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361
제 361화
“자네. 들었나?”
“밑도 끝도 없이 듣긴 뭘 들어?”
“이번에 강호 십일 대 고수 소리 말이야.”
“그 말은 꺼내지도 말게. 십일 대 고수가 웬 말이야! 내 강호사에 빠삭하지만, 어떤 때에도 십일이라는 숫자로 절대 고수를 분류했던 때는 없었어!”
여기는 강호에 널려 있는 객잔 중 하나.
그곳에서는 떠들기 좋아하는 돈 많은 한량들이 모여 앉아서 소리를 내지르고 있는 중이었다.
강호 전통 근본주의자부터 신자유주의 무공 개척 주의자까지, 다양한 취향을 가진 이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지금 문제의 강호 십일 대 고수에 대해서 토론 중이었다.
“근본이 없어! 십일 대 고수라니? 그게 대체 뭔가? 그렇게 따지면, 나중에는 강호 십육 대 고수니, 이십사 대 고수니 할 거 아닌가!”
하얀 학사모를 쓴 사내가 열변을 토한다.
“어허. 심 학사, 그렇게 융통성이 없으니 자네가 강호 전통 근본주의자라는 소리를 듣는 걸세.”
“그게 어때서! 전통은 중요한 것이야. 대저 명문대파라는 곳은 전통과 역사로 인해서 명문인 것이며, 대문파가 된 것이란 말일세. 강호의 태산북두 천년소림! 이런 이야기가 왜 있겠는가? 그러니까. 강호 십일 대 고수라는 건 언어도단(言語道斷)! 십 대 고수는 십 대 고수지. 십일 대 고수는 무슨!”
심 학사라 불리는 이가 소리를 버럭버럭 지른다.
그러자 같은 탁자에 앉은 다른 두 명 중 한 명이 혀를 찼다.
“쯧쯧. 그런 생각이 바로 세상을 고루하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것을 모르는가?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이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잘 생각해 보게나.”
“흥! 그러니 장 학사 자네가 신자유주의 무공 개척 주의자라는 소리를 듣는 걸세. 뭐? 장강의 앞 물결이 뒤따라오는 물결에 밀려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노쇠한 것들이 사라져 가고, 새로운 것이 등장한다는 그 과정 자체가 전통이라는 걸 모르나?”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
장강의 앞 물결이 뒤 물결에 밀려나 흘러간다.
강호의 노고수들은 새로운 신진 고수가 나타나면 이런 말을 자주 쓰고는 했다.
“심 학사, 장 학사. 그렇게 싸우지 말게나.”
“내가 언제 싸웠다는 겐가? 그런 적 없네.”
“흥! 내가 할 말을 심 학사가 하는군그래.”
“어차피 그렇게 싸울 필요들 없네. 이번에 다시금 강호 십 대 고수로 명칭이 재조정되었으니까.”
“역시! 내 의견에 강호 동도들도 전부 동의하는 모양이군그래.”
심 학사가 의기양양해한다. 장 학사는 아니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나, 둘 다 만 학사라는 사람의 이어지는 말에 의문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딱히 심 학사 자네의 의견을 강호 동도들이 받아들였기 때문이 아니네. 다른 이유지.”
“다른 이유? 그게 뭔가, 만 학사?”
“이건 나도 오늘 낮에 들은 따끈따끈한 정보인데…….”
만 학사가 빈 술잔을 가지고서는 손가락을 비볐다.
“여기 금화고량주 한 병 가져오게!”
심 학사가 점소이를 보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점소이가 쏜살같이 고급 명주인 금화고량주를 가져다 바친다.
그걸 한 잔 꼴꼴꼴 따라 마신 만 학사가 ‘캬!’ 소리와 함께 입을 열었다.
“도왕 해연도가 패했다고 하더군.”
“뭐라?”
“그것도 같은 강호 십일 대 고수 중 한 명에게 확실하고, 완전무결하게 패배했다고 하네. 그래서 십 대 고수에서 퇴출된 게지.”
“그런 일이!?”
“대체 언젯적 일인가? 그리고 누가 그를 패퇴시켰나?”
“그건 말일세…….”
그렇게 말하며 만 학사는 잔에 술을 따른다. 그러고는 다시 한 잔!
“크으…… 역시 공짜 술이 최고야.”
“아, 어서 말하라고!”
