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314
제 314화
“흐음?”
“전에 이야기 드렸던 알고 있는 미래 중의 하나인데요. 음…… 일단 혈선교 함정이 일부 맞기는 한데 안에 있는 건 확실히 진품이에요.”
진천희는 혈선교가 미리 비급을 발견하여 은닉하고 있었던 점, 그리고 어떤 비급인지, 어째서 혈선교가 비급을 챙기지 않았는지를 설명했다.
“…….”
그것을 한참 들은 스승님이 입을 열었다.
“그렇구나. 팔대절학이라. 그러고 보니 팔대절학 중 하나인 천마신공을 희, 네가 익혔었지.”
“네네.”
“그것은 어떠하더냐?”
단순히 천마신공이 강하냐는 질문이 아닐 것이다. 진천희는 스승님의 질문 의도를 바로 간파했다.
“확실히…… 다른 무공보다는 더 상위의 무공이 맞아요. 지금 이래저래 해체해서 제가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요.”
“완전히 습득할 수는 없는 게구나.”
정답.
스승님의 질문의 의도는 그것이었다.
제자가 이것을 얼마나 습득해 낼 수 있는가. 난해함은 또 어떤가.
“네……. 완전히 습득하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너무 먼 일이에요. 다른 무공들은 이 정도로 어렵지는 않았는데 말이죠.”
구결을 외울 필요도 없이 머리에 박아 넣었는데도 이렇다.
그렇다는 건 다른 마교 소교주들도 마찬가지의 조건일 터.
어차피 천마는 여하륜이 될 것이나 다른 마교 소교주들과 싸울 일은 앞으로 반드시 있을 테니까.
스승님은 그런 제자를 보며 피식 웃고 말았다.
이 제자는 그리도 많은 것을 얻어낸 주제에 자만하는 법이 없다.
“신공절학이라고 분류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팔대절학이 따로 분류되는 이유가 있단다. 그만큼 까다롭고 그만큼 많은 수고와 시간을 들여야 하지. 허나 지금의 오성이라면 더 나아갈 수 있으리라 보는구나. 부지런히 수련해 보거라.”
미친 소리다.
정파의 무인이라면 결코 말할 수 없는 말을 스승님은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다.
어쩌면 멸문한 제갈가의 조상이 들었다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스승님은 제갈가에 대한 향불이나 조금 피우실 뿐이지.’
멸문한 날.
차 한 잔과 향불 하나 올리신 게 전부였다.
사실 대단할 것도 없다 보니 어릴 때는 스승님이 제를 지내시는지조차도 몰랐다.
다른 세가였다면 제를 지내기 열흘 전부터 바지런히 준비했을 터.
스승님은 그런 게 없었다.
그렇기에 세가의 무공에도 그리 집착하지 않으셨다.
물론 강호인으로서의 자부심은 있다. 그러나 그건 애정과는 다른 문제였고.
그것에 기이하게 뒤틀린 성정과 그 이상으로 뒤틀린 두뇌까지 합쳐지니 오히려 정상으로 보일 지경이다.
삶의 집착을 한번 놓았던 사내였다.
단순히 시한부 인생이기 때문만은 아닐 터.
제자는 그런 스승에게 미래를 조잘거렸다.
“앗, 그보다 따로 할 일이 있어요. 스승님?”
“따로?”
“네. 우리 의각을 발전시키려고요.”
비고에서 생각한 계획.
잡기부터 절기까지 수많은 무공들을 총망라해 보강하고, 열화시킨다.
그렇게 열화된 무공은 그것을 익힐 수 있는 이들에게 가르친다.
“보통의 세가라면 이미 갓난아기 때부터 세가의 무공을 익힐 준비를 시키고, 도문 같은 곳은 어릴 때 아이를 받아서 도사로 키우겠으나, 우리는 그런 게 아니니까요.”
빨라야 약관이고. 이립(而立)의 무인도 허다하다.
그런 자들로 무력을 만들어야 한다.
각기 서로 다른 무공을 익혔을 거고, 잘못 익힌 습관으로 고통받고 있을 터였다.
“오성이 뛰어난 자들이 우리한테 왜 오겠어요. 강호독보를 하거나, 아니면 산에 틀어박혀서 수련하거나 하겠지.”
제자는 실용주의자이며 현실주의였다.
제갈린은 그런 제자가 무림인 같지 않아서 좋았다.
