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244
제 244화
그 순간.
휘릭-
놀랍게도 요천군의 몸이 마치 뱀처럼 180도로 돌아가며 진천희를 직시했다.
‘헐, 몸이 뱀처럼 휘잖아?’
원작에서는 약간 팔이 휘는 수준이었으나 이번에는 척추 전체를 이용해 온몸을 기괴한 각도로 꺾는 게 아닌가?
원작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기묘한 형태에 진천희는 살짝 경악했다.
‘사사혈독공의 영향인가? 이거 완전히 뱀 인간이 되는 거네.’
진천희가 경악하고 있는 사이.
요천군이 천지단선에 대응해 곧바로 반격했다.
“크크큭, 이건 못 피하겠어.”
진천희가 퇴로조차도 계산하고 검격을 날린 것을 그 짧은 찰나 요천군은 본능적으로 깨달았고.
결국 요천군은 마지막까지 아껴 두었던 비장의 수를 여기서 꺼낼 수밖에 없었다.
사사혈독공 절학.
혈독강기–!
그것은 진천희라는 제갈가의 병아리에게 보내는 경의였다.
보란 듯이 웃고 있지만 사실 요천군은 어금니를 씹었다.
고작해야 이립(而立)도 안 된 애송이가 천하 십 대 고수에 준하는 자신을 상대로 결국 숨겨 왔던 절기를 끌어낸 것이다.
이만한 치욕이 있으랴!
커다란 뱀의 형상이 찢어진 소매 아래로 튀어나와 천지단선과 충돌했다.
콰르르르릉!
흡사 폭탄이 터진 것 같은 굉음과 함께 두 기운이 충돌하며 흩어진다.
[지금. 가라!]진천희가 틈을 만든 사이.
여하륜이 형의 지시에 따라 곧바로 덤벼들었다. 그리고 여하륜의 좌측과 우측에서 천우와 사마현이 공격을 가해 왔다.
태극혜검(太極慧劍) – 태극만천(太極滿天).
천변검만공(千變檢萬功) – 일변도인장(一變刀刃掌).
천우의 검이 태극의 묘리를 담아 느리게 움직인다.
젊은 도사는 생사의 기로에서 드디어 태극의 끝자락을 밟았다.
혈기대로 움직이고 싶으련만 그 검로는 흐트러짐 없이 여전히 태극.
흡사 무당산이 움직이는 듯 고요하고 중후한 검이 독기를 가르며 나아간다.
그의 검 아래로 사마현이 흡사 그림자처럼 움직였다.
장난기와 변초가 화려하게 섞여 있었으나 심장을 면도날로 긋는 것 같은 서늘함이 담겨 있었고.
그 움직임은 흉불이며 사(死)의 찬미이니, 이 세상을 불사를 광대와도 같았다.
좌우에서 날아드는 절학의 틈새.
그 가운데에서 여하륜은 천마신공의 절학을 담아 일권을 내뻗었다.
천마신공(天魔神功) – 파천권(破天拳).
천마는 말했다. 극한에 이른 무(武)는 결국 하늘조차 부순다고.
그 하늘이 정말 머리 위에 있는 파란색 무언가인지, 아니면 상징적인 뜻인지 여하륜은 모른다.
그저 권 하나로 눈앞의 모든 걸리적거리는 것들을 부순다는 것을 알 뿐.
천살성의 재능이 여하륜에게 올바른 권로를 속삭인다.
본능은 계산을 앞서고, 그렇게 이끄는 살의를 따라 그저 권을 내뻗는다.
하늘을 부수는 일권이 독기를 밀며 전진한다.
세 방향에서 거의 동시에 엄습하는 공격!
그러나 사람의 손은 단 두 개뿐이다.
셋 중 하나는 방어를 포기해야 할 터.
그렇기에 요천군은 과감하게 몸을 던졌다.
촤르르륵!
검은 기운에 용린갑이 호응하여 비늘을 일으켜 세운다.
그 상태로 양손을 뻗어 천우의 태극검혜와 여하륜의 천마신공을 막아섰다.
퍼퍼퍼펑—!
큰 폭음과 함께 여하륜이 인상을 찌푸리며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선다.
그의 손등이 조금 검게 물들었다.
독기에 노출되어 조금 중독된 것.
‘용린갑에 호신강기…… 현이의 공격은 외공과 장비로 버틴 건가. 하지만 내공 소모는 극심한 것 같아. 당연한 일이겠지.’
진천희는 냉정하게 다음 수를 짜낸다.
