 크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놈의 신경을 이쪽으로 쏠리게 하는 게 최우선.
[마음에 안 들지만…… 알았어~]결국 형이 위험부담을 지겠다는 뜻이니 사마현은 조금 불만일 수밖에.
허나, 지금 상황에서 가장 맞는 방법이기도 했다.
‘간다.’
진천희가 앞으로 나섰다.
빙정검을 뽑아들자, 빙정검을 감싸던 공기가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검기가 뭉실뭉실 일어나서 불꽃처럼 타오른다.
그것은 빙정검의 한빙지기와 결합한 진천희의 검기.
불꽃처럼 흔들거리지만 닿는 순간 얼려진 다음 찢겨져 버린다.
일찍이 시령괴마를 처치했던 바로 그 검격의 진화판.
화경이라고 할지라도 외공에 특화된 고수가 아니라면 이걸 맨몸으로 견디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진천희는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는 현경의 고수라고 해도 이 공격에 직접적으로 노출된다면 끔찍한 피해를 입으리라.
팟!
천기미리보로 돌진해 나가며 시린 달빛 같은 검을 횡으로 긋는다.
그 속도는 섬광처럼 재빨랐으나 그렇다고 해서 요천군에게 치명타를 날릴 정도는 아니었다.
“반항하는 거야? 그것도 재미있겠는걸.”
검을 향해 요천군이 오른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이 마치 뱀과 같은 형상을 만들고, 그 손에는 기가 기괴하게 흔들거렸다.
그리고 두 기운이 허공에서 충돌한다.
파직! 파지지직!
빙정검기가 허공에서 정지했다.
‘역시…… 강해!’
내력을 불어넣어 어깨에 힘을 주지만, 검은 한 치도 더 나아가지 않는다.
검기 역시 허공에서 요천군이 뻗어낸 기운과 충돌하며 힘겨루기를 하는 형상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예상한 대로! 부탁한다. 현아!’
진천희의 내심에 호응하듯, 요천군의 뒤쪽으로 돌아간 사마현이 양손을 뒤로 늘어트린 채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요천군에 거의 근접한 상태에서 양손을 채찍처럼 휘둘렀다.
저 손에 붙잡히면 아무리 요천군이라고 해도 무사하지 못하리라.
쩌엉!
그러나 요천군이 왼손을 가볍게 휘두르자, 사마현의 두 손과 충돌하며 굉음(轟音)을 내었다.
충격파가 사방을 뒤흔들고, 사마현의 신형이 뒤로 물러선다.
요천군이 놀란 눈으로 말했다.
“와, 용봉지회에서 보여 주었던 건 거짓이었구나. 너?”
그 일격으로 사마현이 진짜 실력을 숨기고 있었음을 요천군은 파악해냈다.
사마현은 아픈 듯 일부러 이마를 찌푸렸다.
“크. 역시 강하네~ 당신. 요천군이라고 했지? 사사혈독공(邪蛇血毒功)이 과연 강하긴 강하네~”
‘잘한다. 현아!’
가벼운 임기응변 중 하나를 사마현은 사용했다.
심리전!
상대에 대한 정보를 안다고 입을 털어서 혼란을 주는 것.
그렇다고 해서 쓰러트릴 정도로 요천군이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제법 시간을 끌 수가 있다.
시간을 벌자고 꼭 칼질을 할 필요가 있을까?
입을 털어도 시간을 버는 건 버는 거 아닐까.
현대인은 미친 생각을 하며 사마현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사이, 여하륜과 천우가 도착한다면 그나마 승산이 있다.
“그걸 어떻게 알았니? 응? 아가야.”
과연, 혈선교에 배신자가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요천군의 입술이 스산한 곡선을 그렸다.
진천희에게서 눈을 돌려 사마현을 바라보는 요천군.
방심한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는 진천희도 꼼짝할 수 없다.
기운과 기운이 충돌하는 상태에서는 자칫 잘못하면 주화입마에 들 수가 있으니까.
‘즉, 나랑 이런 내공 대결을 하면서도 사마현과 입을 털 만큼의 상대라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