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261
제 261화
“그보다 이번에는 양고기를 이용해 구이를 하죠. 옥수수와 고구마도 같이 넣어서 구우면 풍미가 좋을 겁니다. 아, 선인장 열매도요.”
“오오오오! 그렇지 않아도 잔뜩 가지고 왔소.”
“거기다가 산양유를 이용해서 스튜…… 아니 국을 만들면 사막의 풍미가 배가 되겠죠.”
“말만 들어도 군침이 돋는구려!”
땅을 판 다음, 커다란 돌들을 넣어서 불을 지펴 돌을 뜨겁게 달군다.
여기에 물을 부어 그 증기로 고기를 익혀 먹는 게 ‘삼굿구이’.
뜨거운 돌 위에 쑥을 올려서 그 향을 덮기도 했다.
진천희 어릴 때, 옛날 동네 어르신들이 가끔씩 해먹곤 했는데 요즘에는 이렇게 해서 먹는 곳이 흔치 않아졌다.
진천희는 천과 나뭇잎을 이용해서 삼굿구이를 할 생각이다.
거기다 돼지나 닭 대신 간이 잘 된 양고기를 쓸 생각이고.
거기에 교역지에서 사 온 고구마나 감자, 옥수수, 각종 열매도 포장해서 넣고.
현대라면 쿠킹호일을 사용해 포장하지만 풍미는 이쪽이 더 낫다.
‘수증기가 밖으로 안 빠져나가는 게 관건이지. 이건.’
또한 음식에 모래가 들어가지 않게 잘 감싸는 것도 관건.
그건 과거 만년화리의 내단을 보관했듯 화생기를 이용해서 진흙을 굽는.
약간의 편법을 쓸 생각이다.
무엇보다 음식을 층층이 쌓아 덮고. 그 옆에 모닥불로 캠프파이어를 하는 게 보는 맛이 있다.
‘그래. 사막은 삼굿구이지.’
진 교수는 그렇게 대한민국 강원도 전통 조리법을 다른 세계 사막에서 펼쳤다.
표두님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오오, 예전에 서장 쪽 상단이 이것과 비슷하게 조리했는데 맛이 끝내줬지.”
삼굿구이와는 다르지만 남미에도 비슷하게 하는 캠핑 음식이 있다고 들었다.
이 세계에도 있는 모양이다.
진천희는 그렇게 삼굿구이를 준비하고 장작에 불을 붙였다.
화르르륵!
불, 지열, 수증기가 만들어내는 마법.
“오오오오!”
사막의 밤이 뜨끈뜨끈하게 올랐다.
그때였다.
“표두님, 누가 오고 있습니다!”
해도 거의 다 저물고 있는 이 밤중에, 그것도 이 사막에 누가 온단 말인가?
아니나 다를까, 먼 곳에서 횃불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적, 마적이다! 마적이 오고 있다아!”
진천희는 달려오는 횃불 무리들을 한 번, 익고 있는 강원도식 삼굿구이를 한 번씩 번갈아 보았다.
‘이 새끼들이 감히 밥 하는데 방해해?’
모닥불에 의해 땅 속 양고기, 양고기 육수가 스며든 감자와 옥수수, 고구마 향이 벌써 풍겨 오기 시작했다.
표국 무사들 모두가 무기를 꼬나 쥐고 마적 떼와 싸울 준비를 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진천희는 분노 속에서도 침착함을 발휘하며 외쳤다.
“제가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예방은 언제나 치료보다 우선인 법.
이렇게 된 거 누군가 목숨을 잃기 전에 분쟁을 끝내는 게 참의원으로서의 일 아닐까.
진천희의 두 눈이 의사로서의 의지로 빛나고 있었다.
* * *
혈풍사(血風沙).
마적단의 이름이다.
모래사막의 피바람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 마적단은 다두 왕국의 유목 민족과 한족이 적당히 섞인 이들이었다.
이 시대에 국경을 뛰어넘는 환장할 콜라보라 할 수 있는데.
