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349
제 349화
대창궁무애검진 발동.
개진(開陣)–!
순식간에 생문과 사문이 만들어지고 방위를 점한다.
이는 사파 방검단이 보여 주었던 진법에 비할 수가 없이 빠르고 매끄러웠으며 중후했다.
진천희는 흡사 검으로 만들어진 숲에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
‘아, 이래서 도산검림(刀山劍林)이군.’
반 발자국만 잘못 디뎌도 살이 뭉텅이로 잘려 나갈 것만 같은 기세.
사람 그 자체가 검이었고, 예기(銳氣)를 띠었다.
[하나씩 뜯어보자면 서로가 서로의 내공을 보조하는 방식은 기본적인 검진과 진배없지. 생문과 사문, 방위 역시 비슷해. 허나, 남궁가는 타 무가보다 훨씬 뛰어나지. 왜일 것 같니?] [흠, 남궁세가의 무공이면 분가의 것도 본가의 것에 크게 뒤처지지 않기 때문인가?] [맞아. 거기다가 하나의 무학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본가와 분가의 무공 모두 절후하며 서로 헛돌지 않지.]형은 역시 무인이라기보다는 학자에 가깝다.
이 와중에도 태연히 남궁가의 검진을 관측하며 뜯어보고, 지적 유희를 추구했다.
참으로 희한한 사내였다.
[역시, 이렇게 방위를 점하니 순식간에 하나하나가 준화경급의 고수가 되는 거지.] [준화경이라는 건, 화경은 아니지만 불안정하게나마 강기를 사용한다는 뜻이겠군.] [맞았어! 바로 알아들으니 나도 편한걸?]진천희는 피식 웃었다.
여하륜은 그게 좋았다. 무언가를 깊이 이해시킬 필요가 없었다.
정보가 그리 많지 않아도 특유의 직관력과 추론력만으로 정답에 다가간다.
그것이 무협지의 주인공이라는 것이고, 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뜻이겠지.
진천희는 검을 뽑았다.
스르릉-
[그래도 불완전하다는 건 바로, 강기의 유지 시간이 길어 봐야 일각이라는 뜻.] [허나, 저런 속도라면 무엇이든 일각 안에 끝내겠군.] [정답.]열여섯 명 전원이 섬광처럼 움직이며 강기를 두른 검으로 사방에서 공격하기 시작했다.
생문 따위는 없다.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죽음으로 만들어진 벽이었고.
그들은 백의신룡의 죽음을 직감했다.
“이것이 대창궁무애검진이다!”
칼날이 진천희의 코끝에 닿는 순간, 진천희가 신호를 보냈다.
[지금.]그 순간, 여하륜이 지면을 주먹으로 때렸다.
흑룡파쇄권.
여하륜식 변형.
극강암광섬권–!
순식간에 엄청난 굉음과 파동이 밀려온다.
콰과과과광–!
강기가 스민 권이 대지를 때리는 순간, 지면 그 자체가 파괴되며 파편이 사방으로 솟아올랐고.
파괴된 대지 위로 먼지구름이 일제히 일어난다.
‘헤헷, 빙정검은 속임수였지롱.’
창궁무애검진의 최대 위력 유지 시간은 짧다.
또한, 상대의 움직임이 급격히 강해진다고는 하지만 진짜 화경과 같은 사고 능력을 얻는 것도 아니다.
사실 힘으로 대응하면 필패.
아무리 여하륜이 천살성이며, 현재 화경의 경지에 이르렀다지만 힘으로는 이길 수 없다.
하지만, 힘이 아닌 지혜를 쓴다면 파훼법이 존재한다.
바로 지금 하는 행동이 그것이다.
‘보통의 강호인들이라면 대창궁무애검진을 상대할 때 검으로 길을 열겠지…… 하지만 그건 열상(裂傷)으로 이어지잖아, 이놈들아! 또 내가 치료해야 한다!’
비무 끝나고 방금 갓 썰어 버린 놈 업어다가 다시 백린의각 분타까지 달려갈 생각을 하니 사람 할 짓이 아니었고.
대창궁무애검진으로 강화된 검수들이지만, 이렇게 되면 지금 일순간 진천희와 여하륜의 움직임을 놓치게 된다.
