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251
제 251화
여기 오기 전에 친우에게 들은 게 있다.
이곳 요금이 막 비싼 건 아니나, 그렇다고 싼 것도 아니라고.
‘값이 미묘해.’
이 돈을 주고 배우자니 뭔가 득 보는 기분이 들긴 하는데, 막상 다 배우자니 돈이 부족하다.
그 사이를 정확하게 찔러서 가격을 맞췄다고나 할까.
‘표사들도 이거 가격 정한 놈 대체 누구인지, 장사 하나는 기똥차게 한다고 했지.’
두진은 최근에 벌이가 시원치 않았었기 때문에, 정급 숙소에서 내공 수련만 죽자고 하기로 한 것.
“오옷! 기가 모인다! 체감이 돼!”
삼 일째.
그는 정급 숙소에서 계속 내공 수련에 집중하고 있다.
“한 달 수련해도 될까 말까 한 수준의 내공이 고작 삼 일 만에 모이다니……. 여기서 일 년만 보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러려면 돈을 더 벌어야겠는걸?”
새삼 명문 세가와 밑바닥 이류 무인의 차이가 뼈저리게 느껴졌다.
당장 경공부터 내공이 소모된다.
검기도 내공이 있어야 쓸 수 있는 거고.
날 때부터 벌모세수를 받고 세가의 절진 안, 가장 축기하기 좋은 곳을 찾아 매일 운기 조식을 하는 놈들을 밑바닥 이류 무사가 따라잡는 건 말이 안 되는 일.
‘이러니 약관이 되기 전에 검기를 쓸 수 있는 거였구나.’
그놈들은 여기보다 몇 배는 좋은 곳에서 좋은 지원을 받으며 살 테니까.
막연하게 다른 세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그 끝자락이라도 맛보게 되니 명치가 쓰렸다.
단순한 질투 같은 것과는 다른 감정.
40년의 시간이 찢어지며 피가 났다.
‘그대로였으면 몇 살을 더 먹은들 발끝도 못 따라갔겠지.’
무당파에서 자란 아이가 불혹이 되면 검기는 물론이거니와 검강의 경지도 노린다고 한다.
자신은 쉰이 되든 예순이 되든, 그리되지 못할 것이고.
당장 그 나이까지 살아남을 자신도 없다.
지금도 몇 번이나 운이 따라서 겨우 살아남지 않았던가.
결국 한숨을 쉬며 새벽 운기조식을 끝내고는 밖으로 나갔다.
‘계속하고 싶어도 돈이…….’
무공을 익힌 강호인이 일반 농민들보다야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돈의 태반이 무기 수리비, 또는 금창약이나 각종 저잣거리 무공 비급을 사는 데 쓰인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돈을 저축하기가 어려운 구조일 수밖에 없다.
‘아침이나 좀 먹으면서 기분을 풀자.’
배에 뜨뜻한 게 들어가면 기분이 풀리기 마련이니까.
그때 무언가 그의 눈에 띄는 게 있었다.
벽에 작은 방(榜) 하나가 붙어 있었다.
[백린의각에서 무인을 모집 중!]그곳에는 간단한 금액과 조건, 자격이 적혀 있었는데.
‘오, 어지간한 상단 호위보다도 좋은걸?’
월봉도 상당하거니와 특히나 각종 상비할 의약품과 치료 의원들을 지원한다는 건 가뭄에 단비와 같았다. 거기다.
[백린의각 소속 무인은 연무 도시 이용 혜택!]저거다.
저거라면 계속 이곳에서 성취를 노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
문득 주변을 돌아보니 주변에 있는 다른 무인들이 모두 이글거리는 눈으로 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경쟁 엄청 세겠는데……?’
그래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 * *
진천희가 고안한 연무 도시는 인력을 갈아 넣어 석 달 만에 완공.
그리고 영업을 시작하고 불과 반년이 지나기 전에 본전을 뽑고 흑자로 돌아섰다.
“아니,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백린의각이 미쳐서 허공에 돈 태운다고 다들 손가락질을 했는데…….”
“친분 있는 인맥 몇이나 겨우 협력 상단으로 들어가지 않았소?”
다른 상단들 모두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것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지금 연무 도시는 연일 만원사례. 심지어 들어가기 위해 대기표를 받아서 이틀가량을 기다린다오.”