더 환장할 부분은 화 제국과 다두 왕국 사이를 오가며 약탈을 해서 관리들의 두통을 유발하고 있다는 거다.
화 제국에서 군대를 이끌고 다두 왕국을 침범하자니, 그건 무력시위가 되고.
그렇다고 다두 왕국 쪽에서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가자니 마찬가지로 제국 상대로 시비를 거는 셈이 되니 골치가 아파온다.
현대식 글로벌 합동 수사가 없는 이 시대에 그렇게 끔찍한 혼종은 탄생해 버렸고.
피해자들도 다두 왕국민들과 화 제국민 양쪽으로.
관할이 꼬이고 꼬인 이 행정 공백 속에서 혈풍사는 날이 갈수록 세가 불어나고 있었다.
여기에 다두 왕국 고유 세외 무공에 제국의 무공도 섞여들었다는 거다.
비록 사파의 무공이나 마적질하기에 쓸 만한 것은 당연.
이러니 혈풍사가 인근에서 적수를 찾을 수가 없을 정도로 흉명을 떨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
그리고 더 흉악한 것은 반드시 습격한 상단의 절반 이상을 죽이고 남은 절반은 노예로 만들어 세외에 팔아 버린다는 거다.
제아무리 황제가 노예를 금지했다고 하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제국 내의 이야기.
세외로 팔아 버리기 시작하면 찾을 길이 없다.
그렇게 혈풍사의 다섯 번째 습격대는 오늘도 먹잇감을 발견했다.
“대주! 천막의 모양도 그렇고 짐을 쌓아둔 모습도 그렇고 표국으로 보입니다.”
“인원은?”
“밤이라 확실치는 않으나 횃불의 숫자로 봐서는 보통 상단치고는 인원이 적어 보입니다.”
“잔챙이인가? 아쉽군그래!”
그 말에 모두가 와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반은 죽이고, 반은 노예로 만들어라! 물건은 모두 다 우리 것이다!”
혈풍사 5호 습격대.
대주의 명령에 따라 모두가 동시에 말을 몰았다.
“이럇!”
* * *
“백의신룡께서 나설 일이 아닙니다! 저희가 상대하겠습니다!”
‘아니, 늦으면 이거 못 먹는다니까?’
음식은 익어만 가는데 속은 터진다.
거기다가 마적과 싸우다 누구 하나는 크게 다칠 텐데…… 밥 먹기 전에 응급처치부터 할 생각을 하니 명치가 답답하다.
한국인은 참지 않기로 했다.
“그냥, 그냥 제가 하겠습니다.”
“괜찮…… 어?”
표두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천희의 잔상이 흩어지듯 사라진다.
컹!
황구와 뇌진은 평소보다 더 털이 곤두섰다.
밥시간을 방해했다는 그 분노가 두 영물을 움직였고.
진천희는 마적 떼들 앞에 섰다.
마적들은 사막 한가운데.
무인이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다가 멈추자 웃음을 흘렸다.
“#@%#$^&~!!”
중원 사람이 아닌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도통 알아들을 수는 없었으나 표정을 보니 일단 대충은 알 것 같았다.
간이 배 밖으로 나왔냐, 가소롭다, 이런 얘기겠지.
아니나 다를까. 마적 떼들이 진천희를 에워싸고 포위하듯 한 바퀴 돌았다.
“@#!#$!!”
말발굽이 모래를 때리며 그 소리가 요란하다.
‘세외에 들어서기 시작하니 유명세도 소용이 없구나.’
대체 왜 은왕야께서는 이 먼 곳까지 와서 정기검진을 하자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때 채찍이 진천희의 목을 향해 날아왔다.
이 지역 마적들이 많이 쓰는 편술로, 채찍으로 적의 목을 휘감고 말로 끌고 다니는 방식이다.
그렇게 하면 제아무리 근골이라도 100미터를 못 가서 목뼈가 부러지고 300미터를 달리면 시체 하반신을 잃는다.
“조심하십시오. 대협!”
휘리릭!
채찍이 목젖에 다가갔을 때도 진천희는 움직이지 않았다.
마적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스친다.
그 순간.
턱!
