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312
제 312화
뇌진은 진천희의 수신호에 따라 고도를 높인다.
‘황구는 내 옆에서 붙어서 공격해.’
개는 인간이 상대하기 힘든 짐승 중의 하나다.
덩치는 큰데 머리는 인간보다 아래에 있어 타격점이 낮고 급소 잡기가 어렵다.
‘뭐,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라 좀 귀찮게 돌아가는 거지만 말이지.’
지금의 진천희의 실력으로는 일곱 명을 토막 치는 것도 능히 가능했다.
허나, 의원의 길을 선택한 이상 모두 살려 보낸다는 그런 미친 짓도 마다하지 않는 진천희였다.
또 한 가지 욕심이 있다면 말년에 꿈자리가 뒤숭숭하고 싶지 않다는 것.
스스로를 지키고 싶었다.
뇌진은 계속해서 번개를 쏘았다.
콰르릉, 쾅쾅쾅!
여전히 정확도는 떨어지나 한 발, 한 발이 강력하여 칠무대를 견제하기 좋았다.
그때 초절정의 고수가 방패가 아닌 검기로 번개를 막아냈다.
츠가가가!
‘와, 저걸 갈랐어?’
칠무진의 조장 벽뇌검이 소리쳤다.
“백의광룡 진천희! 우리 일곱의 내공은 진법으로 공유되기에 그 총량은 네 녀석과 영물들을 능가한다! 결국 지쳐서 쓰러지는 것은 네놈이 될 것이다!”
그 말에 진천희는 공포에 젖기는커녕 담담했다.
‘그거…… 구무협의 향기가 나는 대사군.’
오히려 여유로운 표정으로 빙정검을 옆으로 누일 뿐.
‘하지만 화경의 증거. 강기가 나선다면 어떨까?’
단전의 내공이 화경의 깨달음에 화답하여 강기가 되어 맺히기 시작했다.
파사삭-
신병이기가 제 주인의 강기를 축하하듯 냉기가 폭발하며 주변 공기를 명백하게 얼리기 시작했고.
그 강기 하나하나가 흡사 눈송이처럼 얼어붙는다.
여름.
그럼에도 명백하게 맺히는 겨울의 향기를 그들은 느꼈다.
“지금이라도 물러가 주셨으면 합니다만.”
강기가 만들어내는 선연한 한기에 겁을 집어먹을 법도 하건만.
칠무대는 요지부동이었다.
“우리 칠무진은 화경의 강기에도 버틸 수 있다.”
‘그거야…… 그냥 단순한 화경의 강기라면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상대가 나빴다.’
간다!
오행군림보-!
크그그그그긍-
오행으로 만들어 낸 압력이 그들을 횡으로 밀기 시작했다.
천마군림보와는 달리 오행군림보는 적들의 검기 그 자체를 뒤흔든다.
“대체…… 어떻게……?!”
“허나, 뚫리지 않는다! 백의광룡!”
‘아아, 뚫는 게 목적이 아니거든요.’
그저 조금 흔들기만 하면 된다.
단단한 콘크리트 건물도 지진에 흔들리듯, 제아무리 단단하게 짜 놓은 검진이라고 하더라도 작은 흔들림에 중심이 바뀐다.
그 순간,
진천희의 검에서 눈송이가 그려졌다.
한기가 서리고, 눈이 시야를 덮었다. 그 하나하나가 검기운해이며 강기의 경지.
‘겨울……인가?’
그 순간 방패가 갈라진다.
방패를 든 자가 울컥 피를 토하며 엎어졌다.
긴 자상 사이로 서리가 맺혔다.
죽지는 않았다. 죽을 상처는 아니다.
허나, 한번 파고든 한기는 아무리 운기조식을 한다 하더라도 저항하기가 어렵다.
진천희가 말했다.
“끝나면 돌아올 겁니다. 저항하시면 주화입마로 죽고요.”
“크윽…… 무슨 짓을…….”
오행신공 중에 진천희가 극한까지 연구한 게 하나 있다.
빙(氷).
스승님의 몸을 갉아먹는 그 한기를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지.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는 그 무림 세계 이상한 병을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아이는 소년이 되고, 소년이 어른이 되는 동안 치열하게 하루도 빼놓지 않고 고뇌하고 또 고뇌해야 했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병을 퇴치하기 위해 연구하다 보면, 역으로 그 병에 대해 잘 알게 되니까.
