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294
제 294화
“무슨 다른 목적?”
반숙 달걀을 입에 넣었다.
딱 좋게 삶아졌는데도 여전히 맛이 느껴지지 않아서 곤란했다.
그래도 맛있게 먹는 척 시늉을 했다.
만들어 준 사람 성의도 있으니까.
“달걀 잘 삶았네.”
“하하하, 다행이네요, 형. 아, 참. 이건 어디까지나 표사들의 추측인데 표국의 표물을 노린 게 아닌가 싶어요. 실제로 검을 맞대 본 표사들이 모두 그렇게 느끼고 있었고요.”
“…….”
목격한 것도 아니고 검을 맞대고 그리 느낀 거라면 아마 그게 맞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검수로서의 감각에 가깝고. 실제 정황도 그리 흘러갔다면…….
‘치료하면서 느낀 건데, 확실히 표사들이 유독 치명상을 많이 입었지.’
마을 사람들 역시 상당히 다치긴 했다.
그중에는 말에 차인 상처가 가장 많았다.
물론, 끔찍한 상처다.
무공을 익힌 양민들을 가지고 논 거니까.
허나 표사들은 노는 게 아닌 목숨을 던져 싸운 흔적들이 상흔으로 남아 있다.
산적 입장에서도 양민에 비해 무공을 익힌 표사들을 건드리는 건 상당한 부담이었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드린 것은 그만한 목적이 있었던 것이겠지.
“표물 그 자체에 목적이 있다라…… 단순히 돈이 목적이 아니라는 건 아마 의뢰한 사람이 있을 확률이 높겠지. 혹시 표사들에게 다른 이야기는 없고?”
“으음, 짐작이 된다면 이름이 튀어나올 법도 한데 아무도 모르고 있어요.”
“표물 내용물은?”
“기밀이라고 들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기물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게, 만약 대단한 표물이었다면 좀 더 상급의 표사들을 썼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산적들의 채주는 알겠구나.”
“네, 잽싸게 도망쳤죠.”
“그렇다 이거지…….”
진천희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몇 젓가락 더 들었다.
원래라면 한 공기를 다 비우고 남았을 텐데 더는 먹기가 힘들었다.
천우는 그런 형을 한 번, 반밖에 비워지지 않은 밥을 한 번 보더니 모르는 척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의심스럽죠. 형?”
“응. 정상적인 상황은 아닌 것 같네.”
의뢰를 받고 표물을 털면서 마을까지 거덜 낸 와호채.
그걸 막아 내자 달려온 현령과 포도군사.
그리고 다짜고짜 표물을 압류하려고 든 행동까지.
‘거기다 표물 내용물은 표사들도 모르고 말이지.’
진천희는 피곤한 표정으로 눈가를 한 번 쓸더니 이렇게 말했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너무 아귀가 잘 들어맞고 있어. 그렇다고 해서 죄가 밝혀진 것도 아닌데 ‘정황’만으로는 나설 수는 없는 법이고.”
손목에는 폐하께서 하사하신 황룡이 감겨 있으나 이건 신용카드와도 같아서 내키는 대로 막 썼다가는 폐하가 이자 대신 잡으러 오시는 수가 있다.
‘그래도 역참에서 빌린 말값은 해줘야겠지.’
그때 천우가 눈을 빛냈다.
“그래도 형이라면 뭔가 엄청난 계략을 꾸며서 놈들에게 한 방 먹이겠죠?”
“아니, 안 그럴 건데?”
그 말에 천우가 의외라는 듯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음…… 내가 스승님을 봤을 때와 같은 눈이긴 하네.’
제갈가는 언제나 현묘한 전략을 세워서 쥐도 새도 모르게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라고.
물론 전략을 써서 하는 방법도 있긴 하지.
허나, 굳이 시간과 노력을 그렇게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북경 가서 황궁 비고도 봐야 하는 판에……?’
그렇게 매번 엄청나고 기상한 신묘한 전략 쓰다가는 늙어 죽는다.
“그냥 밤에 찾아가서 몰래 엿들으면 끝이지. 왜?”
“……그……러네요. 그게 가장 편하겠네요.”
