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357
제 357화
진천희는 방 밖에서 안쪽의 상황을 살폈다.
고수이다 보니, 이런 것도 이제는 숨 쉬듯이 자연스러웠다.
공유빙의 건강을 확인하고, 진천희는 돌아 나왔다.
두 사람이 감정 정리를 하는 시간에 굳이 끼어들 필요는 없었으니까.
“이야! 보람찬 하루였어!”
여하륜은 피독주를 가지고 다른 방에서 홀로 내공 수련 중.
이제 목적을 달성했으니, 여하륜은 피독주를 들고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면 나도 조금 쉬러…… 응?”
그 스스로도 이제는 휴식이 필요하기에 여하륜이 수련 중인 방으로 향하려던 중, 진천희는 의외의 기운을 느끼게 되어 멈추어 섰다.
아주 익숙한 기운.
내부로 갈무리를 해 두지 않아서, 기가 흘러넘치는 사람이 다가오고 있다.
필시 자신이 왔음을 알리기 위해서 저렇게 일부러 기운을 흘리고 있는 것일 테지.
그런데 저 사람이 여기에 왜 있는 거지?
“소각주님을 뵙습니다. 무력당 부당주 왕채백, 지금 막 도착했습니다.”
궁귀 왕채백.
지금은 백린의각 무력당의 부당주로 있다.
무력당주인 독고중후 본인은 은퇴시켜 달라고 매일 떼를 쓰고 있지만, 제갈린이 은퇴를 윤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궁귀는 딱히 당주라는 자리에 미련이 없어 보였고.
진천희가 고안한 무공을 무력당에 속한 무인들에게 가르치거나, 혹은 집단전에 대비한 훈련을 하는 식으로 지내고 있었다.
물론 그것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가끔 백린의각의 물건인지도 모르고 물품을 탈취하는 산적이나 수적, 혹은 머리에 화살을 맞았는지 백린의각을 상대로 사기를 치려는 이들을 토벌하러 백린의각 밖으로 나서기도 했다.
백린의각 입장에서는 그가 있기에, 공손세가와 긴밀하게 협력을 할 수 있는 상태이기도 했다.
그의 딸인 왕각연이 공손세가에서 일하고 있으니까.
“어…… 무슨 일이세요? 제가 왕 부당주님을 청하지는 않았었는데요.”
“각주님께서 보냈습니다.”
‘스승님이? 내 정체를 숨기라고 말씀하셨으면서 정작 스승님께서 이러시면 동네방네 다 소문나는데…….’
“여기. 각주님께서 보내시는 서신입니다.”
공손히 서신을 내미는 궁귀의 모습에 진천희는 주섬주섬 서신을 받아 펼쳐 보았다.
-희야, 또 거하게 일을 벌였더구나. 이 스승은 네가 대창궁무애검진에 벌레와 함께 도전했다는 말에 심장에 무리가 올 정도였단다. 투괴의 손녀를 치료한다는 소문이 곧 퍼질 것이 뻔하니, 호위를 위한 병력을 보내 놓으마. 돌아오면 혼날 줄 알렴.
‘음…… 하긴. 그렇게 거하게 싸웠는데, 소문이 안 나면 그게 더 이상하겠지? 땅에 지진 난 줄 안 사람들도 많으니까…… 하…… 하륜아, 하필 왜 그때 처음으로 그 기술을 써서.’
어쩔 수 없다.
남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으면 ‘주인공’이 아니니까.
주인공이 그 자리에서 강환을 사용했다면 그게 맞는 일이겠지.
진천희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궁귀를 보았다.
“스승님의 의견이 옳으신 것 같네요. 천하 십 대 고수인 투괴가 여기서 요양 중이라고 한다면, 너도나도 달려올 테니까요.”
“남궁세가의 입장에 대해서는 오는 길에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그들은 어느 한쪽에 손을 보태지도 않겠지만, 돕지도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하긴…… 저희랑 동맹인 관계도 아니고, 투괴와 남궁세가 사이에 은원도 있으니까요. 오히려 그 정도면 다행이죠, 뭐.”
거기다가 여하륜이 또 변수다.
그들이 여하륜을 어떤 경지로 생각하는지 알 수 없으나, 만약 현경으로 착각한다면 최소 삼존급.
삼존을 적으로 두고 싶은 미친놈은 많지 않다.