진천희는 겨울이 싫었다.
동짓날에 고아원에 버려졌기 때문도 아니고, 그 때문에 생일이 그날로 정해졌기 때문도 아니다.
눈 오고 난 다음 날에는 꼭 사고가 난 사람들이 실려 오고, 꼭 그런 사고는 하나같이 치명적이기 때문도 아니다.
그냥 살을 에는 냉기가 싫었다.
허나, 왜일까.
오행신공 빙(氷)에 대한 무학이 빙정검을 만나 폭발하듯 성장하는 것은.
초절정 고수 두 명이 그사이에 진천희의 사각을 노리고 검을 날린다.
허나, 현원전단신공은 그것을 놓치는 법이 없다.
이미 공기를 가득 채운 눈송이 사이로 뜨겁게 이글거리는 폭기를 쏘았다.
수극화(水剋火).
음양개벽(陰陽開闢).
수증기 폭발(steam explosion).
콰과과과과광!
옛날에는 큰마음 먹고 날렸을 음양개벽을 이제는 숨 쉬듯 날릴 수 있다.
수증기가 폭발하며 그 폭발에 무인들이 동시에 휩쓸려 날아간다.
두 명이 동시에 날아가자 이것으로 진법이 완전히 해체된다.
그 사이로 진천희가 금생기를 쏘자 뇌진이 제 주인의 유도에 따라 번개를 내리꽂았다.
콰르르릉!
일격에 기절한다.
“황구…….”
우드드득-
“끄어어억!”
오랜만에 불알을 물었다.
한동안 안 물더니 이번에는 좀 물고 싶었던 모양이다.
거품을 물고 앞으로 천천히 사람이 고꾸라진다.
털썩-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모습을 슬쩍 지켜본 진천희가 물었다.
“계속하실 겁니까?”
진천희의 말에 두 사람이 동시에 무기를 떨어뜨렸다.
“우리가 대협을 못 알아보았소.”
“……무례를 사과드리오.”
“뭘요.”
진천희는 피식 웃더니 빙정검을 한 바퀴 핑그르르 돌려 검집에 집어넣었다.
극한의 냉기가 맺혔던 검이 언제 그랬냐는 듯 평범한 철검으로 돌아왔다.
‘화경. 그것도 화경 초입을 이미 건너뛴 건가……?’
화경을 넘는다고 해도 검강을 제 수족처럼 다룬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초입으로는 불가능한 무학.
그러나 이 청년은 화경을 건너자마자 바로 초입까지 그냥 훌쩍 지나쳤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거지……?’
깨달음이 클수록, 넘어선 벽이 높을수록 그 이후 정리하는 시간이 길 수밖에 없다.
특히나 화경 정도 되는 벽을 넘었으면 더더욱.
그러나 눈앞의 청년은 고작 20대에 화경을 넘어섰고.
그것을 소화시키는 데 걸린 시간은 또 얼마였을까.
강호에 이만한 인재가 몇이나 있던가.
칠무단 조장 벽뇌검은 이를 빠드득 갈았다.
얼마나 강하게 악물었는지 잇새로 피가 흘러나올 지경이었다.
‘저자와 나는 대체 무엇이 다른 것인가…….’
자식뻘 되는 무인에게 지는 것.
그것은 의외로 흔한 일이다.
허나, 그 자식뻘 되는 무인이 자신보다 아득한 무학을 가지고 적인 자의 목숨까지 염두에 두며 싸웠다.
그만한 치욕이 없었다.
“백의광룡. 너와 내가 다른 점이 무엇이냐.”
“음…….”
크게 비웃기라도 할 줄 알았건만.
진천희는 도리어 신중하게 고심하는 눈치였다.
이윽고 이렇게 답했다.
“글쎄요. 노력의 효율적인 배분……? 공수 방면으로 응용할 수 있는 무공의 다각화?”
생각 외의 미친 소리에 할 말을 잃었다.
이윽고 피식 웃었다.
“비록 칠무대가 사파라고 해도 양민을 죽이고 다니진 않는다 들었습니다. 악인이라면 단전을 파괴하겠으나 그럴 필요는 없겠지요?”
“우릴…… 어떻게 할 셈이냐.”
그 말에 진천희가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 답했다.
“아무 것도 안 합니다. 사도련한테 몸값 받고 놓아 드리죠.”
“몸값?”
