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262
제 262화
생사를 넘는 긴장감도, 전투의 흥분도 없이 청년은 사람의 목을 붙잡아 죽지 않을 방향으로 꺾고.
우드득-
다음 놈을 붙잡아 관절을 돌렸다.
우득-
“끄아아악, 괴물, 괴물이다!”
반면 진천희는 놈들을 날려 보내며 생각했다.
‘뭐야, 왜 이리 약해?’
무협지에서 세외는 언제나 숨겨진 강자가 있는 곳 아닌가?
‘평범한 도적이라 그런가?’
그건 오판이었다.
혈풍사는 이 근방에서 손꼽히는 마적 떼들. 어지간한 중원 산채 놈들보다 무공이 고강하고 손속이 잔인하기로 유명했다.
뒤늦게 도망가는 마적을 향해 손가락을 튕기자.
타탕!
흡사 무언가 폭발하는 듯한 소리와 함께 동료들이 개구리처럼 고꾸라졌다.
털썩-
중원 말을 알아듣는 얌타는 청년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대번에 알아들었다.
“어, 이건 접골로는 힘들겠네. 앞으로는 힘쓰는 일 하시면 안 됩니다.”
퍼버벅, 우드득!
턱뼈를 기괴한 방향으로 돌리며 청년은 또 이렇게 말했다.
“평생 반성하면서 앞으로는 죽만 드세요.”
살려 달라 애걸하는 대주에게 청년은 부드럽게 답했다.
“관청에 맡길 테니까 거기서 재판 받으세요. 의원은…… 필요 없으시겠다. 이건 못 고치니까.”
뻐엉!
대주의 단전을 박살내며 차분히 말했다.
죽은 이도, 피를 흘린 이도 아무도 없다.
그러나 자비도 없었다.
마지막까지 정리하고 청년이 말했다.
“황구야. 고기 아직 괜찮니?”
컹!
“괜찮다고? 괜찮은 냄새가 나? 그래. 황구 코는 믿지. 아이고, 다행이다.”
약간…… 실성한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진천희는 얌타 앞에 쭈그려 앉았다.
“중원 말 알아들으세요? 아니 뭐, 보디랭귀지로 해야 하나?”
보디랭귀지가 무슨 뜻인지 얌타는 알아들을 수 없었으나 그 외의 단어는 대충 알아들었다.
진천희가 손가락을 우득 풀었다.
“이럴 때는 아픈 혈을 쑤시면 예의가 주입되긴 해요. 그러면 다들 공손해지더라고요. 말이 안 통하는 상대라 앞으로 보디랭귀지를 나누어야 하니까 좀 더 상호간의 예의가 필요하겠죠?”
그리 말하며 얌타의 팔꿈치 안쪽 움푹 들어간 곳을 붙잡는다.
진천희가 그렇게 건강과 예의를 주입하려던 찰나.
얌타가 급히 중원어로 외쳤다.
“듣고 있습니다! 대협! 듣고 있습니다요!”
“오오, 알아들으시는구나. 세외 세력이라니까 다 말 못 알아듣는 줄 알았어요. 그리고 사람 죽이고 노예로 파시는 분들이라 특히 대화가 어렵겠구나 했는데.”
혈을 쑤시기도 전에 이미 얌타에게 예의가 장착되어 있다는 사실이 진천희를 기쁘게 했다.
“마, 말씀하십시오. 대협. 다, 답변 드리겠습니다!”
“별건 아니고. 산채 어디에 있어요? 아, 산적이 아니지. 그럼 마적이니까 마채라고 불러야 하나? 하여튼 사람 납치해서 노예로 가두고, 돈 쌓아 놓고 하는 곳.”
그걸 불었다가는 얌타의 목숨은 끝이다.
“…….”
얌타가 머뭇거리자 진천희는 좀 더 상호간의 진실 된 대화를 위해 얌타의 팔을 반대로 꺾으려 했다.
“악, 아악! 불겠습니다. 불겠습니다!”
“오…….”
고통은 시작도 안 했는데 생각보다 입이 가벼웠다.
잘된 일이었다.
* * *
진천희는 빠르게 돌아와 삼굿구이를 완성했다.
모닥불과 수증기에 잘 익은 삼굿구이가 모습을 드러내자 표사들뿐만 아니라 붙잡힌 도적 떼들까지 육향에 미칠 것 같았다.
“엄청 많이 해 놨니까 천천히 드세요.”
장작향이 배어 있기 때문일까.
구이의 향과 찜의 야들야들함이 함께 들어있는 고기가 사람들을 미치게 했다.