장 학사가 결국 폭발하자, 그가 손을 내밀어 그를 진정시킨다.
“십일 대 고수에 새롭게 들어간 천재. 백린의선의 직전 제자. 그리고…… 일광이라는 별호를 얻은 사람. 자…… 여기까지면 이제 알겠지?”
“벽안광의 진천희! 그가 도왕을 이겼단 말인가!”
“그것도 아주 깔끔하게, 조금의 여지도 없이 완승해 버렸다지? 그걸 본 이들 중 하나가 우리 아내의 사촌 오빠라서 아주 생생히 들었다네.”
“황보세가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로군.”
만 학사의 아내는 황보세가의 방계.
그걸 아는 두 명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진위에 대해서는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허허…… 강호의 후기지수인 신룡 소리 들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도왕을 꺾다니…….”
“그래서. 도왕은 퇴출되고, 일광이 들어갔다 이건가?”
“대단하구먼.”
“강호가 앞으로…….”
세 명은 그렇게 진천희가 강호 십 대 고수의 한 명이 되었고, 도왕이 퇴출된 건에 대해서 떠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느 한 지역의 일만이 아니었다. 강호 전체가 들끓어 오르고 있었다.
새로운 절대 고수의 출현.
게다가.
이왕 중 한 명을 꺾고서 그 자리를 빼앗기까지 했으니, 의원이라고 얕잡아보던 이들 모두가 경악한 것은 당연.
그러나.
진천희의 진면목을 아는 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미친놈은 그럴 만하다고.
* * *
“아미타불. 제갈 시주의 말이 옳더군요.”
“후후후. 원진 대사께서 그리 말씀해 주시니, 이 제갈 모는 기쁘기 그지없군요.”
백린의선 제갈린.
강호에서 이 사람을 실제로 만나 본 자들은 전부, 지금의 제갈린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혈린광살이라고까지 불리었던 광기 어린 복수와 학살.
그리고 그 치밀한 심계는 두려운 것이었다.
거기다가 제갈린은 업무용 미소 외에 진정한 의미의 웃음을 지어 본 적이 없는 인간이기도 하다.
언제나 냉막하고 무표정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얼굴을 하고 다녔고, 웃더라도 냉소이거나 경멸을 담은 비웃음 정도였다.
그런 사람이 지금은 변했다.
‘마치 해바라기 같구나. 아미타불. 진 시주가 어찌 제갈 시주의 마음을 저토록 녹였을꼬?’
원진은 제갈린을 보며 들판에 피어올라 하늘을 향해 활짝 핀 해바라기를 연상하고야 말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거래를 하겠습니다. 역근세수경의 일부를 보내 드리지요.”
무거운 말이 튀어나왔다.
역근세수경!
소림사의 여러 절학 중에서도 최고로 꼽는 신공절학!
팔대절학의 하나로 손꼽히며, 소림사에서도 이를 제대로 익힌 이는 그 오랜 역사 속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고 했다.
그리고 이 역근세수경을 대성한 자는 진정한 금강불괴를 이룰 수 있다는 소문도 같이 전해져 내려왔다.
강기를 넘어, 강환조차도 상처 입히지 못하는 진정한 금강불괴! 그것은 강호의 전설 중 하나였다.
“좋습니다. 저희 백린의각은 소림사의 좋은 동반자가 될 것입니다. 물론 말로만 그런 것이 아니라…… 동맹의 증거로 여러 가지 지원을 해 드리지요.”
“아미타불.”
“저의 요청에 이렇게 응해 주신 점, 이 제갈 모 정말 감사드립니다.”
원진은 나직이 불호를 외웠다. 또한, 제갈린의 말은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역근세수경 전부는 아니나, 그 일부를 원한 것은 제갈린 본인이라는 것!
“제갈 시주. 한 가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어떤 것이 궁금하신지요?”
“이미 이십 년 전 역근세수경의 아뇩다라(阿縟多羅) 4개의 서책 중 다의 권(券)을 손에 넣으신 것으로 압니다. 제갈 시주의 천형을 고치기 위해서였지요.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라의 권을 원하시는 것입니까?”
역근세수경. 그것은 상상 이상으로 방대하고 두터운 경전이었다.
무공서이면서도 불문의 경전이기도 한 이것은 4개의 서책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를 아뇩다라라고 불렀다.