“응. 무공 배워서 뭐 하니?”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는 알렉산더가 이런 느낌이었을까.
쉬운 길 놔두고 그놈의 현묘한 지혜는 무슨.
천우가 한쪽 눈썹을 찌푸렸다.
“형, 저 은신술은 배운 적이 없는데…….”
“내가 할 줄 아니까 괜찮아. 그보다 너는 표사들과 표물을 지키고 있어. 알았지?”
누군가는 상대의 목적인 표물을 지켜야 한다.
특히나 그 역할에는 무당파이자 사파의 얼굴을 한 천우가 제격.
천우는 생각에 잠기다 씨익 웃었다.
“형, 대신 조건이 있어요.”
“뭔데?”
“밥 더 먹어요.”
“뭐?”
예상치 못한 요구에 진천희의 한쪽 눈썹이 기운다.
천우가 한마디 덧붙였다.
“더 드셔야 해요. 입에 안 맞는 거 같으니 제가 닭 해 올게요.”
“그 씨암탉?”
“사 오는 겁니다. 정당한 금전을 주고. 이런 상황에서는 금전을 조금이라도 더 들고 있는 편이 그쪽도 도움이 될 거예요.”
“너 말이 늘었구나.”
“형, 그러다 쓰러져요.”
천우는 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형을 위해 새로 요리를 하러 갔다.
취미가 요리도 아니고, 뭐든 잘 먹어서 그리 미식을 따지지도 않는 터라 썩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당권제를 스승으로 모시며 식사는 도맡아 준비한 몸이다.
기본적인 건 다 할 줄 알았다.
‘닭 육수로 죽 끓이는 게 좋겠다.’
형의 안색이 전보다 더 창백해지고 있었다.
활력은 분명 전보다 나으나 안색이 나빠지고 있는 이 상황이 무엇을 뜻하는지 천우로서는 알 길이 없으나.
그래도 그게 좋지 않다는 것. 그리고 뭐라도 먹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형이 걱정되었다.
‘빗줄기도 무심하네.’
일단 모포라도 어깨에 덮어 주면 몸이 좀 덜 식겠지.
차라리 형이 몸살이라도 크게 앓아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면 그 김에 쉬기라도 할 텐데.
‘형은…… 강하지. 올곧고. 그래서 불안하고.’
그게 주변 사람들을 얼마나 걱정시키는지 본인은 모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부도현.
이 지역 이름이다.
지존천마 세계관에서 화 제국은 약간 기묘한 체계의 단위를 쓰는데, 성군현의 단위를 썼다.
무슨 성의 무슨 군의 무슨 현.
이런 식이다.
한국식으로 따지면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같은 느낌이랄까?
즉, 이렇게 이해하면 편하다.
현령 = 읍장.
이렇게 말하면 되게 작아 보이는 느낌이 들지만, 하나의 현에 살고 있는 인구가 대략 10만 명에서 20만 명 정도.
그 권한은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막대하다.
이건 백린의각 소각주로서 교육을 받다 보니 알게 된 것이다.
‘왜냐하면 지존천마에서는 표기된 적이 없거든.’
천마가 그런 행정적인 것을 알아서 뭐 하냐고요.
눈앞의 위선적인 정파와 더러운 사파의 대가리 깨기도 바쁘신 분인데 행정적인 부분을 알아서 뭣 해.
그러나 트루 중원 월드 진천희는 지존천마의 세계에 들어온 죄로 매년 세금을 꼬박꼬박 내며 살아가야 한다.
‘천마는 세금 내나?’
킹갓 올드풍 무협 지존천마는 당연히 올드풍 무협답게 천마가 세금 내는 장면은 다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십만대산에 그렇게 금은보화가 화려한들 관아에서 세금을 뜯을 수 있을까 싶다.
‘우리 천마는 그럼 탈세범인가?’
허나, 마교 밑에서 암암리에 움직이는 상단들은 그래도 세금을 내긴 할 것 같다.
왜냐면 그 금혈방도 세금은 내더라고.
물론 ‘공식적’으로 ‘합법적인 것’만 파는 곳이니만큼 장부가 이중, 삼중, 사중이겠지만 어쨌든 세금은 내야 했다.
