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329
제 329화
사마현은 비동에도 함께 동행하게 되었으나, 천우는 빠지게 되었다. 무당파는 이 일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사부님께서 이게 무슨 짓이냐고 대로하셨거든요.”
무당권제는 이런 상황을 참으실 성정이 아니다.
오히려 그딴 팔대절학보다 태극혜검이나 제대로 익히라고 역정을 내실 정도.
“잘된 일이지. 무당의 절학을 갈고닦는 게 우선이니까.”
“하지만 장로님들께서는 여전히 못마땅해하셔요. 형.”
“어쩌겠어. 주먹으로 싸워서 이길 거 아니면 배분 따라가야지.”
강호 무림에서 유교를 이기려면 심오한 무학(주먹)이라도 있어야 명분이 선다.
현재 무당에는 무당권제를 무학으로 깔아뭉갤 장로가 아무도 없다.
오히려 무당권제께서 도전자를 목 빠지게 기다리실 정도다.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들에게 지옥 훈련을 시킬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
“그럼 이번 일 끝나고 백린의각으로 올 거지?”
“네. 그건 허락 받았어요. 오히려 반기셨어요. 사부님께서 이번 형의 일을 굉장히 감명 깊게 보셨거든요.”
……권제께서 성정이 워낙 괴팍하신 터라 진천희의 행적이 뭔가 심금을 울렸던 모양.
“그, 그래.”
진천희는 그렇게 천우와 무당파분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무당권제께서는 바쁠 테니 빨리 돌아가라고 면박만 주시고는 훌쩍 떠나셨다.
다른 이라면 성정 꼬장한 괴팍한 노인네라 생각할 수 있으나 진천희의 생각은 달랐다.
‘내가 정파와 야합했다고 주장하는 미친놈이 나올까 싶어 먼저 사리시는 거군.’
권제께서는 진천희가 약간의 곤혹도 당하지 않게 배려하신 것이었다.
정치는 싫다 입으로 말씀하시면서도.
결국 완전히 모른 척하지는 않으신 거겠지.
“나랑 가는 거네. 형~”
“어차피 큰일이야 없겠지만, 조심해라. 알았지?”
“걱정 말라고~. 그렇지 않아도 여러 가지 챙겨 왔으니까.”
“뭘 챙겨 와?”
“해독제나 기타 등등?”
“잘했네.”
사마현은 술제가 꼽은 열 명 중의 하나였고. 자연스럽게 진천희와 비동에 돌입하게 되어 있었다.
사마현은 진천희의 칭찬에 히죽 웃어 보였다. 그렇게 결성된 비동 탐사대는 이윽고 비동의 입구로 향했다.
비동의 입구. 겉으로는 평범한 동굴 입구처럼 생겼지만, 이내 안으로 들어가자 반듯한 석벽으로 된 통로가 나타났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비동의 시작이다.
그리고 그곳에 들어서자마자 각 세력에서 보낸 기관진식 전문가들이 바로 소리쳤다.
“멈추시오! 앞으로는 우리가 길잡이를 하겠소.”
그들은 그리 말하며 울림쇠 같은 것으로 벽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 * *
“에잉, 하여간 무인들이란 성질도 급해서는…… 쯧쯧.”
“아무거나 건드리지 마시오. 분명 함정이 있을 것이오.”
“당신들이 기관에 대해서 알아!? 그러다가 죽을 수도 있다고!”
‘꼰대. 꼰대의 향기가 느껴진다.’
진천희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무인들은 그런 기관진식 전문가들을 보면서 피곤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무인들이 힘으로 막 협박하거나 그러지는 않네. 하긴. 원래 사회조직이라는 게 다 그렇지.’
사회적 역학 관계라는 게 참 미묘하여, 이런 상황에서는 기관진식 전문가들이 꼰대짓을 해도 참아 줘야 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 신기한 광경을 구경하면서 진천희는 발걸음을 옮겼다. 기관진식 전문가들이 앞장서서 이곳저곳을 살피며 얼마나 걸었을까.