저 멀리 십만대산에 있는 천마는 안 무서워도 우리 집 손님방에 있는 의문의 현경 고수는 무서울 수밖에 없지 않나.
진천희는 거기까지 생각하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진천희를 보며 궁귀가 입을 연다.
“너무 무리하셨습니다.”
“제가 너무 오지랖을 부린 거긴 하죠.”
“예. 앞으로는 그러지 않으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하지만…….”
“압니다. 은공께서 그런 성격이 아니셨다면 우리 각연이는 지금쯤 유명을 달리했을 거라는 것을.”
궁귀는 복잡한 표정으로 진천희를 한참 바라보았다.
“…….”
잠시 둘 사이에 침묵이 내리깔렸다.
이윽고 진천희가 어렵게 입술을 뗐다.
“왕 아저씨는 너무 딱딱해지신 것 같단 말이죠. 각연이가 집 나가서 그러신 건지, 어쩐 건지…….”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저는 그저 은공께 은혜를 갚고자 할 따름입니다.”
“에휴……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얼마나 데리고 오셨습니까?”
진천희는 화제를 돌렸다.
“무력당 십이무력대 중 사 대(四隊)가 와 있습니다.”
무력당(武力當) 십이무력대(十二武力隊)!
본래 백린의각의 무력 조직은 무력당으로, 그 안에 삼 대(三隊)가 존재했었다.
이름도 그냥 무력당 일 대, 무력당 이 대, 이런 식으로 불렀던 것.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그런 무력당에 밑으로 열두 개의 조직체가 생겨났다.
그래서 십이무력대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음, 무공을 너무 과하게 전수했나.’
제갈세가의 혼원공을 기본으로 삼고 황실비고에서 본 것들을 재조립, 익히기 쉽게 열화시키고 안정화시켜 정립한 혼원기공으로 더 많은 무인들이 무력을 보강했다.
또한 백린의각에서 전수하는 무공은 오성과 무골을 타지 않으면서도 일절이라는 소문이 돌자 더 많은 무인들이 백린의각에 자원했고.
그 결과.
그 수가 전원 다 해서 무려 이천사백 여 명.
하나의 대(隊)마다 정원 이백 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장 강한 것은 상위 숫자인 일 대의 무인들이었다.
“사 대(四隊)를 전원 데리고 오셨다고요!?”
어지간해서는 놀라지 않는 진천희도 놀랄 정도.
네 개의 대(隊)면 그 숫자만 무려 팔백 명!
어지간한 중소 문파는 하룻밤 사이에 멸문시키고, 거대 문파라고 해도 쉽게 당해 내기 어려운 숫자였다.
“그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각주님께서 명하셨습니다.”
“스승님도 참…… 그 정도면 문파 하나 정도는 해치우고도 남을 텐데. 그런데 남궁세가에서는 뭐라고 안 해요?”
“남궁세가에서는 이 장원을 비워 준 이후, 자신들은 손을 뗀다고 말했습니다. 이 장원의 방비와 안전은 모두 저희 백린의각의 책임이라는 의미겠지요.”
“그게 차라리 편하죠. 그러면 장원의 진법을 제가 조금 건드려 둘게요. 환자가 치료되는 동안 수비를 잘 부탁드려요.”
“소인에게 맡겨 주십시오.”
궁귀 왕채백은 그렇게 말한 후 포권을 하고서 되돌아 나갔다.
진천희는 그걸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소문이 나긴 날 수밖에 없겠네. 어떻게 되려나…….”
진천희는 고개를 흔들었다.
* * *
진천희가 남궁세가의 상단 장원에서 투괴를 치료하기 시작했을 때.
전략적인 계산을 끝낸 제갈린은 즉시 궁귀와 함께 십이무력대 중 총 네 개의 대를 보내었다.
상위의 일 대부터 사 대까지를 전부.
즉, 무력당의 최상위 실력자들이 모두 이곳에 모인 것.
각 무력대의 대주는 기본적으로 초절정의 고수이며, 그중에서도 십이무력대 일 대의 경우 대주와 부대주 모두 초절정의 경지.
나머지 백구십팔 명 전원이 절정의 고수로 이루어져 있는 무시무시한 집단이었다.
강호의 중소 규모 문파의 구성을 보면 이게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알 수 있었다.