그렇게 빙정검을 땅에 흘려 꽂는 것과 동시에.
진천희가 꺼낸 건 수십 개의 쇠구슬.
여하륜의 눈이 커진다.
‘이 미친 형은 이 와중에도 불살을 추구하는가.’
쇠구슬에 스민 건 강기가 아니었다.
그저 검기 수준의 기.
불안정한 화경의 경지 정도 되는 이는 치명상을 모면할 수준의 검기를 불어넣고는 탄지천통을 준비한다.
0.01초도 되지 않을 찰나.
진천희의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오행신공 응용.
오행뇌정기탄–!
쇠구슬에 뇌기가 서린다.
오행의 기운을 조합하면, 뇌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
지면을 파괴하며 방위를 흔든다. 그렇게 흔들린 방위는 진법을 약화시켜 움직임을 차단하고, 먼지로 시야를 막으며.
폭발음 때문에 소리까지 제대로 들리지 않는 그 상황.
그 틈.
진천희의 뇌기탄이 사방으로 쏘아졌다.
피피피피핑–!
그것은 뇌기를 품은 쇠구슬의 벽.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쇠구슬을 검으로 막는 순간.
파지지직-!
전뇌는 검날을 타고 대적자를 감전시킨다.
전기가 파고들어 근육을 수축, 경직시키는 것은 아무리 내공 고수라고 해도 쉽사리 저항할 수 없는 성질의 공격이었다.
이 과정은 지독하게 신속하며, 지독하게 치밀하였고.
그 짧은 시간, 쓰러지는 무인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무(武)란 결국 오래 끌수록 사상자가 생기기 마련, 의원은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생각이 없다.
화경에 이른 현원전단신공이 무학을 잡아먹고, 잡아먹고, 잡아먹으며 장난스럽게 가지를 뻗어 나간다.
검강을 억누르고 대신 뇌정기를 담아 순식간에 하나씩 쓰러뜨리는 모습은 절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이 틈을 놓칠 여하륜이 아니었다.
천마신공.
여하륜식 변형.
천마탈혼수–!
원래라면 사지를 찢어 버려야 하는 무공이나, 여하륜은 최대한 무공의 연원을 숨겨 약화시켰다.
상대의 움직임을 무형지기로 간섭하며 몸을 잠시 묶고, 반대로 자신은 다가가 사지를 찢는다!
“륜아?”
“…….”
으드드득-!
형의 말에 관절을 뽑을 뿐.
피를 보지 않아 천살성은 목이 말랐다.
허나, 흉흉한 살기를 드러낼 수는 없으니 억누르고 또 억누를 뿐이었다.
진천희는 생각했다.
‘크으, 역시 주인공이구만. 순식간에 셋을 또 보냈어.’
제아무리 대창궁무애검진 안에서 최고의 효과를 받고 있다고는 해도.
화경에 도달한 여하륜의 상대가 될 건 아니다.
거기다 그냥 화경도 아니고 주인공!
남은 건 이제 여섯.
먼지가 가라앉고, 박살 난 돌들 위로 진천희와 여하륜이 서 있었다.
정확하게는 여하륜은 서 있었고, 진천희는 쭈그려 앉아서 여하륜이 뽑은 관절을 살폈다.
“오, 과연 너다! 깔끔하게 잘 뽑았네.”
“형. 그만.”
여하륜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진천희는 그제야 몸을 일으켰다.
남은 여섯은 두 사람이 순식간에 벌인 일에 그저 경악한 표정으로 몸이 굳었다.
“미친… 세상에…….”
“사람인가……?”
“괴물, 괴물이다!”
진천희는 양 소매에 손을 넣으며 여유롭게 웃었다.
“이 정도 선에서 정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만…… 더 필요하십니까?”
대창궁무애검진.
와해.
비현실적인 광경 속에서 모두가 침음을 삼켰다.
방금 전까지 분명 삼존이 아니면 죽을 것이라고 말한 검진이 고작 두 명의 화경의 고수 앞에서 무너졌다.
그것은 남궁가의 자존심이 무너진 것을 뜻했고.
스르릉-
남궁청이 검을 뽑아든 것은 어찌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허허허……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구질구질하지만, 이 몸과 일대일 비무는 어떠신가?”
