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321
제 321화
방검단은 무림맹의 직속 단체이기 때문에, 훈련도가 높고 그 기강은 최정예의 군대와 비견할 만했다.
말만 강호인이지, 사실상 무림맹의 사병인 셈.
때문에 방검단주 혁천위의 말에 조금의 항명도 없이 모두가 검을 뽑아들었다.
차자자장!
날 선 살기가 공기를 덥힌다.
방검단주 혁천위가 외쳤다.
“진을 가동하고 모두 전진한다!”
“존명(尊命)!”
검진(劍陳)이 발동하며, 삼백육십오 명의 위치가 천간과 이치, 생문과 사문에 맞게 움직인다.
이윽고 그들 사이로 가공할 기세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들은 사도련을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그것을 지켜보던 사도련과 무림맹 양측 모두가 당황하고 있었다.
무림맹주 창왕 악진이 다급히 뭐라고 외치려 했으나.
그 찰나의 시간은 방검단이 사도련과 충돌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라 할 수 있었고.
“무림맹 새끼들이 결국 선빵을 치는구나아아아!”
“우리가 물로 보이냐!”
“오오오냐! 덤벼! 다 덤벼!”
방검단과 가장 먼저 충돌한 것은 사도련 내의 황하수로채!
성격 급한 수적들이 중구난방으로 무기를 뽑아들고 덤벼들었으나, 방검단의 검이 더욱 매서웠기에 순식간에 여럿이 피륙이 되어 죽어 나갔다.
촤자자자작!
“으아아아악!”
“크아아악! 모두 도망쳐라! 도망쳐어어!”
그렇게 본격적인 혈풍이 시작되었다.
* * *
‘방검단주가 내 명도 없이 움직였다니…… 설마 첩자였던 건가? 그렇다면 어디의 첩자란 말인가!’
허나 싸움은 시작되었고 무인들이 엉킨 이상 막는 건 불가능했다.
인간으로 이루어진 진흙 구덩이, 그 속으로 무림맹주는 뛰어드는 수밖에 없었다.
그가 전장에 나타나자 그의 앞을 막아선 건 술제.
“내 이럴 줄 알았지. 하여간 무림맹 새끼들이랑은 겸상을 하면 안 돼……. 쯔쯔쯧.”
“……그리되었습니다.”
“너는 무능한 새끼고.”
술제의 양옆으로 귀령파 독문절기 귀령병이 나타났다.
비무 때와는 달리 팔이 좀 더 많은 것이 난전용으로 소환한 식신으로 보였다.
팔이 여섯에, 사람의 팔 형태가 아니라 길쭉한 칼처럼 생겼다.
걸리기만 하면 ‘아야!’ 하고 끝날 게 아니라,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저승길 가게 생겼다.
그런 녀석이 무려 넷이나 나타났다.
그 기기괴괴함을 생각하면, 하나하나가 적어도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무인보다 성가시다고 봐야 했다.
“적당히 물러나고 싶습니다만…….”
“글쎄다? 나는 생각이 조금 다른걸. 내가 나이 먹으면서 알게 된 거라면…… 싹은 뽑을 수 있을 때 뽑는 게 좋다는 거야.”
“진정 해 보겠다는 겁니까?”
무림맹주. 그는 창을 바로잡으며 침중한 안색으로 물었다.
“그래. 죽이려고.”
“후우…… 별수 없군요.”
츠츠츠츠츠.
무림맹주의 몸 전체에서 기운이 흘러넘친다.
그것은 안개처럼 꿈틀거리다가 천천히 무림맹주의 몸을 휘감으며 회전했다.
마치 안개가 살아 있는 것처럼 회전하는 모습은 어찌 보면 신이(神異)해 보이는 모습이기까지 했다.
“노선배…… 당신의 술수에 대해서 본 맹이 모른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그으래. 그거야 그렇겠지. 하지만, 다 아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
그런 무림맹주를 맞이한 사도련주 역시 히죽 웃으며 종을 앞으로 불쑥 내민다.
그의 몸에서 무림맹주처럼 기운이 흘러나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기괴한 현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의 그림자가 갑자기 길어지며 늘어난다.
그의 주변으로 도깨비불 같은 것들이 여럿 생겨나 타오르기 시작했다.
“흐…… 네 녀석과 진심으로 싸워 보는 것은 처음이다만…… 재미있을 것 같구나!”
술제가 종을 흔들었다.
쩌릉!