“함정! 함정이오! 모두 멈추시오!”
아니나 다를까. 바닥에 묘하게 색이 다른 바닥이 보였다. 기관진식 전문가들 중 하나가 허리춤에서 작은 단도를 꺼내 바닥 뚜껑을 열었다.
달칵!
과연 함정이 설치되어 있었다.
“산성독이 설치되어 있었소.”
“이런 악독한! 조심해서 해체하게.”
전문가는 식은땀을 흘리며 하나씩 조심스럽게 단도 끝으로 기관진식을 해체하는 데 성공했다.
그 모습을 진천희는 꽤 감명 깊게 보았다.
‘소설에서는 함정을 무공으로 때우면서 돌파하고 그러던데. 그건 급해서 그런 거구나. 이거 뭐, 유적 발굴의 무협 버전 같은 느낌이네.’
어릴 때 보았던 인디아나 존스도 생각난다.
생각해 보면, 애초에 이렇게 비동을 탐사하는 소설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신기해하는 것도 잠시.
한 시진이 지나고, 두 시진이 지났다.
두 시진이라면 현대 시간으로 하면 무려 4시간이다. 그리고 그사이에 진행한 거리는 겨우 이십 장.
‘아니. 몇 분이면 걸을 거리를 두 시진이나 지나서 돌파했다고? 이래서 언제 비동 탐사 끝내려고?’
그렇다.
그것은 거북이가 기어가는 속도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빨리빨리의 한국인인 진천희는 울화통이 터질 것 같은 갑갑함을 느껴야 했다.
* * *
“형. 지루해~?”
“넌 안 지루하냐?”
“지루하지만 어쩌겠어~. 그래서 내공 수련도 틈틈이 하고 있지.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 하잖아~?”
“동공이라 그게 가능한가 보네? 그래도 조심해. 주화입마 걸릴라.”
“걱정 마~ 한두 번 이렇게 수련한 게 아니니까.”
움직이지 않는 채로 내공을 수련하는 것을 정공(停功)이라고 말하며, 움직이면서도 내공을 수련할 수 있는 것을 동공(動功)이라고 칭한다.
정공의 경우 내공 수련을 하다가 움직이거나 충격을 받으면 주화입마가 와서 기혈이 뒤틀린 위험이 존재한다.
때문에 내공 수련은 지극히 안전한 장소에서 하는 것이 당연한 상식이었다.
그러나 동공은 움직이면서, 혹은 특정한 동작을 하면서 내공을 모은다.
주화입마의 가능성이 정공에 비해서 낮으며, 어떤 것은 아예 주화입마가 오지 않을 정도로 안전한 것도 존재했다.
당연히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동공의 경우 내공이 쌓이는 속도와 양이 정공에 비하면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었다.
당연히, 진천희도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도 조심하란 말이야. 세상에 절대란 건 거의 없으니까.”
“으음~. 형이 그렇게 말한다면 알았어~.”
“그나저나, 이대로면 비동 탐사하는 데 대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는데.”
진천희는 앞에서 고고학자들처럼 벽을 두드리고, 지면을 파내면서 함정을 해체하는 광경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럴 거면 그냥 무공으로 뚫고 가는 게 낫지 않을까?
“내가 예전에 들은 적이 있는데, 규모 있는 비동의 경우는 보통 한 달은 걸려야 파낼 수 있다고 하더라고.”
“한 달이나?”
“응. 한 달.”
“하아…….”
한 달이라니!? 토끼 같은 둘째 자식(스트렙토마이신 Streptomycin)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여기서 한 달이나 발목을 잡힐 수는 없다!
“안 되겠다.”
“어쩌려고?”
“두고 봐.”
진천희가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기관진식 전문가 중 한 명이 소리 쳤다.
“이 사람아! 이 앞은 위험하다니까! 이게 답답해 보여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진천희는 그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제갈세가 앞에서 기관진식이라니.
스승님이라면 감히 누구 앞에서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알고나 있는 것이냐고 코웃음을 칠 일이었다.
