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336
제 336화
진천희가 하려 하는 게 뭔지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다.
우선 형은 무학 그 자체를 전수해 주진 않는다.
물론 사마현이 가지고 있는 무공들을 조금 더 매끄럽게 손봐주긴 했으나, 그 정도만으로 화경에 이르는 것은 어림도 없다.
‘그보다는 결국 이거… 깨달음에 다다르기 위한 힘을 기르는 거구나.’
정확하진 않으나 핵심에 근접했다.
지구의 지식도 없는 사마현이 여기까지 추측해 낼 수 있다는 게 놀라운 일.
허나, 그것을 입 밖으로 내진 않았기에, 진천희는 사마현이 거기까지 짚어 낸 줄은 모르고 있었다.
‘흠…… 그런 거군. 결국 화경에 이르기 위한 무학의 고찰은 스스로가 하는 것. 허나 그 고찰을 하는 건 결국 머리야. 내 경험으로 나온 기억과 그리고 무학에 대한 지식, 마지막은 직감인가? 형은 그걸 키우려고 하는 거네.’
하지만 역시나 괴상하다.
그리고 지나치게 이단적이었다.
“형.”
“응?”
“이런 건 나한테만 가르쳐 주고 끝내.”
“왜?”
“…….”
사마현은 눈을 가늘게 떴다.
괜찮은 말을 골라 보았으나 쉽지는 않았다.
진천희의 방식이 만약 강호에 퍼진다면…….
이윽고 생각을 마친 사마현이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형을 비웃을 거야. 특히나 고수일수록 무학에 관한 자부심이 높아. 어쩌면 비웃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검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
“으음…… 좀 이단적인 건 알고 있긴 한데.”
“가장 잘 풀린 경우라고 해 봐야, 백의광룡이 미쳐서 헛소리를 좀 한다더라 정도로 끝난 수준이겠지.”
그렇게 이상한 걸까.
진천희는 조금 시무룩해졌다.
그걸 본 사마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형의 방식이 틀린 건 아니야. 그건 확실해~ 하지만 그냥. 음…… 형이 믿을 만한 사람만 아는 것으로 족하다는 거지.”
‘그리고 위험해. 이 수련 방법이 퍼진다면 이걸 배우려고 형을 노리는 이들이 증가할지도…….’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 믿으면 그거대로 또 문제다.
형은 아직 자신이 무림에서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지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신의(神醫)로서의 가치가 아니었다.
그는 틀을 깨는 자다.
어딘가 별세계에서 툭 떨어져 내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다르게 사고하고, 다르게 행동해 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호와는 다른 답을 도출하고 달려간다.
기존의 답이 틀린 것은 아니다.
허나, 진천희의 답도 틀린 게 아니었기에.
그것은 큰 문제라고 할 수 있었고.
“그렇기는 해도 천우가 곧 도착하기로 해서. 천우까지는 가르쳐 줄 거야.”
“여하륜은?”
형이라는 말을 슬쩍 빼고 물었다.
그러나 진천희는 별생각 없이 이렇게 답했다.
“음, 그 녀석은 아마 내 가르침이 상관없을 거야. 빠르든 늦든 화경에 도달하는 건 문제없겠지.”
여하륜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
기묘했다.
사마현이 조사하기로 진천희와 여하륜은 그리 많은 시간을 함께하진 않았다.
물론 서신을 자주 나누기는 하였으나, 이토록 절대적인 신뢰를 가질 만한 시간을 보낸 적은 없지 않나?
그러나 진천희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여하륜에 관한 이야기를 하곤 했다.
“마교라면 화경이 문제가 아니라 목숨이 위험한 건 아니야?”
슬그머니 사마현은 돌을 던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은 올곧은 눈으로.
“괜찮을 거야. 그놈은. 이 세상에 그놈을 죽일 수 있는 자는 없어.”
그 말에 사마현이 피식 웃었다.
삼존이나 되는 존재라면 모를까.
어떻게 그것을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지?
“삼존이 와도 안 죽어?”
그 말에 진천희가 답했다.