종소리에 기가 실리며 그대로 무림맹주를 두드린다.
그러나 그 공격에도 창왕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조용히 기다린다.
왜냐하면, 종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귀령병 넷이 흡사 범처럼 덤벼들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아니기에, 기괴한 형태로 달려와 공격해 오는 귀령병 네 마리.
그걸 보며 창왕 악진은 고요히 숨을 내뱉었다.
“후우우…….”
번쩍.
그리고 그가 일보를 내디뎠을 때.
그의 창은 무수히 많은 숫자로 변하며 사방을 단번에 관통해 나갔다.
그것은 인간의 인지능력으로는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찰나에 생겨난 것.
속도라는 개념으로 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말 그대로.
수천여 개의 창이 출현(出現)해서 구현화(具現化)된 것만 같았고.
콰아아아!
귀령병 넷이 순식간에 갈기갈기 찢겨서 소멸한다. 그리고 창왕 악진은 숨을 들이쉬었다.
그의 전신을 두른 기류는 계속해서 회전하고 있었다.
마치 갑옷처럼.
아니. 그것은 갑옷이다.
이것이 바로 악가창법의 비의.
장군기갑(將軍氣甲).
“장군기갑. 거기에 더해서 악가창법 천살멸군(千殺滅軍)이라! 크크크! 좋구나, 좋아!”
귀령병이 소멸했음에도 술제는 기괴하게 웃으며 종을 더욱 거세게 흔들었다.
딸랑딸랑딸랑!
“그러나 네 녀석의 그 무공은 강기를 기본으로 하는 강기공(强氣功)! 또한 천살멸군은 심무절기이니 강기공만큼이나 내공 소모가 극심할 터. 초반부터 그리 힘을 써서야 나를 잡을 수 있겠느냐!”
“노선배. 말이 많습니다.”
“크하! 그러냐! 그러면 이거나 먹어라!”
기묘하게 울리던 종소리에 기괴할 정도로 넓어진 그림자가 들끓기 시작한다.
마치 지옥의 용암처럼 끓어오르던 그림자에서 수십 개의 팔이 튀어나오며 그대로 악진을 덮치는 게 아닌가?
그러나 악진은 물러서거나 피하지 않았다.
그는 그대로 일보를 내디디며 그대로 돌진해 간다.
콰쾅!
기와 기가 만나 격한 폭발을 일으킨다.
두 명의 거인이 전력으로 맞부딪치는 동안 무림맹의 무인들과 사도련의 무인들 역시 전력으로 서로를 향해 창검을 찌르기 시작했다.
피가 흐른다.
죽음이 번져 나갔다.
* * *
술제와 창왕이 충돌하는 사이.
전장은 재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패천무상신공을 얻고자 이곳에 모인 이들 중에는 비록 십 대 고수에는 들지 못했으나.
화경의 경지에 들어간 이들이 있었다.
그중 가장 이질적인 것이 술제라면, 술제와 비슷한 자가 정파에도 있었다.
십 대 고수는 아니지만, 그에 준한다고 평가되는 이.
진주언가의 가주 강시혈권 언권.
진주언가의 강시공을 대성하여 화경에 이르렀으며, 강시공 덕분에 검기 같은 것들을 맨몸으로 맞는다고 할지라도 아무런 피해를 받지 않는다.
그가 사도련 사이로 뛰어들어 무자비하게 주먹을 휘둘렀다.
인간의 손이 아닌, 대형 망치가 휘둘러진 듯한 위력은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일격에 사람의 뼈가 수수깡처럼 부러지거나 박살이 난다.
깨끗하게 부러지는 게 아니라 조각이 나서 몸 내부로 파고드니,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
당연히 그를 향해 도검이 휘둘러지지만, 그는 아예 방어 따위는 생각하지도 않는 듯 몸으로 공격을 맞으면서 상대를 도륙하고 있었다.
양 떼 사이에 뛰어든 호랑이가 저러할까?
그러나 그런 강시혈권 언권의 행보도 이내 멈추어져야 했다.
“멈춰라!”
그것은 창이라기보다는, 물고기를 잡을 때 쓰는 것처럼 보였다.
삼지창.
강호에서도 보기 드문 기병(奇兵)에 속하는 그것을 든 자가 뛰어들며 무기를 찔러 온 탓이다.
“흠!”
언권은 그 삼지창의 주인을 안다.
또한 그 삼지창에 서린 강기 역시 보았다.