“저도 전문 지식이 있으니, 한 손 보태겠습니다.”
일단은 공손하게 말했다.
“백의신룡. 당신이 제갈세가의 직계인 백린의각주 제갈린의 제자이며 소각주인 건 알고 있소만, 당신은 의원이 아니오? 제갈세가의 비전 지식 중 하나인 기관진식을 전부 배웠다고 주장하고 싶은 거요?”
그때 누군가가 나섰다.
학자풍의 하얀 수염을 길게 기른 노년의 사내였다. 그러나 허리가 튼실하고 눈빛도 형형하다.
척 봐도 무공도 제법 고강해 보인다.
“대협의 존성대명을 알 수 있겠습니까?”
“본인은 남궁세가의 남궁청모라고 하오. 세간에서는 호리서생(狐狸書生)이라고 불린다오.”
“남궁 대협이시군요.”
“그렇소. 그리고 나만큼 강호에서 기관진식에 조예가 깊은 이는 별로 없지. 내 자화자찬이 아니라, 강호의 평가가 그렇소. 실제로 본 남궁세가도 제갈세가만큼이나 오랜 시간 기관진식을 연구해 온 집안이라는 걸 모르지는 않을 것 아니오?”
“그건 저도 익히 알고 있습니다.”
남궁세가!
그들도 기관진식에 제법 조예가 깊다.
제갈세가만큼은 아니지만, 강호에서 기관진식 하면 적어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는 것은 유명한 일이다.
‘남궁세가가 기관진식으로 유명한 건 여러 소설에서도 자주 나오는 설정이지. 지존천마에서도 그랬고.’
진천희는 그렇게 속으로 끄덕였다.
그러나, 그걸 안다고 해서 물러나서는 안 되었다.
내버려 둔다면 한 달을 넘게 여기에 체류해야 할지도 모르니까.
하필 창룡검 남궁운과 (원작과 다른 상황이니 어찌 될지는 모르나) 미래의 철혈검주 남궁연 남매는 이 일에 끼지도 않아서 이 자리에도 없다.
두 사람이 있으면 차라리 대화라도 편하련만 이대로면 꼼짝없이 거북이걸음으로 한 달을 걸어야 한다.
‘충격과 공포다, 그지 깽깽이들아!’
진천희는 진절머리를 치면서도 빙긋 웃는 얼굴로 말을 꺼냈다.
“남궁 대협의 우려는 저도 이해합니다만, 저의 기관진식에 대한 지식이 얕지는 않으니 한번 맡겨 보시지요.”
“지식이 다가 아니오. 현장 경험도 중요하지. 비급만으로 무공을 대성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 정도는 알 거 아니요?”
남궁청모의 말에 좌우에서 다른 기관진식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입을 열었다.
“백의신룡이 화경이 됐다고 너무 오만하군그래.”
“현장 경험은 있나 모르겠어.”
“이래서 스승이 너무 오냐오냐하면 안 된다니까.”
명백히 시비를 거는 언행. 그러나 맞는 말이기도 했다. 그들의 주장에 모순점은 없긴 했으니까.
“그러니 방해하지 말고 가만히 계시오.”
“방해는 되지 않을 겁니다.”
“하아…… 그러면 와서 해 보시구려.”
남궁청모는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다.
자리는 비켜 주지만 진천희를 깔보는 기색이 대놓고 드러났다.
진천희는 겉으로 웃는 표정을 유지하면서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바른 걸음으로 나아갔다.
“이보게나! 그대로 들어가면 안 되네! 함정이…….”
투웅.
위우우우웅.
진천희가 발을 구른다.
기묘한 소리가 울리며 웅웅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진천희가 손을 뻗어낸다.
새하얀 강기의 조각이 튀어나가 함정이 있는 부분을 박살 낸다.
음공을 이용해서 함정의 위치를 찾아내고, 강기로 단번에 부순 것!
진천희는 그렇게 함정을 해제하고서 빙긋 웃었다.
“이제는 없으니 괜찮지요?”
다들 그런 진천희의 모습에 얼어붙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