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248
제 248화
027. 일상을 잇다
“으아아아! 스승님. 이건 너무 과합니다아아!”
“뭐가 과하다는 것이냐, 희야. 네가 앞으로도 화경의 절대 고수들에게 몸을 들이밀고 살아남으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단다.”
그랬다. 진천희는 돌아오자마자 스승님이 만든 지옥 훈련 플랜을 시작했다.
제갈린이 직접 만든 절세진법 안에서 유호의 특제 목인 마크 투와 격하게 싸우는 중이다.
이놈의 유호 놈은 진천희와 헤어진 이후로 랩실에서 하라는 배양은 안 하고 진천희 쥐어 팰 목인 연구만 했는지 기똥차게 아프다.
‘헛, 왼 주먹은 페인트였냐?’
파바바박!
순식간에 불어난 오른 주먹이 진천희를 곤죽으로 만든다.
그랬다. 스승님이 만든 절세진법 안에서 진천희는 약화되고 목인은 강화된다.
거기다가 어쨌든 도련놈을 죽인다는 살의를 담아 만든 이 목인들은, 목인 주제에 진법 안에서 이화접목의 무학을 발휘하여 진천희의 왼팔을 탈골시킨 적도 있다.
‘단순히 빠르고 강하게 때리는 것뿐만 아니라 주먹 하나하나에 무학이 담겨 있네. 미친…… 저 목인 안에 유호가 들어 있는 거 아니야?’
등에 있는 지퍼를 열면 유호가 뾰로롱 나오는 거라면 차라리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진천희와 혈투 아닌 혈투를 벌이고 있는 목인 뒤로는 다른 목인들이 줄을 서고 대기 중이다.
진천희가 상대하고 있는 목인이 권사 타입이라면.
그 뒤에는 창, 도, 궁, 검, 죄다 무기 하나씩 꼬나 쥐고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아주 그냥 맛집 기다리는 손님들이네.’
이렇게 목인들에게 인정사정없이 두들겨 맞으며 느끼는 점이라면.
유호…… 다양한 무공들을 알고 있구나.
그리고 정말 진심으로 날 패고 싶었구나.
교수와 대학원생의 관계란 결국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수라장인 법.
‘그래. 유호, 이렇게 날 패서라도 우리 연구가 성취를 보인다면 그 또한 받아들일 수 있어. 랩실에만 계속 있어 줘. 유호!’
박사 학위도 없는 이 시대에 유호가 미친 척하고 날아가 버린다면 진천희로서는 잡을 방법이 없다.
다행히 유호가 랩실에서 함께 몸을 가는 건 스승님에 대한 충성심, 그리고 이제까지 해 온 짓이 아까워서라도 끝을 봐야겠다 싶은 2% 정도의 광기.
그리고 진천희에 대한 0.00000000……1%의 미운 정 때문이 아닐까.
‘그래도 가장 큰 건 스승님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겠지.’
동기야 아무래도 상관없다.
이 목인들에게 처맞으며 진천희는 화경의 고수와 싸우는 법을 익힐 거고, 유호는 스트레스를 풀 거고.
아침이 되면 다시 함께 인류의 진보를 향해 노력할 것이었다.
강호의 교수와 영구 대학원생의 관계란 그토록 미친 것이었기에.
“희야, 또 다른 생각을 하는구나. 너를 위해 이 스승이 건곤금강공을 구해 오지 않았느냐? 부지런히 익히려무나.”
과연 스승님, 목인을 상대하며 잠깐 양의심공으로 딴 생각을 한 걸 귀신같이 눈치채셨다.
“건곤금강공이 대단한 무공인 건 알겠습니다만…… 익힌 지 얼마나 되었다고 실전 연습입니까, 스승님!”
“하하하, 싫으면 잠자코 유폐당하는 게 어떠니? 차근차근 자세 하나하나 익힐 때까지 말이다.”
당장의 고통에 져서 알겠다 했다가는 최소 삼 년은 유폐 확정이다.
건곤금강공.
외공의 최고봉은 소림사의 금강나한신공. 그것을 최고로 친다.
극한까지 익히게 되면 금강불괴가 되며 흡사 금강석처럼 몸이 단단해져 검기도, 검강도 막아낼 수 있다고 들었다.