중소 문파들은 그에 속한 무인의 숫자가 적으면 열 명도 안 되는 아주 작은 곳에서부터, 최대 오백여 명 정도로 이루어진 곳까지 존재했다.
그러나 오백여 명을 넘는 인원을 보유한 문파는 사실 그리 많지 않아서, 평균적으로 본다면 대다수의 중소 문파들은 인원이 약 이백여 명 정도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이 중소 문파에 소속된 무인들의 실력은 어떨까?
보통은 문주가 초절정의 고수이거나, 혹은 초절정의 경지를 아주 조금 앞둔 절정 고수일 것이다.
검기나 권기를 조금 쓰고, 검사 정도를 찔끔찔끔 쓰는 정도.
물론 그것도 조금 잘나가는 문파나 그렇지, 소규모에 어중이떠중이가 모인 문파도 부지기수였다.
그런 경우는 문주가 절정은커녕, 일류 무인도 못 되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십이무력대 중 사 대가 총출동해서 장원을 지킨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상황이었고, 이를 강호의 지자(智者)들 역시 잘 알고 있었다.
“남궁세가에서 무호항에서의 일은 불문에 부치고 일절 손을 대지 않겠다고 알려 왔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맹주님.”
무림맹 총군사 독고선. 그녀가 이 일을 보고하기 위해서 맹주전을 찾아왔다.
무림맹주 창왕.
그는 보고서를 읽으며 침중한 표정이 된다.
“신투가 마교의 피독주를 훔쳤으며, 지금은 무호항에서 벽안광의에게 치료 및 보호를 받고 있다고? 거기에 백린의각의 최정예인 십이무력대의 상위 사 대가 나섰다? 총군사, 이건 언제 일어난 일인가?”
“천리응을 사용한 긴급 보고입니다. 이 보고는 이틀 전 백린의각의 무력당이 출발하던 당시에 작성되었으니, 지금은 이미 무력당이 무호에 도착해서 벽안광의와 접촉했을 것입니다.”
거기까지 말하고, 독고선은 잠시 말이 없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맹주였다.
“투괴…… 그녀에게 원한을 가진 이들은 제법 많지만, 기실 투괴를 노리는 이들은 원한을 핑계로 투괴가 가진 기진이보(奇珍异宝)들을 원하는 것일 터. 소문의 확산 속도는 어떤가?”
“하오문과 개방, 양측에서도 정보를 팔고 있고, 다른 정보를 다루는 문파들도 끼어 있어서 오늘 중으로 적어도 무호항이 자리한 안휘의 주변 지역인 산동, 하남, 호북, 호남, 강서, 복건, 절강 지역의 문파들은 전부 알게 될 것입니다.”
“허허, 그리고 삼 일이 더 지나면, 그 외의 지역들까지 알게 될 것이고, 열흘째라면 세외까지도 퍼져 나갈 테지.”
그는 거기까지 이야기하고는 헛웃음을 지었다.
“허헛. 다들 바쁘구먼.”
들짐승의 속도는 날짐승에 비해서 빠르지 않다.
그것은 무공을 익힌 무인들에게도 적용된다.
제아무리 경공의 고수라고 해도 날짐승을 이길 수 없다.
그게 바로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전서구라는 수단이 정보 전달을 하는 데 중요한 역할로 자리매김한 이유.
거기에 주술이나, 짐승을 다루는 데 특화된 무공 등이 사용되어, 천리응이라고 하는 매까지 사육하기에 이른다.
천리응은 하루에 천 리를 난다는 별명을 가진 녀석으로, 이 녀석이라면 화 제국의 끝에서 끝까지 이동하는 데 약 열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옳겠는가?”
“저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것도?”
그 질문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백린의각은 저희의 아군이 아니며, 그들의 세력이 어느 정도 꺾이는 것은 저희 무림맹의 입장에서는 득이면 득이지 실이 아닙니다. 게다가, 그들은 사도련의 하오문과도 친밀한 관계이니 이대로 두는 것이 좋겠지요.”
“개입은 하지 않는다…… 그것으로 충분한가?”
“예, 맹주님. 결국, 욕심에 눈이 먼 이들이 개별적으로 움직일 것이고, 그 명분은 은원일 터. 저희 맹 역시 명분상 움직일 만한 일은 아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