강기는 그의 육신에도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강대한 힘이기에, 즉시 반응하여 두 손을 뻗었다.
진주언가의 신공절학.
몽혼귀령강시공(夢魂鬼靈僵尸功).
그것을 대성한 자는 강기로도 쉬이 상처 내기 어려운 육신을 지니지만. 또 다른 공능도 가지게 된다.
몽혼귀령진기!
몽혼귀령강시공으로 수련하여 얻는 이 내가진기는 보통의 진기와는 다른 기괴하고 강력한 힘을 지녔다.
그런 기운이 강기가 되어 그의 두 손을 타고 뻗어나갔다.
귀령장(鬼靈掌)!
우우우우우우!
귀곡성이 울려 퍼지면서 튀어나온 강기의 장력이 삼지창과 충돌하며 대폭발했다.
콰쾅!
두 강기가 충돌한 지점에서부터 생긴 충격파가 주변을 뒤엎는다.
진천희가 이 장면을 보았다면, ‘와! 현대식 폭탄이라도 터진 줄?’이라고 말했을 터다.
“송사리만 잡지 말고 나와 놀아 보자고, 시체.”
“감히 수적 따위가 대진주언가의 가주인 이 몸을 시체라고 불렀느냐.”
“그러면 시체를 시체라고 부르지, 뭐라고 부르냐? 아니면 시체 도둑이라고 불러 주랴?”
“놈! 네놈이 강시가 되어서 노예처럼 부려 먹히고도 그런 말이 나오나 보자!”
“어이쿠, 무서워라!”
황하수로채 총채주 황강!
현철을 섞어 만든 삼지창을 들고 다니는 이 괴인은 출신이 불분명한 사파의 절대 고수였다.
삼십 년 전 홀연히 나타나 황하수로채들을 굴복시키고 총채주가 된 그는 거대한 황하강을 지배하는 수적들의 총 우두머리였다.
그가 다시금 진주언가주 언권에게 덤벼든다.
언권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일어나 음산한 사기를 퍼트렸다.
둘의 충돌 지점 저 멀리에서도 다른 자들이 서로 충돌하고 있었다.
* * *
“시작했네요.”
화경에 이른 고수들의 강기가 충돌해서 폭발하는 것은.
일반적인 폭탄의 폭발과는 시각적으로 전혀 다르다는 것을 진천희는 강호에 떨어지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플라즈마 폭발이나, 혹은 테슬라 코일의 전기가 명멸하는 것처럼.
두 개의 서로 다른 종류의 기라고 하는 에너지가 충돌해 팽창하며 번져 나가는 것은 마치 폭죽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때문에 그 끔직한 위력과 별개로, 강기의 폭발은 몹시도 아름다웠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강기가 만든 빛과 빛이 충돌하고 명멸하며 서로의 무학을 묻는 그 과정이 평범할 리가 없었으니까.
그러나.
저 폭발 사이에서 아마도 사람의 육신은 도축장의 믹서기처럼 갈려 나가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진천희는 그것을 보며 스스로를 차분히 관조했다.
저 빛이 단순히 서로의 무학을 겨루고, 부딪치며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게 아닌.
결국 인간이 인간을 죽이기 위해 싸우고 있는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후우…….’
그러나 이내, 진천희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스승인 제갈린의 말을 되뇌었기 때문이다.
진천희가 모든 이를 통제할 수는 없다.
저들은 저들의 의지로 저들의 정의를 위해서 저기에 있다.
납득 가는 이유는 아니었지만, 외인인 진천희가 그것을 막거나 그들의 생각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사람의 욕심을 내가 막을 수는 없어. 그러니까 나는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전투를 지켜보는 가운데. 진천희는 잠시 자신의 상태에 의문을 가졌다.
‘그나저나…… 나 제법 멀쩡하네. 바닥이 좀 기울어져 보인다거나 하지도 않고. PTSD가 이렇게 스리슬쩍 없어질 수 있는 게 아닐 텐데…….’
진천희는 비록 정신과 전공이 아니지만, 어쨌든 의사였기 때문에 자신의 정신이 다소 그런 부분에 취약할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러한 극심한 정신적 상처가 이렇게 어느샌가 사라진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현상이라는 것도 알았다.
‘왜지?’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작가 태선입니다.
‘의원, 다시 살다’를 오늘도 애독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처음 표지부터 지금까지 웹툰 작화가이신 도빈 작가님께서 그려 주고 계신데요, 다음 차례로도 여러 인물들의 표지가 나올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