“당연하지. 그 녀석은 절대 안 죽어.”
“상대가 형이라고 해도?”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듯이 진천희가 어두운 밤나무색 눈을 들어 사마현을 바라보았다.
“내가 걔랑 왜 싸우냐. 나도 내 목숨이 소중하거든?”
대체 저 절대적인 신뢰는 어디에서 온 걸까.
반대로 왜 그런 신뢰를 자신에게는 주지 않는 걸까.
형은 어린 자신을 위해 목숨까지 걸었다.
그런 상대라면 그만한 신뢰를 보여 줄 수 있지 않나.
혹여 무인으로서 부족해서인 걸까. 아니면…….
사마현은 문득 이렇게 질문했다.
“그러면 상대가 나라면?”
“참, 나. 넌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너희 둘이 싸우는 거 난 절대 못 본다.”
그 목소리에는 여하륜이 반드시 이길 거라는 확신이 담겨 있음을, 눈치 빠른 사마현이 모를 리가 없었다.
* * *
천우는 봇짐을 어깨에 메고는 긴 계단을 올랐다.
온천 지대 산.
꽤나 가파른 계단이나 내공을 익힌 무인에게 크게 힘들 건 없었다.
오히려 이 정도 계단에 숨이 차거나 어깨가 흔들린다면 이미 그자는 무인으로서 한참 부족하다고 할 수 있겠지.
천우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사부님께 엄청 혼났네.’
혈선교 상대로 조금 검이 느려지긴 했다.
변명을 하자면 이제야 강호 수행 중인 병아리다 보니 실전 경험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다.
허나 그걸 봐줄 권제가 아니었다.
얼마나 혼이 났는지 모른다.
거기다가 도착한 후에 이런저런 일들을 돕다 보니, 최대한 빨리 튀어나오긴 했지만 이미 시간이 꽤나 지나 버렸다.
‘형은 잘 지내고 있으려나.’
사마현이 잘 지내는지는 그리 알고 싶지 않았다.
사실상, 형 때문에 억지로 맺어진 의형제 아닌가.
형과 의형제를 맺기 위해서 보기 싫은 덤이 따라오는 느낌이고.
여하륜, 사마현, 진천우에게 있어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그 ‘보기 싫은 덤’이다.
안으로 들어가서 안내를 받고, 형이 있다는 수련장으로 향했다.
저벅-
‘뭐지?’
기묘한 적막.
하지만 진짜 적막은 아니다.
무언가 소리로 가득 차 있는 듯한 적막.
자연 속 기의 흐름이 어딘가 뒤섞여 있음을 천우는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본인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눈을 들어 보니 그곳에 사마현이 허공에 떠 있었다.
이게 무엇인지 진천우는 한눈에 알았다.
부공삼매.
“화경……?”
방금 사마현은 깨달음의 벽을 넘어 현재의 자신을 뛰어넘었다.
그 심후한 무학의 파도를 온몸으로 받으며 부공삼매에 빠져들었다.
그 옆에서 진천희가 어이없다는 눈으로 사마현을 보고 있었다.
“형?”
“어, 그, 그래…….”
“……이게 무슨.”
“저 미친놈이…… 의형제 중에서는 자기가 가장 뛰어나야 한다면서…… 깨달음의 벽을 넘었어.”
“어?”
“질투로 화경이 됐다고! 저 미친놈이!”
뭐, 이게 무슨 미친.
그러나 부공삼매에 들어선 사마현의 표정은 더없이 편안했다.
이놈의 표정이 무엇인지 천우는 한눈에 깨달았다.
‘내가 일등이다! 크하하핫! 내가 일등이다~!’
망할.
천우는 봇짐을 내려놓았다.
여하륜이 지금 어느 경지인지는 모르겠다. 허나, 지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확실한 건 하나 있다.
적어도 막내인 사마현한테는 졌다는 거다.
진천희는 어이가 없어서 중얼거렸다.
“얘는 지기 싫어서 이런 걸로 화경이…….”
