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335
제 335화
잔치 분위기 속에서 진천희가 유호의 어깨를 붙잡았다.
“유호, 정말 고마워.”
“정말 고맙긴 한 겁니까?”
유호의 질문에 진천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이 신약이 완성되면 정말 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게 될 거야. 처음부터 나는 유호가 없었으면 아무것도 아니었는걸?”
“분수를 아니 다행이군요.”
어차피 둘 사이에 예의상 ‘아닙니다. 도련님도 고생했습니다’ 같은 말 따위는 없었다.
명백한 경멸의 말이었지만 그래도 진천희는 기뻤다.
“헤헤헤헤.”
약간 푼수 같아 보이는 풀어진 얼굴.
그러나 그 표정에는 그가 추구하는 신념인 ‘더 많은 사람을 구한다.’를 실천할 수 있게 된 기쁨이 서려 있었다.
그것은 이 세상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운 희귀한 것일 것이다.
유호는 그것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진짜 당신은 이상한 인간입니다.”
“그래?”
“네, 그런 당신이 참 싫습니다.”
“미안해. 유호.”
유호는 그런 진천희의 멱살을 쥐려다가 내려놓았다.
그래도 하루 정도는 녀석을 패지 않아도 좋으리라.
그는 그리 생각하면서 다시 말했다.
“역시 정말 이상한 인간입니다.”
* * *
시간은 흘러 그렇게 혈풍이 끝난 지도 두 달이 지났다.
백린의각 수련장.
일반 무인은 들어올 수 없고, 오로지 백린의선과 백의신룡, 그리고 허락된 몇몇만이 들어올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사마현이 픽 하고 쓰러졌다.
“허억. 허억… 형…… 형은 매일 이딴 걸 하며 수련한다고?”
수련장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사마현을 보며 진천희가 경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아! 아주 좋아! 잘하고 있어! 한 번 더!”
명랑한 목소리다. 허나 뭔가 이상했다.
흡사 같은 목소리를 복사 + 붙여 넣기를 한 것마냥 언제나 명랑하고 언제나 경쾌하고.
사람의 마음을 모르는 응원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진천희는 과거 지구에서 그의 퍼스널 트레이너였던 원피트의 그 톤 그대로 응원하고 있었으니!
그랬다. 진 교수는 의국에서 퇴근하면 집돌이 생활을 즐겨 했다.
어차피 헬스장 가서 달릴 성격도 아니고.
집에서 게임기 연결하고 TV를 켜서 그 악랄한 원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원은 진천희가 살려 달라고 외쳐도 한 번 더 하라고 했고.
뭘 해도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개 같았으나 어쨌거나 몸뚱이가 서른을 넘어가니 살기 위해 운동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 처지이니만큼 악랄한 원의 목소리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구의 문명의 이기를 모르는 무림 별 사마현은 이런 진천희의 모습이 그야말로 광기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형. 정말 이런 거 한다고 가능해진다고?”
“그으럼~ 가능하고말고!”
진 교수는 자신이 화경으로 도아함으로써 그 과정을 고찰하며 정립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건 논문으로는 쓰면 안 된다고 스승님이 그러시긴 했지.’
어째서인지는 묻지 않았으나 대충 짐작은 갔다.
허나, 그것을 현이에게 전수하는 정도라는 가능하다고 하셨다.
물론 그 미친 짓을 현이가 따른다는 전제하에서……라고는 하셨지만.
‘이게 그렇게 이상한가?’
진 교수가 정립한 화경이 되는 조건은 이러했다.
화경은 공간지각 능력, 시청각 인지능력, 암기 암산 능력, 기억 능력, 순간 판단 능력 등의 여러 가지 뇌적인 능력이 확장되면서 도달할 수 있다.
물론 수많은 실전과 그만한 내공과, 그만한 검술을 갖추는 건 기본.
허나 그놈의 무(武)에 대한 깨달음이 무엇인가.