그런 금강나한신공을 경험한 어느 도가의 고절한 도인이 만든 게 건곤금강공.
상청파(上淸派)라고, 이제는 멸문한 도교 문파의 진실절학이다.
건곤금강공은 건곤이기(乾坤二氣)를 이용해 육체를 단련하는데, 건곤이기는 현대식으로 쉽게 말하면 하늘과 땅의 기운.
그러니까 천지쌍기를 뜻하고, 이것은 즉 태극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 뿌리부터 지극히 도교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성능 하나는 확실해.’
용봉지회가 끝나고 석 달간 이걸 수련 중이다.
팔이 완전히 낫자마자 이제는 본격적으로 실전 연습까지 겹하고 있다.
덕분에 과거에 익혔던 외공까지 합쳐져서 이제는 검기도 수월하게 견디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기는 했으나.
이 세상에 장점만 있는 무공은 없듯 이 무공에도 큰 단점이 있긴 했다.
이것을 수련하는 동안에는 내공이 전혀 늘지 않는다는 것.
얼핏 최강일 것 같은 이 외공의 핵심 원리를 뜯어보면, 내공으로 모을 것을 외공에 쏟아부어 육체를 강화시킨다는 게 기본 개념이다.
외공에 쏟는 내공의 양만큼 외공도 더 빨리 성장한다는 건 물론 좋은 일이겠지.
허나, 대성을 하는 건 그냥 내공만으로는 불가.
그 무학에 대한 깨달음을 필요로 하는 터라 대성이 아닌 십 성까지 수련하는 게 목표라 할 수 있다.
‘십 성까지 반년 안에 수련 완료가 목표던가…… 아고고, 다른 사람들이 들었으면 미쳤다고 하겠네.’
이만한 무공을 반년 단기 숙성이라니.
개소리도 이런 개소리가 따로 없다.
그러나 진천희는 빨리빨리의 한국인이었고.
그의 피에는 2G를 참을 수 없는 민족의 얼이 담겨 있었다.
스타X래프트가 민속놀이인 그 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무튼 빠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피의 부름에 따라 진천희는 완치 후 본격적인 수련을 시작한 지 한 달.
한 달 만에 사 성의 성취를 얻는 기염을 토했다.
본래 익힌 외공과의 상성도 좋아서 이제 검기 정도는 견딜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유호! 고마워! 매일 진심을 담아 때려 줘서 고마워! 와하하하! 세상에, 목인이 통배권의 묘리로 주먹을 날리네. 와하하학!!!!!!’
교수는 미친 생각을 하며 오늘도 수련에 매달렸다.
* * *
수련을 마친 진천희는 가볍게 몸을 씻고 스승님의 서재로 향했다.
스승님의 서재에는 평소보다 많은 서책들과 서신들이 쌓여 있었다.
유호는 그 옆에서 스승님의 시중을 들었는데 스승님이 남겨 두라는 것과 태우라는 것을 분류했다.
“수련이 쉽지 않을 텐데 그래도 잘 견디는구나.”
“헤헤헤헤.”
“쯧, 웃지 말거라.”
제자가 해맑게 웃자 스승님은 작게 혀를 찼다.
어지간한 강골도 나가떨어질 정도의 수련을 매일 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제자는 어떻게든 견뎌 나가며 성취를 이루고 있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며 스승은 마음이 복잡해졌다.
“단 한 번도 포기하지를 않는구나. 너는.”
조금이라도 망설이는 기색이 보인다면 그것을 핑계로 유폐라도 시키련만, 제자는 자신이 걸어가는 길이 어떤 길인지 알면서도 멈추는 법이 없었다.
그 모습이 속상하면서도 안쓰러운 건.
단순 친우나 가족을 넘어서 사제지간이기 때문이겠지.
제갈린은 그리 생각하며 진천희의 한쪽 팔을 바라보았다.
사사혈독공에 당한 상처는 거의 다 아물어서 희미한 반점 정도만 남았다.
그 반점도 조만간 전부 없어지겠지.
그러고 나면 이 아둔한 제자는 그런 일은 없었다는 듯이 또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내던지려 하겠지.
“백환후 출신 아이들이 강호에 관심이 많더구나.”
사마현을 도우며 백환후를 시작했다.
이곳은 현대 지구보다 성인이 되는 나이가 더 빠르니 오히려 늦은 이야기다.