아뇩다라삼막삼보리(阿縟多羅三貘三菩提).
부처가 깨달은 완전한 깨달음을 뜻하는 단어로, 본래는 산스크리트어인 아눗타라 사미아크 삼보디(anuttara-samyak-sambodhi)를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것에서 따와 4권을 아뇩다라라고 칭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제갈린이 바로 이 4권 중 3권인 다의 권을 이미 가지고 있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었다.
“당연히 제자 녀석을 위해서지요. 그 녀석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지원하고자 요청을 한 것뿐입니다.”
“진 시주는 확실히 아주 훌륭한 사람입니다만…… 제갈 시주. 부디 선업을 쌓으시기를 바랍니다.”
“글쎄요…… 저는 이미 늦은 것이 아닐는지.”
“아미타불…….”
원진은 제갈린의 앞에서 일어섰다.
“그러면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제갈 시주.”
“살펴 가시지요.”
원진은 반장(합장이 아닌 한 손으로만 하는 불교의 인사법)을 하였고, 제갈린은 가볍게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방을 나서는 원진을 보며 뒤에 서 있던 유호가 말문을 연다.
“라의 권에는 무엇이 있기에 제법 큰 출혈을 감수하고서 얻어내신 건가요, 주인님?”
“다의 권에는 금강불괴에 대한 단초가 숨겨져 있다네. 라의 권에는 생명 재생의 단초가 숨겨져 있지.”
“그렇습니까?”
“본래라면 역근세수경의 사본을 내놓을 리가 없겠지만…… 소림사의 천 년 역사 속에서 간간히 유출되었기에 가능한 일일세.”
역근세수경이 소림사의 제일절학인 것을 모르는 강호인들이 없다.
팔대절학에 속할 정도의 신공절학인 이것은, 소림사의 기나긴 역사 동안 의외로 유출된 사례가 많았다.
어떤 때는 소림사에서 보관하던 마공을 익힌 파계승이 유출하기도 했고.
어떤 때는 투괴와 같은 천하제일 도둑이 훔쳐가기도 했으며.
어떤 때는 전쟁 와중에 소림사의 절반이 불타며 유출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완전한 역근세수경이 유출된 것은 아니며, 조각조각 유출되어 강호의 거대 문파라면 이것들을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는 형편이었다.
게다가 역근세수경은 어떤 특별한 무공 초식이 있는 것이 아니고, 내공심법이자 외공이기 때문에 티가 나지 않는다는 점도 있다 보니.
소림사에서도 역근세수경을 가진 이들을 징벌한다거나 하지는 않는 상황인 것이다.
진천희가 이를 알았다면 ‘소림사의 무공 중에 프리소스가 있었구나! 이건 라이센스 괜찮나 보네?’라는 소리를 할 법한 풍경이었다.
게다가.
그렇게 유출된 것들이 불완전한 것들이라는 것도 소림사가 무공을 회수하기 위해서 움직이지 않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했다.
“희가 좋아할 게야. 생명 재생의 단초라는 것은…… 저 마공이자 신공인 불사신공과 비슷한 공능을 가지니까.”
“주인님은 도련놈을 너무 오냐오냐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게다가. 그것뿐은 아니시겠죠?”
“후후후. 우리 유 총관의 눈은 속일 수 없군. 맞네. 소림사와 느슨한 동맹을 맺어 두기 위함이지.”
“역시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른 뜻이 또 있으셨군요.”
“그래. 소림사는 무림맹에서의 발언권 역시 크고, 이 험난한 강호에서 그나마 정의와 협의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이니…… 사파 쪽으로는 하오문을, 정파로는 소림사를 동맹으로 두면 움직이기가 더욱 수월하지 않겠나.”
“여러 가지 포석이 담겨져 있는 수로군요. 주인님께서 이렇게 의욕적이신 것을 보니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이대로면 적어도 백 년은 거뜬히 살 것 같으이. 어떤가? 지루하지는 않겠는가?”
“지루하긴요. 도련놈이 셋째를 보자고 얼마나 달달 들볶는지…… 말도 마십쇼.”
“하하하. 덕분에 자네 고생이 말이 아니지.”
백린의각의 주인이자, 괴물인 제갈린.
그리고 그의 심복이자 총관인 유호의 대화는 그 이후로도 조금 더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