“그래. 그건 확실히 도움이 되는 이야기로구나. 여러 가지로 적용할 거리가 많으니 말이다. 이 건은 이번 비동 일이 끝난 후 이야기하자꾸나.”
“네.”
진천희가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갈린은 그런 제자가 말하는 미래를 자신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온 김에 네가 해야 할 일이 있단다.”
“뭐죠?”
“부술이다.”
* * *
진천희는 곧바로 잘린 팔을 접합하기 시작했다.
‘당가의 우모침을 이렇게 많이 구해 올 줄은 몰랐는데?’
무림맹과 사도련, 양쪽 모두에서 받은 우모침이다.
화경에 이른 손이 신경과 혈관을 접합하며 복원해 내기 시작했다.
‘깨끗하게 잘 잘려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웃기는 이야기이긴 했다.
고수가 많으니 다들 검기를 사용하고, 어딘가의 장문인이면 검강까지 사용한다.
자연히 잘린 단면이 깨끗할 수밖에 없다.
‘안 죽었을 때의 이야기지만.’
보통은 그런 고수가 상대면 한쪽은 죽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대가 도인이시다 보니, 팔을 자른 선에서 손속에 사정을 두셨다.
환자가 운이 좋았다.
그렇게 부술을 하고 있는 진천희를 도우며 의원들의 등에는 땀이 맺혔다.
‘어째…… 소각주님 의술이 더 느신 것 같은데?’
용봉지회에서 진천희의 부술을 돕던 상의원들은 특히나 그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지난번에는 이 네 배 정도 시간이 걸리시지 않았던가.’
‘집중력이 느신 건가? 아니면 안력? 도무지 모르겠군.’
달리 내공을 쓰는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막힘이 없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상의원 누구도 알 수가 없었다.
“어이쿠, 이제 닫기만 하면 되겠네~?”
큰 부술임에도 너스레를 떠는 건 여전하다.
‘얼굴은 어린데 가끔 나오는 말투는 노사와도 같으니 원.’
소각주의 과거에 대해서는 누구도 모른다.
백린의각에 온 이후의 행적만 알 뿐.
그러나 이렇게 문득문득 나오는 나이에 걸맞지 않은 행동에 다들 어르신이 직접 키운 게 아닌가 추측할 따름.
그래도 옛날에는 어린아이여서 더 적응이 안 됐는데.
이제는 능글맞은 데가 있는 청년으로 보인다.
외모와는 정반대의 행동이 조금 웃기기도 하고.
“역시 나니까 이렇게 빨리 끝났지. 크으, 의원 잘 만난 줄 아세요.”
이런 자뻑도 조금 웃겼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는 마침 오늘 도착한 백의신룡 덕분에 팔을 건질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진천희는 밀려오는 환자들을 계속해서 부술로 치료해 나갔다.
사람이 많이 모이다 보니, 무인끼리 시비가 붙어 비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도착하기 전에 사망한 환자들도 많았으나, 수족이 잘린 선에서 오는 환자들도 많았다.
수지 접합 수술의 경우, 환자가 검을 다시 잡을 수 있는 수준까지 회복시킬 수 있는 이는 진천희와 제갈린 정도.
제갈린은 본인만이 할 수 있는 큰 부술은 많아야 하루 세 명으로 못을 박았는데 밀려오는 환자는 그보다 많았다.
허나, 그렇다고 안 되는 것을 되게 할 수는 없는 법.
그렇다고 선착순으로 받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 비무를 새벽에 몰아서 하게 되는 수가 있고, 나중에는 누가 먼저 잘렸는지를 가리게 될 수도 있다.
미친 소리지만 강호라면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진료비 순으로 하게 되면 그것도 문제이고, 세가의 세력 순으로 하면 더 문제다.
그렇게 나온 게 제비뽑기다.
세 개만 들어 있는 당첨 제비를 단 한 번만 뽑을 기회를 준다.
‘운’이라면 원망할 것은 하늘뿐이니까.
다만 예상 시간보다 오래 걸리는 큰 수술이 들어온다면 제비의 숫자는 점점 더 줄게 된다.
그 또한 운이다.
“운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도 후원금을 계속 넣으시더구나.”
의료 보험도 없고, 내공을 익힌 의원은 전체 인구에서 극히 일부인 이 세계에서 의료비는 돈 먹는 하마다.
그럼에도 세가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돈을 얹어서 의각에 보내고 있다.