거기에 달콤한 옥수수와 고소한 감자까지 곁들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과연…… 백의ㄱ룡…….”
중간에 무슨 단어가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ㄱ’으로 시작하는 건 확실히 들었다.
“이 사람아! 그 입 다물지 못해? 나중에 무슨 일을 당하려고!”
“요즘은 나쁜 의미로 말하는 이는 없지 않나. 오히려 별호에 광(狂)이 들어가는 게 더 멋지다는 사람도 있고.”
“그래도 예의가 있지. 신룡이야. 알았어? 신룡!”
진천희는 고기를 씹으며 표사들의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음. 과격한 별호를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일부 있긴 하지.’
당아가 혈편왕이라는 별호를 무척 좋아했던 것을 생각했을 때, 마니악한 걸 좋아하는 사람은 어딜 가나 있는 법이다.
특히나 마적 하나도 죽이는 법 없이 일거에 제압하여 다소 예의……를 주입해 준 것이 그렇게 충격인 모양.
그리고 슬픈 이야기지만.
‘내가 부러뜨리고 내가 고치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
관아에 가져다 놓기는 해야 하니 어쩔 수가 없다.
대충 이야기를 들어 보니 행정의 공백을 이용해 활개 치는 마적 떼라고들 하고, 그렇다면 이렇게 사막에 버려둔들 양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게 없다.
이놈들 전부 일망타진해 봐야 어차피 새로운 제5호 약탈대가 그 자리에 생겨날 거고.
방금 했던 똑같은 짓을 양민한테 할 터.
결국 이놈들과 함께 진천희가 알아낸 정보를 넘겨 행정의 공백을 줄이는 게 최선이다.
그때 표두가 다가왔다.
“대협. 정말 대단하십니다. 사막에서 만나는 마적은 무공 고수들도 버거워하는 자들인데…….”
말을 이용한 기동력에 사막을 이용한 지형 공격이 함께하니 더 지독하다.
“별말씀을요.”
그러나 그것도 어차피 압도적인 강함 앞에서는 부질없는 짓.
“아닙니다. 덕분에 다치는 사람 없이 무사히 잘 표행이 끝나겠군요. 거기다가 이 음식도 평생 잊지 못할 듯합니다.”
살코기의 쫄깃한 맛과 진천희가 찍어 먹으라고 만든 곁들임 소스.
뜨끈한 감자와 옥수수, 양파, 고구마까지 더해지니 사막의 밤이 무르익었다.
헥헥헥!
“더 먹을래?”
컹!
황구도 신이 나서 꼬리를 흔든다.
표두는 그런 황구가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생긴 건 근육질 늑대인데, 어째 하는 짓은 개…… 그것도 동네 누렁이다.
녀석이 마적들을 상대로 싸우는 모습을 보고 나니 더 혼란스러웠다.
분명 즉흥적으로 날리는 몸통 박치기에 무학이 담겨 있었다. 어떤 늑대도 이렇게 강하고 용맹하게 싸우질 못했다.
삑!
“그래. 뇌진은 자라.”
뇌진은 진천희의 약상자에 꼬물꼬물 들어가더니 그대로 잠이 들었다.
진천희는 주변을 돌보며 마지막 고기 한 점까지 그렇게 다 먹어치우고는 배부른 상태로 그대로 털썩 누웠다.
마침 달도 흐려서 사막의 밤하늘은 별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저쪽에서는 표국 사람들이 도적놈들을 굴비 묶듯 묶고 있었고.
마적들이 타고 온 말들도 한데 묶고 있었다.
본인들 장사 밑천답게 말들이 하나같이 크고 훌륭했다.
“아시다시피 말을 타고 덤벼들면 내공이 심후한 이들이라도 힘이 부치는 게 사실이지 않습니까. 과연 백의신룡이십니다. 용봉지회의 우승이 괜히 이루어진 게 아님을 알겠더군요.”
열심히 진천희의 얼굴에 금칠을 하던 표두가 잽싸게 한마디 덧붙였다.
“참, 마적들과 말 모두 대협의 전리품이온데…… 저희가 처분해 드려도 되겠습니까? 값은 넉넉히 쳐서 드리겠습니다.”
‘역시 그게 목적이었군.’
말은 어느 시대든 귀한 재산.
비싸게 거래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진천희 홀로 거의 다 때려잡았으니, 이들 도적단의 현상금과 도적단이 차고 있던 무구와 말까지 전부 진천희의 것이나 다름없겠지.