“무인이 되겠군요.”
“비록 의지할 곳이 없어 백환후에 몸을 의탁했다고는 하나, 전부 사연 있는 무가의 아이들이었으니 다시 무인이 되겠지.”
진천희가 쓰게 웃었다.
“다른 직업은 안 하겠죠?”
“희야. 강호에서 힘은 절대적인 법이란다. 한번 무예를 익힌 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칼밥을 먹겠지.”
사마현이 이상한 거지, 보통은 그게 맞다.
“그런 무인들을 위해 표국 쪽 일을 알선해 주긴 했죠.”
“그래. 비교적 안전한 일들 중심으로. 허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
많은 무인들이 강호에 나간 첫해에 사망한다.
긴장을 했을 수도 있고, 일순 죄책감이 들어서일 수도 있고, 순진해서 속아서일 수도 있다.
‘비교적 안전하다’는 뜻은 다른 일에 비해 낫다는 뜻이지,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제갈린이 피식 웃었다.
“뭐, 그러다 보니 강호에 관심이 많은 자들은 우리 쪽에서 직접 거두기로 했단다. 단순히 표국 알선이 아닌, 직접 고용이지.”
스승님은 세력을 확장한다 했다. 그 일환일까.
제갈린은 제자의 표정이 무거워지는 것을 찬찬히 살핀다.
이윽고 한마디 덧붙였다.
“뭐, 여기서부터는 자선사업이 아니란다. 희야.”
그 말에 진천희가 화들짝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고 있어요.”
“물론 의원의 치료나 상비약 같은 지원을 받을 수 있을 테니 표국 일보다는 낫겠지. 허나 검을 들고 무인이 되기로 결심한 이상 안전한 일도 아닐 터란다.”
이리도 오랫동안 강호밥을 먹었어도.
제자는 아직 강호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것은 진천희라는 자의 본질이 무인이 아니라 의원이기 때문이겠지.
강호 의원으로 살아가는 제갈린이 가지고 있는 모순을, 제자라고 피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통솔은 궁귀가 할 거란다. 궁술에 관련된 무공도 익히게 될 터이니 스승이라고도 할 수 있지.”
“궁귀 어르신이요?”
“활은 생각보다 좋은 무공이란다. 숫자가 많을수록 더욱 위력적으로 변하지. 경공으로 빠르게 이동해 궁격을 가한다. 그것만으로도 일반적인 무인은 상대하기가 몹시 어려울 거란다.”
그 말에 진천희의 망막에 푸른빛이 스쳐 지나간다.
“허나, 강시는요?”
제자는 그 한마디에 바로 제갈린이 만들려고 하는 부대의 약점을 찾아냈다.
강시는 고통을 느끼지도, 멈추지도 않는다.
화살이 날아오든 말든 움직이는 벽이 되어 단숨에 거리를 좁혀서 공격하면 패퇴는 자명했다.
“네가 집필한 파훼법을 바탕으로 궁법에 걸맞게 개량했단다. 거기에 특별한 철화시(鐵火矢)를 구비할 예정이지.”
과연, 스승님. 그 부분도 미리 안배하신 모양이다.
진천희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잠깐 의문이 생겼는지 되물었고.
“허나 철화시는 가격이 상당하지 않나요? 거기다가 재활용도 쉽지 않아 사실상 비용 처리가 힘들 텐데요.”
역시 제자는 그쪽 계산도 벌써 검산이 끝난 모양이다.
스승이 답했다.
“현재 백린의각의 재정은 네가 오기 전에 비해 약 다섯 배가량이 증가했단다. 그중 일부는 백환후나 연구, 유지 비용 등으로 사용하고 있고, 절반 이상을 쟁여 놓고 있는 상태지.”
다섯 배?
부술당 각주로서 부술당의 예산이 크게 증가한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전체가 다섯 배나 증가했을 줄이야……!
“여기에 백린신단의 단가를 낮추고 대량생산에도 성공하였으니, 재정은 여기서 더 뛰어오르겠지.”
진천희의 청옥과 온돌도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비누도 이제야 알려지기 시작하여 단순히 향 때문이 아니라 순수하게 씻는 용도로 조금씩 보급되기 시작했다.
앞의 둘보다는 느리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꾸물거리며 성장하고 있는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