깨달음이란 본질적인 사고 활동을 나름대로 과학적으로 해부해 보자니 그랬다.
부단한 내외공의 수련과 경험이 축적되어 뇌가 한 단계 도약함으로써 깨달음이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진천희의 경우에는 응룡의 보옥을 먹음으로써 그 벽을 남보다 쉽게 넘을 수 있었는데.
보옥이 없어도 화경이 된 사람들과 진천희의 공통점을 찾다 보니 거기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지극한 노력으로 이 여러 가지 능력을 갖춘다면 더 효율적이고 빠르게 화경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일단 보옥으로 날카롭게 벼려진 내 오성은 이게 확실하다고 말하고는 있는데…….’
이 이야기를 하니 스승님이 몹시 걱정하셨다.
일단 그 가설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이 소리를 들은 놈들이 다들 진천희를 미쳤다고 할까 봐서.
‘아니, 맞다니까! 내 말이 맞다니까! 진짜 그렇다니까!’
그런 의미에서 사마현은 좋은 실험체…… 아니, 좋은 수련생이라 할 수 있다.
비록 금혈방의 경영으로 인해 수련할 시간이 적었다고는 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본인 기준에 못 미친다는 것일 뿐.
사마현 역시 엄청난 수련 양과 그것을 뛰어넘는 실전 경험이 이미 갖춰진 상태라 할 수 있었고.
특히나 그 실전 경험은 어릴 때부터 뒷골목을 전전하며 생사를 걸고 싸워 온.
그야말로 벼릴 대로 벼린 날카로운 그 무언가.
이제 화경까지 한 끝이 남았다 할 수 있겠지.
‘그래서 준비했다! 뇌 기능 향상 수련 코스!’
진천희는 그런 사마현을 상대로 가설을 입증해 보기로 했다.
첫 번째가 중원식 퍼즐인 칠교놀이.
처음에는 일곱 조각으로 도형을 만들어 내지만, 그 후에는 열네 조각으로, 그 다음에는 스물여덟 조각을 맞춰야 한다.
“현아! 도형 추리와 공간지각 능력 향상에 아주 좋은 수련이야!”
“형…… 난 진짜 이런 수련법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어. 제갈가는 원래 이렇게 수련해?”
“아니, 그냥 내가 정했어.”
“…….”
사마현은 진천희를 빤히 바라보다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형이 화경이 될 때 이런 방식으로 한 거야?”
“아니. 나는 그냥 기연을 얻어서 됐어.”
“…그러면 내가 지금 처음인 거지~?”
“응. 나 믿어 봐. 이건 된다. 진짜 된다! 형 말만 믿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
“…….”
사마현은 할 말을 잃었다.
이윽고 비릿하게 웃었다.
“그래. 해 보자.”
“오오오오!”
“망하면 형이 미안해서라도 더 놀아 주겠지.”
미친 형과 미친 동생이었다.
그렇게 두 번째.
직접 설계한 3차원 도형 기관목인방! 전후좌우뿐만 아니라 위아래에서도 공격이 들어오게 설계했다.
이걸 막아 내고 피해야 한다!
“형. 혈선교에서는 이런 괴물이 나오나 봐?”
삼두육비의 기형인 무언가를 보며 사마현은 되물었다.
눈앞의 그것은 아무리 봐도 사람의 형태가 아니었고, 그렇다고 짐승의 형태도 아니었다.
어떻게 목인만으로 이렇게 징그러운 것을 만들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진천희가 눈을 빛냈다.
“아니, 혈선교에서 이런 괴물 본 적 없어.”
“그러면…….”
“괜찮아. 나만 믿어! 이걸 막으면 넌 반드시 화경 된다!”
“……씁.”
이윽고 사마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갈게. 형, 망하면 내가 좋아하는 음식 만들어 주는 거다~?”
“걱정하지 마. 잘되어도 해 줄게.”
그리고 세 번째는 색 맞추기 퀴즈였다.
