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366
제 366화
그렇게 두 사람은 후원을 걸으면서 밀린 이야기를 했다.
이제 중의원에서 상의원이 될 때까지 본격적으로 이곳에서 지내게 될 모양이었다.
“음, 어려운 길을 택했네?”
“부술은 본각에서 배우는 게 최고니까요.”
부술당은 침구당이나 의약당, 추나당 같은 역사가 아직 없다.
부술당의 상의원까지 성장하려면 이곳에서 직접 배우는 게 제일.
허나 부술이라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나 살을 가르고 장기를 봐야 하다 보니 현대인도 힘들어하는 게 부술.
거기다가 사람의 살을 갈라야 하는 행위 자체가 지극히 위험하고 섬세함을 요한다.
의약이나 침구, 추나가 그렇지 않은 것은 아니나 치료를 했으나 나중에 환자가 병을 못 이기기고 병사하는 것과 수술대에서 사망하는 것은 다른 문제.
심리적 부담감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자칫 원한을 품은 환자의 가족이 보복하는 경우도 있지.’
병마로 인한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의사에게 칼질을 하려는 경우.
현대나 여기나 이건 비슷하다.
다른 부분이 있다면 여긴 상대가 무공을 익히고 있다는 정도랄까?
‘내가 부술당주지만…… 이게 참…… 힘든 길인데.’
허나, 사마혜의 의지는 변함이 없었다.
“역시 부술을 익히고 싶습니다. 은공.”
아마 굳이 부술을 선택한 건 진천희 자신의 영향이겠지.
허나 그걸 택한 건 사마혜이니.
“독하게 가르칠 거야. 괜찮겠어? 다른 사람보다 더 혹독하면 혹독했지, 덜하진 않을 거니까.”
“네!”
대신 밥은 잘 주기로 했다.
부술당의 자랑은 지옥 같은 공부 강도와 끝없는 미식의 길 아니던가.
지금도 상의원이 돼서 졸업한 부술당 의원이 소각주님은 안 그리운데 소각주님이 해 준 밥은 그립다고 하지 않던가.
‘이제 하의원, 중의원 숙소도 넓혀야겠네. 의원들 중에 혼인하여 자녀를 둔 의원들도 있으니 마을에 유치원…… 비슷한 걸 만들어 두는 게 좋으려나. 무인들이 호위를 시키고.’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 의원의 자녀를 인질로 삼아 의원을 겁박하려는 사건이 있었다.
어느 세계나 인간이 사는 곳이면 진상은 있기 마련이겠지만.
여기는 무공도 익힌 진상이라 나쁜 마음 품으면 무슨 짓이든 가능하다.
‘그래. 하의원, 중의원 숙소 쪽이랑…… 유치원 비슷한 시설을 만들어서 거기에까지 무력당 무인들을 배치하면 더 안전해질 거 같긴 하네.’
백린의각이 커지니 신경써야 할 것도 점차 늘어만 간다.
‘그러면 뭘 가르칠지가 문제네. 기본적인 건 글자일 거고…… 더 커진 애들은…… 음.’
진천희는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사마혜가 빤히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은공. 깊이 생각에 빠지면 주변을 신경 못 쓰는 건 여전하네요.”
“아하하…… 그렇지.”
애 앞에서 주책을 부린 것 같아 부끄러워졌다.
* * *
그렇게 사마혜와 대화한 후.
무월을 찾아가 이야기를 하니 바로 예산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바로는 어려울 것 같군요. 은공.”
“역시 그런가요?”
“네. 인력도 부족하고요. 하지만 의원들의 자녀를 보호해야 한다는 말에는 동의합니다. 그쪽에 먼저 예산과 인력을 분배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짜 보겠습니다. 괜찮다면 각주님께서도 승인하시겠지요.”
“네.”
“최근에 그렇지 않아도 분타 쪽에서도 의원의 아이가 사망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말에 진천희의 눈이 살짝 커진다.
무월은 그제야 진천희에게 보고서가 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말실수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미 쏟아진 물이다.
어쩔 수 없지 않나.
“먼저 치료해 주지 않았다는 것에 앙심을 품은 무인이 일을 저질렀다고 하더군요. 무력당에서 잡아서 죽일지, 관아에 넘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고인의 아버지는 무엇을 바라죠?”