본디 표국 자체가 상단과 함께 운영하는 일이 많다 보니, 탐욕에 뇌가 회까닥 돌아버린 표두라면 여기서 후려치기를 시도하거나, 중간에서 돈을 떼어먹으려 했을 터.
그러나 진천희 눈앞에 있는 표두는 그런 부류가 아니었다.
특히나 눈앞에서 마적 떼를 공깃돌 날리듯이 뻥뻥 날리는 고수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고수가 백린의각의 후계자라면 더더욱.
“그래 주시면 고맙죠. 제가 말을 다 데리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컹, 크릉! 컹!
옆에서 황구가 열심히 자신을 어필했다.
자신의 능력이라면 말도 양치기하듯 끌고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열심히 내보였다.
그러나 진천희는 황구의 말을 애써 무시했다.
‘말도 안 통하는 왕국 가서 흥정하는 게 더 귀찮다.’
여기서 적당히 처분하고 전냥으로 바꿔서 맛있는 거나 사먹는 게 남는 장사.
그리고 진천희가 보기에 이 표두님은 아까보다 더욱 진중히 예의를 차리는 모습이 왠지 믿을 수 있는 분 같았다.
끼잉-
“미안미안, 대신 이따가 맛있는 거 또 해줄게.”
컹!
그렇게 황구의 턱을 벅벅 긁어 주는 사이.
저 멀리 모래 먼지가 피어올랐다.
‘이 밤중에 먼지가 보일 정도로 달려오다니.’
내력을 안력에 집중해 자세히 보니 말을 탄 일단의 무리들이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게 아닌가?
‘옷차림이 어째 제국군의 복장이네……?’
국경 지대. 소규모의 부대라고는 하나 이런 기마병들이 한꺼번에 이리로 오다니?
적어도 방금 잡은 마적들과 한 패는 아닐 거라는 추측은 들지만. 혹시 또 모르는 일.
“표두님. 새로운 무리가 접근 중이니 경계해 주세요. 제국군 복장을 하고 있긴 한데…… 마적들이 옷을 훔쳐 입을 수도 있잖아요?”
“아, 알겠습니다. 어이!”
표두가 급히 표사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방진을 형성하고 잠깐 대기하는 사이. 군대가 다가와 그대로 멈추어 섰다.
거대한 군마들이 만들어내는 위용은 마적 떼에 비할 바가 아니었고.
“흠, 상단인가?”
백인장의 표식을 한 자가 말에서 내리지도 않고 거만하게 이쪽을 내려다본다.
표두가 급히 말했다.
“아. 운룡표국 소속의 표행단이옵니다!”
“믿을 수가 없군. 신분패를 내놓아라.”
‘딱 보면 마적이 아니라는 게 보이지 않나?’
지친 표사들과 표행을 위한 짐들.
모닥불과 갓 식사를 끝낸 냄새까지.
무엇 하나 마적으로 보이는 것이 없었음에도 백인장은 계속해서 표두를 몰아세웠고.
표두는 호패를 꺼내며, 호패 밑에 무언가를 붙여서 건넸다.
은전이었다.
‘뇌물 달라는 뜻이었구만.’
마적 떼를 못 잡는 게 단순히 행정의 공백 때문이라 들었는데, 역시나 이런 뒷사정이 있는 모양이었다.
호패를 살펴보는 척 은전을 쓱 집어넣은 백인장은 헛기침을 했다.
“흠흠, 정말이군.”
“저희는 선량한 표사들로 방금 마적들을 겨우 물리쳤습죠. 그렇지 않아도 관아에 신고하기 위해 포승줄로 모두 묶어 놓은 상태입니다.”
“뭐라?”
그 말에 백인장의 눈이 커졌다.
천막 뒤에는 아니나 다를까 정말로 마적 떼들이 모두 묶여 있었다.
“잘했다. 그러면 이놈들은 내가 끌고 가지.”
그리 말하며 부하를 시켜서 모두 끌고 가려고 했다. 표두가 다급하게 말했다.
“헛, 하지만 그리하시면 현상금은!”
“허허허, 내 알아서 어련히 챙겨 줄까? 걱정 마시게. 거기 묶어 놓은 말들도 모두 옮겨라!”
“예! 백인장님!”
표두가 쇳소리를 내며 힘겹게 백인장을 붙든다.
“허…… 허나…….”
“허나? 무슨 불만이라도 있는 겐가?”
백인장이 눈을 부릅뜨며 표두를 노려보자 표두는 찔끔해서 입을 조개처럼 다물었다.
이걸 보고 있던 진천희는 기가 막혔다.
‘공을 가로채겠다는 뜻이군.’
심지어 말과 무구도 다 가져가겠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