“그리고 금혈방에서 그 이틀 묵어야 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임시 객잔을 세웠고.”
과연 금혈방이었다.
직접적으로 숟가락을 얹지는 않았으나 대기표를 받는 사람들이 쉴 객잔을 급하게 근처에 지었고, 점소이들과 매담자들을 이용.
‘연무 도시 예습 교육’이라는, 시간 안에 가장 효율적으로 연무 도시에서 수련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서 팔았다.
한마디로 교습을 받으러 가는 곳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또 교습을 하는 ‘교습의 교습’을 하는 상황.
그러나 잘~ 팔렸다.
어차피 대기 순번 올 때까지 할 게 없는 무인들은 뭐라도 해 보자 싶어서 거기에 돈을 태웠고.
금혈방은 협력 업체도 아닌 주제에 꼽사리를 껴서 돈을 벌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진천희는 연무 도시의 규모를 확장하기 위해 대규모 공사를 지시했고.
공사를 위해 많은 무인들과 상인, 표사, 인부들이 고용되어 주변의 경제를 활성화시켰다.
이렇게 나오자 금혈방은 급히 객잔을 인부들을 위한 임시 숙소로 개조하고 노점을 운영해 주먹밥을 팔았다.
아무리 봐도 이 개조 속도부터 아이디어 전환까지 사마현의 냄새가 나는데 진천희는 모른 척하기로 했다.
진천희는 기다렸다는 듯 미리 매입해 둔 주변 토지들을 하나씩 개발하여 연무 도시에서 일할 백린의각 사람들을 위한 소도시를 조성했고.
첫 번째 분점을 착실히 준비해 나갔다.
연무 도시 이 호점.
진천희가 영약 캐는 김에 근처 은광도 매입해 놨던 그곳.
마침 이 호점을 만드는 김에 ‘우연히’ 은광을 발견할 계획이다.
또한 그 근처에서 무인들이 수련을 하게 될 터이니, 제아무리 마교 재무팀이라고 하더라도 그 은광을 약탈하겠다고 대놓고 사람을 풀지는 못하게 될 터.
무인들은 수련하러 왔다가 저도 모르게 은광 보초를 서게 되는 셈이니 실로 악랄한 계획이었다.
일 호점과 이 호점에 들어오는 물자들과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 덕분에 경제 규모가 수직 상승하기 시작했다.
물류가 움직이니 돈이 움직이고, 돈이 움직이면 사람들도 움직인다.
그것은 하나의 세력이 되기 충분했다.
그렇게 시작된 백린의각의 움직임은 강소성(江蘇省) 전체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확실히 월봉은 백린의각이 제일 아니오?”
“하모, 거기다 다쳤을 때 치료도 빠르고 위로금도 따박따박 주기로 유명하고.”
“주변에 힘깨나 쓰는 무인들은 다 거기 지원했다오.”
“……하… 나도 지원했는데 아주 죽겠네. 그렇지 않아도 딸이 아픈데…… 백린의각 소속이 되면 가족 의료비도 크게 지원해 주지 않나. 그간 애비 노릇 한번 제대로 한 적이 없는데 제발 붙어야 할 텐데.”
그 말에 동료 무인들이 술잔을 들었다.
“방 형은 꼭 붙을 거요.”
“맞소. 내 주변에 방 형만큼 괜찮은 무인을 본 일이 없소!”
“그리 말해 주니 고맙네, 동생들……. 내 꼭… 붙고 말겠네. 우리 딸을 위해서라도 내 꼭 붙고 말겠네.”
쨍!
그렇게 무인들은 술잔을 부딪쳤다.
마치 마지막 물방울 하나가 잔을 넘치게 하듯.
어느 한순간을 넘기니 백린의각의 이름이 삽시간으로 불기 시작했다.
본래 강소성에는 구파일방이나 팔 대 세가, 혹은 사도팔문에 준할 만큼 거대하고 유명한 문파가 존재치 않았고.
적당히 고만고만한 문파들이 난립하는 지역.
백린의각은 무문으로서 활동하지 않았기에 강소성이란 언제나 적당히 혼란하고 적당히 균형 잡힌 그런 지역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강소성이 점점 백린의각의 세력에 편입되기 시작한 것은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일이었고.