그동안 요천군의 몸 주변에 불꽃이 피어오르더니 쏜살같이 세 명을 향해 날아갔다.
낙혼화!
요천군의 주특기가 펼쳐졌다.
그러나 낙혼화에 대해서는 이미 진천희의 예측으로 철저하게 대비한 상태.
검기 수준의 공격으로 정면으로 불꽃을 꺼트린 것!
퍼펑!
“짜증 나는 것들! 대체 어떻게 그런 파훼법을 준비한 거지?”
낙혼화의 대비책은 둘째 치고 어떻게 자신이 낙혼화로 반격에 들어갈 것을 예측했는지 할 수 없다.
분명 세 놈은 전력을 다한 것처럼 보였다.
허나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공을 남기고, 다음 반격에 대비할 검초를 준비한 것!
마치 끈적끈적한 무언가가 자신을 붙잡고 있는 듯한 기분을 요천군은 느꼈다.
그리고 그놈들 사이로 자신을 아무런 표정 없이 바라보고 있는 푸른 안광.
반선의 씨앗의 저 서늘한 눈이 더욱 신경을 긁게 만든다.
요천군이 이번에는 천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천우의 검이 태극을 그리며 만전의 태세를 만든다.
카카강-!
요천군의 양손과 천우의 검이 얽혀 들어가 불꽃을 만든다.
그 순간, 요천군은 보았다.
진천희의 청빛 망막이 여하륜을 향하는 것을.
그와 동시에 여하륜이 가까이 다가와 발을 올려 내리찍는다.
쩌엉!
그것을 막아내는 요천군의 손.
그 찰나, 이번에는 사마현이 간격 안으로 들어와 옆구리를 향해 손을 날린다.
콰지직!
그 순간, 요천군의 눈이 커진다.
“젠장, 용린갑이……!”
용린갑이 뜯겨져 나가는 것과 동시에 진천희의 잔상이 흩어지듯 사라졌다.
제갈가의 천기미리보.
검법보다 유명한 이 보법은 적의 사각을 파고들어 유리한 방위를 점한다.
그러나 요천군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
“꽤나 머리를 굴리는구나.”
쉬릭.
요천군의 팔이 뱀처럼 늘어나더니 여하륜의 발목을 휘어 감았다.
“큭!”
치이익!
독기가 피부로 깊이 침투한다.
여하륜은 급히 쌍장을 뻗어내서 장력을 내갈겼다.
콰앙!
요천군의 흉부에 장력이 충돌해 폭발한다.
그 때문에 요천군이 팔을 놓아 주고 뒤로 물러서지만 여하륜은 독기가 퍼지는 것에 계속 저항해야 하니 왼쪽 다리에 제약이 생겼다.
“아하하핫! 내 독기는 제아무리 마교라 해도 해독이 쉽지 않지. 네 녀석이야말로 오늘이 제삿날이 될 것이다!”
요천군은 다시금 여하륜을 향해 손바닥으로 강기를 투사했다.
여하륜을 가장 먼저 처리하겠다는 집념.
여하륜이 독기를 억누르며 방어로 돌변하자, 천우가 따라붙어 옆에서 같이 요천군의 공격을 방어했다.
그사이, 진천희의 검격이 시야의 사각에서 날아온다.
허나 진천희의 공격은 뱀들이 몸을 날려 주인 대신 희생하며 막아냈다.
그 독한 모습에 혀를 내두르며 진천희는 생각했다.
‘나는 황구한테 절대 저런 거 못 시킨다!’
짐승은 잘못 없다. 사람 싸움에 끼는 것도 걱정되어서 죽겠는데 저런 위험한 짓까지는 시키는 건 상상도 못 하겠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찰나의 감상.
진천희의 검로는 바로 다음 검격으로 이어간다.
하나의 검격이 수십 개의 검로로 불어나고.
검로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해답을 찾아 내리꽂혔다.
차차차창!
순식간에 수십 번의 공수가 이어졌다.
일각도 지나기 전에 이어진 공방으로 인해 주변이 순식간에 초토화가 되었다.
콰쾅!
건물이 무너지고 천장이 박살난다.
땅에 추락하면서도 진천희는 수백 개로 갈라진 잔해 사이를 피해 올바른 검로를 날린다.
그것은 여하륜도, 진천우도, 사마현도 마찬가지!
또한 그들의 적인 요천군도 그러했다.
다섯이 서로를 향해 죽음을 담보하며 계속해서 사선(死線)을 그려 나갔다.
죽음의 화가들이 혈로 사이를 달린다.
적의 살점을 취하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살의(殺意) 속을 스쳐 지나가며 다시 새로운 죽음을 검으로 덧칠한다.