진천희는 채찍을 붙잡았다.
채찍이 진천희의 팔을 몇 바퀴나 휘감았으나 기이하게도 상처 하나 나지 않았다.
놈의 채찍에 팔을 내주며 진천희는 생각했다.
‘기를 다루는 건가? 중원식 무공과는 또 다른 느낌인데?’
뭐든 알 바는 아니다.
진천희는 그대로 채찍을 잡아당겼다.
탕!
그 순간, 채찍을 쥐고 있단 마적의 몸이 훙 하고 날아올랐다.
그와 동시에 진천희의 손이 마적의 어깨를 붙잡아 돌려서는 안 되는 곳으로 돌렸다.
우드득!
“끄아아악!”
비명과 동시에 진천희가 말했다.
“밥 좀 먹자. 마적 놈들아! 황구, 뇌진. 조져 버려!”
아우우우!
황구가 늑대처럼 긴 하울링을 뱉자 말들이 순식간에 동요하며 앞발을 쳐든다.
영물의 살기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사막의 하늘에 번개가 내리꽂혔다.
콰르르릉!
마적 둘이 그 한 번에 감전당한다.
두목으로 보이는 자가 급히 알 수 없는 언어로 지껄였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진천희의 발차기가 놈의 턱을 돌렸다.
“커흐흐흑!”
파바바박!
서른여 명.
숫자는 이미 상관없다.
압도적으로 강한 무력이 폭풍처럼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한낱 마적 따위가 감당할 수 있는 무력이 아니었다.
백의신룡을 돕기 위해 달려온 표사들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헐…….”
한국 속담에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말이 있다.
진천희는 하필 이때 덤벼온 마적 놈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
또한 머리 한쪽으로는 빨리 패고, 빨리 돌아가야 고기를 구한다는 차가운 계산이 남아 있었다.
“……대…… 대단하십니다…… 백의신룡…….”
“무명이 과장이 아니었구나.”
“의원이 그리 강하다는 말을 반신반의했거늘…….”
그들의 칭찬도 진천희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내 삼굿구이!’
그저 빨리 패고 돌아가야겠다는 일념뿐.
* * *
마적 얌타는 눈앞의 광경을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습격대의 목표는 천막 몇 개 쳐둔 소규모 상단이었다.
비록 소규모 상단이라고는 하나 천막의 질이나 짐을 쌓아놓은 모양새하며, 꽤 돈 냄새가 났더랬다.
그 상단을 습격하러 달려가는데. 사막 한복판에 미청년이 서 있었다.
달이 어두웠는데도 얼굴만큼은 또렷하게 보일 만큼 피부가 희고 이목구비가 단정한 미인이었다.
눈매가 부드럽고, 입꼬리도 부드럽게 올라가서 따뜻한 인상의 미청년.
대주가 그런 청년을 보더니 말했다.
“저놈은 반드시 노예로 삼아라. 높으신 분들께 비싸게 팔 것이다.”
연청색 무복을 입은 중원인은 이 말을 알아듣지는 못한 것 같으나 대충 좋지 않은 뜻이라는 건 눈치챈 모양이다.
그의 옆에는 황소만 한 늑대가 서 있었다.
늑대라고 하기에는 털빛이 기묘했지만 저만한 크기면 늑대가 맞아 보였다.
‘남만 야수궁에서 온 놈인가?’
그렇다면 조금 귀찮아질 수도 있겠……으나 대주가 그런 걸 신경 쓸 성격이 아니다.
대주의 오른팔이 낄낄 웃으며 희롱하듯 청년에게 채찍을 날렸다.
청년의 목이 채찍에 감기는 순간, 청년은 팔로 대신 채찍을 감아쥐더니 그대로 사람을 날렸다.
뻐엉!
“사람이…… 날아?”
그리고 하늘에 번개가 쳤다. 늑대가 깊게 울자 말들이 일제히 앞발을 쳐든다.
“으아아악!”
“자, 잡아라!”
그 혼란 속에서 청년은 평안한 표정으로 사람을 뻥뻥 하늘로 날려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