백린의각에서 필요로 하는 물자를 조달하기 위한 조직이 생겨나, 그들을 호위할 무인들이 배치되기 시작했다.
연무 도시를 통해 수급된 가지각색의 무인들 덕분에 무인의 수는 금세 충원되기에 가능한 일.
“백린의각에서 보유한 무인의 수가 일천 명이라는 소문이 있다네.”
일천(一千).
그 말에 다른 무인들도 눈을 홉떴다.
“그건 강호에서 대문파라고 부르는 수준 아닌가?”
“그러기에는 다른 명문 대파들에 비하면 절세고수의 숫자가 부족하긴 할 걸세. 대다수가 일류에서 이류 정도인 무인들 아닌가.”
술병에 술이 찬다.
꼴꼴꼴-
술 차는 소리를 즐거이 들으며 다른 무인들이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숫자가 가지는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다들 알 걸세. 머릿수가 많으면 어쨌든 강할 수밖에 없지.”
“동의하네. 거기다 백린의선 본인만 해도 천하 십 대 고수에 견준다는 소문이 파다하고, 아, 아래에 있는 제자 백의광료…… 아니, 백의신룡도 상당한 무위를 보였지 않나.”
그 말에 가장 나이 많은 무인이 작게 중얼거렸다.
“백린의각은 어디로 가는가.”
그동안은 각주 백린의선의 죽음만 기다리던 곳이었고.
세를 늘리려는 시도도, 그러한 야망도 보이지 않아 왔다.
백린의선이 사망하고 나면 산산이 흩어질 것은 모두가 다 예측했던 사실.
그러나 백린의선은 살아 돌아왔다.
강호의 판도는 그렇게 변하기 시작했다.
* * *
제갈린은 오늘도 보약을 마셨다.
화기를 과하다 싶을 만큼 압축해 넣은 탕약으로, 보통 사람들에게는 독이나 다름없으나 그에게는 이게 약이다.
“적어도 삼천(三千), 많으면 오천까지. 그리고 그들 중 절반은 무리해서라도 내공의 수위를 반 갑자로 맞출 예정이란다.”
스승님은 한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몇 가지 시험을 통해 인성과 충성심을 확인하고, 쉽게 익힐 수 있으면서 효과적인 상승무공을 가르쳐 전력화를 해야겠지.”
후룩-
펄펄 끓는 탕약에 혀가 데는 법도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삼키신다.
진천희가 답했다.
“무섭네요.”
스승님의 계획이 무섭다는 것인지, 아니면 한여름에 펄펄 끓는 탕약을 물처럼 마시고 계시는 이 광경이 무섭다는 건지 알 수 없으나.
아무튼 진풍경이기도 했다.
진천희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무인들은 좋아하겠군요.”
“그러겠지. 상승무공을 익힐 수 있는 기회이니.”
밖에는 벌써 매미가 울기 시작했다.
이번 여름은 유독 더운 터라 쓰러지는 노인 환자들이 늘었다.
그냥 더운 것도 아니고 습하고 더우니 마치 한증막에서 버티고 있는 듯한 기분.
그나마 밤이 되어야 조금 선선해지는 수준이나, 그래도 더운 건 매한가지다.
스승님은 이 더위 속에서 온돌을 때고, 겨울옷을 입고 계신다.
그럼에도 스승님 근처의 공기가 몇 도 더 낮게 느껴지는 것은.
그만큼 내력이 증진되셨기 때문이겠지.
“지난번 동천군과의 전투로 깨달음을 얻은 건 좋으나, 하필 빙공의 깨달음을 얻은 게 문제로구나.”
“혹시 오행이 깨지는 건……?”
“이제 와서 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단다. 네가 가슴에 심어둔 화진은 여전히 잘 지키고 있으니까. 다만 한기를 배출하고 있다 보니 이리되긴 하는구나.”
스승님과 진천희 사이에는 아득한 무의 깨달음이 존재한다.
화경과 현경의 거리가 얼마나 아득한지 알기에 진천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혈색도 엄청 좋으시고.’
신기하긴 하다.
옛날보다 더 한기를 뿜고 계신데 혈색은 더 좋아지셨다.
그게 어떠한 무학의 과정인지 진천희로서는 짐작할 수 없으나 건강적인 면에서는 날로 좋아지고 계셨다.
더운 계절. 스승님 곁이라 이상하게 공기는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