천우는 왠지 그 기분을 알 것 같아서 뒤통수가 뻐근해졌다.
* * *
다음 날.
사마현은 부공삼매가 끝나고 깨달음을 정리하는 기간에 돌입했고.
천우는 교대하듯이 듣도 보도 못한 그 미친 수련에 들어갔다.
“……형, 정말로 이걸로 화경이 될 수 있는 겁니까?”
“응. 될 수 있다! 나만 믿어! 천우야, 한 번 더!”
천우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그나마 사파인 사마현이야 사파 놈들이 하는 별의별 해괴한 수련을 이미 봐서 금방 적응이 된 모양이지만.
거산 정파인 천우는 입장이 달랐다.
‘정말로 이걸로 화경이 된다고?’
화경이란 무엇인가.
무학의 벽을 뛰어넘어 자신을 가다듬고.
심, 기, 체가 조화롭게 융합하여 새로운 자신으로 도아하는 과정 아닌가.
“형, 정말로…….”
“싫으면 말아~ 자, 천희 형 아아아~”
사마현은 그리 말하며 응원하는 진천희의 입에 당과를 물려 주고 있었다.
진천희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현아, 그거 천우 주려고 만든 거야.”
“괜찮아, 형. 천우 형만 주려고 만든 거 아니잖아. 막내인 나도 먹으라고 만든 거 아니었어?”
“그렇지. 그런데…….”
“그러면 천희 형도 먹어. 그리고 저 느림보 둘째 형이나 같이 비웃어 주자.”
먼저 온 놈이 더하다.
진천희는 깨달았다.
사마현 이놈은 이러려고 급히 깨달음을 얻은 거다.
물론 화경이라는 게 급하게 한다고 되는 거였으면 전 무림인들이 다 화경 테크를 찍었겠지.
그런데 이 새끼는 그게 된 거다.
그동안의 지옥 훈련 덕이 가장 크겠지만.
그 작은 반보를 어쨌든 반드시, 다음 순번일 놈을 엿 먹이겠다는 필사의 각오로 디뎠던 거다.
‘그게 된다고?’
천우가 물었다.
“깨달음을 갈무리하려면 보통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막내아우님.”
“아, 나는 원래 사교적인 인간이라 같이 있어야 갈무리가 되거든.”
“하아…….”
진천희는 보란 듯이 달라붙어서 같이 천우를 갈구고 있는 사마현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현아. 차라리 잘됐다.”
“음?”
“내가, 그, 갈무리 과정도! 빨리 하게 해 줄게!”
“응, 형?”
“같이 굴러라.”
사마현이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천우가 방긋 웃었다.
“잘됐군요, 막내아우님. 이리 오시지요.”
“현아, 형 말 들을 거지?”
진천희의 기세에 사마현은 깨달았다.
자신의 형은 농땡이는 절대 봐주지 않는다는 것을.
차라리 혼자서 깨달음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분명 내버려 뒀으리라.
아무리 봐도 이건 그냥 형이랑 각 잡고 노닥거리겠다는 각오라는 것을 진천희는 깨달았고.
그는 그걸 봐줄 성격이 아니었다.
진천희가 말했다.
“이 시기를 놓치면 두 번 다시 어제의 깨달음을 네 것으로 못 만들 거야. 같은 화경도 무력 차이가 크다는 거 알잖아?”
욕 한 번 하지 않고 차분히, 논리적으로 설명을 시도한다.
여기서 사마현이 논리로 이긴다면 모를까, 져 놓고 들어 처먹지를 않으면 백의광룡 형은 과연 어떻게 나올까.
“……아아아. 이제 드디어 실컷 놀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화경이 됐으니 이제 그 경지에 익숙해져야지. 가자!”
그리 말하더니 사정없이 수련의 늪에 사마현을 처박았다.
진 교수가 맑은 눈으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 너희들 모두 나만큼 강하게 해 줄게! 너희들 재능이면 어쩌면 나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할 수 있어!”
“끄아아아악!”
그렇게 미친 수련의 나날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것은 화경이 된 사마현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