‘이것으로…… 전부 알았다!’
진천희의 청빛 망막이 한순간, 더욱 차갑게 침잠했고.
현원전단신공의 공능.
사고 가속, 절대 기억!
여기서 나아가 심무절기를 완성하면 스승님인 제갈린처럼 무의예지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아직 무의예지까지 닿지 못한 진천희는 다른 편법을 사용했다.
절대 기억을 통한 암기!
진천희는 그저 외웠다.
요천군의 동작과 독의 방향과 내공의 습관을, 그 모든 것을 그저 외우고 외우기만 했다.
그의 동공 방향, 움직이는 손끝.
사소한 말버릇.
거기에 끝없이 밀려오는 뱀들의 움직임까지.
게걸스럽게 정보를 먹어치운 뇌가 그것들을 하나하나 소화시킨다.
[다음 작전은…….]진천희는 함정을 준비했다.
진천희는 양의신공을 이용해 뇌를 둘로 나누어 표면 행동과 심상 행동을 정해 각기 다르게 움직였다.
이 정도로 뇌를 쓰면 무당의 도인이라도 자아가 둘로 갈라질 것 같은 통증을 느낀다.
그러나 제갈가의 현원전단신공은 사용자를 결코 미치게 하는 법 없이.
온전히 광기 속에서 답을 찾도록 인도한다.
진천희의 인도에 따라 동생들이 움직인다.
표면 행동을 통해 요천군의 모든 무공을 끌어내며, 그 정보를 닥치는 대로 삼켜 댔다.
그동안 또 다른 진천희의 뇌는 심상 사고를 통해 정리하고, 분석하며, 마침내…… 파훼법을 완성시켰다.
두 개의 사고 회로는 충돌하는 법 없이 한 가지의 목적만으로 내달렸다.
그 목적.
[지금부터 뱀을 사냥한다!]수십 번의 공방 속에서 진천희의 검로는 망설임이 없었고.
[낙혼화는 강기와 동시에 사용하지 못해. 요천군의 속도는 우리보다 기이할 정도 빠르지만 그것뿐. 한 번에 우리 넷의 공격을 막는 것은 불가능. 뱀의 공격으로 그것을 보완하고 있고, 독기를 사용해 무공을 제한시키고 있지.]까다로운 상대다.
[요천군의 모든 무공은 상대를 중독시켜 쓰러트리는 게 그 근간으로, 그것을 역으로 이용한다면.]진천희는 계속해서 전음을 이어 나갔다.
그랬다. 4대 1.
요천군이 천하 십 대 고수에 비할 절세 고수라지만, 이쪽 병아리들도 쉽게 당할 상대가 아니었다.
모두가 초절정에 다다랐고, 여하륜은 일시적으로 화경의 힘까지 이끌어 낼 수 있는 터.
거기다가 여차하면 진천희 자신이 몸에 올 부담을 감수하고 심무절기를 끌어내는 방법도 있다.
여기에 뇌진과 황구를 이용해 흑각사를 봉인시켰으니.
지금 상태는 백중지세.
누구라도 불가능하다 생각하는 그 일이 지금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진천희는 파훼법을 설명하고는 이제 작전을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내가 틈을 만들겠어.] [……형이 미끼가 되겠다고~? 미쳤어?]역시 사마현이다. 한 번에 눈치를 깠다.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은데요.]낙혼화를 막아 내며 천우 역시 한 수 거든다.
[형은 내 손가락만으로는 만족 못 하나 보군.]손가락? 그게 무슨 소리지?
남은 둘에게서 약간 전음이 멈춘다.
어쨌든 이 틈에 진천희는 빠르게 전음을 날린다.
[내 말 잘 들어 봐. 일단 듣고 판단해 봐.]뱀과 독기를 베어 내며 진천희의 검의 잔상이 수십 개로 부풀어 오른다.
할 말을 다 끝낸 진천희가 말했다.
[……알았지? 원래 가장 위험한 일은 큰형이 해야 해. 그럼 시작!] [아니, 저는 한다는 말도 안 했…….]동생의 반론은 받지 않고서 진천희가 검을 크게 휘둘러 자신의 주변으로 원을 그렸다.
스걱!
검기가 파도가 되어 주변을 휩쓴다.
현기를 띤 검로가 순식간에 진천희를 중심으로 사방 십 장 범위 내의 뱀들을 전부 토막 쳤고.
순간적으로 뱀의 벽을 끊어 낸 그 순간, 진천희는 망설임 없이 요천군의 등을 향해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