색은 빨간색인데 글자는 청(靑)이라고 적혀 있다. 글자를 슥 보자마자 적색이라고 말하면 안 되고, 청색이라고 답해야 한다.
즉. 시각적 인지능력을 교란시키는 문자!
무림답게 0.3초 차이로 사라지는 목판을 보고 빠르게 맞추지 않으면 실패다.
그 외 기타 등등…….
아무리 뫄도 무공과 하등 상관없는 것들을 진천희는 사마현에게 주입했고.
사마현은 그냥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형이 다소 세간의 상식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어쨌든 망하면 그걸 빌미로 형을 붙잡아다가 놀면 될 일.
그리고 의외로 이 미친 짓이 슬슬 자신의 적성과 맞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때쯤.
진천희가 당과며 사탕이며 잔뜩 만들어 동생의 입에 물려 줬다.
“단 거 많이 먹어 둬라. 그래야 뇌가 힘을 쓰지.”
“오, 맛있잖아~?”
단순히 작은 사과에 물엿을 입힌 탕후루라고 생각했는데.
탁 깨무니 사과 안에 새콤한 시럽이 담겨 있었다.
무슨 수로 만든 건지는 알 수 없으나, 형 취미가 이거라면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맛있게 먹는 동생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형이 싫지 않았다.
‘뭐, 이 생활도 나쁘진 않네~’
이 미친 짓에 적응이 된다는 것도 자기가 정상은 아니라는 뜻이겠지.
하지만 이번 수련이 실패해서 다소 무(武)에 대한 진보가 더뎌진다고 해도, 그래도 사마현은 좋았다.
형이 해 주는 음식이 나쁘지 않았고.
이렇게까지 열성적으로 뭔가를 하는 모습이 존경스럽기도 했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화경이 되는 건 무리겠지?’
형이 뭘 꿈꾸는지는 도저히 모르겠다.
적어도 그간 강호의 모든 무인들이 배워 오고 쌓아 온 그 방식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라는 것만은 확실했으니까.
‘뭐, 이렇게 허송세월 보내는 것도 휴가라면 휴가겠네~’
몸도 머리도 좀 고달프지만 그래도 형이 해 준 당과는 맛있다.
그거면 됐다고 사마현은 생각했다.
‘아, 그래도 형 비단 옷이나 새로 맞춰 줘야겠다. 요즘 남경에서 유행하는 양식으로.’
얼마나 비싸든 상관없다.
돈이야 썩어 넘치니까.
* * *
지옥의 특훈도 이제 한 달이 지나갔다.
“이상하다?”
사마현은 누운 상태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진천희의 질문에 사마현이 답했다.
“나 어째 강해졌다……?”
“거봐, 형 말 맞지?”
이상한 일이었다.
아직 화경에 들어선 건 아니나, 화경에 반 발자국 들여 놓은 느낌.
실제로 깨달음을 한 번 정도 겪었고, 물아일체도 한 번 겪어서 내공도 급증했다.
한 번에 화경이 될 정도의 큰 깨달음은 아니었지만, 애초에 작은 깨달음이라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희소하게 일어나는 사건이고.
거기다가 예전에 진천희가 보내 줘서 먹었던 영약까지, 이번에 완전히 녹여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
총 삼 갑자의 내공에 도달했다.
사마현은 가쁜 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욱…… 이 미친 수련이 통한다는 거야? 설마?”
“괜찮아. 좀 더 구르자. 할 수 있어. 현아!”
진천희는 그런 동생을 다시 깨워서 다시 굴릴 준비를 하고 있었고.
이 미치고 고달픈 수련이 정말로 효과가 있긴 했던 건가.
사마현은 즐겁지만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형, 근데 나 죽을 거 같아.”
“괜찮아, 현아. 사람은 그 정도로 죽지 않아. 형을 믿어 봐.”
“아니, 내 정신이…… 정신이 죽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