그러니 백린의각도 세금을 내야 한다.
어떤 식으로 내야 할지, 어떻게 해야 절세를 할 수 있는지는 소각주의 가장 중요한 교육 중 하나.
그렇게 교육 받으며 알게 된 정보에 의하면 화 제국의 전체 인구는 약 8000만 명.
물론 관청에 정식으로 신고된 인구가 그 정도일 거고, 신고가 안 된 사람들도 엄청 많긴 할 거다.
‘대충 지구 옛날 인구도 이와 비슷했으니, 시대적으로 맞을 수도 있긴 하고.’
섬서성이니, 사천성이니 하는 각 성으로 표기된 지역마다 적어도 수백만 명이 살고 있으니, 현 하나에 살고 있는 인구가 10만에서 20만 명 되는 것도 당연.
물론 어디까지나 관청에 신고된 인구만 따지는 셈이지만.
게다가.
현령이라는 직위는 사법, 행정의 두 가지 권한을 전부 가지고 있다.
삼권분립 그런 거 없는 시대다.
포청천이 낮에는 조세 업무를 하시고 밤에는 개작두를 대령하라고 외치시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게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나마 입법은 황궁에서 하고는 있지.’
그래도 현령님의 ‘명’이라는 애매……한 법규가 있기 때문에 이것도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하기는 어렵고.
그냥 작은 왕이라고 불러도 무리 없을 초법적인 권한자시다.
‘하나의 현에 보통은 포도부장이 2명, 거기에 포도군사 일천여 명이 소속되어 있다고 했었나? 그중 삼백이 마적이나 산적을 견제하기 위한 기병으로, 이들이 진짜 정예고…… 나머지 칠백여 명은 현 내의 일정 인구가 존재하는 마을이나 소도시에 분포된 채로 치안 확보…….’
이게 일반적인 이 동네 행정 돌아가는 방식이다.
포졸, 포도군사, 결국 표현하자면 거의 미국식 보안관과 흡사한 면도 있다.
그 자체로 무력 집단이면서, 치안 확보를 위해 즉결적으로 무력을 꺼내 휘두르기도 하니까.
군부대보다는 약하다지만, 그래도 숫자가 깡패인 무력 집단이었다.
진천희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시스템’을 외쳤다.
‘…….’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이런 식으로 빙의된 판소 독자라면 한 번쯤 외쳐 봤을, ‘숙련도’, ‘경험치’, ‘스킬 창’, ‘인벤토리’를 속으로 읊어 보아도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다.
혹시 장르가 다른가 싶어서 ‘성좌 창’도 외쳐 봤지만.
……아무 일도 없다.
‘인간적으로 이런 데 사람을 떨어뜨렸으면 양심이 있지, 경험치 창이라도 띄워 줘야 하는 게 아니냐.’
보통 한 번만 익히면 스킬로 등록이 되고, 그걸 눌러서 반복으로 사용하면 숙련도가 오르고 그 숙련도가 오르게 되면 킹갓 스킬로 진화하고.
그 스킬들이 모여서 히든 직업으로 전직하는 게 정상 아닌가.
‘무림 세계에 떨어져 놓고 세금 내는 건 지구랑 똑같은데 대체 왜 시스템 창은 없는 거지?’
이게 다 하필 읽은 책이 ‘지존천마’라서 그런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나름대로 구무협 느낌을 지향하는 소설이라 이렇게 된 거지, 만약 ‘SSS급 지존천마’나 ‘지존천마님 헌터 되신다’였으면 이렇지 않았으리라.
눌러서 자동 발동되는 은신 스킬은 없지만 그래도 백만 번쯤 수련한 보법이 하나 있긴 했다.
오늘도 불러 봅니다.
진천희식 암행 변형.
삼재보법!
여기에 일카나에게서 전수받은 기본적인 암행법도 있다.
물론 시스템 창이 없어 스킬로 등록되어 있진 않다.
그냥 답 없는 개노가다와 현원전단신공이 있을 뿐이지.
‘나도 힐 스킬로 사람 치료하고 리저렉션 스킬로 죽은 사람 살리면 좋겠다.’
정신이 피곤한 덕에 미친 드립도 팍팍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