무월은 고민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죽이지 말라 했습니다. 본디 강호인을 치료하는 의원으로서 어느 정도 각오를 했다고. 다만 그 무인의 단전을 폐하는 것은 아비인 자신이 하고 싶다 했습니다.”
“…….”
비가 오는가.
진천희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어두운 벽색 구름이 빗방울을 한두 개씩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스승님께서 뒤에서 처리하셨겠군요.”
납치 미수 정도야 진천희 귀에도 들어간다.
허나 아이가 죽는 건 다른 문제.
제자가 상처받는 일이 혹 생길까 싶어 이 문서가 제자에게 가지 않도록 조처하신 모양이다.
“네. 허나 업무량이 많아 제가 일부 받게 되었습니다.”
“스승님께서는 어찌 처리하셨나요?”
“문서 장부에 따르면 강호의 방식대로 하셨습니다.”
“참수하셨다는 뜻이군요.”
“네. 이번에는 피해 의원께서 죽이지 말라 특별히 청하여 예외를 두었지만 보통은 참하고 해당 문파는 받지 않으려 합니다. 허나…….”
“……세도가가 아니라 혼자 살아가는 낭인이라면 상관없겠죠.”
진천희는 그동안 악인은 되도록 관아에 넘겨 왔다.
그것은 강함에 대한 자신감이었고, 책임질 처자식이 없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허나 가족이 있는 다른 의원들은 사정이 달랐다.
그저 관아에 가서 법령의 심판을 받는 것만으로는 본보기가 되지 않을 터.
‘나는 이상론자가 될 생각은 없어. 정치가도, 사상가도 아니니까.’
강호식 본보기를 하지 않는다면 의원의 목숨을 지킬 수 없었다.
참 이상한 일이다.
어떤 인간의 악의란, 병마와 싸워서 이기질 못하니 결국 의원을 죽이러 다닌다.
병마보다는 의원이 더 약하기 때문이겠지.
무엇보다 본보기를 보인다고 한들 죽은 아이는 돌아오지 않는다.
무월이 말했다.
“참 이해가 안 갑니다. 의원이란 모름지기 자신의 생명을 책임질지도 모르는 상대 아닙니까. 잘해 줄 필요는 없다 하더라도 칼을 쓰면 하등 좋을 게 없을 텐데요.”
“……그러게 말입니다.”
‘굳이 강호까지 갈 것도 없겠지.’
지구도 마찬가지니까.
당장 진천희는 IV를 달아주고 혈액을 채취하는 사람을 상대로 환자들이 어떻게 폭력을 휘두르는지 알고 있다.
특히 응급실에 온 중년 환자가 의료인를 상대로 어떻게 욕설을 하는지, 진천희도 병아리 때 유구하게 듣지 않았나.
“인간이 그렇게 이성적인 동물이 아닙니다.”
그 행동이 이해가 안 간다는 사람이 대다수이긴 하다.
그게 상식이니까.
하지만 개중에는 내 몸 치료해 주는 사람이더라도 날 기다리게 했으면 폭력을 당해 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존재했다.
강호니까 그 폭력을 칼로서 보여 주는 거고.
“제가 모아 둔 돈이 있습니다. 우선은 그걸로 예산을 쓰시죠.”
“사비를 쓰시게요?”
그 말에 무월의 눈이 살짝 커졌다.
“네네. 괜찮아요. 저 돈 많아요~ 부자거든요!”
진천희는 일부러 경쾌하게 웃어 보였다.
먼 곳에서 희미한 섬광이 지나갔다.
이윽고 천둥 소리가 뒤늦게 울렸다.
‘의원도 죽이고, 의원 가족도 죽이고.’
사람을 치료하는 게 주 업무인 의각에서 어째서 매년 무력당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지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오늘 그것을 가슴으로 느꼈다.
* * *
시간이 다시 흘렀다.
진천희는 연무 도시로 만들 토지 일부를 비워서 의원들의 가족들이 머물도록 준비했다.
어쩌다 보니 비슷한 직장 가족들끼리 머물러 살게 된 셈이나 오히려 의원들은 환영하는 눈치였다.
애초에 농경 사회만 해도 앞집, 옆집, 뒷집이 모두 같은 직종이 아니던가.