체면의 문제라는 건가.
소승적으로 본다면 어리석고 쪼잔한 처사이나, 대승적으로 본다면 현명한 선택이다.
어차피 강호는 약육강식.
남궁가의 검진을 이리 쉽게 와해한 이상, 이대로 상처 하나 없이 돌려보낼 수는 없다.
웃긴 소리지만 본인도 구질구질하다 평한 이 행동이 지극히 이성적인 대응이기도 했고.
“하죠. 륜아, 물러…….”
그 순간, 여하륜이 답했다.
“내가 하도록 하지. 형.”
[흐음. 죽이지는 않을 거지?]천살성 때문에 안광이 살짝 달떠 있었다.
여하륜이 답했다.
[참아야지. 그게 수련 아닌가? 일일이 형이 대신할 수도 없으니…….] [미치면 내가 막는다.] [그거 참 믿음직스럽군, 형.]진담으로 한 소리인지 농으로 한 소리인지, 알 수는 없으나 여하륜은 그리 말하며 앞으로 나섰다.
“백의신룡이 나서지 않는다는 건가. 누가 오든 손속에 사정을 둘 수는 없네.”
진천희가 답했다.
“알고 있습니다. 이 녀석 꽤나 강하니, 사정 봐주시지 마시고 실컷 두들기십시오.”
두 무인은 거리를 두고 초식 자세를 잡았다.
진천희는 두 사람의 가운데, 그리고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심판을 보듯 앉았다.
진천희가 손뼉을 쳤다.
짝!
“그러면 시작하시지요.”
그 말이 끝나는 순간, 남궁청이 제왕검형을 시전했다.
쿠그그극-
화경이 만들어 내는 무형지기의 압박이 밀려온다.
허나, 그것은 타인의 움직임을 제약하는 것이 아닌 자기자신을 강화시키는 것.
반대로 여하륜이 사용한 건 천마신공.
천마군림보–!
쿠그그극!
익숙한 무공에 남궁청이 외쳤다.
“이건 천마신공! 백린의각, 마교와 손을 잡았나!”
그 말에 진천희가 답했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요. 일인전승, 흑검문의 무공입니다.”
“……그렇다. 흑검문의 무공이다.”
두 형제는 천연덕스럽게 답했다.
진천희가 말했다.
“또한 남궁세가의 이름으로 약조를 하지 않으셨습니까.”
여하륜이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일인전승의 무공이라 오해가 많은데 속상하군.”
이것은 필살기, 눈 가리고 아웅이다. 그러나 여기서 남궁청이 여하륜이 마교의 소교주라고 주장해 봤자, 증거가 없다.
애초에 천마신공이 멸문 직전, 아니 사실상 멸문 취급을 받고 있는 제갈세가의 무공처럼 프리소스화가 된 것도 아니고.
결국 비무, 또는 생사결을 통해 검을 맞댄 경험으로 눈대중을 하는 건데.
현재 남궁청의 실전 경험으로는 정확하게 짚어 내기가 어렵다.
남궁가는 세가이지 무당이나 화산, 소림같이 어떠한 종교적 협을 중심으로 움직이진 않는 편.
철저하게 이득 중심으로 움직이는 게 팔 대 세가이며, 그중에서도 이권에 가장 눈에 불을 켜고 사는 게 바로 남궁가가 아닌가.
그는 사파와 검을 맞대 보는 일은 많아도 부득불 마교와 검을 맞댈 일은 적었고.
거기다가 여하륜이 묘하게 마교의 무공을 뒤틀어서 쓰고 있는 터라.
절후한 사파의 무공과도 비슷한 면이 있어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
일월신교 검형에 대한 이론은 알아도 실전 감각은 한참 부족한 그가 이것을 명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한 가지.
마교와의 실전 경험이 많은, 다른 원로 무인들을 불러오면 된다.
허나 그렇게 되면 일이 커진다.
‘약속. 그리고 체면.’
검진이 깨졌음에도 일대일 비무를 거는 것도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일인데, 세가의 이름으로 맹세한 것까지 깨 버린다?
남궁청의 얼굴은 수십 가지, 아니 수백 가지의 고민으로 점철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