당장은 큰돈일 수 있으나 그들이 축적한 부는 이미 아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진천희는 하루 4번 정도로 수술을 하고 있다.
그렇다 해도 환자는 계속해서 밀려오고, 의각의 상의원, 중의원 할 것 없이 모두가 갈려 나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제갈린과 진천희는 본인이 해야 할 치료뿐만 아니라 수많은 의원들을 통솔해야 하는 상황.
‘용봉지회는 게임으로 치면 튜토리얼이었구나.’
혈풍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었다.
‘거기다가 이게 고작 본게임 전이라니…….’
아직 정사마는 전면전을 벌이지 않았다.
만약 본격적으로 일이 벌어지게 되면 그때는 어찌해야 할까.
그 걱정을 스승님께 털어놓으니 의외로 스승님은 담담했다.
“괜찮단다. 희야.”
“왜죠?”
“본격적으로 비동에 들어가게 되면 환자는 실려 오지 못할 거란다.”
‘그나마 여하륜이 오지 않아서 다행이군.’
역사가 바뀌었다.
그 뜻은 여하륜에게 팔대절학을 가져오라고 명령할 이가 없다는 뜻이며.
여하륜 자신의 성취가 원작보다 높다는 뜻.
좋은 일이다.
정작 여하륜 본인은 형이 이 일에 휘말릴 줄 알았으면 진즉 갈 걸 그랬다며 혀를 찼다.
‘그러면 여기에 있는 건 천우와 사마현인가.’
둘 다 제 목숨 하나는 알아서 부지할 녀석들이지만 비동에 들어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둘이 칼을 맞대는 건 보고 싶지 않아.’
하지만 둘 다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본인 의지로 되는 게 아닐 터.
거기다 여전히 응룡의 예언이 가슴에 남아서 조금 마음이 복잡하다.
‘여하륜이 우화등선을 하고 나면 이 세계가 어떻게 되는 거지?’
또 한 가지.
‘역사가 바뀌었는데 여하륜이 우화등선을 하게 될까?’
소설 속 여하륜은 현세에 미련이 없었다.
당연했다. 그를 붙잡을 인연 같은 건 이승에 남아 있지 않았으니까.
허나, 지금은 다르다.
이래저래 복잡한 마음속에서 진천희는 계속해서 치료를 이어 나갔다.
“백의신룡! 제발! 백의신룡이 내 몸을 봐주게. 돈은 얼마든지 주겠네!”
세가의 젊은 무인이 돈을 불렀다.
허나, 이 무인이 다친 상처는 크지 않아서 다른 상의원이 맡는 편이 더 낫다.
이 이야기를 의원들이 전달하지 않을 리가 없다.
“내가 누구라고 무시하는 게냐! 백린의각이 감히 우리 세가를 무시하는 게냐!”
그때 유호가 나섰다.
“나가시죠.”
“뭐?”
“백린의각에서 배출한 상의원을 믿지 않는다는 것은, 본 백린의각을 믿지 못한다는 것. 그러하다면 진맥을 받으실 필요가 없지요,”
그 말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무인이 외쳤다.
“네놈, 감히 내게 그딴 소리를 하느냐!”
그 순간, 호위로 온 세가의 무사가 발검했다.
카앙!
유호는 가볍게 손을 들어 칼날을 동강 내 버렸다.
무공도 없이 그저 힘만으로 검기가 서린 칼을 양단한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손에는 그 어떤 상처도 없었고.
유호는 뒷짐을 진 채로 말했다.
“백린의각에 무력을 사용하셨군요. 해검지가 지켜지지 않는 곳이라고는 하나, 이 또한 큰 무례.”
유호의 손짓에 백린의각 소속 무인들이 검을 뽑아들고 에워싼다.
척, 척, 척.
그저 단 일 초만으로 검진이 완성되는 것은 기이할 정도였다.
그 위세에 눌린 젊은 무인이 어물어물 말했다.
“아니…… 그게…….”
유호가 말했다.
“나가.”
퍼엉!
그 순간, 유호의 주변으로 무언가가 일어났고.
그것은 천막 밖으로 셋을 모두 뻥 하고 날려버렸다.
너무나도 빨랐기에 아무도 유호가 어떻게 했는지 볼 수 없었다.
화경에 다다르고, 현원전단신공을 극성까지 올린 데다가 인위적으로 오성마저 올린 진천희를 제외하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