예전보다 안전해졌다는 것이 더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토지를 더 매입하고, 인력을 더 충원해야 하다 보니 꽤나 예산이 깨지는 일이었는데 진천희는 자신을 갈기로 했다.
“돈을 더 벌어야 해! 그래. 역시…… 부루마블…… 아, 아니 청옥 막장드라마 편을!”
막장은 언제나 가장 잘 팔리지 않나.
황실 무수리로 들어가 황비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새로운 청옥은 게임 밸런스는 생각도 안 하는 개막장의 향연이었다.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면서 겪는 이벤트 중에는 ‘귀인 차에 독 타기’, ‘희비 신발에 바늘 넣기’ 같은 게 있었고, 황금열쇠에는 ‘바람피우다 걸리기’, ‘회임했다 우기기’, ‘황제를 독살하고 내가 수렴청정 시도해 보기’ 등이 있었다.
좀 더 다양한 구매자들을 위해 상대 황제의 성별과 나이를 고를 수 있게 총 여덟 가지의 초상화가 담긴 상자를 준비했다.
황제를 결정하면 남은 일곱 초상화는 각각 바람피울 예정인 호위 무사, 관리, 옆 나라에서 온 돈 많은 거상, 황비, 희비, 재상 등으로 정해서 함께 막장 드라마를 굴리게 된다.
어쨌든 경쟁으로 들어온 플레이어들과 개막장의 향연 끝에 승리하여 황제를 얻을 거면 기왕이면 취향인 얼굴인 게 좋지 않나.
진천희는 그동안 보아 왔던 수많은 미국 시즌제 드라마들과 한국 종편 드라마들을 떠올리며 두뇌를 풀가동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이것.
“미친…… 진짜 이걸 내겠다는 건가요?”
진천희의 계획을 들은 흑빙독룡 공손현이 어이가 없어 공손상단을 박차고 뛰어나와 백린의각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
진천희가 물었다.
“이거 혹시 황실 비방죄로 잡혀갈 거 같나요?”
“아니… 어차피 가상의 나라로 설정했고, 폐하가 자유로우신 분이셔서 그 정도로는 잡혀가진 않는데. 이런 개막장을 누가 산단 말…… 아니…….”
비록 칼 든 유교 사회라고는 하나, 뒤로는 지구로 치면 17세기 에로 소설인 금병매가 스테디셀러이지 않나.
인간은 본디 막장에 솔직한 법.
그것을 기원전 이집트 신화와 그리스 신화, 각종 신화들이 입증해 주고 있다.
‘내가 그래도 금병매보다는 덜 막장 같은데?’
금병매의 서문경은 인류사에 남을 비범한 놈이었는데, 그놈은 남녀와 종족을 가리지 않았고, 산 자와 죽은 자를 가리지 않았다.
‘금병매 주인공은 마지막에 춘약 과다복용해서 훅 가지 않나? 이게 그거보다는 덜 막장스러울 텐데.’
종편은 종편인데 그래도 15금 종편 내에서 끊었다.
건전하게 독살하고, 건전하게 압정 넣고, 건전하게 내시랑 바람도 나고, 그러다 건전하게 곤장 맞고 냉궁도 가고.
“안 팔릴까요?”
“으…….”
흑빙독룡은 이 매운 막장 맛(feat. 종편)을 어찌해야 할지 망설이다가 이렇게 말했다.
“이 물건은 제가 팔아 본 적이 없는 것이니 예측이 잘 안 되는군요. 청옥이라고 하지 말고 적옥이라고 부르고, 저자는 숨기도록 하죠.”
“어차피 별호에 광(狂)이 들어간 터라 괜찮…….”
“……제가…… 제가 안 괜찮습니다. 안 괜찮다고!”
그 정도인가.
‘내가 설마 강호에 독을 푸는 건가?’
막장은 원래 브레이크 없이 쭉 막장으로 달려야 진정한 막장이 아닌가?
병원에서도 종편 드라마 하는 시간에는 병실이 조용해지던데.
‘그래, 뭐. 망하면 새로 다음 버전 청옥을 만들면 되는 거니까.’
그렇게 흑빙독룡 공손현은 ‘적옥’을 내기로 했다.
이게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시작한 신사업이었고.
……초대박이 났다.