“어허! 아니, 사람을 이렇게 공격했으면 깽값을 물어야죠! 어딜 공짜로 돌아가려고!”
그 광경을 보던 천우는 생각했다.
‘우리 형은…… 무림인답지가 않구나.’
과연 형을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올까?
* * *
진천희는 그들을 사도련에 넘기고 몸값을 비싸게 받아냈다.
사도련 입장에서는 처형, 고문, 감금 없이 애들 돌려줄 테니 돈 내놓으라는 진천희의 요구에 당황스러웠으나…… 응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진천희가 요구한 그 금액이 몹시도 커서 사도련 총군사가 손끝을 떨었다.
허나, 어쩔 수 없다.
칼밥 먹는 강호에서 그래도 체면이 있지.
돈 없어서 부하를 안 구했다는 소문이 돌면 사도련 입장도 난처해진다.
그나마 수적이나 산채 놈들이라면 그쪽으로 몰아버리고 꼬리 자르기를 하면 그만이나, 하필 사도련 직속인 칠무단인 게 문제였다.
‘안 죽이고, 고문도 안 하고 돈을 뜯는다고?’
결국 그 치 떨리는 금액을 백의신룡, 아니 백의광룡에게 넘길 수밖에 없었고.
이 소문은 정파와 사파 할 거 없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거 들었소? 백의신룡이 칠무단 1개 조를 개박살 냈다는 풍문이 있소!”
“칠무단? 그 말은 백의신룡이 화경이라는 소리요?”
“아직 이립(而立: 30살)도 안 된 놈이 화경이라고?”
“이립은커녕 스물몇 겨우 된 셈이지.”
화경.
강호인들 중에 그 말에 가슴이 뛰지 않는 이가 없다.
“누님, 들었소! 백의신룡이 화경이라오!”
삼절추호는 객잔에서 술잔을 기울이던 중, 친한 무인에게서 그 소문을 들었다.
“이미 들었네. 내, 참. 사람 하나 못 죽이는 놈이 화경이라니. 크크큭-”
혈선교의 자취를 쫓던 그녀였다.
진천희의 성취에 겉으로는 투덜거리는 모양이었으나 입가에 맺힌 웃음은 좀처럼 걷히지 않았다.
“누님께서 은애하는 동생인가 보오.”
“은애는 무슨. 언제나 골치깨나 썩이는 녀석이지.”
삼절추호는 그리 말하며 객잔 매담자 쪽을 향해 은전을 날렸다.
“어이, 백의신룡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들려 주게나.”
묵직한 은전에 매담자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무슨 이야기를 해 드릴깝쇼! 아, 최근 백의신룡의 무명에 대해 이야기를 해 드릴깝쇼? 화경에 오른 백의신룡!”
“이런 깡촌까지 들리는 걸 보면 이미 중원에 모르는 이가 없겠군.”
그녀는 여전히 입은 투덜거리면서 입가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하필 눈과 귀가 가장 모이는 곳으로 향하고 있으니 더더욱 그럴 겁니다. 누님.”
“그렇겠지. 녀석이 향하는 곳은 산서성. 세 개의 세력이 모이는 곳이고, 각 문파들도 개별적으로 모이고 있는 곳이니까.”
그녀는 흥얼거리듯 말하며 점소이를 향해 술병을 흔들었다.
“죽엽청 하나 더 주게나!”
“예이!”
점소이는 그리 말하며 재빨리 죽엽청을 새로 가져다준다.
골골골골-
“누님, 혹시 백의신룡 아우님이 걱정되십니까?”
“걱정은 무슨. 잘 해내겠지. 그 나이에 화경이네. 누가 누구를 걱정한단 말인가.”
그녀는 그리 말하며 죽엽청을 여섯 병째 비웠다.
“그보다…… 그쪽은 혈선교의 냄새가 난다고 무림맹에 알렸던 게 아무런 소용이 없었던 게 아쉽군.”
“어쩔 수 없지요. 다른 것도 아닌 패천무상신공이니.”
“그래. 탐욕은 언제나 사람의 뇌를 갉아먹으니까. 적어도 동생이…… 음… 아니, 별일 없겠지만 그래도 다치는 곳은 없었으면 하는군.”
삼절추호는 그리 말하며 진천희의 안녕을 기원했다.
그러고는 한 잔.
허공에 술잔을 부딪치고는 곧바로 삼켰다.
죽엽청이 오늘따라 무척이나 달고 썼다.
그런 날, 그런 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